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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Jun 02. 2021

잘못된 수사나 비리 수사는 어떻게 바로잡나요?

서울경찰청 수사 심의계

고소를 하거나 사건이 발생했을 때, 수사를 담당한 수사관이 사건을 덮거나 진실을 은폐하는 일은 이제 드라마나 영화에서 만의 일이 아니다.

현실에서 그런 일이 전혀 없는데,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런 일을 비일비재하게 사용하는 것은 이른바 '개연성'이라는 문학적 용어에 지극히 위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찰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여러 감찰, 재심의 부서를 만들었다.

그중 하나가 제대로 수사되지 않은 것을 바로 잡아달라는 수사이의제기 부서이다.

기존에는 수사이의제기팀이라고 불리던 것이 최근 경찰제도 개편을 하면서 '수사 심의계'로 개명되었다.



4년 전쯤에 벌어진 실제 사건이다.

언론사가 집중되어 있어 언론사 관련 명예훼손 고소고발이 잦은 종로경찰서에서 벌어진 일이다.

피해자가 자신의 명예가 훼손되는 글이 인터넷 기사에 게재되어 '사이버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접수했다.


사이버 명예훼손은 명예훼손보다 그 죄질이 안 좋다고 하여 형량이 더 세고 높다.

그런데 한참의 시간을 다 소진하고 담당 수사관이 무혐의로 모든 피의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일이 발생했다.

이른바 '수사결과 통지서'라는 문건을 받은 고소인은 너무도 어이가 없었다.


뭐라고 주저리주저리 말도 안 되는 핑계를 적어놓고서는, 해당 피의자들이 '모욕죄'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무혐의 처분한다는 내용이었다.

조금 어려운 말로 '의율 적용'이라고 하는 용어는, 범법 사실에 맞는 죄명을 적용한다는 뜻이다.

예컨대, 고소할 경우에는 죄명을 기재하는 반면, 현행범이나 사건을 수사할 경우, 수사관이 의율 적용을 하여 어떤 법률을 위반하였는지 적용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명예훼손, 특히 이 사건처럼 '사이버 명예훼손'의 경우에는, 고소인이 명확하게 죄명을 기재하여 그 법에 해당하여 처벌해달라고 요청하였으니 그 법에 위배되는지 안되는지를 수사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죄명을 바꾸어 '모욕죄'라고 의율 적용을 하고 무혐의라고 해준 것이다.

경찰이 사건을 은폐하거나 죄가 되는 자를 무죄로 빼내 줄 때 사용하는 다양한 수법 중에서도 이 방법은 정말 최악에 해당하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방법이다.

왜냐하면, 고소장에 문서로 명확하게 기재된 고소내용을 무시하고 다른 죄명을 적용해서 죄가 되지 않는다고 하는 방법이니 정말로 심각한 눈 가리고 아웅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피해자는 서울경찰청 수사이의제기팀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 담당자가 고소인에게 연락을 취해왔다.

"검찰에 넘어갔으니 검찰에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보기로 하죠."


비리 경찰들이 쓰레기인 것은 비리를 저지르기 때문인데, 게으르고 책임에 방만한 대부분의 경찰들이 일처리를 하면서 저지르는 문제는 '방만'이다.

영화 빠삐용에서 나오는 대사를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자신들이 수사한 것이 잘못된 것은 덮기 위해, 검찰이 눈감고 그냥 불기소를 결정해주기만 하면 아무 문제없이 이 사안을 덮겠다는 것이다.

고소인이 담당 조사관의 변명에 어이가 없어 그의 상관인 경감을 찾았다. 경찰대를  졸업하고 경위부터 시작해 행정업무로 다져진 여자 경감은 애써 말을 에둘러 표현하며 제대로 조사하여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바로잡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약속했다.


검찰에서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올린 사건을 굳이 세세히 살펴보고 기소하겠다고 경찰을 혼내고 소위 '빠꾸'를 보내는 확률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는가?

매일같이 쌓이는 사건 서류를 보며 3개월 처리 기한을 꽉 채워 일이 많다고 징징거리는 검사와 그 방의 수사관 및 직원들의 행태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검사가 제대로 서류를 보고 사건을 면밀히 따지고 사인하고 도장을 찍냐고?

당신의 주변에 검사라는 직업을 가진 자가 있다면 당당히 그가 당신의 질문에 당신의 눈을 바라보며 그렇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런데 그런 점을 활용하여 자신들의 잘못을 덮는 경찰은 그야말로 하이에나 같지 않은가?

피해자는 몇 달이 지나 검찰의 불기소 결정문을 받았고, 그 일주일 후에 서울경찰청 수사이의제기팀에서 통보서를 받았다.

통보서는 A4용지 딸랑 한 장이었고 분량은 그 A4용지의 3분의 2밖에 되지 않았다.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해당 사건을 조사한 결과, 수사과정에서 과오나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 문서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결론을 맺었다.

"해당 수사관이 사이버 명예훼손을 모욕죄로 잘못 의율 적용한 부분이 있어 구두 경고하였습니다."


전문작가나 법적 문서를 작성하는 법조인이 아니라 하더라도, A4 한 장도 채우지 못할 문장을 쓰면서 첫 문장에는 과오가 없다고 적고, 마지막 결론에 과오가 있어서 '구두경고'하였다.라고 자폭하는 문장을 쓰기에는 심각한 쪽팔림이 수반된다.


강간으로 고소하였는데, 살인죄가 되지 않으니 무혐의라고 하면 누구나 분노하지 않을까?

굳이 여기서 모욕죄와 명예훼손죄가 왜 다르고, 명예훼손죄를 덮어주기 위한 갖은 방법을 강구하였으나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 갑자기 모욕죄라는 뜬금없는 죄명을 새롭게 만들어낸 것도 어이가 없지만,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 원래 명예훼손으로 다시 판단을 해야 옳을 것이다.

그러나 담당 조사관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담당 조사관의 상관이라는 경찰대 출신의 여자 경감까지 통화를 하였으니 이 사안이 단순히 그 담당 조사관 개인의 일탈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들이 한 통속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경악할 만한 진실을 최근에 경찰청에 갔다가 알게 되었다.

4년 전에 국민학생도 알만한 한 문단에서 모순된 내용의 결론은 버젓이 적은 그 담당 조사관은 수사이의제기팀에서 수사 심의계로 이름이 바뀐 그 부서에서 팀장으로 버젓이 승진하여 버티고 있었다.


그 4년간, 아니 그 전의 수년간과 앞으로 몇 년간 그가 맡은 수사이의에 대한 사안은 모두 이와 같은 경찰의 편의에 맞춰 어떤 식으로 올라가든 경찰의 비위를 발견해내는 일은 결코 발생하지 않을 것이고 그는 그 업무를 잘한 덕에 승승장구하여 그 자리를 지킬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와 같은 자가, 아주 특별하고 우리와 마주칠 일이 없는 다른 세계에 속해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서울경찰청에서 근무한답시고 어깨에 힘을 주며 여전히 행세하고 다닐 것이고 그의 아내와 그의 자녀는 자신의 남편과 아버지가 훌륭한 경찰이고 힘깨나 쓰는 부서에 있음을 자랑스럽게 여길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자'가 드문 자라면, 솎아내고 잘라내면 되겠으나 '이런 자들'이 우리나라 경찰을 대표한다면 그것은 우리 사회가 왜 썩는지 광화문에 나가 시위하고 목소리를 높이기 전에 고민해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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