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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Jul 18. 2022

천재라는 부담을 평생 안고 이혼에 슬럼프에 빠져도 –6

골프황제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삶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역사를 써나가다.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1289


파이널 라운드의 파트너는 한국의 양용은. 첫날 73타를 쳤으나 가파른 상승세로 파이널 라운드 챔피언조까지 오른 선수이고 2006년도 HSBC Champions에서 타이거를 2타 차로 제치고 투어 첫 우승을 기록했기 때문에 다소 껄끄러운 상대이기도 했다. 다만, 8 언더인 타이거가 6 언더인 양용은보다 유리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통산 15회째 메이저 우승에는 상대적으로 가까웠다.     


그러나 막상 파이널 라운드가 시작하자 상황은 다르게 흘러갔다. 강한 상대와 붙어 쉽게 따돌리곤 했던 타이거는, 2000년 PGA Championship과 전년도 U.S. Open 때처럼 의외로 하위 랭커를 상대로 고전할 때가 있는데 이 날 또한 그랬다. 양용은이 어제의 타수를 유지하며 나쁘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준 사이, 타이거는 2타를 까먹으며 결국 13번 홀에서 동타를 이루며 타이거를 몰아세운다.     


운명은 파 4 14번 홀에서 갈렸다. 짧은 파 4였기에 둘 다 드라이버로 원 온을 노리는 티샷을 했는데 타이거의 샷은 벙커로, 양용은의 샷은 벙커 옆 러프로 빠졌다. 타이거는 버디가 가능한 거리까지 벙커샷을 잘 쳐 놓았고 양용은의 결과를 기다렸는데, 양용은의 칩샷이 그대로 홀로 빨려 들어가며 이글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때부터 분위기는 양용은에게 넘어갔고 다급해진 타이거의 샷과 퍼트는 목표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3라운드까지 선두 유지했을 시 단 한 번도 역전 우승을 허용치 않았던 타이거의 ‘불패 신화’가 깨지고 만다.     

서로 한 타씩을 잃고 맞이한 마지막 18번 홀에서 양용은은 세컨드샷을 버디 가능한 위치에, 타이거는 세컨드샷이 그린을 살짝 벗어나며 러프로 향했다. 러프에서 친 타이거의 샷이 홀을 외면하며 실낱같은 희망은 사라졌다. 그 상황에서 양용은의 버디 퍼트는 들어갔고, 파 퍼트를 남긴 타이거의 앞에서 양용은은 기쁨의 우승 세리머니를 보여준다. 쓴웃음을 지은 채 패배를 인정한 타이거는 파 퍼트마저 실패하며 보기로 마지막 홀을 마치며, 충격적인 패배를 기록하고 만다.     


이 패배에도 불구하고 PGA와 유러피언 투어 대회에서 각 1승씩을 거두며 패배의 아픔에서 금방 헤어 나왔음을 보여주는 듯했던 타이거에게 그 해 11월 말, 타이거는 물론 그의 가족과 그의 플레이를 사랑하고 동경했던 수많은 골프팬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된 대형 스캔들이 터진다. 골프를 포함한 타이거의 인생 자체가 큰 전환점을 맞이 하게 된 것이다.     

타블로이드지에 등장했던 타이거의 불륜상대들

2009년 말에 터진 타이거의 섹스 스캔들은 골프를 모르는 이들에게까지 큰 화제가 되었을 정도로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되었다. 처음엔 타블로이드 신문의 진위를 알 수 없는 선정적인 기사인 듯했지만, 사태는 일파만파 퍼졌고 우즈의 여성 편력은 10여 명을 헤아릴 정도로 번져나갔다. 그 풀스토리는 대서사시를 방불케 했으며, 수많은 매체들이 타임라인을 그려가며 타이거가 만났던 여성들에게 번호를 매길 정도가 되었다. 약 2년 동안 지속된 폭로전으로 타이거뿐만 아니라 PGA 전체가 도덕적인 큰 타격을 받았다.     


시작은 대표적인 황색 언론인 <내셔널 인콰이어리>지에서 타이거와 동갑내기인 뉴욕의 클럽 매니저와의 불륜을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내셔널 인콰이어리>지의 주장에 상대 여자로 지목된 여성은 사실을 부정했고, 타이거는 묵묵부답으로 응했다. 하지만 기사가 발표된 지 이틀 후 타이거가 탄 캐딜락 에스컬레이드가 길거리에 있는 소화전을 들이받았다는 뉴스가 전국에 알려졌다.


