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목사 아동학대 사건 – 111

자신은 그들과 다르다는 이들의 민낯 - 10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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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100%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임을 밝혀둡니다.


보건복지부 아동학대 담당부서의 전화기는 아무도 받질 않았다. 과장에서부터 조직도에 있는 전화번호를 순서대로 모두 눌러보고 기다려봤지만,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단체로 회의실 안에 들어갔거나 단체로 전화를 받지 않으려고 담합을 했는지 분명히 업무시간임에도 불구하고 9시부터 6시 전에 이르기까지 돌아가면서 전화를 넣어도 그들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굳이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그들이 모두 필요한 전화를 다른 메신저나 핸드폰으로만 업무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이 본래 자신들의 자리에서 울릴 전화기를 받지 않는다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죄에 해당한다고 김 교수는 생각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조직도에서 가장 막내에 해당하는 담당자의 번호를 눌렀을 때 어린 여자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흘러나왔다.


“여보세요?”

“네. 거기 아동학대 담당부서 맞나요?”


이미 전화기를 종일 돌리느라 진이 빠져 뭐라 물을 질문조차 생각이 잘 나지 않았다.


“아동학대 담당부서는 아니구요. 그 관련 분야를 담당하고는 있습니다.”


자신이 제법 똑똑하다고 생각해달라는 그녀의 메시지가 또박또박 책 읽는 듯한 목소리에서 묻어났다.


“그런데 무슨 일로 전화를 주셨죠?”


그녀가 오히려 김 교수의 멍한 정신상태에 얼음물을 부어주듯 환기시켰다.


“아, 네. 현역 목사가 아동학대를 한 사건에 대해서 고발을 했는데요.”


처음부터 단도직입적으로 사안을 한 줄로 토해낸 김 교수의 발언에 그녀가 똘똘한 목소리를 그대로 유지하지 못하고 당혹스러움을 담아 되물었다.


“네? 누가요?”

“제가요.”

“아, 그러면 경찰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을 텐데 여기에 전화를 주시면 안 되는데....”

“안돼요?”

“아니요. 안된다는 게 아니라 저희는 그런 업무를....”

“그런 업무요? 나는 아직 아무런 말도 안 했는데요.”


김 교수가 황당한 듯 그녀의 반응에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아, 네. 그러니까 어쩐 일로 전화를 주셨다구요?”


그녀는 금세 자신의 경륜이 이런 비상상황에 대처해 본 적이 없다는 밑바닥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아동학대를 국가 기관에서 대처하는 부서 중에서 보건복지부에 만들었다고 해서 이쪽으로 전화를 한 건데요. 내가 전화를 잘못한 건가요?”


김 교수의 약간의 짜증 섞인 꾸지람 같은 말투에 그녀가 다시 밀리지 않으려는 듯 이를 앙 다물고 대답하듯 쏘아붙였다.


“저는 그렇게까지 황당하게 대답한 적은 없구요. 그래서 어떤 부분의 도움을 드리면 될까요?”

“어떤 도움이 아니라, 현역 목사가 아동학대한 사건을 고발했는데 경찰에서 사건을 은폐하고 왜곡해서 결국 재수사에 서울청 아동학대 특별수사팀에까지 넘어갔는데 검찰에 송치한다고 해놓고 각하의견으로 불기소 결정이 된 상태입니다. 아동학대를 한 사람에 대해서 제대로 처벌하도록 도움이 필요한데요.”

“저희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뭔가 도움을 드릴 게 없는....”

“아까부터 그런 부분이라고 하는데 왜 사안이 정확하게 어떤 것인지 묻지를 않으시나요? 사안을 명확하게 알아야 뭔가 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김 교수가 그녀가 사안에 대한 설명을 듣고자 뭔가 묻기보다는 철벽 방어태세로 전화를 얼른 끊고 도망가려고 한다는 티를 내는 것에 역정을 냈다.


“그건 아닌데요. 경찰에서 어떻게 수사를 했다는 건지 그리고 이미 검찰에서 불기소가 결정되었으면 끝이 아닌가요?”

“불기소가 되면 다 끝인 건가요?”


김 교수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그녀에게 되물었다. 그녀는 김 교수가 한심해서 비아냥거리는 것인 줄도 모르고 진지하게 질문으로 받아들여 대답했다.


