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도 산재하며 기생하는 기레기들아~ 귀 기울여보려무나~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1666
어제 그간 소통하던 공중파의 중견 기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교수님. 죄송한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네요. 저도 데스크급 기자인데 이런 말씀드리기가 너무 쪽팔린데요. 데스크에서 이 기사의 1보가 케이블 뉴스에서 단독으로 나갔기 때문에 저희가 집중취재하기가 어렵답니다.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뭐 나한테 그렇게까지 죄송할 이유가 있습니까? 그러니까 이제 공중파를 사람들이 외면하고 안 보는 거지요."
"네?"
"지금 그쪽 뉴스에서 혹은 집중취재에서 제대로 잡은 게 있던가요?"
"그건 사실...."
"잼버리에서 1100억을 6년간 날렸다는 뉴스는 왜 여기저기서 나왔는데 공중파에서도 또 재탕삼탕을 하는 걸까요? 한 해에 2000억을 날리고 무자격자들을 채용해 놓고서는 감사원 비리에 걸렸는데도 무자격자들은 그대로 그 자리를 연명하고, 그 채용비리를 주도한 담당자들은 승진잔치를 벌이는데 그 뉴스는 어디에도 안 나오잖아요?"
"그건, 그러니까...."
"공중파가 정부여당에게 찍혀서 공산당 기관지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제대로 그들의 비리를, 국민혈세가 새어나가는 그 정황을 제대로 보도하지도 않으면서 무슨 공중파라고 부끄러운 명칭을 입에 담습니까?"
"으음...."
"됐습니다. 어차피 입건된 재단 관계자들 기소되고 감사원에서 특별감사 결과 나오고 하면 그거나 받아쓰기하겠다고 기다릴 거 아닙니까? 됐습니다. 그쪽에는 더 이상 내가 줄 정보가 없네요. 우리 그만 연락합시다."
"하아, 하시는 말씀이 어느 하나 틀린 게 없으니 기자밥 20년을 넘게 먹은 제 입장에서도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그저 부끄러울 뿐입니다."
"아니에요. 내가 뭐라 하지 않아도 이게 케이블보다 더 낮은 지위로 추락하고 그렇게 공중파는 소멸되고 말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이유는 기자라고 하는, 아니 기레기라고 하는 공중파 허접쓰레기들이 스스로 벌인 일이니 자업자득이겠지요. 전화 끊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씁쓸한 통화였다.
물론 그를 비난하거나 힐난하려는 의도는 조금도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자신이 꼭 다른 부서와 콜라보를 해서 심층취재를 하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데스크에 올렸음에도 동력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 결정적인 사유라고 내려온 것은 다른 방송사에서 이미 보도한 1보를 놓친 물먹은 보도라는 것이었다.
기레기들에게는 암묵적인 룰이 몇 가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것은 다른 곳에서 단독으로 스쿠프를 치고 나온 기사의 뒷북을 치는 취재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도 옛말이지, 어느 하나 기사가 나오자마자 자극적인 낚시성 제목을 달아서는 재탕에 삼탕을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취재라고 할 것도 없이 다른 기사를 재편집해서 올리는 기레기들도 천지에 깔려버린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중파에는 아직까지 추적보도 프로그램이 몇 남아있다.
하루종일 방송하는 케이블들이 최순실 사태의 국정농단을 소재로 마치 추적심층보도를 하듯이 정치를 예능으로 만들면서 시청률바닥을 다져나가며 지금의 위상을 만들어온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공중파 3사는 나름 전통과 명맥이 있는 심층 보도 프로그램이 분명히 있다.
그런데 그 취재진들이 MZ인가 뭔가로 세대교체가 되면서 그 퀄리티는 심각하게 격하되기 시작했다. 그 근거는 물론 시청률에서 찾을 수도 있겠으나 무엇보다 그들이 전통적인 사회부 기자들이 보여줬던 끝까지 물고 파고드는 팩트로 조지는 취재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그런 취재방식이 익숙한 베테랑 기자는 없다. 바닥에서부터 선배들에게 쪼인트 맞아가며 욕을 바가지로 뒤집어쓰고 잠 못 자고 경찰도 아닌데 잠복하고 잠입취재하고, 발로 뛰고 몸으로 부대끼면서 그러한 기자 정신이라는 것은 경륜으로 쌓일 준비를 갖추게 된다.
그런데, 최근 수년간 만나왔던 공중파를 비롯한 사회부 기레기들은 하나같이 도둑을 보면 제 몸 하나 챙기겠다고 비명을 지르며 줄행랑을 치는 경찰을 연상시켰다.
- 으음, 목사가 아이를 던진 장면에 CCTV에 찍혀 있거나 그래야 방송이 살거든요. 그거 아니고 녹취만 되어 있고 실제로 목사가 자기 애를 던져서 애가 죽거나 뇌사에 빠진 것도 아닌데 이건 뉴스로서의 가치는 좀 떨어지거든요.
