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모든 관건은 콘텐츠이고 스토리텔링인 것을...

기술의 발전이 결코 따라올 수 없는 그 마지막 하나... 창의력

by 발검무적

9월부터 본의 아니게 시간적으로 여유로워지면서 생각보다 많은 콘텐츠들을 10월의 긴 연휴까지 사용해서 훑어볼 수 있었다.


굳이 그 많은 콘텐츠들을 다 살펴보기 전부터 최근 몇 년 간부터 정말로 재미있는 콘텐츠를 찾기 어렵다는 사실에 심드렁해하며 도대체 제대로 된 이야기꾼들은 다 어디 갔는지 묻고 싶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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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얕은 연기의 바닥을 보여준 전지현과 영화판에서 박찬욱의 작가로 이름을 새긴 정서경의 망작 <북극성>에서 시작해서, 이제까지 자신의 작품을 코미디에 녹여가면서까지 어떻게든 작품을 띄우고 싶었으나 특유의 말장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망작으로 기록된 김은숙의 <다 이루어질지니>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그 많은 돈을 들이고 그 많은 이들이 머리를 싸매고 달라붙었을 작품들의 수준이라는 꼬락서니가 그 지경밖에 될 수 없는지 한숨을 넘어 하품이 새어 나올 정도였다.


드라마도 게임도 영화도 다양한 성공의 요소들이 존재한다.


예컨대,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연출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고, 아무리 맛깔 난 대사에 스토리텔링이 좋아도 발연기를 하는 연기자를 만나게 되면 말아먹고 만다. 촬영감독의 감각적인 카메라 워크도 무시할 수 없으며 결정적인 순간에 꽂혀 드라마의 감동을 배가시키는 ost도 한 요소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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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오 송혜교의 지니야가 주연보다 훨씬 더 반짝여버린 <다 이루어질지니>에서 어설픈 싸패의 발연기를 시전하여 작품의 몰입도를 걷어차버린 배수지의 경우를 굳이 콕 집어 말할 필요도 없다. 이미 12년 전, 영화 <베를린>에서 북한요원의 이미지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다고 지적받았던 전지현은 12년이 지났음에도 그 어떤 연기의 발전을 찾아볼 수 없는 미스터리를 <북극성>에 박제하고 말았다. (왜 남자주인공들에 대해서 굳이 언급하지 않는지는 행간을 읽어내길 바란다.)


허나, 여러 가지 제작의 정치적 측면에서 그들을 캐스팅한 데에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고 그것 또한 제작의 책임이니 어쩔 수 없다고만은 할 수 없겠다. 하지만, 그녀들의 발연기 때문에 훌륭한 스토리텔링이 꿇어박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부정할만한 정도로 드라마는 재미가 없었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시청자의 교육 수준이나 경제적 수준 등의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끈다.

수년간 히트작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어온 작가들이 그것을 모를 리 만무하다.


물론, 매번 히트작을 줄줄이 써내는 작가는 없다.

창작으로 먹고사는 프로에게도 여전히 힘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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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1963년 범죄스릴러 대표작, <천국과 지옥>을 끌어다가 최근 힙한 데코레이션까지 입혔지만 그 어디에도 예술적 깊이나 재미라고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대가' 스파이크 리의 최신작 <천국부터 지옥까지>을 보더라도 그러한 사실은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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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보여주려고 하는 것인지 위화감이 드는 스토리로 일관하며 막을 내린 <탁류>의 극본도 드라마 <추노>를 쓴 천성일 작가를 그렇게 광고하고 마케팅에 돈을 쏟아부어 웹 배너 광고마다 몰입감 있는 스토리니 열연이니 헛소리를 적어놓은 것도 일종의 호객행위이고 기망행위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이다.


딱하다.

허술하기 그지없는 늘어져 재미없는 스토리에 앞뒤 개연성도 맞지 않는 것을 작품이라도 내놓고서 그것을 포장하는 마케팅에 돈을 쏟아붓는 것이 과연 제대로 된 투자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최근 뉴스에 온통 도배가 된 캄보디아에 범죄로 돈을 벌겠다고 동조했던 어리석은 젊은 범죄자들의 사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회혼계>는 오히려 늘어진 한국드라마보다 나아 보이는 효과까지 자아냈다. 새로운 범죄의 형태인 '지멘시(地面師)'의 세계를 범죄자들의 심리 바닥까지 보여준 <도쿄 사기꾼들(地面師たち)>은 오히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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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의 입장에서 보자면 허술하기 그지없었음에도 캐릭터와 OST로 승부하여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는 <케데헌>은 최근 어린 친구들에게 부합하는 전체 서사중심이 아닌 짧은 쇼츠같은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수준으로 스토리텔링의 수준 저하를 이끄는데 일조했다.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취향이 바뀌어간다고 하지만, 스토리텔링의 재미여부의 핵심은 변하지 않았다. 인간의 역사가 있어온 이래로 이야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의 호기심을 끄는 것에 집중해 왔다.


