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9개월을 끌고 끌다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을 확인한 후에야, 전라도 나주에 있는 본사의 사업 담당자가 연락이 와서는 자신들의 실수였다며, 다만 보상이 누락된 부분에 대해서 3년 뒤에 일괄 소급 적용해 드릴 테니 양해를 해달라는 해괴한 부탁을 해왔다.
미심쩍기 그지없어 서면 약속을 요구했지만 그는 비열하게 웃으며 '서면으로 써드릴 거면 왜 이렇게 부탁을 드리겠습니까?'라고 하였다.
그래서 그와의 통화내용을 모두 녹취하고, 한 가지 조건을 달았다.
"당신의 말만 믿었다가 나중에 뒤통수 맞을 수 있으니 실제 3년 뒤 내 별장이 있는 해당 지역의 책임자가 본사의 이 사업 담당자인 당신 이외에 회사차원에서 이것을 확인했고 3년 뒤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통화를 내게 하도록 해주시오."
그렇게 경기본부의 여자 차장은 전화가 와서 '본사 담당 차장님의 약속대로 3년 뒤 제가 보상에 대한 것을 책임지고 실행해 드리겠습니다. 믿으셔도 됩니다.'라고 하였다.
3년은 금방 지나갔다.
약속한 3년째의 11월이 다 지나가도록 연락이 없길래, 연락을 취해 본사의 책임자 차장을 찾았다.
그에게 왜 약속을 안 지키냐고 했더니 그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아! 교수님. 제가 그런 설명을 했던 기억도 잘 안 나지만 얼핏 기억하기론 그렇게 설명해드리지 않았던 것 같은데, 뭔가 교수님이 착각을 하시는 것 같은데요. 저는 그런 약속을 드린 적이 없습니다."
"아 그래? 당신이랑 통화는 물론이고 당시 경기본부 책임자 여자 차장이랑 약속받은 통화도 모두 녹취되었는데? 감사실에 보내줄까?"
그제서야 그가 당혹스러워하면서도 다시 그 민낯을 드러내며 말했다.
"설마... 농담이시죠? 무슨 통화 녹취까지 있을 리가... 없는데... 만약 정말이라면 제가 기억을 못 해서 그러니 그 녹취를 저에게 한번 보내주시면 제가 듣고서 판단해도 될까요?"
구역질이 났다.
결국 블러핑인지 아닌지 확인시켜 달라는 말을 그는 끝까지 비열하지 짝이 없이 내뱉었다.
여자 차장은 미리 연락을 받았는지 분당의 어느 높은 직책으로 승진을 했는데 전화를 했더니 수화기 너머로 소리가 다 들리게 외쳐댔다.
"나 없다고 그래. 무조건 없다고 그래. 연결하지 마~!"
녹취파일을 확인한 본사 차장에게서 득달같이 연락이 왔다.
"할 말이 없습니다. 제가 약속한 거 맞구요. 제가 어떻게 해서든 보상되도록 수습할 테니 조금만 시간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끌던 그에게서는 결국 연락이 오지 않았다. 연락이 온 것은 내가 이 문제를 감사실에 직접 연락하여 지적했을 때였다. 경기본부 감사실장이라는 자는 역시나 후안무치한 민낯을 드러내며 이렇게 말했다.
"저희 회사에서 잘못한 건 맞는데, 이게 회사 측 의견은 본사 차장의 개인적인 일탈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게다가 이미 시간이 지나서 저희가 보상할만한 어떤 규정도 없습니다."
"개인일탈이요? 그럼 경기본부의 여자 차장이 본사 차장의 말이 맞다고 하며 약속한 부분은 뭡니까? 개인일탈을 팀을 짜서 합니까?"
"그건, 그러니까.... 그게..."
결국 한전을 관리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산자부에 감사를 요청했다.
이 간단한 사실관계 확인을 무려 1년이나 끌고 산자부의 조사관이라는 녀석이 경기본부로 관련자를 모두 불러 회의로 결론을 내렸다며 내게 공문을 보내왔다.
- 한전의 잘못이 확인되었으나 그 부분은 안내를 잘못한 직원의 개인적인 일탈로 규명되었고 그 부분으로 해당 직원은 징계를 받았습니다. 지금은 보상할 수 있는 근거도 없기 때문에 아쉽지만 도와드릴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이게 말인가 방귀인가? 싶었다.
산자부를 관리감독해야 할 국회상임위 소속 의원실을 통해 몇 번이고 한전이 잘못된 방식을 바로 잡으려 했다. 한둘도 아니고 여러 국회의원실은 진실을 알면서도 한전의 태도가 뻔뻔하고 자신들이 귀찮다며 손을 떼려들었다. 판사출신이라며 초선이면서 어떻게든 주목을 받고 싶어 하던 여자 국회의원실의 보좌관은 대놓고 이렇게 말했다.
