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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Jun 30. 2022

세계 1위에서 순식간에 몰락해가는 회사에 있다가 –2

회사를 부활시키기 위한 구원투수로 나서 전설을 쓰다.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1251



물론 당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던 선두기업 노키아의 판단을 다음과 같이 옹호하는 분석도 없지는 않았다.     

우선 안드로이드로 가는 게 그나마 가장 나은 선택처럼 보일 즈음엔 이미 합류하는 것이 뒤늦은 상황이었다는 분석이다. 스마트폰을 개발하는 게 하루아침에 끝나는 작업도 아니고 스마트폰 OS는 한번 결정하고 나서 쉽게 다시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시장에서 확연하게 안드로이드가 대세라는 흐름이 보일 때 즈음에는 이미 버스를 놓쳐버린 격이었다는 설명이다.

     

이미 당시 안드로이드 진영엔 경쟁사들이 득실대고 있었고, 문제는 그중에서 제대로 된 흑자를 내고 있었던 회사는 삼성밖에 없었다. 나머지 중 상당수는 적자를 내기에 바빴고, 그렇지 않은 기업들은 간신히 본전 치기를 하거나 제대로 된 수익을 창출하는 것에 불안한 실정인 것도 사실이었다. 때문에 노키아의 입장에선 뒤늦게 안드로이드 진영에 참가해서 흑자를 보려면 과연 삼성에 가깝게 따라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볼 수 있었는데, 계약을 해야 하는 시점에서는 그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었다는 것이다.     

이미 안드로이드 점유율은 삼성이 장악했다는 점이 가장 큰 진입장벽을 만들었고, 삼성은 SoC를 설계 가능하고 제조도 가능할뿐더러 그 이외에도 플래시 메모리 등도 생산하는 등, 스마트폰의 주요 부품 생산라인을 이미 확보하고 있었다는 점과 각종 특허까지 가지고 있었다는 라는 강력한 장점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거기다 노키아는 한때 휴대폰 시장 1등이었지만, 주력 생산폰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피처폰들인 반면, 스마트폰 경쟁은 값비싼 프리미엄 플래그쉽급 경쟁으로 흐르고 있었기 때문에 노키아가 기존에 생산하던 핸드폰과는 현격한 품질의 차이가 있었다.      


단순히 휴대폰 시장 1위로서의 노하우만으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과 대등한 수준의 경쟁하기엔 무리에 가까웠다는 판단은 틀렸다고만 보기 어려웠다. 그런 현실에서 당시에 노키아가 안드로이드 시장에 뛰어들었다간 나오는 결과는 간신히 본전 치기를 엎치락 뒤치락하는 어중간한 제조사로 남게 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던 것이다.     


반면에 윈도 폰으로 간다는 것은 승산은 적겠지만 그것을 가지고 성공을 이끈다면 일인자의 위치를 탈환하는 것도 불가능은 아니라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결정이었다.     

하지만 위의 옹호론은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팩트이다. 결과론적이라고도 할 수 있겠으나 안드로이드를 포기한 것에 대한 통렬한 비판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시기적으로 노키아의 의사 결정이 이뤄진 것은 2011년으로 당시는 아직 안드로이드가 완전한 대세로 자리잡기도 전이었을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제조업체 특유의 편중된 수익구조가 고착화되지도 않았고, 삼성전자가 세계시장에서 본격적인 두각을 나타내기도 전이었다. 2011년에 출시된 갤럭시 S2는 여전히 한국시장 정도에서만 아이폰의 대항마로서의 위치를 점했을 뿐이다. 즉 2011년에 이뤄진 노키아의 의사결정에 안드로이드 시장이 선점당해서 부득이하게 윈도폰 OS를 선택했다는 주장은 시기적으로도 맞지 않는 궤변이라는 지적이다.     


둘째, 삼성전자 특유의 일관 부품 공급체계에 노키아가 대응할 수 없었다는 주장도 맞지 않는다. 당시만 해도 부품 공급망 장악의 최강자였던 업체 1위는 다름 아닌 노키아 자신이었기 때문에 이 주장 역시 자기변호를 하기에는 논리적으로도 너무나 어설프기 그지없다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셋째, 옹호론이 가지고 있는 무엇보다도 가장 심각한 결함은 방대한 연구개발 리소스를 가지고 있는 노키아의 입장에서 안드로이드와 윈도폰 OS을 동시에 채택하는 것 자체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는 점이고, 이러한 방대한 개발 리소스를 활용한 사업 다각화는 업계 1 위급의 업체가 전형적으로 사용하는 효과적인 개발 전략이다. 노키아로서는 어차피 미고와 심비안을 포기하게 되는 상황이었으므로 유휴인력은 얼마든지 공급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즉, 옹호론이 주장하는 논리와는 달리 안드로이드와 윈도폰 OS 중 한쪽을 선택하면 다른 한쪽을 부득이하게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 같은 것은 애초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당시 난립하던 모바일 OS 전부에 관심을 가지며 신제품은 한 번씩 다 내보기로 유명한 회사였고, 그 와중에 자사 독자 OS까지 시장에 출시했다. 그리고 이 둘보다 덩치가 훨씬 작은 HTC도 윈도폰과 안드로이드 개발을 동시에 진행해 나가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러한 냉철한 비판에 대한 분석을 종합하면, 노키아가 2011년에 부득이하게 윈도폰 OS만을 선택해야만 했던 근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즉 노키아는 주변 상황이 아닌 스스로의 판단으로 윈도폰 OS를 배타적으로 선택했고 안드로이드 OS를 버렸으며 그리고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망하고 말았다.     


