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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건강검진은 왜 그렇게 유명한 건가요?

한국인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려주마. - 99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1940


앞서 한번 다룬 바 있다시피, 한국의 의료 파트 중에서도 외국인들이 원정진료까지 오는 피부과, 성형외과, 치과의 의료기술은 그야말로 세계 최고라고 자부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전 세계에 팬(?) 층이 두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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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굳이 미국의 비싼 의료비와 영국의 오래 기다려야만 하는 공공의료 정책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훌륭한 의료보험으로 대비되는 한국의 공공정책과 일반 병의원급의 탁월한 의료 수준, 그리고 그 결과치에 대한 만족도는 세계 그 어느 나라의 의료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K-메디컬의 힘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한국의 국민건강보험은 모든 국민이 동일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단일 건강보험 체계를 갖추고 있어 민간보험으로 인해 어마어마한 진료비를 감당해야 하는 미국을 비롯한 유럽과 대비되어 한국만의 특징적인 공공정책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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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소득 기반을 중심으로 부과되며 전 국민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는 점에서 시작해서 약국에서 제조받아서 구매하는 약들의 가격까지 의료보험의 적용을 받아서 자기 부담금이 최소화되는 역할은 물론이고, 기본적인 건강검진까지 보장되어 암 등의 심각한 질병에 대한 이른 진단까지도 가능하게 해 주고 그 과정에서 질병이 발견되면 물론 다시 의료보험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케어해 줍니다. 무엇보다 근로자의 경우 보험료를 고용주와 근로자가 나누어 부담하며, 자영업자의 경우 소득과 재산을 기준으로 계산합니다. 정부의 지원과 담배 할증료 또한 이 시스템을 뒷받침해 주는 금전적인 자원이 되어주고 있다는 사실도 많은 이들에게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실제로 대한민국의 국민건강보험의 시스템은 모범사례로 손꼽히며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그 시스템을 그대로 적용하고 싶다고 해서 관련 프로젝트가 진행된 바도 있을 정도입니다.


국민 건강보험의 기원은 1961년에 박정희 대통령이 사회보장제도를 확립하라는 지시를 내려 1963년 최초로 의료보험법을 제정하면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초기에는 근로자와 농어민을 대상으로 선택적으로 가입할 수 있는 형태였으나, 1976년에 박정희 대통령의 정치적 복안이 이 시스템에 연동(?)되어 그것을 활용해야 할 상황이었기에 강제로 전체 의무가입하는 형태로 진화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정책을 분석한 전문가들 중에는 그 변화의 흐름에 북한의 무상 의료 정책이 트리거가 되지 않았는가 하는 해석도 있습니다.


그렇게 1977년 정식으로 현재의 기본적인 형식을 갖춘 의료보험이 점진적으로 모든 국민들에게 확대되게 됩니다. 결정적으로 1989년에는 전 국민 건강보험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전면에 강조되면서 모든 국민이 보장을 받는 토대를 마련하게 되었는데, 정치적 배경에는 여전히 사회적으로 형평성을 제공한다는 대의명분이 깔려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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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헌법재판소는 국민 건강보험의 기본 원칙으로 ‘보험의 원칙’과 ‘사회 연대의 원칙’을 확립하였으며, 이는 국가가 소득에 따라 보험료를 산정하고 건강 위험을 균등하게 보호할 수 있는 근거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따라서 국민 건강보험 가입자는 보험료를 납부하는 순간, 이에 따른 의료 서비스를 받을 책임과 의무를 동시에 진다고 할 수 있는 것이죠.


앞서 언급했던 생애 전환기 건강검진이라는 것이 2007년도부터 도입되어 시행되었고, 2016년에는 자궁경부암 검진대상이 확대되기도 했습니다.


한국인에 대한 특성을 분석하면서, 뜬금없이 왜 한국의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는지 또 의아해하며 질문을 던지실 준비를 하고 계신가요?


한국의 보건의료를 대표하는 이 건강보험제도만을 분석하는 것에서 한국인의 그리고 한국 사회의 특징이 여러 곳에서 드러난다는 사실을 아직도 눈치채지 못하고 우문(愚問)을 던지실 요량이란 말이죠?


그럼 한번 다시 꼼꼼히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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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1977년에 의료보험은 직장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것에서 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노동자들, 즉 월급을 받는 사업체 근로자의 경우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가장 편리한 방법은 지금까지도 적용되는 고용주와 근로자가 보험료를 함께 분담하는 것입니다. 민간 보험이 100% 가입자의 불입액만으로 가동되는 것과 대별되는 차이라 할 수 있지요.


한국인은 자신이 무언가를 보장받는다는 느낌을 전체성에 의존해서 수긍하는 묘한 특성이 있다고 앞에서 다양한 특징과 사례를 통해 분석한 바 있습니다. 다시 말해, 내가 모든 것을 내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혜택을 받을 부분에 대해서 회사가 어느 정도 분담을 해준다면 그것을 혜택이라 인식하고, 무엇보다 나와 함께 일하는 모두가 동일한 기준으로 그것을 의무적으로 시행할 경우, 선택의 여지가 없어도 그것은 공정하다고 수긍하는 심리적 과정을 겪는다는 사실입니다.


