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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Apr 17. 2024

한국인은 왜 그렇게 브랜드에 집착하나요?

한국인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려주마. - 43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1800     


  누구나가 알고 있는 최고의 브랜드를 찾는 사람의 심리는 비단 한국인만의 것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좋은 브랜드의 차를 타고, 좋은 브랜드의 주상복합 아파트에 살고, 명품이라고 불리는 브랜드를 온몸에 걸치는 것이 사람들의 삶의 목표이고 그렇게 하고 사는 것이 성공이라고 여기는 것은 어떨까요? 일반적이라고는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외국인들 입장에서 보면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데까지는 조금 다른 생각들을 보입니다. ‘사람들이 다 그렇지 나만 그래?’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건 100% 한국인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나중에 이 개별화된 사례들의 시리즈 연재가 본격적인 종합분석 편으로 넘어가게 되면 자세히 설명할 기회가 따로 있겠지만, 한국인들의 ‘집단주의’ 의식은 명품을 노래 부르며 찬양을 넘어서 집착을 보이는 측면에서 도드라지게 드러나곤 합니다. 


  물론 집단주의 역시 한국인에게만 한정되는 의식이 아닙니다. 하지만, 세계 인류 모두에게 적용되는 보편적인 정서라고 볼 수 있는 ‘집단주의’가 왜 한국인을 규정하는 키워드가 되는지에 대해서는 돋보기를 대고 그것이 일반적인 집단주의와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인들의 집단주의를 설명하면서 아주 효과적으로 설명하는데 도움이 되는 개념이 하나 있는데요. 이른바 ‘편승효과(便乘效果)’라고 불리는 ‘밴드왜건 효과(band wagon effect)’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 정확한 의미는, 유행에 따라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 현상을 뜻하는 경제 용어로, 곡예나 퍼레이드의 맨 앞에서 행렬을 선도하는 악대차(樂隊車)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효과를 내는 데에서 유래했습니다. 미국의 하비 라이벤스타인(Harvey Leibenstein)이 1950년에 발표한 네트워크효과(network effect)의 일종으로, 서부개척시대의 역마차 밴드왜건에서 유래한 단어인데요. 찾아보면 아시겠지만 결국 이 효과는 미국의 12대 대통령을 만들어내는 가공할만한(?) 결과를 내놓게 됩니다. 이후에는 특정 상품에 대한 어떤 사람의 수요가 다른 사람들의 수요에 의해 영향을 받는 현상으로, ‘편승효과’라 불리게 된 거구요.

  과학상식에 이어 무슨 토막 상식 시간도 아니고 왜 한국인의 특질에 대해 설명하다가 뜬금없는 마케팅 용어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는지 의아해하시는 분들도 있을 법한데요. 바로 이 마케팅 용어가 한국인이 브랜드에 집착하는 그 묘한 ‘집단주의’ 의식을 해석하는데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점에 주목해 주시기 바랍니다. 


  전술한 바와 같이, 본래 유래가 되었던 의미와는 조금 다르게 ‘밴드왜건 효과(band wagon effect)’는 현재 마케팅 용어로 경제심리를 설명하는 데 사용되는 개념입니다. 그 핵심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자면, 다양한 이유들로 인해 자신의 경제적 지위가 갑작스레 상승하게 된 사람들이 브랜드와 유행에 민감하다고는 전제에서 이 개념은 출발합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원래 부자였던 사람들은 굳이 브랜드에 집착하며 그것으로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자 한다거나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아 한다는 것이죠. 


