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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Jun 15. 2022

허스키하고 낮은 목소리 때문에 늘 고배를 마셨지만-1

그것을 장점으로 부각시켜 기어코 자신의 인생을 정점에 올려놓다.

234번째 대가의 이야기.


1984년 11월 22일 미국 뉴욕에서 이란성쌍둥이인 누나로 태어났다. 그녀의 아버지는 코펜하겐에서 태어난 덴마크인으로, 건축가 일을 했다. 그녀의 친할아버지는 덴마크의 유명한 미술사학자이자 극작가였으며 감독으로 일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브롱크스에서 태어난 아슈케나짐 유대인으로, 프로듀서로 일했다. 그녀의 형제로는 여배우인 언니 버네사, 오빠 에이드리언과 이란성쌍둥이 남동생 헌터가 있고, 아버지의 재혼으로 이복 남동생 크리스천이 있다.


그녀의 가정은 거의 돈이 없는 생활을 해야만 했고, 그 와중에 어머니는 ‘영화광’이었다. 그녀와 형제는 그리니치 빌리지에 있는 초등학교에 다녔는데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2002년 맨해튼에 있는 프로페셔널 칠드런스 스쿨에 다니며 연기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영화광이던 엄마의 덕분에 7살 때 처음 보게 된 <오즈의 마법사>에 나온 주디 갈란드의 모습을 보고 그녀는 한눈에 푹 빠져버린다. 주디 갈란드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에 틈만 나면 거울을 보며 눈물이 나올 때까지 연기 연습을 했다. 눈물을 자유자재로 흘릴 수 있는 수준이 되자 이번엔 엄마에게 배우 오디션을 보게 해달라고 조르기 시작한다.

그렇게 그녀의 엄마는 딸을 데리고 배우나 광고 모델 오디션을 보러 다니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꿈꾸던 주디 갈란드가 될 수 없음을 깨달아야만 했다. 바로 그녀의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 때문이었다. 오디션을 보던 스카우터나 디렉터들은 그녀에게 감기에 걸렸냐고 묻거나 긴장에서 목이 잠긴 거냐며 목캔디를 권하기 일쑤였다. 그렇게 오디션에 매번 낙방하며 그녀는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어머니에게 안겨 서럽게 눈물을 삼켜야만 했다.


어린 딸이 그렇게 좌절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던 그녀의 어머니가 이제 그만두자고 하자, 그 말에 그녀는 다시 대성통곡을 하며 내 꿈을 빼앗아가지 말라며 애원한다. 그러던 어느 날 오디션 디렉터에게 계약하자는 연락이 왔다. 하지만, 그것은 오디션장을 따라왔던 그녀의 오빠에 대한 제안이었다. 그녀에게 기회는 허락되지 않았다. 그녀는 7살밖에 안되었던 당시의 좌절감을 이렇게 회상했다.

“나의 남은 인생은 이렇게 꿈도 희망도 없으리라는 비관적인 생각만이 가득했다.”


이후에도 그녀는 목소리 때문에 매번 오디션에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일부러 높은 톤으로 말하는 연습으로 목소리를 바꿔보려고도 했지만, 타고난 목소리를 바꾸는 것은 여의치 않았다.


그러던 중, 9살이 되던 1994년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어퓨 굿맨>등을 만든 거장 롭 라이너 감독이 만들고 브루스 윌리스까지 출연했던 판타지 코미디 영화 <노스>에서 존 리터의 딸 역할의 단역으로로 출연하면서 드디어 꿈에 그리던 영화에 데뷔하게 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총제작비의 25%도 회수하지 못할 정도로 흥행에 참패했고, 그해 최악의 영화 중 하나로 꼽히는 참담한 평가를 받게 된다.

미국의 배우로, 1994년 아역으로 데뷔한 이래 활발히 활동하며 전 세계적으로 높은 인지도와 스타성을 가진 배우로 인정받고 있는 인물이자, 2010년부터 <아이언맨 2>에 초능력은 없지만 초능력자들을 능가하는 능력자 블랙위도우 나타샤로 프로필의 정점을 10년이 넘게 찍고 있는 스칼릿 잉그리드 조핸슨(Scarlett Ingrid Johansson)의 이야기이다.


