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목사 아동학대 사건 – 110

자신은 그들과 다르다는 이들의 민낯 - 9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2347



이 소설은 100%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임을 밝혀둡니다.


“게다가 제가 그 운영주체이거나 거기 책임자도 아니고 저는 그냥 거기 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을 뿐입니다.”


그는 거의 사정하다시피 협회가 최대한 방어적인, 그리고 형식상 이름만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을 밝히면서까지 발검 무적이 찔러대는 팩트 예봉(銳鋒)을 피해가려들었다.


“그게 말이 됩니까? 협회의 이름은 프로보노인데 미국에서 원래 정해진 그 이름의 의미가 아니고 사회적 소송에 대한 소송 대리 같은 것은 아예 하지도 않는다?”

“으음. 그렇습니다. 게다가 저희는 서울변협에 속해 있는 조직이지 무슨 별도의 프로보노 협회도 아니라서 프로보노를 표방한 것도 아닙니다.”


어이가 없었지만 정작 그렇게까지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 억지로 공감을 얻어내고 그와 함께 싸우자고 할 명분이 설 리가 없었다.


“그러면 내가 보아왔던 그 많은 진정한 프로보노를 해보고 싶다고 했던 그 변호사들의 신청이나 지원을 받아서 어떻게 운영하고 어디로 돌리고 있는 거지요?”

“네? 아니 그건....”


그가 말끝을 흐리며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했다.


“그런 분들을 소개라도 해주실 수는 있는 거 아닙니까?”


마지막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걸고 사회 부조리를 바로 잡겠다는 법조인이 서초동에 단 한 명도 없지 않으냐고 묻고 싶은 심정으로 발검 무적이 물었다.


“정 그러시면 일단 저희 위원회에서 이번 사례에 대해 지원해 줄 수 있는 사안인지에 대해서 회의에 올려보고 그 결과를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정례회의에 안건으로는 올려보도록 하지요.”


영 대답이 시원찮고 찜찜했지만 그 이상을 뭔가 독촉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열흘이 넘는 시간을 보내고 사실 위원장인 변호사에게 해당 자료는 물론이고 문제의 초동 수사관이 삽질했던 수사결과 통지서의 맹점과 원본까지 메시지로 보내 두었지만 피드백에 대해서는 영 불안하기만 한 상황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문건으로 정식 접수를 하며 기대할 필요 없다고 했던 아동학대 방지협회의 사무국장으로부터 공식적인 답변을 받았다면서 이메일로 첨부된 공식 문건이 도착했다.


발검 무적이 통화했던 위원장 명의로 도착한 공식문건의 내용을 그대로 일부 원용하면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요청하셨던 프로보노 지원 요청과 관련하여 본 센터에 운영위원회를 개최하였고, 논의해본 바 해당 사안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이유로 지원이 불가함을 안내합니다.


-아래–


○ 프로보노 지원센터는 소송을 지원하는 기능이 없으며, 이에 따른 법률 원조나 수행변호사를매칭하거나 할 수 있는 내부 사무 근거가 없음. 아울러 이와 유사한 지원 사례도 없었음.


따라서 해당 신청건에 관해서 중개를 지원하는 것은 부적정함.


○ 위 근거와 무관하게 해당 사건의 긴급성과 공익성이 인정된다면 지원 가능한가에 대해서도 검토해보았으나, 신청기관에서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애초에 고소 고발이 아동학대로 된 적은 없었다는 점에서 공익성을 판별하기가 어렵다는 데 이견이 없었음.


○ 아동학대와 관련된 아동보호 필요성이 있다면, 아동권리 보장원 등을 통한 사례 관리 필요성이 있을 수 있음. 다만 신청기관은 관련 전문성을 가진 단체이기에 이에 관해서는 특별히 더 조력할 필요도 없는 것으로 판단됨.


문서를 구겨쥐며 발검 무적의 입에선 더 이상 육두문자를 내뱉은 여력도 없어져 한숨만 새어 나왔다. 멋스럽게 형식을 갖춘 듯 적은 그 문서에는 어떤 제대로 된 팩트도 한 줄 없었다. 이미 아동학대로 고발되어 서울청 아동학대 특별수사팀에 고소되었다는 내용을 제대로 확인도 안 했는지 아니면 그냥 무시하고 그런 사실이 없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는지 변호사로 구성되어있다는 그 위원회와 발검 무적과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눴던 위원장까지 그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사람처럼 무시하고 있는 내용에 할 말이 없었다.


