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발검무적 Jun 06. 2023

당신이 채용비리 심사장의 심사관으로 들어간다면...?

당신의 양심에게 묻는다.

아침마다 <논어>를 한 장씩 읽어주고 해제해 주길 2년간, 드디어 내일이면 그 대단원의 막이 내려진다.

서양에 <성경>이 있다면 동양에 <논어>가 있다고 할 정도로 공자의 말씀을 모아놓은 <논어>는 제대로 읽은 자는 없을지라도 그것이 어떤 책인지 들어보지 못한 자는 없다.


내내 돈도 안 되는, <논어>를 매일 아침같이 강독하는 강행군(?)을 감행했던 것은 성현의 말씀을 제대로 해석하는 것이 공부가 아니라 그 진의를 파악하고 실천에 옮기는 것까지가 공부라는 가르침을 통해 많지 않은 양심이라도 격동하여 공감의 실천을 전달하기 위함이었다.

자아, 제목이 낚시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질문을 던질 시간이다.


만약 당신이 국가의 예산을 지원받아 해외 유수의 대학의 객원교수로 나갔다.


그런데, 뜬금없이 당신의 강의를 들으러 온 그 나라의 학생들 중에서 출석부에는 있는데 나타나지 않은 학생을 발견하게 되었다.


사정을 알아보니 그 학생들은 한국으로 교환학생을 떠나 현지에 없는 학생들이었다. 문제는 한국으로 교환학생을 나온 학생들이 들어오지도 않은 당신의 강의에 수강신청을 버젓이 해놓고서는 그냥 학점을 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누구라도 어이가 없을 것이다.


교환학생이란 전 세계 어느 대학을 가더라도 타국의 대학에 가서 학점을 따와 자국의 대학에 학점을 인정받는 제도인데, 강의를 듣지도 않으면서 그 나라에서 온 교수님의 수업을 신청했으니 그냥 학점을 인정해 달라고, 교수님 이전에 왔던 객원교수들은 모두 그렇게 학점을 인정해 줬다며 현지 학과장을 찾아가서 따지겠다고 후안무치한 태도를 서슴없이 드러내왔다.


그 상황에서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당신에게는 가정인 질문이 나에게는 현실이었다.


나는 당연히 인정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전의 한국인 객원교수가 어떻게 했는지 그리고 현지 학과장이 인정해 주는 관습인지는 알 것 없고 30여 년간 세계 유수의 대학을 거쳤지만 이런 경우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고, 엄연히 범법행위에 해당하는 행위를 다들 그러니까 나 역시 용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이라 거부의 의사를 밝혔다.


물론 고민될 수 있다.

국비가 지원된다 함은 선발과정을 거친 것이기에 다음에 또 정부의 관련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무엇이 되었든 간에 불협화음(?)이 일어난다는 것은 복지부동하려는 공무원들에게는 거슬리기 그지없는 돌출행위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것은 따를 수 없다고 당신은 당당히 말할 수 있겠는가?


당신은 그 눈먼 돈이라는 국비지원을 또 받기 위해 그것을 집행하는 공무원 따위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둥, 혹은 이전에 다른 전임 교수들도 다 그랬으니 나도 튀고 싶지 않다는 둥, 심지어 내가 그렇게 한다고 해서 공부도 안 하고 개념 없는 이제까지 그렇게 살아왔던 외국애들이 대오각성할 것도 아닌데 무슨 대단한 애국심과 학자적 양심에 그런 과감한 일침을 가할 필요가 있느냐며 자신의 양심을 속일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현명한 것이고 세상을 사는 요령이고, 튀어봤자 득 될 것 하나도 없다는 당신의 삶의 방식이라면, 당신은 최소한 썩은 정치인들을 보며 혀를 끌끌 찰 자격도 안될뿐더러 국정농단을 벌였다며 군바리의 딸을 청와대에 둘 수 없다고 촛불을 들고 그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려놓고 마치 양심이 살아있는 양식 있는 사람인 척을 할 자격조차 없다.


가족과 함께 나갔던 외국에서 그 나라의 학교를 다니던 딸아이가 한 학기가 지났을 즈음, 현지 학생들보다 더 뛰어난 성적을 거두기 시작하자, 학자적 양심이니 정의가 어쩌니 떠들며 아이들에게 생각이 깨어있는 선생으로 불리길 원했던 작자가 딸아이가 현지어의 맞춤법 중에서도 콤마의 위치가 틀렸다며 기어코 전교 1등 자리를 한국에서 온 아이가 해서는 안된다며 장난질을 치는 모습을 보며, 그 나라의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다른 직업들에게 직업윤리가 없는 것은 아니겠으나 유치원선생을 비롯해서 교사라는 이름을 달고 선생님이라 불리는 자들에게는 그야말로 반드시 어겨서는 안 될 선생님으로서의 책무라는 것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하물며 해외에 나가 한국을 대표하는 이름으로 나라의 국세로 지원까지 받으며 해외의 학생들에게 한국에서 온 선생님이라는 말을 듣는 자의 행동은 자의든 타의든 한국을 대표하게 된다.


오늘은 현충일이다.

현충일이 어떤 날인지 설명해 보라고 하면 제대로 설명할 젊은이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무슨 날인지조차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서 6월이 호국수호의 달이니, 현충일을 맞이하여 호국선열들에 대한 뜻을 기려야 하니 따위의 말은 젊은이들이나 어린이들의 마음에 전달도 되기 전에 휘발되어 버린다.


내가 너무 거창하게 이야기했는지도 모르겠다.

해외에 나가 한국을 대표하는 선생님의 입장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입장이라면, 아니 결혼을 하지 않았던가 딩크족으로 살아 자식이 없는 자라 할지라도 자식 같은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는 입장의 선생님이라는 자라면 그것이 잘못인 것을 알면서 그것이 관행이라고 눈 질끈 감고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되는 것이라 나는 배우고 가르쳐왔다.


왜 내가 이렇게 날이 서 있느냐고?


지난주 매년 진행되는 국비지원 프로젝트에 심사위원으로 초빙된 자가, 위의 사항을 심사장에서 언급하면서 심사에 임한 이들에게 버젓이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를 수도 있을 텐데요. 그냥 그 나라의 관습이고 패턴인데 그냥 그대로 교환학생으로 간 학생들에게 성적을 주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서 넘어가는 것이 국비를 지원하는 대한민국 외교부의 이미지도 좋게 하는 것은 아니었을까요?"


나도 모르게 육두문자가 혀끝까지 튀어나오려는 것을 놀라 부여잡고 가슴을 쓸어내렸더랬다.


소위 대학교수라는 그 작자가 정신 나간 썩은 자라고 새삼스럽게 비난할 것도 없다. 그 옆에 앉아 있던 다른 심사위원으로 초빙되어 온 자들이 모두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나는 새삼 우리나라의 미래, 아니 현재를 보고야 말았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혹시 내가 나 혼자 잘났다고 나대고 싶어 하는 특이종인 것인가 하는 섬뜩한 의문마저 들었다.


그래서 며칠 마음속에 넣고 생각을 정리하다가 현충일 저녁 그대들에게 묻는다.

당신이라면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매거진의 이전글 외교부는 채용비리를 어떻게 무마하고 제 식구를 감싸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