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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Jul 19. 2022

천재라는 부담을 평생 안고 이혼에 슬럼프에 빠져도 –7

골프황제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삶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역사를 써나가다.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1293


실제 타이거가 약물중독으로 적발된 상황은 이러했다.     


자신의 집과 반대방향 차도 외곽에 차를 주차한 채로 자고 있던 것을 경관이 발견했는데, 이때가 새벽 3시였다. 차는 우측 깜빡이가 켜진 상태였고 타이거의 발은 브레이크 페달에 위치한 상태였다. 경관은 타이거를 깨웠고, 일어난 타이거는 지시에 따라서 느릿하게 차에서 나와서 말을 불분명하게 했다. 경관에게 타이거는 웨스트 코스트로부터 오는 길이며, 지금 본인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고 설명 자체를 횡설수설했다.      


그리고 플로리다 호베 사운드에서 자신이 얼마나 멀리 온 건지도 물어보았다. 또한, 처방을 받은 바이코딘 몇 알을 먹은 상태라고 언급했다. 경관은 결국 타이거에게 필드 소브라이어티 테스트를 해달라고 요청했는데 타이거는 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알파벳을 거꾸로 해보라는 테스트에서도 실패하고 심지어 미국 국가를 거꾸로 하는 것으로 알아들었을 정도였다. 그렇게 그는 결국 체포되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타이거는 음주 측정기 테스트에서는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00% 로 전혀 검출되지가 않았다. 바이코딘을 먹은 게 몸 안에서 의외의 작용을 해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 같다고, 타이거는 다시는 이러지 않겠다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결국 그는 진통제 과다복용으로 인한 약물중독 증상으로 인해 정신을 잃고 운전하다가 DUI에 걸린 것이다. 즉 중독성이 심한 진통제에 의존할 정도로 몸 상태가 심각해진 것이다.     


이후 타이거는 약물을 통제, 관리하고 몸의 통증과 이에 따른 수면 장애를 치료하는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자신이 받은 치료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종류, 골프 복귀 계획 등은 밝히지 않았다. 2017년 말 복귀 후, 현재까지 무난히 복귀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현시점에서는 약물에 대한 의존도가 많이 낮아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판단했다.     


그렇게 인생의 험한 나락까지 떨어져 볼꼴 못볼꼴 다 보며 좌충우돌하던 와중에도 그는 골프로 다시 자신을 일으켜 세우려 안간힘을 섰다. 전 세계 골프팬들의 응원과 염원 속에 마침내 2018년 9월 24일, 무려 1,876일 만의 투어 우승을 차지하며 인간 드라마가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1라운드 65타를 치며 대회 선두로 나선 타이거는, 2라운드에서 2타를 더 줄이며 '우승'의 가능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3라운드에서 다시 5타를 줄이며 2위 그룹과 3타 차 단독 선두를 달리자 우승 가능성에 대한 기사들이 줄을 잇기 시작하고 급기야 타 종목의 선수들도 경기 후 인터뷰 도중 타이거의 경기 결과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등, 골프계 외에도 많은 곳들이 들썩거렸다.     

 

우승 달성 후 타이거는, 오랜 기간 자신을 지켜 준 캐디 ‘조 라카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감회에 젖었다. 이후 여자 친구 에리카 허먼과 키스하고, 에이전트 마크 스타인버그와도 포옹한 그는 많은 군중을 뚫고 스코어를 정리하기 위해 스코어 룸 앞으로 갔다. 그 앞에는 리키 파울러를 비롯한 투어 동료들이 감동을 안은 채 기다리고 있었고 이들과도 가벼운 인사와 함께 악수를 하였다. 라운드가 끝나고 나서 정식 인터뷰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감회를 밝혔다.     


“마지막 홀에 울지 않으려고 애썼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니까 참고 제대로 샷을 치자’라는 생각으로 임했다. 시즌 시작하면서 ‘우승’이란 건 아직 무리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경기를 치르면서 나는 점점 나아졌고, 스윙을 되찾았고, 내 모습을 찾았다. 조만간 다시 해낼 줄 알았는데, 그게 오늘이 될지는 몰랐다.”     


그리고 아이들과 아버지 이야기가 계속되었다. 특히 11살 딸 샘과 9살 아들 찰리는 골프 선수 아빠의 능력을 한 번도 체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그는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내가 골프를 치면서 아파한 것을 아이들은 계속 봐왔고 그들에게 있어 골프란 곧 ‘고통’과 같은 의미였다. 그러나 이젠 아이들도 아빠가 무얼 하는 사람인지 알았을 것이며, 골프라는 스포츠를 통해 기쁨과 감동을 맛봤을 것이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 또한 지금의 저를 자랑스러워하실 거라 믿습니다.”     