타이거는 타박상을 약간 입었지만 큰 부상으로 이어지진 않았고, 본인의 홈페이지로 운전 과실이라고 주장한다. 본인과 가족의 프라이버시를 지켜달라는 당부와 함께 공식 성명을 발표했지만, 부부가 인터뷰 중 이 상황에 대한 정황을 코멘트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말이 거짓말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사실은 타이거의 불륜 사실에 대해 추궁하던 아내 엘린이 분노를 이기지 못해 부부싸움을 했고, 그 와중에 드라이버를 집어 들고 폭력을 행사하는 바람에 타이거는 도망치듯 차를 타고 급히 운전하다가 그만 차량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 거짓말을 신호탄으로 타이거가 불륜을 저질렀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은 일파만파 사실로 사람들의 입을 타게 된다.     


그리고 얼마 후 또 다른 여성 한 명이 오랜 기간 타이거의 섹스 파트너였음을 밝힌다. 이건 부정할 수도 없게 타이거가 음성 메시지를 통해 자신의 문자와 전화번호를 삭제해달라고 부탁한 것이 공개되기까지 하였다. 결국 첫 번째로 지목되었던 여성도 “그가 유부남인 것은 알지만… 사랑한다.” 하고 밝히며 그간의 소문이 사실이었음을 밝힌다.     

이에 상황을 안정시킬 수 없음을 안 타이거는 공식 성명을 통해 밝혀진 불륜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깊이 후회한다며 많은 이들에게 사과를 하게 된다. 하지만 타이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스캔들은 점점 더 확산되었다. "나도 타이거 우즈와 불륜했다."는 여성이 하나둘씩 나오더니 그런 여성들이 무려 20명에 육박했다.


언론은 하루가 멀다 하고 타이거에 대한 가십 기사를 쏟아냈다. 게다가 일부 불륜녀들은 아기까지 가졌다고 주장했으나, 모두 법정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일부 사이트에서는 타이거의 여자들에 대한 인기투표까지 진행하는 상황까지 펼쳐졌다.     


타이거의 명성은 내동댕이 쳐졌고, 아내인 엘린과의 이혼 위기에 몰렸다. 이혼하는 대신, 45일간 미시시피주에 있는 클리닉에서 섹스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신치료를 받기로 했지만, 스캔들에 관련된 뉴스는 계속되었다.


급기야 타이거가 ‘피부색’에 대한 콤플렉스로 백인 여성들만 상대하며 변태적인 성행위를 펼친 것이라는 의견이 광범위하게 퍼져나갔다. 그의 불륜 파트너 중 하나였던 졸리 페리올로는 타이거 우즈가 양성애자라는 주장을 해서 주목을 끌었으나, 타이거 우즈는 이를 부인하면서 논란이 증폭되었다.     


‘골프’가 아닌 이슈로 다뤄지는 타이거를 보고 그를 아끼던 많은 팬들은 심한 배신감을 느끼게 됐다. 그러면서 타이거를 모델로 썼던 여러 스폰서 회사들이 계약을 중단하였고, 이 스캔들로 엑센츄어, AT&T, 게토레이, GM 등의 기업이 잃은 주가 손실이 50억 달러(약 6조 원)에서 심하면 120억 달러(약 14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여러 가지 상황이 겹치자 견디지 못한 엘린은 2010년 8월 23일, 타이거와의 이혼 소송을 매듭짓게 된다. 전처에게는 타이거에 대한 언급 금지 및 자녀들의 양육을 책임지는 조건으로 위자료 약 1억 달러가 지급되었다.     

졸지에 가족과 이별하게 된 타이거는 옛 기량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에 정진 하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연간 수천만 달러의 광고 후원을 해주던 스폰서들마저도 자신의 곁을 떠나는 불행을 맛보았다. 거기에 본인의 스캔들을 완전히 해결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감당 안 될 수 있다는 부정적인 뉴스까지 나왔다.     


2010년 11월에는 오랫동안 지키고 있던 세계 1위의 자리를 내주게 되었고, 이후에도 성적이 나오질 않아 97년에 처음 세계 1위에 오른 후 최저 순위인 52위까지 추락하게 된다. 말 그대로 ‘종이호랑이’가 된 타이거에게 불행은 끊이질 않았다.     


전설적인 순간을 함께 했던 캐디 스티브 윌리암스와 2011년 7월 결별 수순을 밟은 것이다. 이후 그에게 해고되었던 스티브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종차별적인 발언으로 타이거를 비난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타이거에게는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되는 게 하나도 없던 시기였다.     

하지만 타이거는 다시 좋은 시절이 올 것을 믿고 꾸준히 활동하였다. 부상 치료에 전념하며 2010년에 새로이 맞이한 코치 ‘션 폴리’와 스윙을 가다듬고 11년 10월에 있은 호주 오픈에서 3위에 오르며 점점 컨디션이 올라오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후 미국 vs 인터내셔널팀(아시아, 호주, 남아공 등)이 겨루는 프레지던츠컵에서는 막판에 승점을 더하는 플레이를 하면서 미국의 승리를 견인했다.     


