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발검무적 Sep 24. 2023

Leaving Seoul...

다시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당분간 안녕... 그리고 새로운 안녕~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이래로 가장 오랜 기간 글을 올리지 못했다.

아니 올리지 않았다는 말이 더 맞겠다.

2021년 9월 혼자서 홀홀단신 떠나던 때에도 마음이 싱숭생숭했지만, 당시 올리던 글을 비행기 기다리는 공항에서까지 올리면서 펑크를 내지 않았던 것에 비하자면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고, 한국을 떠나기 전에 쳐내야만 했던 일들이 산적하고 또 산적해 있었다.(결국 모두 다 쳐내고 오지 못했다.ㅠ.ㅠ)


이사를 하고, 별장으로 서재의 짐들을 일주일 동안 내내 모두 옮기고, 다시 살림살이도 정리한다고 동분서주하며, 국제교류재단 채용비리 특집취재건도 그렇고, 버젓이 기소되어 놓고서 재판에 응하겠다는 못된 녀석의 응징처리며, 대형건설사와 환경부의 비리문제며, 시골 지자체의 뻔뻔한 직무유기에, 보험사와 경찰의 콘체른 등등 산적해 있는 일들을 모두 한꺼번에 정리하는 것은 내가 분신술을 쓰지 않는 한 한계가 있었다.


그 와중에 부러 브런치의 글을 올리겠다고 차분히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것은 사치를 넘어선 오만이라고 느낄 정도였다.


그 와중에 브런치에서 인연을 맺은 대대장과 소박한 점심을 하기 위해 강남에서 의정부까지 무려 반나절에 걸쳐 운전하고 간 것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소중한 만남이었다.


무엇보다 작년 아내의 급작스런 암소식을 맞고서 브런치를 글쓰기를 잠정 접었던 진우 님이 상을 당했다는 사실을 카톡을 통해서 확인하고는 차마 어떻게 위로를 전해야 할지 몰라 내내 마음이 먹먹했다.


그렇게 이사를 하고 짐을 옮기고 방송국을 오가고, 법원과 검찰을 오가는 사이 출국날짜는 임박했다.


지난주 수요일, 내내 쨍쨍하던 지난날과 달리, 비소식이 있더니만 아침부터 강한 빗줄기는 어마어마한 대형 트렁크 캐리어 10개를 들고 출국해야 하는 내 맘을 무겁게.... 만들 뻔했다.


늘 내 차를 이용하거나 다른 이들의 배웅을 받던 방식에서 이번에 처음으로 대형콜밴이라는 것을 부르기로 했던 것은 함께 침대 쓰시는 분의 강한 압박 때문이었다.

식구가 모두 타고 무려 10개가 넘는 캐리어를 대중교통이나 승용차로 옮기는 것은 무식하기 짝이 없는 짓이라고 내내 투덜거리는 것을 보고, 출국 3일 전 인천공항 전문 대형콜밴을 예약한 것이다.


https://16668856.modoo.at/


처음 전화를 걸었던 곳은 다른 곳이었는데, 대표라고 하는데, 영 기본적인 시스템도 안되어 있고, 돈돈하는 것 같은 느낌에 다시 찾아서 연락한 곳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후죽순 많은 업체들이 자기 차를 운행하는 기사들을 콜센터형식으로 분배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직접 대표가 전화를 받아 처음 연락을 주셨으니 친절하게 안내하겠다며 시원시원하게 대답하는 것이 썩 마음에 들었다.


함께 침대 쓰시는 분은 처음 준비한 신형 스타리아에 10개의 캐리어가 무리 없이 실리는 것을 보고서는 편하게 앉아 장대비를 보며 공항에 향하는 것이 매우 만족스러운 듯했다.

 

비가 오지 않더라도 4명이나 되는 식구들이 이처럼 어마어마한 짐을 싣고서 공항을 가는 것부터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10만 원가량으로 집 앞에서 공항까지 편하게 서비스를 받는다면 썩 괜찮은 선택이라는 생각에 상세정보를 남겨 추천한다.


그렇게, 비 오는 수요일에 떠난 서울은, 그리고 한국은, 내가 모두 쳐내고 오지 못한 일만큼이나 여전히 시끌 복작하고 난리법석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일단 9월 10일 이사일부터 TV를 끊었고, 이곳에 와서 역시 정신이 없었기에 이제 한국의 소식은 남의 나라 소식으로 접어둘 예정이다.


나름 내가 온다고 새로 준비해 두었다는 연구실이, 아무것도 없이 덜렁 책상과 컴퓨터만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기에, 학교 측에 이것저것 요청해서 냉장고, 소파, 여분의 책장과 회의용 탁자 등등 살림살이를 채워 넣는 과정도 여의치만은 않았다.


그리고 이렇게 이곳에 와서 맞는 첫 주말, 토요일이 되어서야 컴퓨터를 내가 사용하기 좋은 최적화로 커스터마이징하고, 이제 일요일 오전에서야 무려 2주 만에 다시 글을 쓴다.


이전에 써둔 글이 워낙 많은 탓인지, 내내 쓰던 시기나 2주 동안의 비자발적 휴가기간이나 찾아오는 이들의 수는 여전히 비슷한 듯 하지만, 어차피 읽는 이들을 꼬이려고 쓰는 브런치가 아닌 관계로 조금씩 마음이 안정되기 위한 수행 글쓰기를 찬찬히 다시 시작해볼까 한다.


일단 들고 왔던 오래된 외장하드 속에서, 오래 두어 먼지가 쌓인 원고 중에서 '아~! 이런 것도 있었지?'싶은 것들도 적지 않아, 찬찬히 그 옛날 원고들도 꺼내볼까 생각해 본다.  


어딜 가더라도 사람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누굴 만나더라도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잃지 않는 것이고, 자신을 가다듬어 언제 어디서라도 날이 잘 갈려있어 유사시를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수양이고 수행이다.


그것은 매일같이 육체를 수련하는 것 이상으로, 마음을 가다듬고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자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이다. 그것을 타인이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자 자신이 확인하는 방법은 결국 말하기와 글쓰기로 명징하게 드러난다.


고집 센 당나귀마냥 잘못을 하고서도 고치려들지 않는 어리석음을 멀리할 수 있도록...

나태하고 느슨해지지 않고 흐르는 물에 종이를 내려보내도 칼날에 닿기 전에 종이가 갈라질 수 있도록...

그렇게 다시 새로운 곳에서 수행을 시작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 복마전 대한민국을 떠날 채비를 하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