이후 2019년 4월, 마스터스 토너먼트 우승을 통해 11년 만의 메이저 대회 우승, 14년 만의 마스터스 토너먼트 우승을 달성하면서 골프 역사상 가장 위대한 부활에 성공하며 황제의 귀환을 알렸다.     


작년 2월에는, 로스앤젤레스 광역권 도시인 란초 팔로스 베르데스(Rancho Palos Verdes)에서 제네시스 주최 골프 대회로 스폰싱받은 제네시스 GV80 차량을 몰고 운전을 하다가 도로를 벗어나 차가 구르는 사고를 당했다.      


로스앤젤레스 주 보안관에 의하면 타이거 우즈는 제한속도 45 mph(약 72km/h) 구간에서 무려 84~87 mph(135~140km/h)로 과속했다가 사고가 났다고 한다. 또한 <워싱턴포스트> 기사에 의하면 직접적으로 부딪힌 건 아니지만, 그래도 시속 140km에 육박하는 엄청난 속도에서 사고가 났는데 목숨을 건진 것은 정말 운이 좋았던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사고 직전 커브길에서 오히려 과속한 것으로 보아, 의식이 없이 액셀을 밟은 걸로 보였다. 음주나 약물 흔적은 없단 점에서 졸음운전이었을 거란 점이 유력하다고 해외 매체들은 전했다.



내가 이 시리즈를 시작하고 나서 가장 장기간의 연재인 무려 7회에 걸쳐 그의 삶을 촘촘하게 들여다본 것은 그가 워낙 골프계를 넘어서 스포츠계에서 미친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며 무엇보다 그가 바람직한 모범적인 삶을 살아오지 않아 좌충우돌 너무 많은 실수와 실패로 점철된 삶을 살아왔다는 점 때문이다.     


그는 성격이 좋은 것도 아니고, 모범적인 생활을 하는 도덕적인 인물도 아니었으며, 섹스 중독자에 약물중독에, 사교적이지 못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본받으라고 할만한 점을 찾기 어려운 인물 중에 한 명인지도 모른다. 당신이 위인전에서 읽었던 대부분의 사람들, 그리고 내가 이 시리즈를 1년이 넘도록 매일같이 연재해오면서 소개한 결과 그들이 얼마나 많은 성격적 결함과 문제와 실수와 실패가 많았는지를 당신은 충분히 보아왔을 것이다.     


골프계에서 오랜 기간 No.1의 위치에 있었고, 온화한 성격의 잭 니클라우스조차 “그와 실제로 말을 섞어 본 일이 많지 않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타이거는 사람과의 관계를 최소화하며 경기 및 스폰서 행사 외에는 거의 두문불출했던 인물이다.     


업계 관계자 혹은 투어 동료 중 일부와는 사소한 오해 등을 계기로 관계가 나쁜 인물들이 몇몇 있는데 특히 비제이 싱 – 닉 팔도 – 세르히오 가르시아 등과는 오랜 기간 동안 함께 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골프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껄끄러운 사이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세르히오의 2017년 Masters Tournament 우승에 타이거가 축하 멘트를 건넨 것이 이례적인 뉴스가 될 정도였으니 말이다.     


어려서부터 골프신동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아버지에 의해 골프 기계로 키워진 그는, 골프 하나에만 특화된 사람으로 만들어졌을지도 모른다는 팩트에 근거한 비난을 받았다. 돈 잘 벌고 잘 나가는 골프 스타로 세계에 이름을 알렸고, 그런 재주가 없었더라면 결코 만나보지도 못했을 미녀 아내와 결혼했지만, 그렇게 그 둘 사이에 태어난 사랑스러운 아이들에게 그는 자랑스러운 아빠이지 못한 모습을 너무도 많이 보여주었다.     