무엇보다 ‘그런 전례가 없었다.’라는 말이 자꾸만 귀에 거슬리며 계속해서 발검 무적의 뇌리에 맴돌았다. 법을 공부한 자들이 자신의 직업적 위치와 경험을 통해 사회적 부조리를 밝히고 사회적 약자를 돕거나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것이 프로보노의 본래 의미라는 것을 그들이 모르고 사용했을 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감히 그 지저분한 입에 그리고 그 문서에 ‘그런 사례에 대해 도와준 전례가 없기 때문에 도와줄 수 없다’는 해서는 안될 명분을 내세웠다.


기레기인 내가 어떤 스쿠프(특종)를 잡게 되었을 때 그것이 어떤 기자들도 감히 해내지 못했던 인터뷰이거나 어떤 기자들도 보지 못했던 사건이라고 해서 그것을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할 수 없다고 말하지 않는다. 정확한 어원은 알 수 없지만 그 용어는 그들이 법원이나 공직에 있는 복지부동하는 창구의 직원들이 결코 그 일을 하고 싶지 않은데 공식적인 핑계를 그럴싸하게 댈 때 사용했던 문구를 그대로 가져와 답습하고 있었다.


어떤 일이든 처음이 있고, 어떤 경우든 처음 당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그것이 그들이 이전에 그런 사례에 대해 도와준 적이 없기 때문에, 심지어 그들의 원칙에 그런 도움을 준다라는 사무 강령이 없기 때문에 그렇다면 그들은 ‘프로보노’라는 그 훌륭한 용어를 가증스러운 그들의 단체 이름에 써서는 안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위원회라는 것을 꾸려서 자신들만의 리그에서 회의도 하고 사회적으로 뭔가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있는 것처럼 굴었다.


전사(戰士)라고는 했지만 싸움닭만을 의미하는 단어는 아니었다. 두 사람이 고민 끝에 후보로 올린 사람들이 주로 정치권에 진출한 지명도를 필요로 하는 법조인이었던 것은 바로 그런 의미에서의 전사(戰士)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법대 출신이 아니었음에도 정치를 전공하다가 사시에 합격하고 대형 로펌에서 경력을 쌓은 후 빨간당이 기치를 올리고 있던 강남 한복판에 자객 공천처럼 등장했다가 떨어진 후 자신의 고향이라며 제주도의 보궐선거를 통해 기어코 국회의원 배지를 단 변호사를 후보자에 올린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김 교수가 이제 보궐선거가 끝난 지 몇 달 되지도 않아 진용을 꾸린 지 얼마 되지 않았을 그 국회의원의 보좌관과 연결되었을 때 그는 다짜고짜 사안을 묻지 않고 김 교수의 호구조사를 시작했다.


“혹시 서울대 동문이시라면 동기이거나 하신 건가요?”

“네?”


어이가 없어 김 교수가 다시 되묻자 그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다시 물었다.


“아니, 저희 의원님과 잘 아시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셔서요.”


김 교수는 도대체 그가 무슨 의미에서 그런 말을 하는지 적잖이 빈정이 상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보좌하는 국회의원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으면 그리고 동기면, 막역한 사이면 그걸 확인해서 뭔가 일이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진행된다는 의미라도 된다는 것일까, 까지 생각하고 나니 더 속이 느글거리기 시작했다. 김 교수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지 보좌관은 끝까지 이렇게 물었다.


“그러면 교수님의 명함이라도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시면 제가 저희 의원님께 이런 분께서 연락이 왔었다고 보고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미안한데, 나는 공부하는 사람이라 명함 같은 걸 뿌리고 다니는 사람이 아닌데,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지요? 내가 자료를 보내는 이메일에 내 소속이나 내 이름이 다 나와있는데 말이죠?”

“그건.... 그렇습니다만, 아무튼 오래된 명함이라도 없진 않으실 테니 그렇게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국회에서 일하는 이들의 속성이나 그들이 얼마나 지능적인 효율을 비효율적인 네트워크를 통해서 활용하는지 익히 모르지 않았기에 욱하고 치밀어 올라오는 분노를 삭이며 전화를 끊었다. 그렇게 명함을 보내지 않고 연락을 기다렸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문제의 보좌관은 아무런 연락을 해오지 않았다.


그래도 자신의 인지도라고 할 것도 없었던 그 국회의원은, 아침 라디오에서 연일 음모론을 펼치며 적지 않은 혈세로 자기 배를 채운다고 비난을 받고 있던 파마머리 털보의 유튜브 방송에 자주 나오면서 그나마 얼굴을 알렸던 인물이었다. 그래서 발검 무적은 오래전 그 털보와 막역한 관계로 엮여있던 반장에게 그 국회의원을 직접 만날 자리를 만들자고 이야기를 나눠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반장은 수년만에 연락을 취한 파마머리 털보에게 다음과 같은 허탈한 이유를 듣는 것으로 차가운 거절을 당했음을 알려왔다.


