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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Jun 16. 2022

허스키하고 낮은 목소리 때문에 늘 고배를 마셨지만-2

그것을 장점으로 부각시켜 기어코 자신의 인생을 정점에 올려놓다.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1215



영화 <매치 포인트>

우디 앨런의 2005년작인 <매치포인트>라는 치정 스릴러에서 친구의 애인으로 등장해 남자 주인공의 마음을 빼앗아버리는 팜므파탈의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였으며, 2006년에는 휴 잭맨과 함께 <스쿠프>에서 연기 호흡을 맞췄는데 이 영화에서 그녀는 안경을 쓴 단정한 여성에서 나중에는 과감하게 노출 연기를 선보이는 반전 매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그녀는 자신의 이미지가 섹시 심벌로 굳어져가게 놔둘 만큼 어리석지 않았다. 바로 그녀를 상징하는 ‘목소리’가 다시 한번 그녀를 영화계에 각인시키는 역할을 선택하게 되는데, 그 영화가 바로 2013년작 호아킨 피닉스 주연의 <그녀>였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과 감정적인 교감을 나누는 인공지능 운영체제 사만다의 목소리가 바로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 연기였다.

영화 <Her>

이 목소리 연기를 맡게 된 과정도 굉장히 드라마틱하다. 이 영화의 감독 스파이크 존즈는 목소리 연기를 해볼 의사가 있느냐며 당시에 상당한 지명도가 있는 그녀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다. 목소리 연기라니까 그저 카메오 정도 수준의 연기를 예상했던 그녀는 처음 초대받은 감독의 집에 가서 무려 8시간이 넘는 시간을 토론에 토론을 거듭하며 감독과 호흡을 맞춰 대본 읽기를 하게 된다.


감독은 작정하고 그녀의 오디션을 할 생각으로 부른 것이었다고 나중에 고백하였다. 이때 이미 영화는 촬영이 모두 끝난 상태였는데, 인공지능 목소리 연기로 이미 영국 배우였던 사만다 모튼이 연기를 마친 상황이었다.

영국배우 사만다 모튼

그런데 영화 막바지 편집을 하던 감독이 아무리 생각해도 사만다 모튼의 인공지능 목소리가 영화의 톤과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게 되어 기존 녹음 편집본을 모두 폐기해버리고 영화의 톤을 잡아줄 목소리를 새로 찾아 녹음하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던 것이다.


감독은 기계의 느낌이 나면서도 인간 같은 묘한 경계에 걸쳐 있는 목소리를 찾고 있었는데 처음 자신의 집에 초대된 스칼렛 요한슨에게 감독이 한번 읽어보라며 요구했던 것은, 감정 따위는 전혀 느끼지 못하는 존재지만, 듣는 이의 귀에는 그런 것들이 있어 보이는 듯한 느낌으로 해달라는 정말로 철학적이면서도 그 작품을 내내 편집한 감독만이 이해할만한 요구였다.


결국 영화의 내용이 이 영화의 주인공인 호아킨 피닉스와 대화를 하는 것이 주를 이루는 대사였기 때문에 결국 호아킨 피닉스도 스칼렛 요한슨이 재녹음한 버전에 맞춰 재촬영에 흔쾌히 응하고 연기톤을 다시 잡는 등 다들 번거롭기 그지없는 재작업을 해야만 했지만,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매우 성공적으로 현대인의 우울함을 날카롭게 조명했다는 호평을 받으며 그해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무려 다섯 부분이나 노미네이트 되는 성과를 거둬낸다.

이후 MCU의 나타샤를 맡게 되는 것도 우연이 아님을 그녀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알 수 있는데, 그녀는 이미 2005년 인간복제를 다룬 반전이 뛰어나다고 평가되는 영화 <아일랜드>에서 1인 2역의 조던 2-델타/새라 역을 맡으며 대중성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에서는 매우 저조한 흥행 성적을 보인 반면, 한국에서만 320만의 관객을 불러모았을 정도로 다른 나라에서는 상당한 흥행을 하게 된다.