- 아, 외교부 산하 기관이라는 재단에서 그런 채용비리를 벌였다구요? 그런데, 그 무자격자들 중에 외교부 장관 자식이나 고위 공직자의 친인척, 아니면 젤 좋은 건 국회의원의 자식 뭐 이런 사람들이 나오는 건데, 그걸 교수님이 확인해서 한 두 명만이라도 찍어주시면 이건 정말 대박인데요. 그런 자료를 확실하게 취합해 주실 수 있을까요?
- 아참! 저한테 먼저 연락 주셨으면 그런 케이블 뉴스의 신참 여기자보다 훨씬 때깔 나게 뽑아서 외교부까지 목줄을 확 틀어쥘 수 있었을 텐데, 왜 저한테 연락을 안 주시고 그런 케이블 뉴스 쪽에 주셨어요. 아! 정말 아쉽네요. 이미 1보가 나갔으니 제가 취재한다는 게 후속취재밖에 안 되니 의미가 없잖아요. 네? 재단 측에서 왜 무자격자를 뽑았는지에 대한 거대한 자금 횡령 부분이 더 크다구요? 그건 품이 많이 들잖아요. 그리고 1보가 나갔는데 저희 데스크에서도 굳이 반겨하지 않을 거예요.
- 아, 프로끼리 왜 그러세요, 교수님. 채용비리 어디 하루이틀 저희가 보나요? 걔들은 그거 채용비리라고 인정도 안 할걸요? 그리고 현직 외교부 장관한테 직접 제보했다는 녹취랑 이메일이랑 문자랑 다 있는 거 알겠어요. 그런데 그거 그 장관실 목에 들이밀어봐야 자기는 외교부 감사관실에 조사하라고 시켰다. 그런데 걔들이 아무런 문제없다고 종결지었으니까 그냥 끝난 거 아니냐. 뭐 이렇게 시간 끌고 뭉개면 그뿐인 거 잘 아시잖아요?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를 대통령 바로 옆에서 듣고서도 버젓이 뉴스 인터뷰에 직접 나와서 그건 중요한 게 아니라면서 이죽거리며 뭉개는 사람인데 이 정도로 자기 잘못 인정하고 바로잡겠어요?
그들에게도 입장이라는 것이 있을지 모르겠다.
칼부림하는 정신병자를 왜 경찰이 막아야 하냐며 자기 몸을 챙겨야 한다고 직장인임을 강조하는 정신 나간 경찰들이 대다수인 나라에서, 기레기들이 정상인 것을 기대하는 것이 오히려 말도 안 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검찰을 들락거리며 검사와 형님동생하고 술잔을 몇 번 기울이고 같이 할 짓 못할 짓, 다 하고 다녔다며 그걸 권력이랍시고 대장동 사태를 일으킨 자도 기레기였고, 현 법무부장관이 검사시절 버젓이 검사로서는 해서는 안 되는 언행을 고스란히 녹취해 놓고 유착관계였으면서도 그것이 관례라고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자기네들끼리 토닥거리는 것도 기레기들이었다.
정치부에 있으면서 정치인들의 부정과 부패를 누구보다 잘 안다며 그것을 어루만져 자격도 되지 않으면서 방송에 나와 그들의 죽창부대를 대신하는 것으로 여의도의 배지를 움켜쥐고 의원님 소리를 듣는 기레기들이 발에 차이는 실정이니 기레기도 출세의 한 방편이고 직장인일 뿐이라면 그 말도 안 되는 개소리도 변명이라고 명명해줘야 할지 모를 일이겠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경찰이 경찰답고, 기자가 기자답고, 대통령이 대통령 답지 못하기 때문에 지금 당신이 사는 세상이 점점 말도 안 되는 진흙탕에 지옥처럼 되어간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가?
학생이 학생답지 못하고, 부모가 부모답지 못하며, 선생이 선생답지 못하는 순간, 그 사회는 조금씩이 아니라 대놓고 퍽퍽 좀먹기 시작하고 그것은 결국 당신들의 숨을 옥죄여 당신이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억울한 일을 당하게 되는 나비효과로 발전하게 된단 말이다.
자신이 자신의 위치에서 제 몫을 다하기만 해도 세상이 이지경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아파트의 철근을 빼먹고 그것이 무너져 누가 죽을지 모르면서도 자신과 자기 새끼만 그 아파트에 있지 않으면 된다는 그 안일함은 수십 년 전 강남의 한복판 삼풍 백화점이 무너졌을 때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아닌 밤중에 날벼락을 맞고 생을 마감해야만 했던 이들이 그 결과로 증명하고 있다.
기레기가 더 욕을 먹는 이유는, 일반인들보다 기레기가 가지고 있는 직업적인 파급력과 그 의무가 각별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뒷돈 받고, 적당히 월급 축내면서 어디 가서 기자랍시고 취재대상들에게 향응을 요구하기나 하는 기레기들이 결국 이 사회의 침몰에 아주 큰 역할을 해내고 있는 셈이다.
당신 주변에 기레기 하나 없다고 할 수 있겠나?
지 자식이 기자 되었고, 기자라고 거들먹거리는 아줌마에게 물어봐라.
니 자식이 정말로 기자로서 밥값을 하고 다니냐고.
그리고 거울을 보며 당신에게 물어봐라.
당신은 당신의 위치에서 올바르게 역할을 수행하고 있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