노키아는 왜 이렇게 급격하게 몰락한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가장 큰 원인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역시 최고 의사결정권자(CEO)의 결정적인 오판을 꼽을 수 있다. 1998년부터 1위를 차지해 온 휴대전화 사업이 흔들린 건 2008년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하면서부터이다. 아이폰은 ‘다양한 기계를 잘 만드는’ 노키아의 전략과는 정반대로 비싼 단일 모델이었지만 사용자가 자유자재로 여러 기능(앱)을 추가할 수 있게 만들었다. 또 이에 대응해 삼성전자 등 경쟁사들은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애플 아이폰이 시장에 출시되고 스마트폰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던 2010년 노키아의 CEO는 재무책임자(CFO) 출신이었던 올리페카 칼라스 부오였다. 그는 CFO 출신답게 원가절감을 통한 수익 확보라는 비즈니스 전략에 집중했다. 그의 전략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전략을 시행한 시기였다. 원가 절감을 통한 수익 극대화는 보통 시장이 안정화되고 기업의 점유율이 일정 수준 이상에 도달했을 때 꺼내 드는 전략이다.

 

문제는 당시 모바일 시장은 일반 휴대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대세가 변하는 격동기였다는 점이다. 칼라스 부오는 수익 극대화를 위해 마진율이 높은 일반 휴대폰에 집중하고 별다른 이익이 나지 않는 스마트폰 사업을 소홀히 하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노키아의 모바일 운영체계 심비안은 스마트폰 생태계를 장악할 수 있는 힘을 잃어버리고 안드로이드와 iOS에 밀려 사라지고 만다.

칼라스 부오

칼라스 부오는 아이폰을 보고 ‘이해하기 힘든 제품이다, 결코 잘 팔리지 않을 것’이라며 혹평했으나 시장은 그 반대로 움직였다. 삼성전자 등 다른 경쟁사는 아이폰을 철저하게 분석한 후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제품을 시장에 출시해서 애플과 대등하게 겨룰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원가 절감에 치중했던 노키아는 그런 제품을 시장에 선보이지 못했다.     


일반 휴대폰 시장이 쪼그라들고 스마트폰 판매량이 급증하자 노키아도 경각심을 느꼈다. 이렇게 해서 노키아는 ‘스마트폰 진출’ 여부 결정에만 1년 가까이를 소비했다. 회사의 체질을 스마트폰 중심으로 바꾸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 출신인 스티븐 엘롭을 다음 CEO로 영입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엘롭도 잘못된 결정으로 노키아를 나락에 빠뜨렸다. 마이크로소프트 출신인 엘롭은 모바일 운영 체제의 대세인 구글 안드로이드 대신 간신히 3위 점유율을 유지하던 마이크로소프트 윈도폰에 집중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윈도폰은 안드로이드 체계에 밀려 아무런 힘을 쓰지 못했고, 노키아의 존재감도 그와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사이 노키아 마지막 보루였던 저가 시장은 중국 기업을 중심으로 ‘초저가 시장’으로 재편되었다. 설상가상으로 노키아가 절대적 비중을 차지했던 핀란드 경제도 덩달아 어려워졌다.      

노키아 실적은 바닥을 모르고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2011년 실적 발표를 시작한 1996년 이후 15년 만에 적자로 전환되는 수모를 맞았다. 엘롭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2013년 10월 거액의 퇴직금을 챙겨 마이크로소프트로 복귀했다. 그러나 아이러니칼 하게도 그는 복귀 후 당시 마이크로소프트 CEO였던 스티브 발머를 설득해 노키아의 디바이스 사업부문을 54억 4000만 유로(72억 달러)의 헐값에 휴대전화 사업부문을 인수케 하고 자신이 그 수장을 맡았다.     


