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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Aug 16. 2023

행여 멋진 전원생활을 꿈꾸고 있을 당신에게...

시골? 풋! 눈 감으면 코 베어가는 곳이란다.

라떼는 그런 말이 있었더랬다.

지방에서 서울로 돈 벌겠다고 올라와 서울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쓰리를 당하고 코도 눈도 귀도 다 베어가는 참혹한 도시의 민낯을 보게 된다고.


요즘은 그것도 옛말이다.

귀촌이네 오도이촌이네 하면서 TV에서조차 헌 집을 고쳐서 별장을 만들고 세컨 하우스를 만드는 것이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이다.


그런데, 정작 내가 아주 오래전에 사둔 별장 하나를 처분하려고 귀촌하고 싶은, 혹은 세컨 하우스를 구하고 싶은 이들이 모인 인터넷 최대 커뮤니티니 블로그니 카페니 들어가 보고 나서 한참을 분석한 끝에 내린 결론은, 정작 별장이나 세컨 하우스를 구할 수 있는 시간적 경제적 여유를 갖춘 이들은 그런 공간에서 찌질한 티를 내지 않고 실제로 발품을 팔아 계약을 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그 카페에 허구한 날 댓글 달고 남의 매물에 트집 잡고 시비 걸고 내내 키보드 워리어로 지내는 대다수의 찌질이들은 무엇이냐고? 그들은 그러고 싶은 이상만 눈썹 위에 있을 뿐, 현실은 전혀 그럴 여유는 고사하고 당장에 지금 사는 곳도 유지하는데 버거워하딱한 자들이었던 것이다.


정작 멋지게 40대를 넘어서면서 귀촌해서 캠핑카를 세울 곳이 필요하다는 둥, 세컨 하우스 개념으로 텃밭을 운영하고 싶다는 둥, 자기 꿈은 벌써 한 100미터는 늘어놓았는데 가만히 살펴보면 그냥 찌질하게 어느 캠핑장에 적당한 가격의 저렴한 장비로 하루 고기를 구워 먹고 올 정도의 수준이면서 어느 사이엔가 몽상이 몽실거리고 커져버려 자신도 세컨 하우스를 하나 가지고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착각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정작 괜찮은 매물이 나오거나 직접 매도해야 할 순간에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근사한 레스토랑에 가면 뭘 사 먹고 뭘 시키고 어떻게 먹어야지,라고 꿈꿀 수는 있지만, 당장 주머니에 돈이 없으면서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데 지배인이 들어오라고 문을 열면 땡전 한 푼 없는 그가 뭘 할 수 있겠는가?


물론, 돈이 없는 것은 쪽팔린 일이 아니다. 없으면 벌면 되고 모아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된다. 대부분의 정상적인 사람의 사고는 그렇게 움직이기 때문에 자신이 현재 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 마치 그럴 수 있는 사람인 양 나대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요즘에 대통령서부터 공정이나 상식 같은 단어는 이미 저 별나라의 것이 아니었던가?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아주 고르게 썩어버려 그들은 자신의 깜냥은 상관도 없이 마치 당장이라고 좋은 매물이 있으면 살 것처럼 모니터 뒤에서 거들먹거릴 뿐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실행도 할 수 없는 찌질이일 뿐이다.


서론이 삼천포로 너무 가는 바람에 얘기가 길어졌다.


가장 가까운 곳에 사두고 사용하던 용인의 별장에서 지하수가 갑자기 나오지 않는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은 6월의 일이었다. 주말이나 연휴에만 가족들이 돌아가서면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정작 우리 가족은 거의 가지 않은 지 꽤 시간이 흘렀을 즈음이었다.


그런데, 전기나 기타 다른 문제도 아니고 지하수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그곳을 놀러 갈 수 있는 기본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물이 나오지 않는데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처가의 멤버는, 원래 불렀던 지하수 펌프 지사에 연락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단다. 물론 내가 워낙 까탈스러운(?) 별장 주인인 내게 연락을 했어야 했겠으나 거의 최근 사용했던 사람 입장에서는 눈치가 보였던가 보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런 식으로 그 지하수 펌프 기사가 챙겨간 수리비는 옷이 젖는지 모를 정도의 가랑비치고는 꽤나 굵은 듯했다. 살짝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이번 문제가 해결되었다면 또 그냥 넘어갔을는지도 모른다.


10년 가까이 아무런 문제 없이 시원하게 펑펑 잘만 나오던 지하수가 그가 수리비를 챙겨간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물이 안 나오는 지경이 된 것은 분명히 그가 책임져야만 할 부분이었다. 그런데 그는 뜬금없는 얘기를 또 늘어놓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거 수위가 낮아져서 제대로 끌어올리지는 못하는 것 같으니 수중펌프를 설치하셔야겠는데요. 300만 원 정도는 들 것 같습니다."