“불기소가 되었는데 뭘 어떻게 또 하신다는 거죠?”

“항소하지 않나요?”

“아! 항소....”


그녀의 반응 자체가 너무 어이가 없어 김 교수는 다시 그녀에게 기본부터 묻기 시작했다.


“혹시 과장님이나 다른 분들이 원래 자리에 안 계신 건가요? 왜 전화를 하루 종일 해도 받지 않으시는 거죠?”

“네?”


뭔가 잘못한 일을 하다가 걸린 사람처럼 그녀가 사래가 걸린 사람처럼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가만히 숨을 쉬었다.


“오늘 종일 전화했는데 전화받으시는 분이 안 계시던데요.”

“그게 그러니까 우리 부서에 너무 전화가 많이 와서...”

“많이 와서 안 받는다는 건가요?”

“아니요. 꼭 그런 건 아닌데. 제가 전화를 받았잖아요.”


동문서답식이긴 했지만 새삼 그들의 근무행태에 대해 지적하고 감정적으로 대립할 이유는 없었다.


“세종에 말고 서울에 보장원이라고 아동학대 관련 도움을 줄 수 있는 단체가 연계되어 있다고 들었는데 연락을 할 수 있는 건가요?”

“일단 어떤 도움이신지는 몰라도 저희는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나 경찰과 연계해서 아동을 분리시키는 조치를 한다거나 하는 기본적인 조치 정도만 하는 것이지 저희 부서에서 뭔가 직접적으로 도움을 드리거나 아동학대 관련해서 경찰의 수사가 문제가 있었다던가 그런 것까지는 직접 관여하지 않거든요.”

“관여를 안 해요?”


김 교수는 그녀가 설명할 때마다 그 말투나 그녀의 생각이 투명 뇌처럼 생각하는 것이 모두 보여서인지 짜증이 섞여 나왔다.


“그런 의미의 관여가 아니구요.”

“후우! 아동학대가 발생했는데 수사기관인 경찰에서 버젓이 은폐하고 진실을 왜곡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그러면 법률적인 도움을 주거나 아니면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데 힘을 보태주는 게 이쪽 부서가 하는 일이라고 들었는데요.”

“말씀은 틀린 게 없는데요.”


그녀가 뭔가 또 할 말이 있는지 자세를 잡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졌다.


“네. 그런데요.”


할 말이 있으면 해 보라고 김 교수가 좌판을 깔아주었다.


“경찰도 국가기관이고 수사가 전문인 기관인데 그쪽에서 잘못되었다는 걸 보건복지부에서 바로잡는 건 아니거든요.”

“훗!”


김 교수가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트리자 그녀가 발끈하며 짜증을 냈다.


“이게 웃기는 설명인가요?”

“웃겨서 웃은 게 아니라 어이가 정말로 없어서 그럽니다.”

“경찰에 신고를 했는데 경찰이 잘못되었다고 하시는 걸 보건복지부에 연락을 주셔서 말씀하시는 건 앞뒤가 안 맞는 말씀이거든요.”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는 알겠는데요. 그래서 불복해서 항소도 하는 거 아닌가요?”

“말씀은 맞는데요. 그건 법원에 하는 거지 저희 보건복지부에서 하는 게 아니거든요. 보건복지부의 저희 부서에서는 아동학대와 관련해서 피해아동을 분리하는 것이나 하는 일이 발생했을 때 경찰에 신고하고 일을 처리하도록 도움을 드리는 정도이니 적극적으로 뭔가 저희가 진실을 밝혀내거나....”

“그래서 아동학대 건이 묻히려고 할 때 법률적인 도움을 주는 것도 그 도움이 포함되는 거 아닌가요?”


계속 자신의 설명을 완벽하게 끝내지 못하게 중간에 치고 들어오는 김 교수의 질문에 그녀가 약간 짜증스러운 듯했지만, 정작 김 교수의 핵심을 찌르는 질문에 바로 응대하며 쏘아붙이는 것에도 무리가 따르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게 되는지 저는 아직 해본 적이 없어서 사실 지금 제가 뭐라고 말씀드릴 것은 아니라서 담당 책임자 분들에게 여쭤봐야 할 것 같은데요.”