  오히려 그들은 일정 브랜드가 여러 사람들에 의해 도배가 되는 경우 그 브랜드를 포기하는 경향까지도 보입니다. 개나 소나 사용하는 것으로는 자신의 부와 지위가 변별되지 않기 때문에 돈이 있다고 해서 모두 사서 똑같은 것을 걸치고 다니는 꼴은 당하고 싶지 않다는 거죠. 그래서 브랜드에 집착하는 이들은 국가는 한국과 같은 급격한 경제도약을 이뤄낸 개발도상국이나 일본처럼 전후 처절했던 시기를 거친 나라들이 많고, 사회적 위치로 보자면, 갑작스럽게 부동산이나 유산 등으로 부자가 된 졸부들일수록 브랜드에 집착을 보이며 그것으로 자신의 지위를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하다고 연구결과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자존감(Self Esteem)이 낮은 심리적 상태의 대상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모습이기도 한데요. 그 대표적인 사례로, 브랜드들이 이들의 심리를 이용하여 오히려 가격을 더 높여 기존의 가격보다 더 높아지게 되면, 오히려 더 수요가 늘어나는 기형적 형태로 치닫는 경향을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외적인 것들로 채우되 그것이 보여지는 것들에 한정된 것들이라는 점에서 외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면의 아름다움이나 지식 등이 아닌, 바로 눈에 보이는 것들로 사람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분위기가 한국인들이 보이는 ‘집단주의’의 대표적인 사례로 발현된 형태가 바로 이 브랜드 집착 열풍의 정체인 것입니다. 


  특히, 한국인의 집단주의가 갖는 가장 큰 특징은 ‘모두들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라는 그루핑입니다. 자신이 그렇게 하는 것도 문제지만 한국사회에서 보이는 ‘집단주의’의 가장 독특한 특징은, 집단주의가 형성이 되고 그것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 자신이 보이지 않는 집단주의적 의식을 만들어내고 그 형체가 없는 것이 마치 사회의 규정인 양 따르지 않으면 다른 이들에게 튀어서 표적이 된다는 변명 아닌 핑계를 댄다는 것입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들의 집단주의 의식에는 어떤 것을 소유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선택의 의미가 아니라 소유할 수 있고, 없고의 ‘능력의 차이’인 양 자연스럽게 환치하는 초능력(?)을 발휘해 버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서양인들에게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부자이면서도 검소하게 사는 이의 존재는 있을 수 없다고 부정합니다. 그것은 누군가가 찬 시계를 보면서 ‘저 나이를 먹고서도 저런 싸구려 시계를 차고 다니다니!’라는 말도 안 되는 망발을 내뱉는 참사를 자행하게 됩니다.


  그래서 해외 언론들을 통해 한국의 기형적인 브랜드 집착경향에 대한 분석 기사들을 보면, 그것이 한국인이 삶에 대한 만족감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하는 것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최근 몇 년 새 젊은 측의 명품 소비가 크게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경직된 한국 사회 계층구조에 대한 절망이 명품 소비로 분출된다는 지적과도 일면 그 맥을 같이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작년 보도에서 한국인의 2022년 1인당 명품 소비액이 325달러(약 42만 원)로 미국인(280달러), 중국인(55달러)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선 원인을 집값 급등에 따른 주택 소유자들의 도취감과 주택 매입을 포기한 젊은이들의 고가품 대체 소비에서 찾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해당 기사에서는 코로나19의 기간 동안 한국의 집값이 일부 도시에서는 2배 가까이 급등하면서 집을 가진 이들이 부자가 됐다는 느낌을 갖게 된 것이 명품 소비로 이어지는데 일조했다고 분석하고 있는데요. 그러한 집값 상승으로 인한 사회현상은 반대급부의 입장에서 보면, 주택 구매 포기로 이어져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명품 수요가 한층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틈만 나면 한국인의 폄하성 경향을 기사로 내보내는 뉴스위크 일본판에서는 이 기회를 놓칠세라 “집착으로까지 보이는 (한국인의) 명품 선호는 인생의 만족감 결여를 보상하려는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까지 보도한 바 있습니다. 해당 기사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대졸자 빈곤율, 가장 심각한 실업률, 경직된 계층 구조로 사회적 지위 상승이 어려워진 한국의 젊은이들이 명품이나 가짜 명품을 소비함으로써 만족감을 얻으려는 것이라고 꼬집고 있는데요. 사실 그들의 분석이 그렇게 예리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모습이 한국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긴자거리는 그 허영의 거품이 빠져 있지 않거든요.

  오늘 잠깐 언급이 나오긴 했지만, 결국 한국인에게서 보이는 그 독특하기 그지없는 ‘집단주의’에 대해서는 좀 더 다양한 사례를 통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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