"저희 의원님이 판사출신이시잖아요. 그러니까 소송을 걸어서 승소하시고 그 결과를 가지고 오면 저희가 방송기자 통해서 저희 의원실에서 해결해 드린 걸로 하고 방송에 때리도록 도와드릴게요."
누가 누구를 돕겠다는 것인지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마지막 산자부 조사관의 앞에서 굽신거리던 경기본부 책임자들은 화장실에서 키득거리며 내가 듣는 줄도 모르고 이렇게 주절댔다.
"감사실장님이 근거가 없어 보상하고 싶어도 안된다고 소송을 하시면 그걸 근거로 보상해 드리겠다고 했대. 그럼 뭐 해? 보상받을 돈이 변호사 비용 수준이라 실익이 없는 걸...ㅎㅎ"
그 와중에 브런치에서 이 어이없는 사건을 본 경상도 저 멀리서 얼굴도 모르는 열혈 변호사가 소송을 대행하겠다며 멋지게 소송을 시작했다.
그런데 무슨 오해가 있었는지, 아님 너무 바빠서였는지 그는 소장을 내고 소를 제기하는 것까지만 도와주겠다며 의견을 밝혀왔다. 당시 해외에 있던 터라 어떻게 대응하기가 그랬었는데 그 소송은 코로나 시국으로 인한 법원의 업무 태만에 기름을 부어 내가 한국에 들어와서야 재판이 시작되었다.
뭔가 의미 있는 일격을 가하려면 대의명분이 필요할 듯하여 경실련의 조직장을 맡고 있는 변호사와 상의하여 그가 흔쾌히 바쁜 시간을 내어 이 사건을 이어받기로 하였다.
재판이 시작되자, 한전 감사실장이 말했던 '소송을 거시면 그 소송을 근거로 바로 지급할 수 있으니 소송을 제기하세요.'라는 허황된 약속은 '당연히' 지켜지지 않았다. 한전 법무실에 근무하던 자가 퇴사하고 나와 들어간 로펌에 그것도 일감 나눠주기라고 한전에서는 로펌을 고용하여 자신들은 무고하다며 소송에 맞섰다.
그들의 준비서면에서 가장 어이가 없는 말은 바로 '회사 직원의 약속은 법적으로 약정이 아니며 대표이사의 약속이 아니므로 개인의 일탈일 뿐 지켜야 할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이었다.
나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시골에서 거대한 송전탑으로 인해 입은 피해를, 국회에서 지정한 보상법률에 의거하여 한전이 보상하라고 했는데, 어떻게 해서든 그 돈을 줄이고 안 주려고 하는 행태를 발견한 촌부들이 이렇게까지 싸울 수 있을까?
무엇보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한전도 공기업이랍시고 들어간 애들이 나름 능력이 있다고 나대는 것 같던데, 그렇게 잘난 녀석들이라면 그들의 말처럼 이 말도 안 되는 3년 이후 소급 보상이라는 얘기를 꺼낸 사악한 의도에서부터 정말로 개인의 일탈이라면 그가 무슨 자기 호주머니를 채울 이익이 생긴다고 그런 쇼를 하며, 무엇보다 꿩처럼 풀섶에 고개를 처박은 그 여자 차장까지 굳이 그의 쇼에 부응하여 경기본부 책임자로서 자기가 보상해 드릴 테니 믿어달라고 할 필요가 있는가?
그들이 사기로 형사처벌을 받아 한전에서 잘리고 감옥에 갔다고 하더라도 이 문제는 해결된 것이 아닌데 무슨 징계를 받았는지 버젓이 승진한 자리에서 월급에 성과급까지 따박따박 받아 처먹는 이 상황이 나만 이해가 안 되는 걸까?
몇 달 전인가 멀쩡히 주차해 놓은 차를 김여사께서 박았다며 죄송하다고 연락이 왔었다.
남편의 법인카드로 뽑았는지 장기렌터카라며 보험사가 렌터카공제조합으로 되어 있었다.
이전에 또 다른 김여사의 테러로 수리하고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 터라, 미수선처리를 하는 게 나을까 싶어 담당자와 통화를 하는데, 담당자가 자신이 강남 전역을 총괄하는 담당자라며 거들먹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이 정도면 잘 쳐드리는 거니까 그냥 이 정도만 입금받으시고 마시지요."
"수리기간 동안 렌터카 비용도 안 되는 돈을 받고 합의를 해달라고?"
