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도락의 즐거움을 1000% 만끽하는 법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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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즐거움 중에서도 식도락의 즐거움은 빼놓을 수 없다.
기본적으로 숙소의 고급 호텔에서 제공하는 조식 뷔페가 글로벌화에 의한 천편일률이라면, 역시 현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맛집을 찾아 그 나라만이 제공할 수 있는 요리들을 맛보는 것은 여행자들의 로망이자 1순위 희망사항일 수밖에 없다.
패키지 여행일 경우, 로컬 맛집을 데려다주는 친절하기 그지없는 가이드란 존재하지 않는다. 여러 명을 끌고(?) 다니며 정해진 일정에 따라 식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맛집 기행은 어쩔 수 없다 손 치더라도 여행 베테랑들은 저녁 식사 후의 자유시간에 미리 알아봐 둔 맛집이나 바를 찾는 것으로 소소한 즐거움을 대신하기도 한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두바이 여행은 패키지라고 쓰지만 정작 에어텔 수준의 자유일정이 덜렁 나와 있는 형태가 대부분이고, 심지어 최근 유행하는 모리셔스나 전통 인기 여행지인 몰디브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커플들이 경유로 머무는 두바이에서는 조금만 신경 쓴다면 아라비아의 정식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로컬 맛집을 찾아갈 수 있다.
이번 사전답사 여행에 두바이 관광청의 담당자가 내게 추천하고 미리 예약해 준 멋진 로컬 맛집은 바로 알 파히디에 위치한 '아라비안티하우스 (Arabian Tea House)'라는 식당이었다.
자유여행으로 나름 베테랑이라고 자부하는 이들에게는 이미 소문날 대로 소문이 난 로컬 맛집으로 레스토랑 안에는 하지원에서부터 유진&기태영 커플의 인증부터 브라질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나름 셀럽들의 맛집으로도 자부심이 대단해 보였다.
주문 자체는 두바이 관광청 담당자가 모두 세팅해 두고 가급적이면 가장 잘 나가는 메뉴들로 아라비안 정통 한상을 마지막 디저트까지 모두 주문해 두고 그 메뉴판을 이메일로 전송해 준 터라 조심스럽게 레스토랑의 매니저에게 예약자 이름을 말했다.
문제는 그 예약이 바로 확인이 안 되면서부터였다.
일단 자리에 앉으라고는 하면서도 예약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나이가 지긋한 총매니저부터 유니폼을 입은 나이스한 중간 매니저까지 애써 미소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내게 예약자나 관련 메일을 보여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아마도 내 특유의 까칠함이 흘러넘쳤던 탓인지 그들은 내내 눈치를 보며 여기저기 전화를 걸었다. 디너 예약이었던 터라 사람들은 레스토랑에 꽉 들어찼고, 동양인은 단 한 테이블뿐이고 대부분이 외국 여행객들이거나 현지에 사는 외국인들이었다.(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긴 하지만 두바이는 거주하는 인구의 80%가 외국인이다.)
두바이 관광청에서 일을 이렇게 허술하게 하는 거냐는 뼈 있는 농담에 중간 매니저가 땀을 흘리며, 총매니저가 지금 통화로 확인하고 있다고 하면서 시간이 제법 흘렀다.
멋진 아라비아 한 상을 기분 좋게 음미하려던 계획에 약간의 균열이 생긴 것에 그냥 자리를 털고 일어나려던 찰나, 나이 든 총 매니저와 땀을 쏟던 중간 매니저가 이제야 확인되었다면서 자신들의 실수라고 정말로 미안하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정말로 미안해하는지 스페셜한 요리들을 확인하고 나서 얘기할까요?"
뼈 있는 농담으로 일촉즉발의 파국은 해소되었고, 메뉴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정통 아라비안 로컬 한상.