그리고 연이어 크리스토퍼 놀란이 감독을 맡은 스릴러 영화 <프레스티지>에서는 올리비아 웬스콤브 역할로 출연하여 휴 잭맨, 크리스찬 베일의 치열한 라이벌 연기 사이에서 긴장감을 더하는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2014년 최민식이 할리우드 진출작으로 악역을 연기한 <루시>에서는 평범한 여자에서 USB가 되는 난해한 캐릭터 연기와 화려한 액션 연기까지 완벽하게 소화해냈다는 격찬을 받아냈다.

그렇게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던 그녀에게 인생작의 기회가 온 것은 역시 그녀의 도전의식의 결과물이었다. 바로 그녀가 마블 영화 시리즈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2008년 <아이언맨 1>이 개봉하기 전만 하더라도 스칼렛은 히어로물에 대한 관심이라고는 조금도 없었다고 한다. 10여 년이 지난 결과적으로 보면 거대한 세계관을 갖춘 흥행 보증수표 영화 시리즈로 불리지만, 당시 <아이언맨 1>의 작은(?) 성공이 이렇게 10년이 넘도록 거대한 세계관을 갖춘 시리즈로 세계를 열광하게 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영화 관계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오히려 <아이언맨 1> 이전의 마블 영화들은 만들어지는 것마다 출연한 배우들의 흑역사로 기억되는 촌스럽기 그지없는 아이들용도 아닌 드라마 용도 아닌 그저 폐기용 비디오물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데어데블>의 벤 에플렉, <고스트 라이더>의 니콜라스 케이지가 그 대표적인 희생양으로 언급되곤 한다.

영화 <고스트 라이더>

<아이언맨 1>에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개런티가 그의 친구로 나오는 공군 장교 역할의 개런티보다 더 적었다는 점만 보더라도 이러한 사실을 여지없이 증명된다. 그런 상황에서 이미 필모그래피로 다양한 장르에서 흥행과 작품성을 인정받았던 스칼렛 요한슨이 굳이 이런 작품에 주연도 아닌 조연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상당한 모험을 의미하는 것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느 날 그녀에게 걸려온 어머니의 전화 한 통으로 그녀의 이러한 생각은 완전히 바뀌게 된다. <아이언맨 1>을 보고 온 어머니의 격찬에 평소 히어로물에 관심을 갖지 않기는 자신보다 더 했던 어머니가 그렇게까지 흥분하며 격찬하는 작품이 도대체 어느 정도인지를 궁금해하며 직접 극장을 찾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마블 영화의 매력에 흠뻑 매료되었다고 그 당시 자신의 감정을 회상하였다.


그리고, <아이언맨>의 속편 제작이 확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 스칼렛 요한슨은 마블 스튜디오 측에 꼭 출연하고 싶다고 자신의 의향을 밝히게 된다.

2009년 3월, 요한슨에게 오디션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녀는 당시 금발이던 자신의 머리를 캐릭터에 맞게 붉게 염색하고 오디션장에 나타나 자신이 얼마나 이 역할에 애정을 가지고 출연하고 싶어 하는지를 감독과 제작진에게 어필한다.

 

하지만 <아이언맨 2>의 블랙 위도우 역은 에밀리 블런트에게 낙점될 상황으로 이어졌다. 계약이 막 성사되려던 상황이었으나 당시 <걸리버 여행기>를 촬영하던 그녀의 촬영 일정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발이 되면서 스칼렛 요한슨에게 천우신조의 기회가 다시 돌아오게 된다.


그렇게 2010년을 시작으로 그녀는 마블 영화 시리즈에 무려 9편이나 출연하게 되면서 블랙 위도우로서 활약하게 된다. 당시의 상황을 회상하며 스칼렛 요한슨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실 저는 거의 모든 배역에서 두 번째 선택이었어요. 제 배우 생활을 통틀어 최고로 기분 좋았던 연락은 거절 통보를 받았던 배역에 대해 다시 저를 캐스팅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는 것이었습니다. 그 배역에 더 감사함을 갖게 되거든요.”