"아니면 수리센터에 맡기시고 렌터카 쓰시던가요."
그래서 바로 전화 끊고 정식수리센터에 차 맡기고 렌터카를 썼다.
수리센터 사장만 수지를 맞는 장사인 것을 내 모르는 바는 아니나 어이가 없어 사장에게 물었다.
"아니, 미수선으로 허접하게 찌른 견적보다 2배 이상이 나왔잖아요? 얘네는 왜 일을 이따위로 하죠?"
"교수님. 이쪽 애들은요. 보험사도 그렇지만, 회사돈을 아낀다고 해서 자기한테 보너스가 더 오는 것도 아니고 굳이 그렇게 할 필요를 못 느껴요. 그냥 교수님이 차 맡기면 그냥 늘 하던 일상대로 또 처리하고 렌터카 비용도 지불하고 그게 다예요."
"아니, 회사 직원이 회사의 이익을 최대로 여겨야 하는 게 아닌가요?"
"교수님. 의외로 순진하시네요. 말씀은 맞는데, 제가 이 일을 하는 30여 년 동안 그런 사람은 아직 한 번도 못 만나봤어요. 얘네는 그냥 자기 기분대로 일상적인 일을 쳐내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 같은 자영업자와는 다른 거죠."
얼마 전 보도를 통해 외교부 산하기관의 재단에서 버젓이 무자격자들에게 혈세를 쏟아부었다는 기사가 터졌다.
어이가 없는 것은 그들의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된 위 보도자료의 내용이 범죄사실에 대한 자백에 준한다는 것이다.
내용인즉, '72건까지는 아니고 22건이다.'라는 말인데, 사람 이름을 표기하지 않아 중복된 건이 있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이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가 아니라, '내가 훔친 건 3천만 원인데 3억 원이라고 부풀려 보도되었다.'라는 블랙코미디에서나 나올법한 자백성 멘트에 다름 아니다.
해당 자료를 다시 분석하고 후속 보도를 하겠다는 기자에게서 자료 분석 요청이 들어왔더랬다. 자기가 다시 문제의 자료를 정리하니 건수가 줄어드는 것은 맞는데 전체 표본개체도 함께 줄어드니 퍼센티지는 더 늘어서 채용비리가 무려 절반에 육박할 정도라는 설명이었다.
기사에서 알 수 있다시피 해당 자료는 내부 고발자가 건넨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실에서 해당 재단에 요구하여 해당 재단에서 작성하여 넘겨준 자료이다. 도대체 얼마나 엉성하고 생각이 없으면, 아니 오히려 이렇게 다 패를 까보여도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여겼길래 이런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벌인단 말인가?
사실 방송보도가 나오기 열흘 전 나왔던 위 인터넷 기사를 보면, 해당 재단의 관계자라는 이가 말하는 같잖은 변명을 그대로 찌라시처럼 설명해 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그 사업 담당 책임자라고 하는 관계자의 설명이 다시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것을 넘어 재단의 상위기관, 즉 외교부 본부의 감사실이 4개월이나 특별감사를 벌이고서도 이 사업과 관련하여 아무런 문제나 비리가 없었다는 결과를 받았다고 말하는 것으로 외교부 본부가 범죄에 공조했음을 자백했다는 점이다.
사실 관계를 다르게 해석할 것도 없이 이 채용비리는 아주 간단하다.
공공기관에서 한국학 관련 객원교수를 선발하겠다고 명백한 선발기준을 공고해 놓고, 그 해당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자들을 무려 40%도 넘게 알음알음 보냈다는 결론이다.
그들의 최종전공이나 학위는 지금 사실을 알았다고 하여 입을 맞춰 변경할 수도 없거니와 100% 혈세로 운영되는 해당 지원사업의 채용 공고 자격기준은 10여 년간 단 한 문장도 바뀐 적이 없으니, 그의 자백이 맞다면 그렇게 잘나고 똑똑한 이들이 모인 외교부의 감사실에서 4개월이나 되는 기간 동안 특별감사를 진행하고서도 그저 해당 전공과 공고기준을 맞춰보면 5분이면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을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다며 덮어주었다는 진실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만천하에 공개한 것이다.
내 머리가 나빠서인가?
내가 알고 있는 상식이, 용산에서 일본 뒤치다꺼리하며 거들먹거리는 이의 그 대단한, 공정과 상식에 비할 수 없는 전혀 다른 잣대로 돌아가고 있는 건가?
나로서는 도무지 알 길이 없다.
내가 뭔가 잘못 알고 있거나 내 입장만 내세우며 견강부회하고 아전인수하는 것이라면, 질정해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