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방송사 신참 여기자는 외교부 장관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국회의원을 겸직하고 있다는 사실을 듣고 놀라며 물었다.
"네? 국회의원직을 유지하면서 장관직을 겸직하는 게 가능해요?"
다소 깜찍하고 귀여운 놀라움이었지만, 아무리 새내기라지만 현직 기자의 이해도가 이 정도라면 일반인이라면 그러한 사실을 모를 수도 있다. 빨간당에서는 코인사태를 빌미로 김남국을 조지며, 일하지 않으면 월급도둑이니 국회에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 그의 월급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했는데, 정작 장관직을 수행하느라 대통령이 바로 귀옆에다가 대고 바이든인지 날리면이라고 했는지 듣고서도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나는 제대로 듣지도 못했다'며 충성을 맹세하고 장관님 소리를 듣는 자의 국회의원 세비가 꼬박꼬박 낭비되는 것을 먼저 짚어야 할 것이다.
어찌 되었든 깜찍한 새내기 기자는 드디어 어제 자신의 깜냥 내에서 외교부 산하기관의 채용비리에 대해 '단독'이라는 이름으로 멋지게 보도를 하고야 말았다.
내가 내부고발자의 입장에서 굳이 그들이 어설펐다고 아쉬움을 토로하는 것은, 그들의 보도가 실제 채용비리와 외교부의 비리를 드러내기에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표현으로도 덮이지 않을 정도의 후안무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한국에 돌아와 제보했던 작년 7월에 접촉했던 공중파 기자들은 당당하게(?) 모든 증거자료를 자신들이 먹기 좋게 조리해서 보내주지 않으면 일일이 취재해서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기자정신 따위는 엿 바꿔 먹었다며 시간을 끌다가 그냥 모두 뭉개버리고 연락이 두절되었더랬다.
외교부 장관이자 내가 사는 지역의 국회의원이라는 자는, 노안이 있고 바빠서 요약본이 필요하다며 제보내용을 폰트를 몇으로 하고 행간을 몇으로 해서 맨 앞장에 요약본을 붙이는 방식으로 보내달라고 디테일한 요구까지 하고서도 진실을 은폐했다.
정작 외교부 본부 감사실은 어제 MBN의 보도가 나가기 직전 기자가 확인요청을 했을 때마저도, 자신들이 작년 4개월에 걸쳐 특별감사를 진행하였으나 아무런 비리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당당히 공문을 보내왔더랬다.
자아, 아무것도 모르는 당신이 위의 MBN 보도를 보았다고 치자.
모든 것을 차치하더라도, 한국학 객원교수를 파견하기 위해 선발하는데, 무려 '교수'라는 정식 직함과 1억 원에 가까운 금전적인 지원을 해주는 자리가 가려하는 사람들이 없어서 사람을 뽑기 어려운 자리라 할 수 있겠는가?
내가 어제 보도를 차분히 보다 말고 혈압이 올랐던 포인트는, 바로 감사실장이라는 여자의 인터뷰내용이었다. 방송 뉴스의 인터뷰를 하면서 감히 공기업의 감사실장이라는 여자(실제로 그 여자는 전직 한국학 사업부장출신으로 거기서 잔뼈가 굵어 지금의 감사실장이 된 사람이다.)는 당당히 인터뷰에 대고, 자신들이 하는 지원사업을 '해외 대학의 채용 대행'이라며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
내 경험상 그녀는 아마도 그것이 경악할만한 수준의 망언이라고도 인지하지 못했을 확률이 높다. 그런데 그녀의 바로 이어진 워딩을 보라.
"우리가 모든 체재비를 지원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세상에 어느 채용대행업체(?)에서 돈을 받으면서 일하는 것도 아니고 자신들이 돈을 써가면서 채용대행을 한단 말인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돈이 많은 미국이나 유럽의 유수한 대학에 한국어 교수라는 이름으로 자격도 안 되는 무자격자들을 교수라는 직분으로 꽂아주기 위해 국비를 써가면서 채용대행을 할 것이며 그런 내용을 방송에 대고 인터뷰하는 자가 해당 재단의 감사실장직을 수행하고 있단다.
이게 당신이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고, 그 현실이다.
한국어 객원'교수'를 파견하는데, 모 여대의 원격대학원에서 아동복지로 석사학위를 받은 여자가 현지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서울대 국문과 출신 교수를 제치고 객원교수에 선발되는 블랙코미디가 일어났는데, 4개월에 걸쳐 해당 재단의 채용비리를 조사했다는 외교부 감사실에서는 당당하게 '조사결과 아무런 비리도 발견할 수 없었다.'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보도에도 언급되었지만, 현재 해당 건은 경찰에 수사가 의뢰되어 입건되었고, 감사원에도 조사가 의뢰된 상황이다. 두 번째 인터넷 기사를 낸 기자가 해당 재단에 반론권을 주었더니 관계자가 한 멘트가 그들이 얼마나 거칠 것 없이 방약무인하게 지냈는지를 다시금 확인시켜 준다.