이렇게 그토록 바라던 역할을 꿰차고 흥행에 승승장구하게 되지만, 마블 영화에 출연하게 되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계약조건에 난감해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하게 된다. 한 번에 다년간의 시리즈를 계약하는 영화를 촬영하다 보니 만삭인 상태였음에도 부득이하게 촬용을 감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바로 <어벤저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촬영 당시였는데, 이때 스칼렛이 등장하는 장면을 자세히 보면 상반신만 찍거나 편집 과정에서 CG로 처리를 하는 등 그녀나 영화 제작진이나 고생스러운 촬영을 이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한편, 지금은 누구나 그녀의 액션 연기가 자연스럽게 보여진다고 하지만, 실제 그녀가 액션 연기를 본격적으로 해본 적이 없음에도 그 역할을 맡게 되면서 그녀는 나타샤(블랙 위도우)의 신속하고 절도 있는 움직임을 특기로 한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꽤나 강도 높은 운동을 하며 그전까지 해보지 않았던 훈련에 돌입하게 된다.


<아이언맨 2>에 캐스팅이 확정되고 촬영이 들어가기 전까지는 5주밖에 시간이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그녀는 남자들도 하기 어렵다는 몸만들기와 스턴트 대역을 최소화하는 액션 연기가 몸에 붙도록 10여 년간을 그렇게 자신을 훈련했다.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는 시기를 제외하고는 새벽 5시에 일어나 그날 해야 할 운동을 모두 끝내고 나서야 하루를 시작하는 루틴을 만들어갔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의 생활이 되었다.

그렇게 아이 엄마가 되기까지 그녀는 몇 번의 공개연애와 결혼을 거쳐왔다. <블랙 달리아>를 촬영하면서 인연이 된 조쉬 하트넷과 열애를 시작으로 25살 차이가 나는 숀 펜과도 연애를 한 적이 있었다. 그녀의 첫 번째 결혼은 그녀가 24살이던 2008년이었다. 결혼상대는 현재 <데드풀>로 한국 팬들에게도 유명한 라이언 레이놀즈였다.

결혼 초창기에는 같이 운동도 다니고 산책을 함께 하는 등 누가 봐도 여지없는 할리우드 잉꼬부부였다. 하지만 이 둘의 결혼생활은 불과 2년 만에 파탄을 맞게 된다. 이혼 당시에는 구체적인 이유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수년이 지나고 나서야 이 당시를 회상하며 스칼렛이 관계 악화의 이유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한 바 있다.


가장 큰 결별의 이유는 당시 서로에게 가졌던 경쟁심 때문이었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잘 나가는 배우들이었고, 자신들이 쌓아온 커리어가 있다 보니 서로 자연스럽게 경쟁심이 생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아무리 인지도가 높은 배우라지만 오디션을 보고 모두 캐스팅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쪽이 다른 한쪽에 비해 월등하게 잘 나가는 형태를 보게 되면 열등감 때문에 싸움이 잦아졌다고 고백하였다.


서로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다 보니 몇 개월간이나 서로 다른 지역에서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혼한 지 1년이 지난 시점에 라이언 레이놀즈는 영화 <그린 랜턴>을 통해 가까워진 배우 블레이크 라이블리와 재혼을 하게 된다.


사실 시기상의 미묘한 문제 때문에 할리우드의 호사가들은 두 사람이 이혼하게 된 이유가 라이언 레이놀즈의 불륜 때문이 아니냐는 말도 만들어내곤 했다. <그린 랜턴>을 촬영하던 시기가 이 둘이 이혼신청을 하기 6개월 전이었고 이혼이 마무리가 된 지 1년 만에 바로 라이언이 재혼했다는 점에서 이 외도설은 급속도로 퍼져갔다.

1년 만에 전 남편이 바로 재혼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 스칼렛은 그가 이렇게 빨리 재혼할 줄은 몰랐다며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라이언 레이놀즈는 재혼하고 나서 딸을 셋이나 낳고 아주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게 상대적 상실감을 가지고 있던 스칼렛은 두 번째 남편으로 저널리스트였던 프랑스인 로메인 도리악을 선택한다. 라이언과 이혼한 지 3년 만인 2014년에 재혼했는데, 이듬해 둘 사이에 사랑스러운 딸도 태어났다. 하지만, 이 두 번째 결혼도 불과 2년 만에 파경을 맞게 된다. 이후 스칼렛은 <SNL>의 코미디언이자 작가인 콜린 조스트와 함께 지내고 있다.


