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이 가장 힘겨웠을 때 내 곁에 있던 것이 누구였나?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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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전은 우리나라의 전쟁이 아니었다. 하지만, 처음 가는 뜨겁고 푹푹 찌다 못해 땀이 줄줄 흐르는 그 나라에서 총을 들고 죽고 죽이는 전쟁의 소용돌이로 들어가 눈이 뒤집히는 데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얼굴도 이유도 이데올로기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적에게, 나와 처음 그 나라에 도착하며 주먹밥을 나눠먹었던 전우(戰友)가 아무렇지도 않게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는 순간 젊은 혈기는 바로 눈이 돌아버렸다고 한다.
함께 생사고락을 넘나들었던 전우에게서는 전우애라는 것이 생긴다. 그것이 생기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로 하지 않았다고들 한다. 적진에서 내 등을 맡길 수 있는 믿음이 없다면 당장 내 목숨이 오가는 그 사지에서 누구를 믿고 의지한단 말인가?
결혼이 전쟁도 아닌데 왜 헤어짐을 생각하는 이 심각한 상황에서 뜬금없이 전우니 전우애니 하는 따위의 이야기를 하느냐고 한심한 투정을 부리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결혼이 전쟁이 아니라고?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재연드라마의 제목처럼 <사랑과 전쟁>의 테마는 결혼과 이혼이었다.
서로 다른 원가족의 문화를 가지고 서른이 넘도록 각자 전혀 다른 삶을 하나의 융화된 삶으로 만드는 결혼이 전쟁보다 더 치열하지 않을 리가 없고, 그렇게 아이를 낳아 육아를 하는 것이 전쟁터와 다를 바가 없으며, 서로의 이익을 더 챙기겠다고 법정까지 가기까지 증거를 수집하고 상대방을 공략하는 일들이 전쟁보다 가볍지 않다.
삶이 매일같이 전쟁의 연속이라면 비혼자에 비해 기혼자들의 삶은 조금은 더 많은 총알과 포성이 쏟아지는 전쟁에 해당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이가 태어나면 새로운 전쟁이 막을 연다. 막 태어나 말도 못 하는 아이는 말도 못 하고 울기만 하니 그 아이를 제대로 돌보는 것도 전쟁일 것이고, 목을 가누고 기어 다니기 시작하면 그 시점은 또 온통 집안을 헤집고 입안에 아무것이나 넣을 수 있으니 그것도 전쟁 아닌 전쟁이다. 조금 자랐다고 뛰어다니기 시작하고 칼이니 가위니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사고를 치면 또 그것을 챙기느라 전쟁이고 금세 사춘기랍시고 문을 닫아버리고 문을 쾅쾅 닫으며 제멋대로 굴기 시작하면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수습하기 어려운 전쟁이다. 입시가 인생의 전부인 한국 사회에서는 성적과 대입이 또 다른 의미의 전쟁이고, 그렇게 대학을 들어간다고 해도 또 취업전쟁을 치러야 하고 그렇게 다시 아이는 자라서 결혼이라는 반환점의 전쟁터에 나서게 된다.
아이의 울음에 새벽에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아이의 분유를 타거나 아이에게 젖을 물리면서 아이가 혹여 잘못될까 싶어 고열의 아이를 들고 새벽에 차를 내달리는 일을 함께 치러낸 부부는 분명히 전우(戰友)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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