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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 50집을 확보한 사람은 반드시 진다.

당신의 인생에 신박한 훈수 한 점을 더한다면...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2039


앞서 공부했던 일방가(一方家), 그러니까 거대한 한 개의 집만으로 바둑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내용이 비슷하지 않냐고 헷갈려하실 분이 있을만한 내용을 가지고 왔습니다. 어려운 한자가 어디에도 없어 있는 그대로 ‘선작오십가자필패(先作五十家者必敗; 먼저 50집을 지은 자는 반드시 패하게 된다.)’라고 읽기도 하는 내용입니다.


초보나 하수들의 입장에서는 처음 바둑을 시작하고 먼저 50집이라도 얻고 시작한다면 마음이 한결 편할 것인데 왜 이런 황당한 격언이 나왔는지 오히려 고개를 갸웃하며 이해할 수 없다고 손들고 질문을 할 수도 있는 내용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막 초보딱지를 뗄 수 있을 정도가 될 정도로 바둑에 눈이 뜨이기 시작한 승부사(?)라면 자신의 거침없는 좌충우돌 하수 격전사에 있어 이 말이 피부로 와닿는다고 얼굴이 살짝 붉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번 격언의 가르침은, 바둑의 승패에 있어 심리적인 변수가 얼마나 크게 작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역설적으로 일깨우는 격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바둑이 시작되고 상대의 실수가 되었든 자신의 계획대로 첫 공격이 실효를 거두었든 먼저 50집을 확보할 만큼 절대 우세의 국면이라면 사람의 마음은 좋아서 구름 위로 뜨면서 방심하게 되고 자만해질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러나 바둑에서는 특히 그것이 초반이라면 엄청난 심리적 약점으로 역작용하게 됩니다. 심리적인 변수에 의해 순식간에 뒤집어지는 것이 바로 바둑이고 전쟁이며 삶입니다. 우세하다는 이유만으로 마음이 느슨해진 것을 바로 잡지 못하고 양보하거나 적당히 상대가 그 정도면 돌을 알아서 던져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패배의 싹은 불쑥 머리를 들어 올리게 됩니다.


분명히 처음에 기세를 잡았고 잘 두었기에 우세한 국면을 유지해야 하는데 그 우세를 끝까지 지켜 나가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는 강조를 하기 위해 나온 실전의 가르침이 바로 이 격언입니다.


처음에 자신의 판단실수나 과도한 욕심으로 50집이나 상대에게 내준 입장이라면 어떻게 나올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초보나 하수들은 당연히 돌을 던지거나 할 마음이 싹 사라져 버리고 말죠. 하지만, 비슷한 상대이거나 조금 위의 실력을 가진 상대라면 초반의 50집 손실을 어떻게 보충하고 뒤집을지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 큰 차이를 극복하려면 평상시의 집중력보다 훨씬 더 집중하고 마음을 절치부심(切齒腐心)하면서 그 큰 차이를 더 큰 계획으로 벌충해야 한다고 벼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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