이제 30대 중반을 넘긴 그녀는 2019년 <결혼 이야기>와 2020년 <조조 래빗>에서 드디어(?) 나이에 맞게 아이를 둔 엄마이자 아내의 역할로 출연하게 된다. 이 영화들에서는 그녀는 현실적인 부부갈등을 잘 그려냈다는 호평을 받으며 그해 여우주연상과 여우 조연상 후보에 각각의 영화로 노미네이트 되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영화 <조조 래빗>

이틀간에 걸쳐 목소리 때문에 배우로서 선택받지 못하고 우울한 시기를 거쳐야만 했던 미운 오리 새끼가 그 목소리의 특기를 살려 독보적인 백조로 성장했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당신에게 들려주었다.


참고로 그녀의 목소리는 기어코 그녀를 가수로까지 데뷔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2007년 중반 루이지애나주의 시골 도시 모리스 독사이드 스튜디오에서 한 달간 지내며 자신의 첫 앨범 녹음을 진행했다. 2008년 5월 첫 앨범 <Anywhere I Lay My Head>를 발매하게 되는데, 가수처럼 상당한 이슈까지 일으킨 것은 아니지만, 전업 가수가 아니었음에도 그녀의 목소리가 주는 특유의 그녀만의 음악은 상당한 인정을 받은 바 있다. 빌보드 히트시커스 탑 차트에선 1위까지 올라갔었고, 빌보드 200에서는 126위에도 올랐다.

처음엔 아이 같지 않은 목소리라고 선택받지 못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10대에 어울리지 않는 우울한 영화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목소리로 각인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그러한 경향은 10대부터 조숙한 이미지로 인정받으며 성인 연기를 했고, 자연스럽게 그것은 뇌쇄적이고 섹시한 이미지로 연결되었다.


실제로 스칼렛은 여러 미디어의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여성 목록에 자주 포함된다. 2006년 3월 배우 키이라 나이틀리, 모델 톰 포드와 함께 <배너티 페어>에 누드로 표지를 장식해 화제가 되었다. 2006년 11월 스칼렛은 <에스콰이어>의 ‘실존하는 가장 섹시한 여성’으로 선정되었고, 2007년 2월 <플레이보이>의 ‘올해의 가장 섹시한 유명 인사’로도 선정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현재 전 세계 영화팬들에게 섹시 심벌로만 각인되어있지 않다. 그것은 그녀의 부단한 노력으로 이뤄낸 성과였다. 그녀는 끊임없이 자신을 변화시키고 발전시켜나갔다. 바꿀 수 없는 그녀의 목소리는 그녀의 부단한 노력으로 그녀만의 무기이자 색깔이 되었다.


어쩌면 당신도 천성적으로 타고난 어떤 부분 때문에 당신이 핸디캡이라고 여기거나 콤플렉스라고 느끼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누구에게나 그런 부분은 있다. 하지만, 그것을 자신의 장점으로 바꾸는 노력으로 성공한 이들은 그리 흔치 않다. 그것은 엄청난 노력과 의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녀의 삶에서 보았듯이 그녀 역시 여러 면에서 실수하고 실패하고 부족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계속해서 노력해나가고 있고 부족함을 메워나가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가 지금의 그 자리에 있으며 한반도 한 구석에 있는 당신에게 기억될 리가 없기 때문이다.

당신은 어떠한가? 당신의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당신의 실수를 성공으로 바꾸기 위해 끊임없이 성찰하고 노력하고 있는가? 그러한 노력이 아예 없는 자들이 인생의 실패자로 평가되는 자들이며 그 노력을 멈추는 순간이 스스로를 포기하는 순간임을 알면서도 하지 못한다면, 그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무엇이 부족한지 무엇이 잘못인지를 파악하는 것도 어렵지만, 그런 점들로 인해 실수하고 실패했다면, 뭘 주저하고 있는가? 그것을 만회하려고 다시 일어나 노력하고 고쳐나가면 되는 것이다.


그 다음은 당신의 노력 끝에 찾아오는 성공이, 뭇사람들의 인정이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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