칼라스 부오와 엘롭의 오판은 잘 나가던 기업이 CEO의 잘못된 결정으로 순식간에 몰락할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이다. 반대로 이렇게 몰락한 기업도 CEO가 시장을 읽고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면 다시 재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후 역시 노키아에서 볼 수 있게 된다. 엘롭이 마이크로소프트로 복귀한 후 노키아의 최고경영자 자리는 7개월 동안 비워 있었다. 모두가 이때엔 노키아는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였다. 당시 노키아의 내부 상황이 얼마나 엉망이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의사 결정 과정이 어쨌든 결과적으로 노키아는 이미 시장에 확고하게 자리 잡은 안드로이드 보단 윈도우로의 도박을 감행하는 길을 택했고, 안드로이드를 배제할 경우 남은 선택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폰 플랫폼뿐으로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인센티브를 이용하여 협력업체와의 협상을 하는 데에는 익숙했던 상황인지라 노키아에게 Tier-0으로서의 특권과 인센티브를 주는데 동의하게 되었으며 결국 이는 노키아-마이크로소프트 협력관계 체결에서 그대로 반영된다.     

노키아 윈도폰 800의 광고 영상

여기에서 세간의 두 가지 의문, 즉 왜 안드로이드를 쓰지 않았는가와 왜 안드로이드와 윈도폰을 동시에 채택하지 않았는가에 대한 의문이 해소될 수 있는데 노키아가 얻으려고 했던 특권적 지위에 대한 요구를 노키아가 스스로 접지 않는 이상 노키아가 안드로이드를 선택할 리가 없었다는 사실에 비해 윈도폰은 그것을 수용했다는 것이 그 의문에 대한 대답, 되시겠다.      


사실 해당 질문은 오히려 ‘왜 노키아가 굳이 특권적인 지위를 구글에게 요구할 수밖에 없게 되었는가’로 바꾸는 것이 정확하다. 물론 그 이유가 명확히 제시된 적은 없지만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력관계 체결 협상에 성공한 후 안드로이드에 대한 경쟁의식을 숨기지 않았던 엘롭의 발언이나 엘롭 이전에도 심비안이나 미고 등에서 보여줬던 자체 OS 플랫폼에 대한 노키아의 열망 등을 고려하면 노키아가 필요했던 건 확실히 자기편이 되어줄 OS 플랫폼이었지 안드로이드 같이 제조사 중립적인 OS는 아니라는 추측 정도만 가능할 듯하다. 특히 미고나 심비안의 후속이라는 감각으로 접근하면 예전만큼의 주도권은 쥐고 있어야 한다는 식으로 의사 결정이 흘러가면서 의사결정의 방향을 전환하기가 더욱 힘들어지는 상황을 불러왔고, 그 도박의 결과는 재앙을 불러왔다.     


2013년 9월, 노키아는 단말기 사업 부문을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10년 간 노키아의 특정 분야 특허를 사용할 수도 있는 조건이었다. MS가 10년간 노키아 상표를 자사 휴대전화에 사용할 수 있으나 스마트폰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마이크로소프트의 노키아 아샤는 볼 수 있으나 마이크로소프트의 노키아 루미아는 볼 수 없으며, 이에 2014년 10월에 마이크로소프트 루미아로 이름을 바꾸었다. 노키아 회사 자체는 2015년 12월 31일까지 어떠한 휴대용 기기도 노키아 이름으로 만들 수 없다는 조건이 붙었다.     


노키아의 몇몇 이사들이 MS에 합류하고, 엘롭 전 사장도 MS 기기 부문의 수장이 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노키아 모바일사업부 인수로 인해 노키아의 핸드폰 스토리는 종말을 맞이한 것으로 보였다.     

스테판 엘롭

한편 스티븐 엘롭 노키아 최고경영자가 휴대폰 사업부를 매각 후 1,880만 유로(약 270억 원)의 퇴직 성과급을 받았다. 핀란드 총리와 재무장관도 이례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등 핀란드 내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노키아에서도 이것을 의식했는지 스티븐 엘롭에게 퇴직을 반환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그 이유가 부인과 이혼 소송 중에 있기 때문이라는 거창한 것이었다. 핀란드 법에서는 이혼 과정 중의 재산을 기준으로 상대편에게 절반을 줘야 한다. 그리고 노키아 이사회의 전 구성원에 따르면, 엘롭에게 지급하는 마지막 지급은 일반적으로 미국에서 국제 간부에 지급하는 것보다 훨씬 작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그리고 인수 후인 2014년 2월 24일, 노키아가 드디어 안드로이드폰을 내놓았다. 노키아 X, 노키아 X+ 노키아 XL 이 세 개. 관련 내용 다만 이 안드로이드는 순정 안드로이드가 아니라 포크트 안드로이드, 즉, AOSP 기반의 커스텀 OS다. 하지만 이것도 노키아 X2를 끝으로 안드로이드 제품 생산을 중단한다.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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