사실 점심에도 현지식이라며 뷔페식 대접을 받았던 터라 그리 시장끼가 돌진 않았는데, 앞서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나왔던 농담 때문인지 원래 예약되어 있던 메인 요리의 세 가지중 택일이 세 가지 풀코스로 모두 나오기 시작했다.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후추통과 소금통 커플이 감시(?)하는 와중에 옆의 테이블까지 끌고 와서 붙여서는 두 사람의 앞에 정말로 아라비아 사막의 왕족에게 대접받는 거대한 한상이 가득 채워졌다.
종류별로 막 구워 나온 바비큐가 가득하고, 원래 난에 찍어 먹는 소스등이 종류별로 가득 차고, 이것저것 볶음밥 종류들도 계속 테이블을 채웠다. 탄두리 식으로 카레에 훈증된 듯한 요리도 있고, 부드럽기 그지없는 양념된 고기류가 꼬슬한 밥에 묻힌 요리도 있었다.
욕심 같아서는 요리에 대해서 하나씩 들어가면서 어떤 재료가 들어가 어떤 방식으로 요리하며 어떤 의미가 있는지까지 이야기를 나누면 더할 나위 없었겠으나 그건 바지런한 여행자의 몫으로 남기고 디저트를 맞이했다.
중동 디저트의 특징은 달아서 죽을 정도로 당분이 풍부(?)하다는 점이다. 여기에 방점은, 정통 방식으로 통재 티팟에 나오는 아라비안의 카락티였다. 그 진한 풍미는 스위트함에 절어 있는 디저트의 맛과 묘한 궁합을 자아내며 커피를 마시지 않는 내게는 안성맞춤이었다.
아라비안 티하우스는 워낙 두바이의 로컬 맛집으로 유명해서 체인도 여러 개 있다. 내가 방문했던 알 파히디 지점이 그중에서 맛 차이와 탁월하여 으뜸으로 꼽히는 곳이다.
한국인들은 대개 저렴한 브런치를 먹으러 많이들 찾는다는데 어느 나라고 그 나라 요리의 정찬코스는 디너에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저녁 식사를 여유 있게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식사를 마치고, 앞서 해프닝이 미안하다며 총매니저와 매번 부족한 것이 없냐고 뭔가 더 들고 나와 테이블을 채워준 중간 매니저, 그리고 앞서 예약을 체크해 주는 아가씨까지 인증사진까지 찍어주었다.
사진을 찍는 것에만 익숙하고, 찍히는 것을 마뜩잖아하는 나도 얼떨결에 그들과 인증샷에 동참할 수밖에 없었다.
아라비안 티하우스가 위치한 올드타운 쪽이 아닌 도심 중심가로 가게 되면 사실 두바이에는 미쉐린의 별을 갖춘 레스토랑이 즐비한 식도락의 천국이긴 하다.
2022년 전 세계 35개 국가 및 도시에 이어 36번째이자, 중동지역에서는 최초로 미쉐린 가이드의 새로운 목적지로 선정된 바 있는 두바이는 식도락이 목적이라면 그 목적만으로도 한달살이가 충분한 다채로운 식문화가 가득한 도시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전답사에서 아라비안을 대표하는 로컬 맛집을 추천받아 소개하는 이유는 아주 단순 명료하다.
파리나 런던, 상하이에서도 맛볼 수 있는 맛집들은 글로벌한 도시 어디에도 있다.
여행을 즐기는 방법이 저마다 수백수천 가지 사람마다 다를 수는 있겠으나 가장 여행에 충실한 근본적인 식도락은 현지인들의 전통적인 로컬 요리를 가장 맛있게 한다고 하는 레스토랑을 찾아 음미하는 것이다.
내일 이어지게 될 알 파히디 역사지구의 박물관 기행도 그 맥락과 맞닿아 있다.
여행에서의 음식은 단순한 여행자의 허기를 채우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 사람들의 성향, 심지어 토양과 그 땅에서 소출되는 재료들의 특성에 이르기까지 굉장히 다양한 경험들이 농축되어 있는 오래된 책을 열어보는 것과 같은 것이다.
중동을 찾았는데 중동의 그 무언가를 당신의 패스포트 갈피에 끼워 넣고 돌아오지 못한다면, 정말 서운하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가을 이후, 본격 집필 여행이 한 달 살이가 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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