보통 어벤저스 시리즈와 <루시> 등으로 대변되는 액션 블록버스터로 그녀를 알고 있는 경우가 많으나, 꾸준히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여 SF, 코미디, 드라마, 멜로, 시대극 등 출연 배역과 장르의 스펙트럼이 넓고, 대규모 상업영화뿐 아니라 저예산 영화나 예술영화, 애니메이션 더빙을 비롯한 목소리 연기 등 필모그래피가 다양하다. 때문에 MCU 같은 촬영기간이 긴 대형 프랜차이즈를 촬영하면서도 1년에 2~3편가량의 영화에 출연하는 다작왕으로도 유명하다.


MCU에 첫 등장한 2010년을 기준으로 2021까지 11년 동안 무려 24편의 영화에 출연하였고 이 중 22편은 로튼 토마토에서 ‘Fresh’를, 그중에서도 17편은 신선도 보증 마크를 받았다. 흥행성적도 뛰어나서, 2021년 기준 할리우드 역대 누적 흥행 수익 3위, 여성 1위에 랭크되어 있다.


수상경력으로는 2003년에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로 BAFTA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였고, 2010년 연극에도 도전하여 <A View From The Brige>로 토니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였다. 2019년에는 <조조 래빗>, <결혼 이야기>로 아카데미 시상식에 생애 처음으로 노미네이트 되었다. 수상에는 실패했으나 여우조연상과 여우주연상에 역대 12번째로 더블 노미네이트 되는 기록을 세웠다. 더불어 2019년에는 출연한 <어벤저스: 엔드게임>이 전 세계 흥행 1위를 마크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의 흥행 참패와는 별개로 그녀의 깜찍한 외모와 연기가 다른 제작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으며 1995년 영화 <함정>, 1996년 영화 <친구와 애인 사이>와 <매니 & 로>에서 조연으로 연이어 출연하게 된다. 그녀는 <매니 & 로>로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즈 여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되는 성과도 얻어낸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는 스칼렛 요한슨의 단점으로 줄곧 지적되던 그녀의 목소리가 영화의 어두운 분위기에 아주 잘 녹아들어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처음으로 그녀의 목소리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성과를 얻어낸다. 이 영화에서 감독은 도입부의 내레이션에 그녀의 목소리를 넣어 영화의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평론가 믹 라살은 당시 그녀와 그녀의 연기에 대해 다음과 평가했다.


“온화한 아우라가 느껴졌고, 사춘기 동안 그 누구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 요한슨은 영향력이 큰 여배우가 될 것이다,”


이후 1997년 <폴>과 <나 홀로 집에 3>에서 조연을 맡으며 연기활동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12살이 되던 1998년에는 로버트 레드퍼드 감독의 <호스 위스퍼러>에 출연하면서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렸다. 이 영화에서 그녀는 승마를 하다가 사고를 당해 한쪽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딸 역할을 맡아 그 특유의 목소리로 어두운 소녀의 좌절을 아주 잘 그려냈다.

본래 이 배역은 당시 실제 부상 중이던 나탈리 포드먼에게 갈 배역이었으나 그녀가 고사하면서 감독이던 로버트 레드포드가 수백 편의 영화를 검토하던 중에 <매니 & 로>에서 허스키하고 낮은 목소리의 상처받은 소녀를 연기했던 요한슨의 분위기에 매료되어 낙점하게 된 것이었다.

그녀는 이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았다. 캐스팅이 되지 마자 도서관으로 달려가 다리를 잃고 사는 사람에 관련된 모든 서적과 자료를 섭력하며 연기의 바탕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리를 잃은 사람들도 스포츠를 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는 실제로 한쪽 다리가 없는 사람을 수소문하여 찾아가 그가 한쪽 다리로 계단을 오르내리는 모습을 포착하고는 그 동작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연습했다고 한다.


그런 그녀의 노력은 결국 그해 아역배우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게 되었고, 그녀는 이 영화로 시카고 비평가 협회상 신인 여자배우상 후보에까지 올랐다.


