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학장 급습사건 - 1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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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 렌코쿠에게 준 1주일은 예상했던 대로 아무런 연락도 반응도 메아리 없이 끝이 났다. 동민이나 가족들 역시 사토 렌코쿠가 그렇게 쉽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타협하자고 나설 것이라고는 여기지 않았다. 그것은 그저 이제까지 말도 안 되는 일에 휘말려 피를 말렸던 그들의 소박한 바람일 뿐이었다.
항의메일을 조사위원장인 부학장 와키타와 조사위원이었던 두 사람의 문학부 교수에게도 그와 관련한 입장을 묻는 질의 메일을 보냈지만 역시나 답장이 없었다. 그나마 한참 뒤에 와키타에게 온 답장에는 자신이 매킨토시를 사용하기 때문에 메일이 아닌 서류로 할 말을 보내라는 어이없는 답장만이 도착해 있었다.
도저히 참고 넘어갈 수 있는 단계가 아니었다.
동민이 준비한 다음 단계는 대학 총장에게 직접 담판을 지어 답변을 받아내는 것이었다. 지금까지의 증거라면 그러기엔 충분했고 무엇보다 학생상담실장까지 연루된 문제가 될 만한 사건이라면 그 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단 한 사람뿐이었다. 그리고 다른 어떤 사실보다 국립대학이라는 곳에 한 명 정도는 양심을 가지고 자신의 편이 되어 줄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으면 하는 소망이 절실했다.
이미 비서실장과 한 번의 해프닝이 있었기 때문에 다시 시도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도 의문이 갔었지만 이미 문부과학성에 고발을 해서 조사위원회까지 정식으로 열었으니 시도해 볼 가치는 있다고 여겼다.
“안녕하세요.”
동민의 재등장에 비서실의 여직원이 그의 얼굴을 금세 알아보고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
“어쩐 일이시죠?”
“이전과 같은 건입니다. 비서실장님, 어디 계십니까?”
동민의 당당한 태도에 약간 밀리듯 여직원이 뒤에 앉아 사태를 관전하는 나이 든 여직원에게 도움의 시선을 청했다.
“지금 비서실장님은 학내에 계시긴 합니다만···”
“총장님은 자리에 계십니까?”
당장이라도 바로 옆의 문을 박차고 총장실로 들어갈 듯 한 동민의 태도에 그들은 당황한 빛에 역력했다. 때마침 비서실장이 약속이라도 한 듯 황급히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아! 박상, 어쩐 일이십니까?”
“총장님과 좀 만나야겠습니다.”
“박상! 왜 자꾸 이러십니까? 지난번에 말씀드렸지만 총장님은 지금 만나실 수 없습니다.”
“지금 아래층에 NHK 방송국 기자팀도 같이 왔습니다. 이번에는 만나야겠습니다.”
동민이 블러핑까지 쓰는 강수를 던졌다.
“네? 방송팀이요? 그, 그러면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비서실장 스가와라는 순간 이리저리 머리를 돌렸다. 매스컴까지 끌고 왔다면 이것은 총장에게는 곤욕스러운 일이 발생하게 될지도 정체절명의 상황이었다. 동민의 전의가 불타는 눈빛을 보니 공갈이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 일단 시간을 벌기 위해 밖으로 뛰어나온 스가와라는 총장에게 연락을 취해 간단히 보고를 하고 명령을 받았다.
“조사위원장이 부학장으로 되어 있으니 내가 아니라 조사위원장과 해결하라고 하고 따돌리도록.”
정치적 능력으로 총장자리에 오른 그의 명령은 간단했다.
다시 사무실로 돌아온 스가와라는 총장의 명령대로 부학장 와키타가 현재 조사위원장이고 모든 진행을 그가 하고 있으니 그에게 면담을 진행하라고 말을 전했다.
“그러면 와키타 부학장이 있는 사무실을 알려주십시오. 지금 당장 가도록 하겠습니다.”
“18조(條) 문 근처의 고등교육센터의 1층에 있습니다.”
그의 말을 듣기가 무섭게 동민이 밖으로 튀어 나갔다. 동민의 뒷모습을 보면서 스가와라는 카우보이가 총을 뽑듯이 자기 자리의 전화기를 들었다. 동민의 지금 기세로는 바로 5분 후면 와키타의 사무실을 급습할 것이 뻔했다.
“그 문제의 한국인이 지금 부학장님의 사무실로 달려갔습니다. 5분 안에 도착할 겁니다. 빨리 자리를 피하시고 직원들을 통해서 돌려보내도록 하시지요. NHK기자들도 함께 온 것 같습니다.”
전화를 받은 와키타는 이게 왠 마른하늘의 날벼락인가 싶었다. 편안하던 퇴근 직전의 여유가 모두 날아갔다. 일단 무작정 자기 사무실에서 나왔다. 겉옷을 입을 새도 없었다. 앞에 있는 교무과의 한켠 본부회의실로 들어가며 직원과장을 불렀다.
