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은 그들과 다르다는 이들의 민낯 - 11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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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100%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임을 밝혀둡니다.
“그런 건 모르겠구요. 저는 이 통화를 녹취해도 좋다는 허락을 한 적이 없습니다.”
흥분한 나머지 떨리는 목소리로 바락바락 대드는 어조로 변해버린 여자의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흘러넘쳐났다.
“그러니까, 내가 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지금 설명해주잖아요.”
“저는 기분이 나빠서 더 이상 통화를 할 수가 없겠네요.”
“네?”
그녀의 어이없는 반응에 김 교수가 다시 물었다.
“지금 공무원이 공무 때문에 민원인이랑 통화하는 거 아닌가요? 내가 반말이나 욕설을 한 것도 아니고 전화를 녹취한다는 이유로 전화를 끊어요?”
애플 서비스센터에 항의를 하거나 상담을 하던 중에 민원인들이 녹취를 한다는 말을 들으면 어린 상담원들이 매뉴얼에 나온 대로 증거를 잡히지 않기 위해 무조건 전화를 끊는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 외국 사기업의 어이없는 대처를 뛰어넘는 방식이 보건복지부 공무원에게서 더 강하게 시연되는 순간이었다.
“어쨌거나 저는 저와의 통화가 계속 녹취가 되는 줄 몰랐구요. 더 이상 불쾌해서 통화를 할 수가 없겠네요.”
“그러면 아까 이메일로 자료를 받아서 확인하겠다는 건 어떻게 되는 건가요?”
뚜뚜뚜-
“여보세요!”
김 교수의 공허한 목소리가 전화기내에서 울릴 뿐, 그녀는 이미 수화기 저 너머로 사라진 후였다. 일단 전화를 다시 걸어 싸우느니 보다 효과적으로 그녀가 알려준 업무 이메일로 사건에 대한 정리 파일과 함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메시지까지 남겼다.
대개의 제정신을 가진 공무원은 자신의 업무상 이메일로 그런 내용이 도착하게 되면 나중에라도 증거가 남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피드백을 하거나 하기 싫어도 업무협조를 하는 척이라도 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대단한 보건복지부 말단 공무원이었다. 전화를 받는 업무만 주로 하는 부서의 막내이자 총알받이이기는 했어도 자신이 세종시에 당당하게 공무원증을 목에 걸고 건물에 출입하는 것만으로도 함부로 건물에 들어오지 못하는 이들보다 자신이 우위라는 자위를 하고 싶어 하는 여자아이였다. 그렇게 그녀는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고 무시하는 것으로 김 교수에게 복수라는 것을 성공했다고 착각했다.
그 해프닝을 마치고 김 교수가 개인 일정으로 한국에 귀국한 것은 7월이 넘어서였다.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강남에 있는 중앙지검으로 달려가 미쳐 받지 못했던 각하의견이 담긴 검찰의 불기소 사유서였다. 8월 12일 김 교수는 드디어 그 문제의 서류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무슨 대단한 사유가 있는 것인 양 민원실의 업무를 보던 여직원은 연신 화이트를 사용해서 문서의 내용 중에 무언가를 통째로 지우는데 시간을 꽤나 사용했다.
문건을 받고 보니 그 내용이 주로 피해아동에 대한 이름과 인적사항이 적시된 경찰의 기술이 담긴 부분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자리에서 받은 제법 길게 작성된 불기소 사유서를 읽어 내려가던 김 교수가 마지막 장을 읽다가 피가 머리로 몰리는 듯한 느낌에 고개를 뒤로 젖히며 한숨을 내쉬었다.
스승 발검 무적의 불길한 예감과 예상이 적중한 것을 확인한 것이었다. 불기소 사유서는 보통 검찰에서 쓴다. 그런데 해당 문건은 검찰에서 검사는 고사하고 검찰 수사관이 억지로 작성하여 불기소 사유를 경찰의 불송치 의견서로 대치하는 일을 하지 않고 일감을 줄이는 방식의 꼼수라고 쓰는데 이 경우에는 경찰이 낸 의견서로 갈음한다는 내용조차 없이 경찰에서 작성하여 서울 경찰청의 아동학대 특별수사팀에서 1년여를 캐비닛에 넣어두고 버티려고 하다가 국회의원실이나 인터넷의 커뮤니티에서 시끄러워진다는 소식이 들어가자 서둘러 자신들이 셀프로 쓴 각하의견을 검찰에 송치한 것이었다.