그렇게 막 배우로서 이름을 알리고 연기에 물이 오를 10대 후반의 그녀에게 또 다른 좌절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그녀의 부모가 이혼하는 아픔을 고스란히 목도하게 된 것이다.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그녀는 외할머니와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고 한다. 당시 그녀에게 베스트 프렌드가 누구냐는 질문을 하면 주저 없이 그녀는 외할머니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1999년에는 <베이브는 외출 중>에 출연했으며 2001년에는 코언 형제의 네오 누아르 영화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에 출연했다. 또한 1999년 맨디 무어의 노래 <Candy> 뮤직 비디오에 출연했다. 이렇게 여러 영화에 출연했으나, 흥행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그렇게 청년기를 맞이하게 되면서 소녀시절 그렇게 발목을 잡았던 그녀의 허스키한 중저음의 목소리는 그녀를 또래 배우들과 차별화시켜주는 그녀만의 무기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녀는 주연배우급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2001년 개봉한 영화 <판타스틱 소녀 백서>에서 그녀의 연기는 평론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아낸다. 한국어 제목만 보면 가벼워 보이는 이 영화는 원제가 <ghost world>라는, 그래픽 노블이 원작인 작품으로 10대 소녀의 불안과 우울을 날카롭게 그려내 언론으로부터 소녀판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던 수작이었다.

이런 제법 묵직하고 진지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사회성 강한 영화의 10대 주인공에 허스키하고 다크 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그녀의 목소리와 성숙한 연기는 그야말로 맞춤 그 자체였던 것이다. 한 평론가는 '요한슨의 나이대에서 이런 감수성과 재능은 있을 수 없다'라고 평했다. 이 영화로 그녀는 토론토 영화 비평가 협회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했고, 온라인 영화 비평가 협회상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이때부터 그녀는 10대 후반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조숙한 이미지를 가진 무게 있는 연기가 가능한 여배우로 할리우드와 여러 평론가들에게 인식되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 모든 좌절의 원인이라고 원망했던 그녀의 목소리가 그녀만의 캐릭터를 확고하게 형성하게 만드는 무기로 공인받는 순간이 온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10대 후반부터 20대 성인 역할을 맡게 된다. 그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2003년에 개봉했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와 같은 해에 개봉했던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였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에서는 주인공 콜린 퍼스와 함께 그의 하녀 역을 맡으며 그 흔한 키스신 하나 없으면서도 묘한 성적 판타지를 연상시키는 연기를 눈빛과 분위기만으로 완성시켰다는 격찬을 받게 된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역시 그녀가 미성년자였던 10대 후반에 촬영한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드문데, 이 영화는 고작 4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무려 그 30배에 달하는 1억 20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엄청난 흥행을 기록한 영화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서도 역시 일본을 무대로 타지에서 외국인으로서의 이질감과 고독을 겪는 현대인의 쓸쓸함을 그려내는데, 당시 17살이던 그녀는 결혼한 20대 여성의 연기를 너무도 자연스럽게 해낸다.  결혼에 회의감이 드는 시기에 우연히 만난 중년 남성과 불륜을 저지를 듯 말 듯한 아슬아슬한 장면을 포함하여 쓸쓸한 표정연기로 세상과 단절된 듯한 고독감을 잘 표현해냈다.

이 영화의 캐스팅이 진행될 때까지만 해도 워낙 어렸던 스칼렛의 나이 때문에 반대하는 스텝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여성 감독인 소피아 코폴라는 자신이 그려왔던 이미지에 너무 적격인 데다가 무엇보다 스칼렛의 허스키하고 독특한 목소리가 쓸쓸한 주인공의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제격이라며 캐스팅을 감행한 것이었다. 감독의 눈은 정확했다. 이 영화를 통해 그녀는 골든글러브 여우 주연상 후보에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하게 된다.

이러한 그녀의 필모그래피는 이후, 할리우드에서 아역배우가 성공적인 청소년기를 거치며 성인 연기자가 되는데 가장 이상적으로 성공한 모델로도 손꼽히게 된다. 대개의 아역배우 출신들이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거나 제대로 성인 연기자로 도약하지 못하는 경우가 일반적인 케이스로 인식되었던 것에 반해, 그녀의 케이스는 너무도 훌륭하고 자연스럽게 그 고비들을 이겨내고 성인 연기자로 발돋움했기 때문이었다.


앞선 두 영화의 성공적인 평가와 흥행에 힘입은 탓이었는지 본격적으로 20대가 되면서 그녀가 맡게 된 역할들은 대개 뇌쇄적이고 섹시한 역할들이 주를 이루게 된다.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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