“지금은 저쪽에서 경찰을 길들이고 검찰공화국을 만들어가는 단계인데, 그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는 쪽에서 야당이 힘을 실어줘야 하는 타이밍이야. 경찰이 썩은 거 나도 잘 알지. 그런데 지금 정치적인 흐름상으로 보면, 경찰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해줘야만 하는 시점이라 타이밍이 안 좋아. 물론 아동학대 사건이라는 이슈도 있지만 내가 파일을 살펴보니까 이건 시작은 현역 목사 아동학대인데 그 사건을 조작하고 은폐하면서 짭새들 복마전을 그대로 옮겨놓은 사건이 되어버렸단 말이지. 그러니까 지금은 도와주기 곤란하다.”


서울변협의 프로보노 지원센터인지에 허망한 결과를 지켜본 아동방지협회의 사무국장은 다시 김 교수에게 공식적인 요청을 보건복지부를 통해서 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보장원이요?”

“네. 그 프로보노 지원센터인지에서 보내온 문건에 보면 마지막에 원래 보장원이 그 업무를 해야 한다고 적혀 있잖아요. 그 보장원이라는 곳은 서울에 있는데 지난번 말씀드렸던 것처럼 보건복지부에 아동학대 관련 부서가 신설되어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요?”

“네. 사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사단법인이나 개인적인 사회단체도 힘을 기울이지만 저희 단체부터도 그렇듯이 이게 보통 진을 빼는 일도 아니고 돈도 그렇고 시간도 그렇고 인력문제 때문에 도저히 일이 진행이 안되거든요. 그런데 결국 이 일이 어떤 개인이나 단체의 수입을 만들자고 하는 일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국가에서 아동학대 관련해서 지원하는 부서를 만든 게 바로 보건복지부이고, 세종에 있는 애들이 직접 뭔가 지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서울에 있는 보장원이 그 지원금을 받아서 일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게 제대로 일을 지원하거나 지원 사례 같은 게 전혀 없는 실정입니다.”

“그러면 유명무실하다는 건데요?”

“그러니까 어이가 없는 거죠. 저도 사회단체에서부터 국가지원을 받는 단체에도 소속되어 봤고 이쪽 일을 계속하다가 하다가 밀려서 결국 그쪽에 염증을 느껴서 여기 사단법인 단체로 자리를 옮기게 된 건데요. 모종의 정치적인 다툼은 있을지언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들이 지원받았으면 해야 할 몫은 해야 하는데 지금 보건복지부에서부터 보장원까지 그런 업무에 대한 신고가 들어가거나 하면 이 사람들이 모른 척을 하면서 일을 안 하려 드는 게 문제긴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한번 그쪽에 알아보도록 하지요.”


김 교수가 보건복지부와 보장원이라는 단체에 대해 듣고 연락을 취하는 사이 발검 무적은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브런치에 보건복지부에 여러 사람들이 민원이라도 제기를 해달라는 의미에서 보건복지부의 아동학대 관련 부서를 찾아 그 담당자의 전화번호를 찾아 이 사건에 대한 관심을 실천으로 보여달라고 글을 다시 올렸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에 연락을 취해서 뭔가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거나 어떤 이야기를 나눴다고 피드백을 주는 브런치의 작가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제 그들은 발검 무적의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얼굴이 화끈거리고 자신들의 양심 위로 스멀거리는 벌레가 지나다니는 느낌을 받은 사람들처럼 아무런 일이 없듯이 자신들만의 공간으로 숨어들어 그저 드라마 이야기를 하고 영화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의 일상을 이야기하고 실천을 해야 한다는 둥 멋진 책에 대한 서평을 인터넷 어딘가에서 보고 들은 것으로 떠들며 역시 공부하고 독서하는 이유는 자기 생활에 실천을 통해서 이루어야 하는데 게을러서 그렇지 못하다는 둥 하는 의미 없는 댓글을 달아가며 서로 룰루랄라 즐겁게 지내고 있었다.


그즈음 발검 무적은 그런 자들에게 쾌락을 제공하는 것이 부끄러워졌다며 자신이 연재하던 글을 하나씩 중단하고 글쓰기를 그만둘 준비를 한다는 공지를 올렸다.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2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