수사 종결권이 경찰에게 주어진 이래로 보통 송치는 ‘기소’를 의미하는데, 아동학대에 관한 법률적 특성상 불기소 의견이라 할지라도 송치를 해야 한다는 사안에 따라 송치한 것뿐이었다. 내용을 살피기에 앞서 기레기의 시각에서 무엇보다 어이가 없었던 것은 그러한 법적인 조치의 근거를 무시한 검찰의, 중앙지검에서 아동범죄 부서에 있는 담당 여자 검사의 일처리 방식이었다.
수사 종결권이 경찰에게 넘어간 이후 경찰에서 로스쿨 출신의 변호사들을 고용하여 경찰서마다 검찰의 현장에서 트집이 잡히지 않도록 자신들이 불송치하는 이유에 대해 나름 체계를 갖춰서 경찰이 아닌 법조인에게 쓰게 한다는 명목은 빤한 꼼수지만 이해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동학대는 불송치하는 불기소 의견일 경우라도 반드시 검찰에 송치하여 확인을 받게 하는 이유 중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이 경우처럼 경찰이 아동학대라는 민감한 범죄에 대해 대강 넘기는 경우가 없게 면밀히 검찰에서 체크를 하라는 목적이 포함된 것이었다.
그즈음 매스컴을 뜨겁게 달구며 결국 도주 끝에 체포된 계곡 살인 사건의 내연남과 악처의 경우도 처음 그 남편을 공모하여 죽였다는 사실에 대해 사건화 될 수 있었고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지만, 자신이 검찰 상부의 압박을 받았다며 그렇게 언론을 통한 퍼포먼스를 벌인 여자 검사도 뻔뻔하게 자신이 그 사건에 대해 그냥 사고사로 도장을 찍어 넘겨놓고서 그 와중에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SNS를 통해 검찰이 제대로 면밀하게 사건을 확인한 공을 고발 방송 프로그램이 아닌 검찰의 공인 것처럼 떠들어대며 검수완박이 아주 안 좋은 것임을 떠드는 후안무치한 궤변을 당당히 시연해 보였다.
정인이 사건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일반 시민들이 그 난리를 부리면서도 검찰청에는 직접적인 항의시위를 하지 않고 해당 경찰서 앞에서만 시위를 하고 울고불고 퍼포먼스를 하는 걸보고 정작 최종 불기소 도장을 찍어줬던 검찰은 양심이 뜨끔할 틈도 없이 지들끼리 키득거렸을 것이라는 생각에 기레기의 본분을 잊고 화가 났던 기억이 떠올랐다.
김 교수가 올린 그 경찰이 셀프로 작성한 내용은 그야말로 글쓰기의 기본도 갖추지 못한 궤변과 모순 투성이었다. 하지만 나름 그 문건을 작성한 자는 경찰에서는 그리고 아동학대 특별수사팀에서는 뽑혀서 썼을 선수라고 생각하니 다시 한번 속이 확 뒤집히는 듯했다.
판단
피의자는 피해 아동을 다툼의 현장으로 데리고 나온 사실에 대하여 상호 이견은 없으나, ‘피해아동을 던지려고 하였다, 피해아동을 던진 사실이 없다’라며 양측 진술이 상반되고 있지만, 다툼이란 일방의 행위로 이루어질 수 있는 행위가 아니라 양측의 의견 조율 등이 맞지 않아 다툼으로 번지는 것이 일반적인 예로, 다툼은 일방의 책임이 아닌 양측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여진다.
다만, 피의자가 폭발한 감정을 참지 못하고 피해 아동을 다툼의 현장으로 데리고 나온 행위는 피해 아동에 대한 학대의 목적이나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고발인과의 다툼으로 인하여 스스로의 감정조절을 참지 못하고 우발적으로 저지른 행동으로 보여지나 이는 피의자가 자신의 행위로 인하여 아동의 정신건강 등을 저해하는 결과가 발생할 위험 또는 가능성이 있음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였는지 여부가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이다.
피의자는 이사 당일 오전부터 저녁까지 고발인의 추가 변상 및 사과 요구 등으로 인하여 다툼이 생기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감정선이 무너져 폭발하게 된 것이며, 정신없이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돌이 갓 지난 영아는 누군가의 보호 및 양육이 절실히 필요한 대상자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들이다.
