"내가 지금 고소장을 가지고 접수하려고 하는데, 굳이 이렇게까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사과하고 금액을 환불해준다면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경찰서라는 말에 약간 당황하는 듯한 스튜디오 실장의 대답은 명료했다.
"내가 당신이 경찰서라고 하면 쫄아서 그렇게 환불해줘야 하나? 마음대로 해라. 나도 경찰서에서 부르면 가서 할 말이 많다."
그는 아마도 적은 금액이라 경찰서라고 블러핑이라도 하는 것이라 여겼던 것 같다.
민원실의 여자 변호사에게 고소장을 보이며 상황을 설명했다. 여자 변호사는 고민하는 기색도 없이 대답했다.
"기왕 고소장까지 이렇게 명확하게 작성하셨으니 제출하고 법의 판단을 받아보시지요. 어차피 옆에서 통화를 들어보니 그런 사람들은 맞아야 아픈 줄 알지, 때리기 전에 암만 경고를 해도 곧이듣지 않아요."
그렇게 고소장은 제출됐다.
곧 담당 수사관이라는 경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경사도 아닌 경장에게서 연락이 온 것은 조금 당혹스러웠다. 경찰의 수사 주 업무는 경사들이 주로 맡고 팀장급이 경위인 것을 감안하면, 순경이나 경장에게 맡기는 수사는 정말로 가볍거나 복잡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사안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술하러 갔더니 이 경장이라는 자가 만만치 않았다.
한껏 짝퉁 명품으로 치장하고 자신이 경찰이라는 자부심이 말끝마다 배어 나오는 대접받는 것이 익숙해진 캐릭터였다. 간단한 진술이 끝나고 나서도 닳고닳은 경위들도 하지 않는 멘트까지 덧붙였다.
"이런 거 사기로 성립되기 쉽지 않을 거예요. 분명히 저쪽에서는 자기들은 고의로 속일 생각이 없었다고 변명할 테니까요."
최대한 존중의 태도를 보이며 잘 부탁한다는 인사치레까지 하고 나왔지만, 기대할만한 자가 아니다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석 달이 넘는 시간을 다 쓰고 나서 수사결과 통지서가 왔다.
무혐의, 증거 불충분
불기소 의견 송치도 아니고 불송치 결정....
스튜디오 실장이라는 자가, 경찰에 와서 주장한 내용인즉은,
- 촬영 전에 원본사진 파일은 제공하지 않는다고 카톡으로 고지했다.
- 촬영 후 받은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동의서'한쪽 귀퉁이에 원본 사진 파일은 판매하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
그래서 물었다.
원래 딸랑 하나 스튜디오 차려놓고 중계업체라면서 낚시를 하는 수법으로 전국 스튜디오에 연계를 한다는 식으로 안내한 것 자체가 사전에 고의적으로 상대방을 기망할 의도를 가진 것이 아니냐고.
그 질문에 경찰은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경찰의 수사가, 그들의 행위를 사기행위로 보지 않은 것에 대한 잘못을 재조사하여 판단해달라고 이의제기를 했다.
검찰에 송치가 되었고, 서울경찰청의 수사 심의계에서 살펴보겠다는 연락이 왔다.
결론은 또 다르지 않았다.
검찰은 그저 다시 기계적으로 도장을 찍었고, 서울경찰청의 수사 심의계에서는 아무런 문제 될 것이 없다며 특별한 멘트까지 덧붙였다.
"분명히 사기로 볼만한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건 민사적인 문제로 당연히 환불해달라고 해서 다 받아내시면 그만인 문제입니다. 형사사건으로 보기가 어려워요. 그 놈들이 나쁜 놈들인 건 알겠는데 사기로 처벌한다는 게, 상당히 민감한 문제거든요."
그 말을...
만약 그들이 죄가 되지도 않는데, 엮어서 죄가 되는 것으로 만드는 짓을 하는 자들이 아니라면
그 말이 참 아름답고 이치에 맞는 것일 텐데....
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경찰이 사건을 적극적으로 맡아 정의를 구현하지 않으려고 들 때....
일이 그렇지 않아도 많은데 굳이 일을 늘리고 싶지 않을 때....
그들은 매번 말한다.
"이건 형사가 아니라 민사 건이에요. 그러니까 우리한테 가져와도 뭐 해줄 게 없어요."
그들은 말그대로 공무원인가?
당신의 생각은 어떠한가?
소비자원 분쟁조정위에서 조정결정문이랍시고 보내준 3분의 1만 받으라는 내용을 보름안에 거부하고 민사재판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되면 외전이 계속 될 예정이다.
스튜디오에 연락해서 민사재판까지 받아볼지 지금이라도 사과하고 환불할지를 묻고난 연후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