"우리는 외교부 본부의 특별감사를 4개월간이나 받았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받았다. 심지어 외통위 국회의원실 다수의 의원들이 관련 자료를 요청하였지만 아무런 문제제기나 국정감사에서조차 지적을 받지 않았다."
그의 말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의 말이 사실인 것과 그들이 범죄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누차 설명하지만, 해당 객원교수 선발의 기준은 국가기관의 선발과정이기에 응모 조건이 분명했다. 사업 제목에도 나와 있지만, 한국학 객원교수를 선발하는데, 정식 대학원도 아닌 원격대학원에서 아동복지를 전공한 석사 학위자가 버젓이 일류대 국어국문학과 박사출신 교수를 젖히고 해당직에 선발되었다는 사실은 지금 와서 어떻게도 증거를 위조하거나 바꿀 수 없다.
일반인도 명료하게 알 수 있는 이 범법사실에 대해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재단의 감사실장은 자신들이 그 어떤 범법행위나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으니 할 수 있는 거 있으면 다 해보라고 소리쳤다. 위 보도에도 자인했지만 무자격자가 들어가 있음을 그녀는 기자에게 인정했다.
이후, 외교부 본부 감사실에서는 4개월이나 끌다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으며, 제보를 받은 빨간당과 파란당 다수의 국회의원실 보좌관들은 외교부 감사실의 감사서류를 받았다며, 특별히 문제를 제기할 것이 없다며 해당 사안을 종결해 버렸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이 모럴해저드가 시작되었는지 알 수도 없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누구의 잘잘못을 찾기 전에 잘못인 것을 알고서도 그것을 인정하고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방기 했던 그 수많은 자들이 자신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할 시간이라는 것이다.
작년에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 감사실장에게 문제해결을 촉구할 때까지만 해도 그들이 개인정보를 핑계로 절대 내부 자료를 내놓지 않아 이 정도로 심각하게 채용비리가 버젓이 이루어졌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자료를 분석해 달라며 연락을 해온 여기자의 기가 막히다는 한숨이 기억에 남는다.
"아니, 한 두건도 아니고 어떻게 이렇게 대놓고 이렇게 많은 무자격자들에게 나랏돈이 펑펑 들어갈 수 있는 거죠? 한두 명이면 뭐 누구 낙하산이니 그런 거라도 조사할 텐데... 이건 뭐...."
강원랜드에 꽂아준 이들은 무려 채용인원의 80% 이상이나 되믄 경악을 금치못할 수준이었다.
그들은 대개 그곳에서 광부출신이거나 그야말로 소시민이라고 하는 이들이었다. 그들이 자신들이 댈 수 있는 최대한의 라인을 찾아 여기 꽂고 저기 꽂아서 아무런 연줄 없이 지원한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의 복마전이었던 사실을, 이미 사람들을 잊어가고 있다.
정치인을 욕하고 자신들은 소시민이라며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왔던 당신과 같은 그들이 자기 자식들을 꽂아달라며 있는 연줄 없는 연줄을 동원해서 이 복마전을 만들어나갔다.
그들이 지금 이 사건을 비난하고 욕할 수 있을까?
정말로 당신이 깨어 있다면, 이 글을 읽고 그것이 알고 싶다든 실화탐사대든 어디든 제보를 해라. 이 글 링크를 그대로 달아서라도 이 복마전의 진실을 파헤쳐서 자신이 범죄를 저지르고서도 당당하게 방송 인터뷰에 대고 국비를 펑펑 퍼다 쓰면서 외국 대학의 '채용 대행'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그녀가 콩밥을 먹고 다시는 그런 자들이 당당히 고개를 쳐들고 살지 못하도록 일갈을 외치란 말이다.
저 유명한 윤 정부의 감사원이 어떻게 감사결과를 내놓을지, 또 특이하기로 유명한 제주도 경찰이 이 증거가 명백한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지, 걱정스러운 맘으로 끝까지 지켜볼 일이다.
내가 뭐라고, 이게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내가 암행어사도 아니고 감사원 시크릿 요원도 아닌데....
정말 욕심 같아서는 이노무 채용비리를 뿌리 뽑을 요량이라면 어퍼컷 대통령실에 특별감사위원으로 나를 임명하라고 건의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