프레지던츠컵 폐막 2주 후 타이거는 본인 재단이 주최하는 PGA 투어 이벤트 대회인 ‘셰브론 월드 챌린지’에서 스캔들 이후 드디어 처음 우승컵을 들어 올린다.     


비록 이벤트 대회이고 본인 재단이 주최한 경기였지만 상금액이 만만치 않기에 우승의 과정도 결코 쉽지 않았다. 그야말로 천신만고 끝에 거머쥔 소중한 승리였던 것이다. 이 우승으로 타이거의 세계랭킹은 21위로 상승했다.     


타이거에게 있어 무엇보다 이 승리의 중요한 포인트는, 우승하는 법을 다시 되찾았다는 것 그리고 변함없이 자신의 곁에서 함께 승리에 환호해주는 팬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가장 든든한 스폰서였던 나이키는 스캔들이 터진 후에도 보란 듯이 타이거를 광고의 메인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3년 6개월 만에 투어 공식 우승을 손에 넣는다. 2012년 3월 26일, 인연의 대회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감격의 승리를 쟁취한 것. 무릎 부상에서 복귀한 2009년에도 타이거에게 첫 승을 안긴 대회였으니 그에겐 정말 은인과도 같은 대회라고 볼 수 있겠다.     

30개월만의 우승

누구보다 타이거의 우승을 기뻐한 것은, 그의 부활을 간절히 바라던 바로 PGA 측 일 것이다. 타이거가 부상과 스캔들로 몰락하면서 덩달아 PGA의 시청률까지 하락했기 때문이다. 스폰서의 변화도 극심하였기 때문에 PGA 투어의 위기감은 고조된 상태였다. 메르세데스-벤츠를 비롯한 세계적인 기업들이 PGA 스폰서를 거부하며 우승상금도 타이거가 몰락하던 2년 6개월 사이 급격히 줄어들었으며 시청률 또한 추락을 거듭하여 이 여파로 중계권 금액도 값싸게 계약하는 수모를 감수해야만 했다.     


타이거의 암흑기였던 2010년대 초반 PGA가 무주공산의 양상을 띠었던 것도 하락의 원인 중 하나였는데, 마틴 카이머(독일) - 그레이엄 맥도월 -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 버바 왓슨(미국) – 더스틴 존슨(미국) 등의 젊은 피의 선수들이 새로이 공급되어 기존의 쟁쟁한 선수들과 함께 투어를 지탱하였지만 기존의 골프 황제에 비견될 강력한 카리스마의 원톱은 없었다.     


타이거의 우승이 얼마나 PGA에 반가운 소식이었는지는 해당 대회의 시청률에도 나온다.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최종 라운드의 미국 시청률은 4.8%로 집계됐는데 이는 2011년에 비해 두 배가 넘는 시청률이었다. 이후 타이거는 2승을 더 추가하며 투어 통산 74승을 기록했다.


이로써 레전드 잭 니클라우스의 통산 승수인 73승을 넘어섰으며 통산 82승으로 PGA 투어 최다승에 올라 있는 샘 스니드(미국)의 기록에 8승 차로 따라붙었다. 샘 스니드가 30년 동안 활약하며 통산 82승을 기록한 데 반해, 우즈는 17년 간 74승을 올리며 빠른 속도로 따라붙어 역대 최다승 경신도 문제없어 보였다.     

2013년이 시작되자, 메인 스폰서인 나이키가 세계 1위의 ‘Next Tiger’ 로리 맥길로이와의 대형 계약을 발표한다. 이제 나이키는 타이거에게만 목을 매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확실히 한다.      


하지만, 그의 시련과 극복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새로운 스윙 코치 영입 이후 2016년 12월 복귀 이후 몇 경기 뛰지 못하고 부상 재발로 인한 칩거 중이었던 타이거가 음주운전을 했다는 뉴스가 나와 화제가 되었다.     


미국 동부 현지시간으로 2017년 5월, 자신이 살고 있던 플로리다 주피터 타운에서 남쪽으로 조금 떨어진 밀리터리 트레일 도로에서 음주운전 체포 소식이 현지 언론으로부터 전달되었다. 이후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으나, 현지 언론에서는 하필이면 메모리얼 데이 때 음주운전을 일으켰다는 점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중독 상태가 여실히 드러난 당시 머그샷

머그샷 사진도 뜨고, 그 대단했던 타이거조차 음주 운전으로 스스로 최악의 인간이 되는가 했지만, 혈중 알코올 테스트 결과는 알코올이 전혀 검출되지 않은 상태가 나왔다. 즉, 음주운전이 아니었던 것이다. 사실은 더 심각한 ‘약물 중독’에 의한 사고로, 본인도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운전을 하던 중 발생하여 본의 아니게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었다.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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