나중에 그 말을 들었기에 망정이지 만약 바로 들었거나 내 앞에서 그런 눈탱이 후려치기를 시연했다면 내 성격에 또 바로 주먹부터 나갔을지 모를 일이었다.


견적도 말도 안 되는 금액이었지만, 어제까지 멀쩡히 나오던 수위가 갑자기 누가 빨대로 쪽 빨아들인 것도 아닌데 물이 없어졌다고? 그런데 그것도 수중펌프를 달기만 하면 바로 물이 나올 거라고?


사실 그 기사만 그런 수법을 쓰는 것은 아니었다.

전원주택지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화목보일러라던가, 기름보일러, 혹은 지하수 펌프 관련 등등으로 도심이 아니라는 이유로 출장비를 더 많이 부르고, 부르기만 하면 뭘 교체해야 한다면서 연로한 전원주택 거주자들의 눈탱이를 거하게 때리는 일이 만연하기는 했다.


그런 자들이 많다고 해서 결코 그런 행위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더군다나 강원도 어디 깡촌도 아니고 버젓이 세금 소득이 가장 많다는 용인시에 대로변에서 얼마 들어가지도 않는 전원주택에 와서 그런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시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수위를 핑계 삼았으니 장마가 시작된다는 7월에 한 달 정도 쉬고,  8월이 되어서 지하수 펌프 본사에 연락을 취해 책임자를 찾았다. 그러자 기사가 마지막에 마지막이라며 전화로 내게 이렇게 말했다.


"뭐든 걸 다 교체해 봤고, 다 해봤는데 안됩니다. 이건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바로 내가 물었다.


"만약 내가 다른 기사를 불러서 기기를 제대로 손보지 않은 문제가 발견되면 기사님이 나중에 부른 기사의 점검비에서 수리비까지 모두 책임질 수 있다는 거지요?"

"네?"


그는 당혹스러워했다. 사실 그가 처음 그렇게 당당하게 외칠 거라면 그리 당혹스러워해서는 안 됐다.


"아니. 분명히 모든 걸 다 교체해 보고 모든 게 다 이상이 없는데 안된다면서요? 그게 맞다면 내가 다른 기사를 불러서 점검하고 확인할게요. 기사님 말씀이 맞으면 내가 돈 내면 되고, 그게 아니라 문제가 내부에 있었는데 그게 해결이 안 되어서 그런 거면 이제까지 받아가신 돈도 있고 하니 뒷수습은 기사님이 하셔야 맞지 않겠어요?"

"그게... 그러니까...."

"자아, 그럼 그렇게 합시다."


그렇게 본사에 연락을 취했고, 내가 확인할 수 있는 다른 지하수 전문가들 몇몇에게 연락을 취해 기본적인 공부와 문제점에 대한 파악을 끝냈다. 그리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오늘에서야 본사에서 파견한 다른 지사의 기사가 별장에 왔다.


"이거 지금 분해한 이 부품들이 삭았는데 이걸 교체하지 않고서 그대로 사용해서 모터가 헛돌았네요. 이것만 교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한숨이 나왔다.

매번 그랬다.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내가 틀리길 조금은 바랬다. 기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물증이 있는데 엔지니어들은 구차한 변명을 하지 않는다. 해당 부품을 사진 찍어 나와 이전 기사에게 보낸 새로 온 기사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보기엔 이게 마모되고 부서져서 그런 이유 말고는 없습니다. 이것만 교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오늘 제 출장비와 점검비는 어떻게 되는 거죠?"

"본사에서 연락 가도록 해드릴게요."


사진과 연락을 직접 받은 이전 기사는 말투가 변해 있었다.


"교수님. 그게요. 그러니까.... 만약 오늘 온 그 기사의 말이 맞다면 말이죠. 그게 제가 또 공부하고 배우는 건 맞는데요. 비용이 제가 지난번에도 갔다가 못 고쳐서 돈도 못 받았는데 이번까지 하고 그 기사의 출장비와 점검비까지 물기가 너무 버거워서요...."


한숨에 섞여 욕지거리가 함께 튀어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으며 물었다.


"약속했잖아요! 본인이 다 교체해 봤다더니 아니잖아요. 그리고 아니면 본인이 모두 책임지겠다고 나랑 약속했잖아요."

"그건 맞는 말씀이시긴 한데.... 그게 좀.... 오늘 기사 비용만 교수님이 좀...."

"됐구요. 그건 본사에서 처리하도록 내가 얘기해 둘게요."

