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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Apr 19. 2024

한국에는 왜 그렇게 보복운전이 많은 건가요?

한국인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려주마. - 44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1801     


  몇 달 전,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에 이어 미국에서 드라마로 다시 한번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바로 재미교포인 이성진 감독이 만든 드라마 <BIFF(성난 사람들)>이 골든 글로브 3관왕과 에미상 8관왕을 휩쓸었다는 소식이었는데요. 한국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작품이고 널리 한국에서 히트한 작품이 아니긴 하지만, <워킹데드>부터 <버닝>, <미나리>에 이르기까지 한국인 관객들에게 익숙한 스티븐 연이 각종 남우주연상을 휩쓴 드라마로, 미국 사회 내 이민자들이 난폭운전에 얽히며 극적인 사건으로 치닫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작품을 쓰고 만든 이성진 감독은 원래 드라마 작가로 활동했었던 친구인데요, 자신도 그렇고 주연을 맡은 스티븐 연도 그렇고 미국계 한인이라는 이민자으로서의 사회적 정체성에서 보복운전이라는 표면적인 사건을 매개로 관객들로부터 많은 공감을 불러냈다고 인정을 받았습니다.


  갑자기 이 시리즈에 맞지 않는 드라마 평론을 할 것도 아니면서, 왜 갑작스레 미드 이야기를 꺼내는지 궁금하시겠죠? 미국에서 만든 이민자들의 심리를 보복운전에서 풀어낸다는 너무도 현실적인 발상에서 또 세계 1위가 아니라면 서러워할만한 한국인의 특징을 이야기하려고 꺼낸 이야기입니다.


  보복운전, 흔히 위협운전이라고도 불리는 바로 그것, 내 차의 앞에서 칼치기를 하며 끼어들거나 갑작스럽게 매너 없이 급정차를 해서 충돌직전에 브레이크를 잡게 만들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분노를 유발하게 한다는 빌미하에 상대방에서 경적을 울려대거나 창문을 내리고 욕을 하는 것은 기본이요, 심하면 그 앞에 차를 막아 세우고 트렁크를 열어 영화나 드라마에서 또라이들이 한다는 골프채에서 죽도, 목검, 진검, 도끼에 이르기까지 해괴망측한 무기류들을 꺼내 상대 운전자를 협박하는 그 전체 행위를 통칭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왜 이 보복운전이 한국인에게 유독 더 많이, 그것도 격렬하게 벌어지는 것인지 외국인들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살 떨리기 그지없는 블랙박스 영상들이 한국에서는 일상적으로 보이곤 합니다.

  어설픈 추정만으로 떠벌이는 이들의 의견 중에서는 보복운전 가해자들이 감정 조절에 미숙하거나 일종의 분노조절 장애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편견도 없지 않긴 합니다만, 한국에서는 실제로 상황여하에 따라 누구나 보복운전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을 전문가들이 내놓고 있습니다.  


  글의 시작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해외영화에서도 쉽게 나오는 단골 소재로 보복운전과 위협운전은 한국만의 문제라고는 보기 어렵지 않느냐고 딴지부터 걸 사람들이 있어, 통계자료를 통해 정말로 그렇지 않은지 살펴보고 들어갈까요? 2023년 기준으로 보복운전을 당했다고 경찰에 ‘공식 신고가 들어온 건’들은 한 해 평균 4000~5000건에 이른다고 합니다. 작은따옴표의 강조를 눈치채셨겠죠? 그렇습니다. 공식적인 신고가 들어온 건만 이 정도에 이른다는 것은 실제로 너무 놀라고 무서워서 제대로 신고도 하지 못하는 수많은 경우는 배제되었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대부분의 보복운전의 시작은 깜빡이를 켜지 않고 차로를 변경하는 것이 시비의 시작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한국 사람만 운전습관이나 매너가 좋지 않아 그런 일이 많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그것은 다시 말해, 문제의 발생원인과는 별개로 그것에 ‘보복’하겠다며 운전대를 움켜쥐고서 지킬박사에서 하이드 씨로 변신하고 벌이는 범법행위를 오가는 바로 그것이 문제라는 말입니다.

  왜 한국에서는 보복운전이 그렇게 많은 걸까요?     