재미있지 않은 이야기, 치밀한 구성으로 호기심을 끌며 흡입력 있게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이야기의 구조는 모든 스토리텔링의 기본이자 영화, 드라마, 게임 등 모든 콘텐츠 산업의 기본이다.


그런데 한류가 K-컬처가 세계의 주류로 굳건히 일어서기도 전에 왜 그들은 기본에서 멀어지는 것일까?


게임 산업을 살펴보면 그 적나라한 파행은 명확히 증명된다.


RPG로 대별되는 온라인 게임 전성시대부터 한국의 게임이 한창 좋았던 시기, 그들은 정작 기본이 되는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았다. 오리지널 IP에 해당하는 스토리텔링에 대한 개발이나 투자는 전혀 없이 기술적인 부분에 해당하는 게임 엔진이나 그래픽의 화려함 혹은 아이템으로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치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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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뜬 게임을 결국 재탕에 삼탕에 맹물이 우려 나올 정도의 상황로 돌릴 뿐, 새롭고 참신한 이야기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 되어서야 중국 판호가 막혀서 한국 게임이 사향화된 길을 걷게 되었다는 같잖은 핑계만 늘어놓았을 뿐이다.


드라마나 영화 작가들의 창작 생태계가 엉망이 되자 눈을 돌린 것은 돈이 모이는 곳에 모여든 웹툰과 웹소설에 몰린 창작결과물을 끌어오는 방식으로 대중의 주머니를 노리는 파행으로 확대되었다.


자극적인 소재나 막장 드라마도 한때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시청률이나 관객수를 올렸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전 세계적으로 모든 인류들이 빠져들만한 스토리텔링은 어디에도 어느 시기에도 없었다.


몇 년 전, 게임 회사의 CEO급 인물들 몇몇과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자고 할 기회가 있었다.

그들은 지금 자신들의 시스템에서 그 부분을 아주 잘하고 있으니 굳이 교수님의 지적이나 새로운 스토리텔링 자문을 구할 상황이 아니라고 당당히(?) 대꾸했더랬다.


그래서 당시는 물론이거니와 몇년 지난 지금 상황이 어떠한가?


게임회사를 세우거나 그 대단한 '의장' 어쩌고 하는 직급으로 옛날에 하나 빅히트 시킨 것으로 주식을 상장해서 벼락부자가 되었다고 거들먹거리는 그들은 대개 게임 개발자 출신이다.

그들 중에서 스토리텔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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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뛰어난 판타지 소설의 IP를 원작으로 깊이 있는 게임을 개발하네 어쩌네 했던 회사마저도 지금까지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스토리텔러가 중심으로 게임의 개발이 이루어진다는 인상은 받기 어렵다.


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자 덕후들이 자신들이 재미있어하는 게임을 만드는 것은 이제 한계이다. 애니메이션마저도 마찬가지이다. 그렇게 무시하던 중국의 게임과 애니메이션이 이제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한국 게임을 능가한다는 것은 최근 2부작으로 국내만으로 히트를 쳤던 <나타>나 게임 <검은 신화: 오공>을 통해 증명된 바 있다.


다시 말해, 그래픽이나 기술력등은 이제 세계적으로 평준화되었다는 의미이다.

가장 부드러운 무빙을 구현하는 기술력은 AI가 다 해결해준다. 그래픽만 보더라도 특정 게임사의 게임이 유독 화려하거나 독창적이랄 것도 이제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것마저도 AI가 상향 평준화로 거기서 거기인 수준으로 일원화된지 오래이다.


결국, 편별력은 얼마나 새롭고 호기심과 흥미를 끌만한 스토리텔링 콘텐츠인가의 차이인 종국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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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개된 <로맨틱 어나니머스>는 그러한 창작의 바닥이 어디까지 갔는지 아주 잘 보여준다. 이 드라마는 원작은 2010년 장 피에르 아메리스 감독이 만든 프랑스 영화 <초콜릿 로맨스(Les Émotifs Anonymes)>이다. 이 드라마의 연출은 일본스러운 감각연출로 한국에도 오타쿠들의 사랑을 받았던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의 감독이고, 극본은 한효주를 히로인으로 선보였던 역시 원작이 따로 있는 작품이던 <뷰티 인사이드>인 연출을 했던 드라마 PD 출신의 김지현이라는 친구다.