피의자는 주변인들의 만류로 일단락되어 집 안으로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분노의 감정을 참지 못하고 집 안에서 보호가 절실히 필요한 피해 아동을 큰소리와 욕설이 난무하였을 상황인 다툼의 현장으로 데리고 나간 자체만으로도 피해아동이 정서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피의자가 피해아동에게 한 행위는 정서적으로 위협을 한 행위라고 보여지며, 해당 범죄 혐의 인정되나, 양측 임대인과 임차인의 지위였을 당시 상호 관계, 사건의 발단 경위 등을 추단 하였을 때 피의자에게 처음부터 아동에 대한 학대의 목적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고발인과의 다툼으로 인한 감정조절을 참지 못하고 우발적으로 위 상황을 만들었던 점, 피의자 과거부터 현재까지 가정폭력 및 아동학대 동일 이력 확인되지 않는 점, 임대차 계약 기간 중 발생한 민사적인 시비를 다투는 과정에서 나온 피의자의 일회성 행동으로 확인되는 점 등으로 보아 피의자의 교정과 재발 방지 등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위와 같이 종합하면 1. 중양서 경제팀 접수사건(아동학대 내용을 협박죄명으로 의율 불기소 처리) 2. 중양서 여청강력팀 접수사건(아동학대 내용을 토대로 아동보호사건 송치)에 대한 각 진술 및 자료 확인 3. 고발인 추가 제출서류 및 진술서 등을 토대로 고발인은 행위 양태가 다르다고 주장하나 본 건 동일한 일시 및 장소에서 발생한 사건이며, 고발인이 추가 행위 양태라고 주장하는 부분에 대하여 위 수사사항과 같이 고발인 및 고발인 측 가족들 진술 외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자료 확인되지 않는 점, 이미 아동보호 사건으로 송치되어 ‘불처분’ 결정된 점 등으로 볼 때 고발인이 제출한 자료만으로 별도의 아동학대 범죄행위라고 판단되지 않는다.
의견
경찰 수사 규칙에 의거할 때 동일 사건에 대하여 사법경찰관의 불송치 등을 발견한 경우에 새로운 증거 등이 없어 다시 수사해도 동일하게 결정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보아 각하한다.
문건 내용의 시작을 다툼에 대한 생뚱맞은 정의를 내놓는 것부터가 얼마나 경찰이 이 사건을 덮으려고 최선을 다했는지 그 눈물겨운 노력이 눈에 선하게 드러났다.
도대체 시골 낙도 파출 분서도 아니고 어떤 경찰이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피의자에 대한 범죄사실에 대해서 언급을 하면서 원인행위가 두 사람 간의 다툼에서 시작되었고 다툼이 일어났으니 둘 다 똑같이 잘못한 행위라는 언급을 공문서에 버젓이 적시할 수 있는지 일단 내 눈을 의심했다.
경찰은 수사를 해서 범죄행위에 대한 시비를 가리는 곳이지, 서당이 아니다. 그런데 뜬금없이 두 사람이 다투는 과정이 모두에게 잘못이 있다는 식의 화제를 가져와 공문서를 시작하는 경우를 나는 본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심지어 피의자가 아침부터 이사를 하지 못해서 정신적으로 불안정했다는 둥 흥분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둥의 내용은 피의자의 변호사가 작성했다고 하더라도 도저히 그대로 읽어 내려가기 힘들 정도의 억지와 궤변이 이어지는 내용이었다.
도대체 왜 경찰이 이렇게까지 그가 불가피하게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내용을 구구절절이 나열하고 기술해야만 했을까? 나는 이 사건을 처음 맡았던 초동 수사관이 자신의 무덤을 자신이 파는 식으로 수사결과 통지서를 써서 재수사와 아동학대 특별수사팀을 곤욕스럽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경찰에서 대표선수라는 작자가 쓴 이 각하 의견서마저도 기레기인 내 눈에는 결국 그들의 발목을 잡은 얼굴이 화끈거릴 증거물이 되고 말 것이라는 예감을 들게 만들었다.
결국 법적인 부분에서 제대로 검사가 문건만이라도 확인했다면 가당찮은 경찰의 허접한 지적 수준이 모두 드러나는 장난질의 문건이 검찰에서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수많은 일감 중에 하나도 보며 도장을 찍어준 것이 경찰이 의도한 대로 각하의견으로 불기소가 된 것이었다.
문제의 핵심인 아이를 말다툼하는 과정에서 안고만 있었는가, 아니면 말다툼을 하던 중에 집안으로 뛰어들어가 아이를 들고 나와 던지려고 했는가에 대한 부분을 적당히 생략하고 언급하지 않는 수법으로 넘어간 것은 범죄행위의 양태가 동일한 건이라고 우기기 위한 전제이자 준비과정임이 너무도 빤히 보였다.
결국 문제는 이 시스템을 모두 알고 감추려 드는 자들을 잡아낼 정도로 자신의 업무에 꼼꼼하고 세밀한 정열을 쏟는 이들이 없다는 점이었다.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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