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의 단계를 정리해주마.

내 공부를, 어떻게 딴딴히 할 것인가?

by 발검무적
子曰: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음이 없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학문을 하는 것을 업으로 삼은 이후,

이 글을 처음 읽었던 10대, 그리고 배웠던 20대,

그리고 한참을 돌아 나온 지금 읽어봐도

그때마다 마음의 울리는 곳이 다르고,

그 공명의 정도 또한 다르다.

이것이 고문의 깊이인가 하고 늘 감탄한다.


지난번에 '체행'

즉, 배우기만 하고 실행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것에 대해

잠시 논한 바 있다.

이번 장은 궁극적으로 학문하는 단계가 어떻게 무르익고

업그레이드해야 하는지에 대한

한 줄 설명되시겠다.


첫 번째 단계

학문을 충분히 배우고 익힌다.

너무도 당연한 단계이다.

사실 이 단계도 어렵긴 하나,

그 방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니

그나마 어렵지 않다 하겠다.


두 번째 단계

그렇게 익힌 학문적 지식을 자신이 곱씹어

사색하여 생각을 정립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단계는 남의 학문, 남의 지식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작업을 의미한다.

내 나름대로 이해하고 내가 의문 가는 것을

정리하여 그것 나름의 해답을 도출하고

그 체계를 확실하게 정리하여

이른바 온전한 '내 것'으로 만드는 단계를 의미한다.

사실 주변 동료 학자들을 보면,

이 단계를 얻는 데 있어 다양한 방법이 있다.

학생들에게 가르치면서 자신이 아는 것에 대한

체계를 갖추고 곱씹어 자신의 것으로

겨우 만드는 경우는

지극히 다반사이고,

책 출간을 위해 원고를 쓰고 다듬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생각이 정리되고 더 발전되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밟는 경우도 많다.


세 번째 단계,

역과정이다.

최신 논문이나 연구성과에 대한 성찰 없이

그저 주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만을

쌓아 올리다 보면

단단하지도 않을뿐더러

두루 체계적으로 검증할 수가 없다.

그저 자신만의 생각이고

공허한 울림에 그치지 않는다.


그 세 번째에 대해 경계를 한 것이

윗글의 뒷부분이다.

공부를 하고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지식을 정리하여 체계를 세우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공부도 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그 생각을 키워나가는 것은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둘 중에 어떤 것이 더 안 좋은 가에 대한 질문을

학생에게 받은 적이 있다.

좋은 질문은 아니지만, 기발했다.

둘 다 안 좋지만, 뒤에 것이 더 안 좋다.

쓸데없는 허망한 짓은 자신에게만 해가 가지만

위태로운 짓은 자신뿐만 아니라 남에게도

해가 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답은, '둘 다 나쁘다.'이다.

나쁜 것은 우열이 있을 수 없다.

게다가 이 두 가지는 묘하게 맞물려 있어,

앞의 것만 하는 자나 뒤에 것만 하는 자가 따로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공부를 하지 않아 머리가 나쁜 자는 게으른 대로 한 소리 듣고,

공부 쪼금 하고 뭔가 안답시고 제대로 공부하지 않고

자신이 다 아는 냥 주저리주저리

자신의 체계가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자는

위험천만하여 안전장치를 해제한

총을 휘휘 들고 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공부를 하지 않은 자들은 어쩌면

뒷 문장의 위태로운 자들의 큰 범위 안에 들어간다.

아무런 생각 없이 살지 않는 이상

공부하지 않고 익히지 않으면서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착각을 하거나

어떤 공부가 필요한지조차

고민하려 들지 않고

'그저' 살기 때문이다.

위태로운 삶을 그대로 방치할 것인가?

배우고 익히자.

즐거워진다고 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