“나를 찾아서 그 문제의 한국 유학생이 이리로 올 겁니다. 아직 조사 중인 사건이라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만날 수 없다고 하고 할 말이 있다면 서류로 제출하라고 하세요.”
동민은 바로 와키타의 사무실로 자전거를 달렸지만 급습은 이미 한발 늦었다. 막 동민이 와키타 부학장의 사무실로 들어서려는데 경비가 막고 섰다.
“박상이십니까?”
“당신이 날 어떻게 압니까?”
어이가 없었다. 그들은 이미 자신이 올 것을 알고 있었다. 와키타가 도망쳤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사무실을 밀고 들어갔지만 따뜻한 온기와 급하게 도망가느라 채 챙겨 입지도 못한 윗도리까지 있는데 그들은 와키타가 지금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뒤늦게 나온 교무과장은 어떻게든 동민을 진정시켜 돌려보내야만 했다.
“지금 와키타 부학장을 만나야겠습니다.”
“그게···, 지금 와키타 선생님은 자리에 안 계십니다. 혹시 전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저에게 전하시던가 서류로 나중에 보내라고···조사 중인 사안이라 공정성을 위해서 그러실 수밖에 없다고···”
“말이 됩니까? 뭐가 그렇게 무서워서 만나는 걸 피합니까?”
동민이 분통이 터졌다. 하지만 차선책으로 마련해 온 준비된 항의서한이 있었다. 가장 좋은 최선은 그를 만나서 항의하고 싸우는 것이었지만 그것이 안 된다면 그 소동을 근거로 삼아 전달하기 위해 미리 써둔 항의서한이 있었다.
“그렇다면 이것을 와키타 부학장에게 전달해 주십시오.”
돌아오는 길에 동민은 다시 총장실에 들러, 안심하고 있던 스가와라의 얼굴에 총장에게 전달해 달라며 똑같이 준비한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해러스먼트(harassment) 사안 조사위원회에,
공평한 판단을 위해 나를 만날 줄 수 없다고 하는 변명은 납득할 수 없습니다.
9월 25일 호씨와 지도교관이 나를 내쫓기 위해서 항의 방문을 했을 때는, 상담실장과의 면담이 성립된 것을 확인했습니다만, 도대체 진정 공평하지 않은 것이 무엇인가 의문이 생깁니다.
오히려, 나를 만나지 못하는 것은 면담을 회피하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내가 항의하고 싶은 것은 현재 진행 중인 조사와 관계된 것이 아니고, 이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불이익과 협박, 그리고 지도교관과 연관된 부정한 비리 교수들의 징계를 요구하기 위함입니다.
2월 4일, 문학부 연구과장에 통학 금지의 해제를 통보받았습니다.
그러나, 이미 학기가 모두 끝나 방학이 시작되려고 하는 지금, 9월 이후 2007년 2학기를 통째로 굴욕적인 통학 금지를 당했던 것에 대한 제대로 해명이나 사과는 어느 누구에게도 듣지 못했습니다.
‘비밀유지의무 위반’이라는, 이유도 되지 않는 권력 남용으로 누명을 씌우려고 지도 교수를 필두로 상담실장이라는 자가 그의 부탁을 받아 나를 고립시키기 위해서 어거지로 만들어 낸 통학 금지가 문부 과학성의 명령에 의해서 겨우 풀렸다는 사실뿐, 본질적으로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2월 4일, 문학부 연구과장에 통학 금지 해제를 통보받는 자리에서도 지도교관인 사토 렌코쿠 씨는 ‘통학 금지 해제는 학교의 결정일뿐, 우리 연구실은 별도의 결단을 낼 수 있기 때문에 2시간 후, 연구실 교수들의 회의에 참석하여 그 결정에 따르라’고 위협했습니다.
이후 불려 나간 회의에서 지도교관인 사토 렌코쿠 씨는 연구실 교수 전원을 불러 마치 나를 범죄자 취급하면서, ‘문제의 여학생(코상)을 만나게 되면 무조건 피하고 도망쳐라.’라고 하는 명령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통학금지를 해제해 주겠다면서 굴욕적인 언사를 서슴지 않았습니다. 또,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학교를 그만두는 편이 낫지 않은가’라고 강요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현 생각은, 나를 지도하고 싶지는 않지만, 학교의 명령으로 어쩔 수 없이 지도하겠다는 사람도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도한다고 하는 굴욕적인 언사까지 하였습니다.(녹음 자료 있음)
여기에 나는 학교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조사위원장에 다음과 같은 사항을 항의 요청합니다.
사진설명
1900년을 맞이할 즈음, 제국대학 시절의 도쿄대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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