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마음대로 하세요. 우리도 협회 고문변호사 통해서 정신적 물질적 손해배상 청구할 겁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그가 '결정적인' 말실수를 한 것이었다.
내가 물었다.
"소비자원에 소비자가 사진 원본 파일을 달라고 해서 그냥 30만 원에 팔고 액자를 그냥 업그레이드해줬다고 하셨던데, 액자를 강매하면서 액자 패키지를 사면 원본 파일을 주겠다고 한 거 아닙니까?"
그랬더니 그가 허둥지둥 말을 더듬으며 실수를 내뱉기 시작했다.
"우리는 지금도 액자패키지를 구매하시는 분에 한해서만 원본사진 파일을 70만 원에 팝니다. 원본사진 파일만 구매하겠다는 사람에게는 절대 팔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한다고요? 말이 됩니까? 원본사진 파일을 구매하겠다고 해서 30만 원 받고 우리가 그냥 서비스로 액자를 업그레이드해드린 거 아닙니까?"
"네???"
"하여간 모르겠고, 형사든 소비자원이든 다 우리가 풀려난 건 이유가 있는 거예요. 그런 줄 아시고, 마음대로 해보세요, 우리도 법대로 조치할 테니까."
그의 헛소리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원본 파일을 판매하지 않는 물건이라고 소비자원에 주장했다가, 실제로 오늘 통화에서, 액자 패키지를 구매하는 사람에 한해서 별도로 70만 원을 받고 파는 물건이란다. 그 70만 원에 판다는 원본 파일은 액자패키지를 구매해야만 그나마 구매할 수 있다 하니 그것은 필수조건이다. 즉, 선결조건은 고가의 액자패키지를 구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건에서 소비자원에 그가 꾸며낸 변명의 내용은...
소비자가 원본사진을 구매하고 싶다고 해서 30만 원을 받았고 액자를 업그레이드시켜준 거다,였다.
고가의 액자패키지를 구매해야만, 70만 원을 내고 겨우 받을 수 있는 원본사진 파일을 30만 원에 팔고 더 고가인 액자를 그냥 업그레이드시켜줬다는 궤변이 튀어나온다.
게다가...
원본사진 파일은 절대 판매하지 않는다고 했던 자의 입에서 지금 매장에 원본사진 파일은 70만 원에 판매된다고 붙여놨다는 말까지 나왔다.
흐흐흐....
통화내용은 자동 녹취되었다.
소비자원의 담당 조사관에게 연락을 했다.
전 변호사인 자가 상임위원이자 이번 분쟁조정위원회의 위원장을 하였으니 그에게 물어봐야 하는데, 무료 사진 촬영권에 대한 법적 해석은 쏙 빼놓은 채, 액자와 사진 원본 파일을 구매하는 계약을 구두로 별도 진행한 것으로 판단하였고 이미 결론이 나왔기 때문에 뒤집지 않을 거란다.
그 상임위원이라는 자에게 연락하라면서 비서실 번호를 알려주었다.
전화를 걸었다.
비서라는 젊은 아가씨가 전화를 받으며 위원이 자리에 안 계시니 전달 내용을 위원님에 전하겠다고 했다.
구구절절이 설명하고 긴급히 통화를 요한다고, 경정에 해당하는 법적인 심각한 사유 때문에 책임자가 회피할 문제가 아니므로 연락을 요한다고.
연락은 오지 않았다.
대신 다음날, 비서라고 했던 어눌한 어린 아가씨가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제가 알아봤는데, 위원님에게 전달해드릴 수가 없어서요."
"뭐라고요? 직접 전해주겠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게, 그러려고 안 한 게 아니라, 원래 그런 게 아니고 제가 알아보니까..."
"무슨 말이에요? 당신이 비서라면서요? 그리고 말을 전해주겠다면서요? 내용을 위원에게 전달했습니까?"
"아니요. 감사실에 메신저로 그런 연락이 왔었다고 그냥 전했는데요."
"뭐라고요? 위원에게 전해준다면서요? 그래서 내 연락처와 개인정보까지 다 얘기한 거 아닙니까?"
"절차가 제가 위원님께 알릴 수가 없어서요."
"네? 당신이 그 사람 비서이고, 그 사람이 자리에 없으니 연락해서라도 내 메모를 전달하겠다고 하지 않았나요?"
"네. 그랬습니다. 그런데...."
"그런데가 아니라, 지금 내가 아가씨와 개인적인 안부전화를 하는 것도 아니고 이건 공식적인 전화이고 나는 조사관에게 정식으로 연락받아서 내 개인정보 다 알려주고 메모 전달해달라고 했고, 당신은 비서로서 그렇게 하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지금 뭐라는 거죠?"
"저는 따로 드릴 말씀이 없는 것 같습니다."
"네? 당신 상관이 누굽니까?"
"왜 그러시죠?"
"제가 당신의 이 어이없는 행동에 대해 상관에게 책임을 물으려고요."
"네 그럼 전화드리라고 메모 전하겠습니다."
독자들이 예상하겠지만 당연히 연락은 오지 않았다.
전화를 다시 걸었지만 일부러 받지 않았다.
나중에 감사실까지 털어서 연락이 겨우 된 그녀의 상관이라는 여자는, 정식 직책이 홍보실 과장이었다.
그녀의 본래 역할은 소비자원장의 비서란다.
정부기관의 정식 공무원, 그러니까 행시를 통해 공무원이 된 이들의 후안무치한 태도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신랄하게 다룰 예정이다. 그중에서도 으뜸인 외교부 공무원에 대한 것은 별도의 장편소설이 준비되어 있으니 그것도 별론으로 하겠다.
홍보실 과장이자 소비자원장의 비서라는 그녀는 더 어이가 없었다.
"우리 비서의 태도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위원님께 전달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조정국을 통해 의견을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아니, 비서 본연의 역할을 해달라고요. 당신이 모시는 상관에게 이 사안을 보고하고 그 상관이 뭐라고 얘기하는지에 대해서 피드백을 달라고요. 그게 어려운 일입니까? 내가 절차를 어기고 당신 상관 바꿔, 라며 언성을 높인 것도 아니고, 절차 다 밟고 이쪽으로 연락해서 위원과 이야기를 나누라고 하여 연락한 거 아닙니까?"
"어쨌든 이 일은 조정국 소관이니 그쪽을 통해 연락하도록 하겠습니다."
70년대, 시골 동사무소를 가면 간혹 '업무분장'이라는 단어로 자신의 일이 아니라면서 코딱지를 후비며 민원인을 홀대하는 '주사'를 흔히 볼 수 있었다.
우리 업무가 아니니 업무 담당자를 찾으라는 핑계가 딱 좋기 때문이다.
누가 맡아야 할지 애매한 일은 더 좋다.
서로 미루면 민원인이 지쳐서 나가떨어지니까...
홍보실 과장이라는 비서와 그 아래 비서, 어찌 되었든 그녀들은 소비자원 소속의 직원이다.
소비자원은 충북 음성의 촌구석에 있다.
촌구석에 있다고 촌구석 촌부들이 일하는 곳은 아닐 것이다.
소비자원은, 개인회사가 아니다. 구멍가게도 아니다.
그런데 그들이 하는 행동은 2021년에 맞춰진 느낌이 아니다.
그녀들은 그녀들이 하는 행동으로 인해 자신과 자신이 속한 모든 세계가 썩어 문드러져간다는 사실을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