2년 뒤인 1979년 의료보험제도는 공무원과 사립교사를 포함하면서 점진적으로 확대됩니다. 일반 기업 노동자들을 기본 대상으로 삼은 후, 국가 정책의 확장을 위해 공무원들이 그 범주에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만약 공산주의나 전체주의에 해당한다면 공무원들이나 군인들이 가장 먼저 가입의 대상이 되었을 텐데 일반 기업 노동자들이 먼저 가입을 하여 그 실효성을 확인하고 난 후, 결코 적지 않은 공무원 조직이 들어가게 됩니다.

앞서 분석한 내용 중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한때 노량진을 컵밥 쓰나미로 휩쓸었던 공무원 광풍은 철밥그릇이라는 한국인들의 경제적 보수 심리를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일례였습니다. 정책을 실제로 만들고 실행하는 부서인 공무원들이 월급에서 적지 않은 부분이 떨어져 나가는 보험료에 해당하는 가입 부분을 일반 기업 노동자들보다 늦게 가입했다는 것은 역시 그 경제적 보수성을 반증하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안정성이 확인되지 않은 부분에 공무원 조직은 결코 자신들이 지갑에서 돈이 나가는 것을 수긍하지 않는 것이죠.


최근 몇 년 새 강남의 재건축을 주도했던 단지들 중에서 이른바 오래된 공무원 아파트로 지어졌던 단지들이 고가의 강남 아파트로 변신하면서 영리치가 아닌 그야말로 강남에 집 한 채 가지고 있는 하우스 푸어의 고령층들은 대개 그 당시 정부의 혜택을 받으며 얻어놓은 강남의 아파트로 벼락부자가 된 그 옛날 공무원들이 대다수입니다. 가장 먼저 정부의 혜택을 받아 알토란같이 챙긴 것이 그 정책을 주도한 공무원들이었죠. 세종시의 투자 광풍을 주도하고 정작 세종시에 불하받은 아파트를 전세 주고 서울 사는 공무원들이 부지기수였던 것도 그닥 다르지 않은 시대반복이었습니다. 그렇게 당시에는 그렇게 오를 줄 모르고 지어준 자리에 자리를 잡은 이들이죠. 20억이 넘는 재건축 아파트의 노년층 하우스 푸어는 이렇게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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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바로 그다음 대상으로 사립교사들이 포함된 것도 한국 사회의 이분화된 특성을 아주 잘 드러내 보여줍니다. 공립 교사는 교육공무원이기 때문에 이미 앞서 표현한 ‘공무원’에 모두 포함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수의 사립교사들은 공무원의 책무는 물론 권리까지도 누리지 못한다는 상대적 불공평함을 매번 토로합니다. 그 비근한 사례로 국민연금보험이 의무처럼 된 현재의 상황에서도 사립학교 교사들은 사립연금이라는 이름으로 그들과 비슷한 형태로 자신들의 노후를 보장받기 위한 시스템을 따로 만들어냈을 정도니까요.

실제로 의료 단체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통합되며 단일 지불자 의료 서비스로 확정된 것은 2000년이 되어서야 완성된 일입니다. 실제로 건강보험의 자금 조달방식을 보게 되면 엄청난 정부의 지원금이 쏟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정부 보조금은 14%밖에 되지 않고, 담배 할증료로 6% 정도 받으니 가입 당사자와 근로자가 일하는 기업주들이 내는 보험금이 79%나 되는 상황이라 100% 민간보험은 아니지만 그렇게 큰 차이라고 볼만한 것이 없다고도 할 수 있을 지경이죠.


한국의 의료보험이 갖는 특이성은 정부가 의료수가를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금전적인 지원을 하는 대신 구조적으로 부담금 자체를 줄여준다는 사실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무상 의료정책을 표방하는 공산주의도 아니고 영국의 그 끔찍한(왜 이렇게 표현하는지는 영국에 살면서 감기 진료 하나 받겠다고 혹은 사랑니 하나 빼겠다고 예약을 하고 몇 달을 기다려 본 이들이라면 적극 공감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공공의료정책도 아니고 왜 정부가 적극적으로 의료수가에 개입하는지를 살펴보면 정부가 한국인들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가 여실히 드러난 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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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건강보험제도가 결국 한국의 의료체계를 좀먹고 있다고 비난하는 이들은 이렇게 구체적인 비난을 하곤 합니다. 대한민국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설정한 의료수가 정책은 의료기관에 가해지는 부담을 증가시키고 있으며, 병원 운영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이죠. 예컨대, 진찰료는 원가의 절반 수준인 50.5%에 불과하고, 전체 평균 원가 보전율은 78.4%를 크게 웃돌지 못하다는 사실이 그 근거입니다.


이러한 저수가 정책은 의료기관 간의 치열한 출혈 경쟁과 부실 진료를 유발하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난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굳이 한국인을 분석하면서 한국의 의료정책을 대표하는 건강보험, 미국인들을 비롯하여 수많은 전 세계인들이 부러워마지 않는 한국의 이 제도가 갖고 있는 양면성, 적지 않은 의료인이 포함된 한국인들이 정작 자신들이 의료보험의 적용을 받으면서도 왜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며 여러 가지 사회적인 문제들을 배태하고 있다 지적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한다면 내가 누리는 경우와 내가 그로 인해 이익을 보거나 손해를 보는 다양한 입장차가 복합적일 때 한국인들이 가지는 집단 속에서의 익명성으로 수긍하는 부분이 어느 포인트에 있는지를 살피는 면밀한 분석과정에 아주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조금은 어렵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제 우리는 한국인에 대한 분석에는 전문가 배지를 붙일 정도로 100회를 한 회차 앞두고 있는 베테랑이니까 말이죠.^^*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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