"아이구! 정말로 감사합니다. 그러면 제가 필요한 부품 신청하고 다음 주에 연락바로 드리고 가서 할게요. 그런데 그렇게 다 교체해도 안되면... 그건 참.... 정말로..."


그냥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는 이미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애초에 넘었고, 구구절절이 구차하기 그지없었다.

그의 가족이 맛있는 것을 사 먹고 따뜻한 곳에서 살 수 있게 만들어준 돈은 그가 자신도 더듬거리는 전문용어를 늘어놓으며 당당하게 밀어붙이며 챙겼던 돈이었을 것이다.

잘 모르니까, 혹은 당장 급하니까, 그리고 정말로 내가 잘못해서 고장 냈다는 말이 맞는 것도 같으니까 나이 들고 여자라는, 다양한 이유들도 그들에게서 그는 보람찬 일을 했다며 돈을 받았을 것이다.


전원생활을 하며 지하수를 사용하는 이들에게 기본 상식 중에 하나가 있다.

바로 옛날 시골에서 사용하던 펌프처럼 오래 사용하지 않거나 마중물이 빠져나가있을 경우에는 기계에 결함이 없어도 펌프에서 바로 지하수를 끌어올리지 못하기 때문에 마중물부터 체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전에 그 사실을 공부하기 전 그가 펌프가 고장이라며 당장 교체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잠시 별장에 놀러 와계셨던 노모를 압박한 적이 있었다. 당장 물이 안 나오니 당황하셨을 텐데, 그가 전에 마중물을 붓는 것을 어깨너머로 보시고는 일단 집주인에게 말하겠다며 출장비 운운하는 그를 보내버린 적이 있었다.


그리고 모터펌프가 고장이라 당장에 고쳐야 한다고 했던 그의 말과 달리 마중물을 붓기가 무섭게 물은 정상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부러 그에게 전화를 해서 욕을 바가지로 해주거나 찾아가서 참 교육을 시키는 것까지는 참았더랬다.


그런 히스토리를 공유했던 그가 이제는 꼬리를 내리며 당장 점검한 기사의 출장비를 부담해 달라고 하는 말을 들으며 참 서글펐다.


부정이고 비리인 것을 알면서도 함께 그 이익을 공유하는 자들이 있다. 그런 방조와 공조의 공범들이 있지 않고서는 부정과 비리는 계속 만연하기 어렵다. 한번 크게 자신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경제적인 피해나 형사고발로 인해 처벌을 받게 될 핀치까지 몰리게 되면 대부분의 어리숙한 자들은 정신을 차린다.


그런데 더 간악한 자들은 그런 꼴을 당하고서도 똥을 끊지 못하고 다시 똥개로 빠르게 복귀한다.

6년간 1100억의 눈먼 돈을 누가 어떻게 쓰는 게 뭐가 문제겠느냐며 해먹은 작자들은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직자들만이 아니다. 조직적인 채용비리가 이루어질 때는 위에서부터 서류 심부름을 하는 알바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공조하고 방조하기 때문에 끝까지 그 일이 이루어진다. 외부 심사위원이라는 교수들이 1차 모집요강에조차 부합하지 않는 무자격자들에 대해서 전공과 학위 심사를 했다고 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부끄러운 일이란 말인가?


그런데 그 자들이 전 법무부장관이 자신의 아들 온라인 시험에 직접 가담해서 답을 챙겨 써주는 것을 비아냥거리며 그의 양심을 탓할 수 있단 말인가? 밖에 나가면 발에 차이는 게 교수인데, 개나 소나 지방대부터 전문대까지, 아니 이젠 원격대학원에 평생교육원까지 가르치는 자들이 버젓이 교수랍시고 설치는 세상이니, 같은 호칭으로 불리는 것조차 불결하고 소름이 돋을 지경인데, 그들은 그것을 부끄러워할 줄조차 모른다.


당신은?

당신은 다른가?

열심히 일해서 그럴만한 여유를 갖추고 나서 세컨드하우스를 구할 생각조차 하지 않으며 그저 막연히 어디 나대지로 나온 깡촌의 땅을 보면서 이 정도면 나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망상이나 꾸면서 뒤로는 어디서 눈먼 돈으로 혹은 법인카드로 평소에 먹지 못하던 회식을 해준다고 하면 묻고 따지지도 않고 강아지처럼 침을 질질 흘리고 손을 바짝 들고 꼬리를 냉큼 흔들지는 않느냔 말이다.


자신이 있는 위치에서 해야 할 책무라는 것이 있다.

그것만 지켜도 나라꼴이 우리 사회가 이 지경으로 무너져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

잘 새겨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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