물론 이혼이 일반화(?)되어버린 요즘 실상에서 이혼했다고 해서 모두가 도덕적으로 흠결이 있거나 이혼한 가정의 아이들이 모두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기고 부모에 대해서 배신감을 느낀다는 무식한(?) 공식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현명한 이혼을 통해 아이들에게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며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다. 문제는 그 이혼의 사유가 너무도 명백하게 가정을 등한시하고 섹스중독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딱지를 달고 온갖 원나잇 스탠드 대상들이 드러나는 것은 사건 당시에는 물론이거니와 아이들이 자라서 알게 되더라도 결코 존경받는 아버지일 수 없다는 것에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자신이 골프를 통해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고 어마어마한 부자가 되었다는 것을 무기(?)로 그는 많은 여자들과 부도덕한 짓을 하고 다녔고, 만성 통증을 위한 진통제를 사용하느라 어쩔 수 없었다며 약물중독으로 체포되었고, 버젓이 졸음 과속운전을 해서 사고를 당하고서도 한국 자동차가 튼튼해서 살았다며 당당히 그 회사 사장에게 식사를 사며 마케팅을 한다.     


그런데도 왜 이 시리즈에 이렇게 인간말종급의 사람을 아무리 골프황제라며 소개를 하냐고 시비를 걸고 싶은가? 조금만 틀어서 보자. 당신이라면, 그 수많은 사고와 스캔들에 자신을 지탱해주던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시고 심리적으로 의지하던 아내와 아이들에게 외면당하고 나서 다시 버젓이 필드에 서서 멘탈을 바로잡아 황제의 면모로 돌아올 수 있겠는가?     

그가 무너지기 시작했을 때,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모든 사람들은 그가 다시 일어설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다시 그가 필드에 복귀하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의 플레이에 다시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저 그가 멋진 플레이를 한다거나 그가 언제나 골프 황제여야 한다는 충성심(?)에 해당하는 팬심 따위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알았던 것이다. 자신들이 실수하고 실패하고 나락에 떨어졌을 때, 그 시련을, 그 잘못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자 하는 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단순히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들이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심지어 형사처벌을 받아야 하는 범죄를 저질렀을 때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잘못하고 나서도 돈 벌 길이 그것밖에 없으니까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다시 돈을 벌어야 하니까 반성보다 현실적인 문제에 등을 떠밀려 대중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구차하고 지저분한 일일뿐이다.     


물론 타이거 우즈의 경우가 용서를 받아야 한다거나 동정을 받을만했다거나하는 특수한 사정이 있었던 것이 아니기에 그 역시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웃고 떠들고 음악을 만들고 하는 연예인들은 잠시라도 화장과 웃음으로 실력이 없이도 마케팅이나 여타의 다른 테크닉들로 잠시나마 시청자를 속일 수 있는 것과 달리, 스포츠는 단련과 수양을 통해서 실력이 여실히 드러나는 분야 중 하나이다. 물론 가수나 연기자들도 결국에는 밑천이 드러나고 그 본성이 드러나 참혹한 결과를 맞이하고 마는 이들이 속속 등장하곤 한다.     


하지만 오로지 실력만으로 승부하는 스포트의 세계에서 함께 하는 플레이가 아닌 오로지 고독하게 혼자만 싸워나가는 골프의 경우, 그가 다시 복귀하고 멘탈을 찾고 현역 골프 황제의 이름을 되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가 기어코 아득바득 다시 나락에서 기어올라오는 모습을 보며, 그렇게 눈물의 포효를 하는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그에게 환호한 것이 아니었다. 그의 부도덕한 혹은 범죄행위에 준하는 실수와 실패를 동정하고 대단한다고 인정해준 것도 아니었다. 사람들은 그의 눈물에서 그리고 그의 포효에서 자신의 실패를 투영하고 있었다.      

계속 뭔가를 시도하는데 되는 건 없고, 하는 일마다 망쳐지고 찾아주는 사람도 없고, 시험은 보는 족족 떨어지고, 이번 생을 망친 것 같다고 좌절하는 시기가 있다. 돈을 버는 것은 고사하고 주식이나 선물이다 옵션이다 손을 대서 깡통을 차고 회사 돈까지 횡령해서 일확천금을 벌겠다고 범죄행위를 하고 가족들을 끌어들여 패가망신하는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고 있다.     


당신의 인생이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고 생각한다면, 일단 당신의 몸과 정신부터 가다듬고 바로 잡아라. 그리고 맑은 정신에 맑은 환경에서 가만히 생각을 가다듬어봐라. 당신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 무엇인지. 당신이 지금 그렇게 아무런 생각 없이 인생을 망치는 것이 과연 당신이나 당신을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는지.


그리고 생각이 정리되었다면 다시 원래 당신이 하려고 했던 그 방향을 위해 묵묵히 걸어 나가라.


그 하루가 쌓여 결국 당신의 인생을 만들고 당신이 원하는 미래를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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