  그 해답을 찾다 보면 한국사회에 대한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해석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일단 심리학적으로 접근하게 되면, 자신이 홧김에 보복운전을 하게 되더라도 운전석이라는 곳이 갖는 특별한 의미가 자신을 감춰줄 수 있는 익명성을 보장한다는 착각을 갖게 한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즉, 개인적이고 독립적인 운전석이라는 공간 안에서는 선팅이 진하게 된 윈도만 내리지 않는다면 자신이 누군가 드러나지 않아도 된다는 심리가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평소에는 전혀 그렇지 않은 무례한 행위도 상대방이 자신의 존재를 알지 못할 것이라는 착각을 시작으로, 자신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확신이 들게 되면 자신의 악감정이나 분노를 손쉽게 표출한다는 것이죠.     


  한편, 운전자가 차량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말도 안 되지만 너무도 자연스러운 동조현상을 통해 자동차로 자신이 판단되어 상대방에게 무시당했다고 여기는 콤플렉스라고도 부르기 기괴한 감정이 표출된다는 것입니다. 앞서 살펴보았던 한국인의 기괴한(?) ‘집단주의’ 의식이 자신이 지니고 있는 물건을 통해 표출되는데, 행여라도 자신보다 더 비싸고 좋은 덩치 큰 외제차가 찌그러지고 오래된 자신의 국산 소형차를 비껴갔을 때, 마치 자신이 모멸감을 당하기라도 한 사람처럼 갑자기 초록색의 헐크가 되어 보복을 하겠다고 나서는 경우를 말합니다.

  실제, 심리학적 분석에 따르면, 일상생활에서는 계층, 지위, 연령, 대인관계 등의 영향으로 행동의 제약을 받지만, 도로 위에서는 차와 차로만 마주하기 때문에 분노의 감정을 보복운전 등으로 표출하는 데 거부감이 덜 드는 경향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이 타고 다니는 차가 마치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여기는 삐뚤어진 경제적 사고도 문제이고, 그놈의 빨리빨리 문화 DNA를 통해 조금이라도 빨리 가지 못하고 양보하게 되면 내가 뒤처진다는 말도 안 되는 경쟁심리에서 운전석에서 내려 경찰서에 조사받으러 가서 신분증만 보이면 바로 알게 될 자신의 신분이 운전석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 상대방에게 드러나지 않으니 평상시에 보이지 않았던 공격성을 맘껏 드러내보여도 된다는 이상심리에 이르기까지 보복운전은 그야말로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편협한 일면을 종합적으로 드러내 보이는 도덕성 수준을 검증할 수 있는 리트머스 종이의 역할을 충분히 해주고 있는 듯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모럴해저드를 넘어 한국 사회에서 ‘바르게 살면 나만 손해 아니냐!’라는 심각한 사회병리를 배태하고 있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사회학에서는 급변하는 사회 발전 속도를 교통문화에 대한 인지력이 따라잡지 못하는 문화지체현상으로까지 분석하는 주장도 있는데요. 크게 틀렸다고 지적하기 어려운 주장이라 할 것입니다.

  한국의 가정과 학교에서 과연 운전면허를 따기 전의 학생들에게 상대방을 언제나 배려하는 운전을 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르치는지, 오히려 운전을 배우기도 전의 아이에게, 행여 사고가 나면 무조건 뒷목부터 잡고 휘청거리며 나와서 목청을 높이는 것이 능사라고 가르치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한국 사회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다시 한번 우리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인 셈입니다.


  여기에 더해, 한국인에게 부족한 소통 문제도 이 현상의 원인으로 꼽지 않을 수 없는데요. 실제로 보복운전 가해자 1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가해자 10명 중 8명은 ‘상대방 운전자가 미안함을 표현했다면 보복 및 위협 운전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그만큼 한국인들은 자신들이 존중받지 못한 것에 대해서 발끈한다는 사실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는 바꿔 말하자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먼저 잘못했다고 상대를 배려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이나 그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지 못했음을 반증하는 증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에피소드로 연재하고 있긴 하지만, 40여 편이 넘어가면서 한국인들에게서 보이는 공통적인 의식의 형체가 슬슬 보이기 시작하지 않으시나요?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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