“그러면 바로 물어봐주시고 어디에 연락을 취해야 할지도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그런데 아까도 누차 설명드렸지만 저희가 뭔가 직접적인 도움을 드리거나 수사에 이의를 제기하는 건 경찰서의 청문감사관실이나 서울청에 감찰팀이나 감사팀도 있고 수사에 불만이 있으시면...”

“수사 심의계를 말하고 싶은 건가요?”


이미 그 과정을 타고 왔던 김 교수가 그녀의 말의 다음 멘트를 빼앗아 말해버렸다.


“잘 아시네요? 그러면 정말로 저희 부서에 전화를 하실 필요가....”

“다시 물어봅시다. 보건복지부에서 아동학대 관련 부서를 만든 이유가 뭔지는 압니까?”

“저한테 가르치듯이 그런 식으로 묻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는데요.”


그녀는 끝까지 자신이 밀리지 않겠다고 다짐한 사람처럼 따박따박 김 교수의 말을 끊었다.


“아니, 그렇잖아요. 국가에서 아동학대에 대해서 책임을 가지고 조치를 하라고 만든 게 보건복지부 아동학대 관련 부서라고 들었는데, 그냥 경찰과 공조해서 아동 분리를 한다거나 신고를 하는 것 같은 일만 한다면 주체적으로 무엇을 한다는 건지 의문이 생기지 않을까요?”

“그거야....”


막상 김 교수의 지적에 그녀가 당돌하게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러면 그쪽 부서의 사람들이나 과장은 무슨 일을 하느라 전화도 안 받고 무슨 업무를 하는 겁니까?”

“회의도 많고 저희가 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는 겁니까?”


또 그녀가 발끈하며 따지듯 물었다.


“그러니까 묻지 않습니까? 정확하게 뭘 하느라 그렇게 바쁜지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알려달라고요.”

“그건 그러니까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특별히 도움을 직접적으로 드릴 만한 것이 없어서....”

“하아! 정말!”


김 교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니까 경찰청의 감찰부서나 수사이의 쪽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저희 쪽에 연락을 취하시는 것보다는....”

“일단 아동학대가 묻힐뻔한 사건이니까 항소를 제대로 하려면 법률적인 조력이 필요한데, 서울 쪽의 보장원에서 그런 일을 하도록 되어 있다고 하던데요. 아닌가요?”

“그게 저도 그 부분은 잘 몰라서요.”

“아니 잘 아는 사람이랑 통화를 할 수 있게 해 주던가, 아니면 최소한 어떤 사건인지 제대로 묻던가 아니면 파일로 사안이 정리되어 있으니까 그걸 보내달라고 해서 내부적으로 잘 아는 사람한테 전달해서 검토를 하도록 한다던가 뭐 이렇게 일을 진행해야 하지 않나요?”

“그러면 제가 이메일 주소를 알려드릴 테니까 그 파일인지 뭔지를 보내주세요.”

“그러면요?”

“네?”

“파일을 보내면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묻는 겁니다.”


김 교수가 몰아치듯 묻자 그녀가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그저 씩씩거렸다. 막상 그 파일을 받아서 뭔가 피드백을 준다는 말을 할 수가 없는 입장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하겠냐고 물었습니다.”


김 교수가 그녀에게 대답을 촉구했다.


“일단 보내신다고 하니까 어떤 사안인지 받아는 보고....”


그녀의 어처구니없는 대답에 김 교수가 드디어 폭발했다.


“아니, 어떻게 정부 부처에 아동학대 관련 부서를 만들었다고 하면서 이런 식으로 일을 안 하겠다는 건지 이렇게 굴 수가 있단 말입니까?”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면 도와드리고 싶어도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마저....”

“말씀 삼가세요, 지금 통화는 모두 녹취 중입니다.”

“네?”


그녀가 소스라치듯 놀라며 소리쳤다.


“저는 통화를 녹취해도 좋다고 허락한 적이 없는데요.”

“혹시 공무원 맞습니까?”

“네?”


그녀가 흥분해서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한국의 현행법상 통화의 녹취는 대화 당사자가 녹음할 때 상대의 동의를 구하지 않아도 법정 증거로 활용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되어 있다는 사실도 모르시나요?”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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