10년 전, <뷰티 인사이드> 당시에도 느꼈지만 김지현은 일본 드라마의 오타쿠일 거라는 확신 아닌 확신이 느꼈졌더랬다. 원작이 2012년 인텔·도시바 합작 소셜필름 <The Beauty Inside>이라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이번 드라마에서도 느꼈지만 이건 그야말로 짬뽕 잡탕일색이었다. 프랑스 영화의 원작 스토리를 가져와서 일본 드라마의 클리쉐라는 클리쉐는 다 때려 넣고는 일본 남자 배우와 한국 여자배우라는 한일 합작을 대놓고 광고하듯 1999년 박혜경의 <고백>을 일본어 버전으로 리메이크하고 드라마 속에서 한국어로도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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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하나에 관련된 사안을 한 편의 에피소드에 넣고, 전체적인 서사로 절대 싫다고 하던 남녀 주인공이 차츰 서로의 진심을 알아나가는 로코의 교과서를 바탕으로, 그야말로 망할까 봐 두려와 여기저기에서 히트요소로 작용했던 것들을 다 끌어와서 때려 넣고 끓인 잡탕인 것이다.


요리의 고수는 냉장고에 남아 있는 음식만으로도 멋진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내지만 아무리 여기저기 고급 재료를 공수받고 각 유명 레스토랑의 레시피를 짬뽕하더라도 시로도는 제대로 된 무언가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스토리텔링은 그런 것이다.

하루아침에 작은 아이디어 하나로 '반짝' 만들어낼 수 없는 것임은 물론, 수십 년간의 부단한 노력 속에서 갈고닦아진 그 무언가가 아주 천천히 뒤늦게 수면 위로 올라올까 말까 한, 공을 들여야 하는 작업이란 말이다.


공학 쪽이 눈에 보이는 기술의 결과물을 바로 내보일 수 있고, 그렇게 나온 AI가 판치는 세상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수많은 기존 데이터를 분석하고 응용할 수는 있을지언정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창작은 하지 못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사실을 공돌이들은 간과하기 일쑤이다.


수천 년 전부터 있어온 인간의 이야기가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지만 다시 사람을 홀리는 새로운 이야기가 또 나오고 또 나오는 것은 시대가 변화하면 그 시대에 새롭게 등장하는 것에 주목하는, 그간 단련된 이야기꾼의 창작 작업에 투영되기 때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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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발전하기 위해 가장 기본적이자 가장 고급 기술은, 공학이 아닌 AI가 발전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면서도 세부적인 디테일을 지적하며 질문해 줄 수 있는 인문학이다.


인문학이 가장 큰 단점은 그것을 꽃피우기 위한 과정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요한다는 것이다.

인터넷의 검색이 아니라 느리게 읽어 내려가는 독서를 통해, AI나 GPT에게 물어봐서 정리된 내용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수많은 데이터들 중에서 어떤 것이 옥석인가를 일일이 가려낼 수 있는 안목을 갖추기 위해서는 단 시간의 투자와 노력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AI는 빠르고 대단위의 정보를 취합할 수 있으며 그것을 응용해서 수많은 시간에 필요한 실험과 시행착오를 잠도 자지 않고 먹지도 않고 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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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그 입력값을 매우 정확하고 구체적이며 다양한 인간의 돌발요소를 계속해서 넣어주지 않는다면 정확도면에서 그리고 그 깊이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세계에 한류의 기치가 높이 휘날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이기 때문에, 영어를 전공하고 미국에 유학 갔다가 한국인이니까 한국어 가르치고 한국학과 교수가 된 자들이 '한국학자'라 불릴 수 없는 이유가 분명한 것처럼, 한국의 문화가 창작물이 전 세계에 통용되기 위해서는 짜깁기 장사꾼들이 아닌 그 나름의 전문가들이 등장해야만 한다.


왜구의 침략을 미리 대비해야 하는 십만 양병설이 국토를 지키기 위함이었다면, 제대로 된 스토리텔러의 구축을 통해 진짜 재미있는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국가의 정체성을 지켜내고 세계 문화 흐름을 주도하는 중차대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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