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은 그들과 다르다는 이들의 민낯 - 8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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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100%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임을 밝혀둡니다.
그녀의 대답이 뭔가 시원스럽지 못하면서 곤란한 듯한 전형적인 정치적인 냄새를 풍기는 것에 김 교수는 기운이 빠졌다.
“만약 지금 그 지역구의 터줏대감 행세를 하는 국회의원이 제대로 된 정치를 하지 않고 있다면, 그리고 위원장님께서 다음 총선에 이 지역구에서 출마를 생각하고 계시다면 게다가 여성 변호사로서 그간 현장에서 보아왔던 법조비리를 비롯해서 이런 현장에서 경찰들이 사건을 손타고 뭉개고 하는 것들을 아신다면 이 이슈가 얼마나 좋은 기회이자 계기가 될지...”
“아! 알겠습니다. 교수님. 무슨 의도이신지 그리고 저를 이렇게 지명해서 연락까지 주셔서 너무 감사한데요. 일단은 한국에 들어오셔서 불기소 이유서를 발급받고 나서 도대체 무슨 이유로 각하가 되었는지 명확하게 확인하고 나서 이야기를 하기로 하시죠. 제가 바빠서 더 길게 통화를 할 수 없어서요.”
그렇게 그녀는 황급히 대화를 매듭짓고 수화기 너머로 사라져 버렸다.
김 교수가 그녀를 마지노선으로 두고 스승 발검 무적에게 상의하여 다음 연락처로 삼은 것은 서울변협의 프로보노 협회였다. 김 교수도 스승인 발검 무적도 자신들의 라인을 통해, 혹은 직접 고용할 변호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법조계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지금 이 건은 재판을 나가 다투거나 법적인 논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항고장과 항고 이유서에 사회적인 이슈로서든 자신의 정치적인 신념으로서든 사건으로서 수임할 법률대리인이 아닌 함께 싸워줄 전사(戰士)가 필요한 단계였다.
한국의 법조인들이 가장 많이 몰려 있다는 서초동 법조계. 그리고 지역상으로도 가장 많은 변호사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서울변호사협회. 그 안에는 버젓이 ‘프로보노협회’라는 이름의 단체가 만들어져 있었다. ‘프로보노’란 본래 미국에서 온 개념으로 간단하게 말하면, ‘무료법률지원’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즉, 본래 수임료를 받고서 소송을 대리해야 하는 변호사들이 사회정의 구현을 위해서 혹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서 다양한 이유로 수임료를 받지 않는 무료 변론 행위를 통칭해서 ‘프로보노’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그 개념이 한국에 옮겨온 것이었다.
물론 기레기인 나를 포함해서 김 교수나 발검 무적인 세상 물정을 모르는 그저 상아탑에서만 있던 고지식한 사람들은 아니었기에 서울변협 같은 정치성이 다분한 이익집단이 미국의 프로보노 개념을 그대로 탑재하여 사회정의를 구현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대표적인 예로 사회참여에 적극적이라는 참여연대나 민변 같은 곳에도 연락을 취해보고 심지어 민변의 변호사 중에는 문제의 행안위원장 출신의 여자 국회의원 남편이 실무 책임자로 있다는 것까지 확인하고 도움을 청했지만 아예 답변조차 받지 못하는 것으로 단칼에 거절당하고 마는 상황이 발생했던 것은 그나마 약과였다.
참여연대에서는 아예 일일이 개인적인 건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서 변호사도 아닌 사무실의 여직원이 언성을 높이며 자신들은 이미 계획된 스케줄에 맞춰 큰 사안에 대해서만 움직인다며 대법관처럼 단호하게 말하는 것을 들으며 어이가 없었다.
민변이나 참여연대 출신의 변호사들이 순차적으로 대거 파란당의 공천을 등에 업고 정치판에 나온 것을 감안하면 그들이 대선이나 지방선거 혹은 자신들이 당선되기 위한 총선을 위해 길바닥에 오체투지하고 고개를 조아리고 목이 쉬도록 외쳐댔던 그 모습은 사회적 부조리에 대해 귀를 기울이고 그 문제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겠다는 응답을 해오는 이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아니, 조금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그들은 아예 그런 문제에 귀를 기울여 그것이 문제가 되는지 안 되는 지도 확인하는데 시간과 정력을 쓰는 것이 아깝다고 여기는 듯했다. 특히 국회의원이 된 당사자들에게까지 전해였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이전에 그를 최측근에서 보좌한다는 보좌관이나 아직 국회의원 배지를 달지 않고 정치성이 농후한 사회운동을 가장한 자신의 커리어 쌓기의 일환으로 움직이는 변호사들마저도 눈앞에 보이는 이익과 저울질을 하느라 계속해서 주판알을 튕기는 듯했지만, 정작 차분히 귀 기울여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에 대해 나서보겠다고 하는 이들은 없었다.
정치단체를 표방하며 ‘엄마’라는 이름을 걸고 자신들이 또 다른 이름으로 이익단체 행세를 하는 곳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매번 똑같은 설명과 열변을 토해가던 김 교수와 발검 무적은 전화를 통해 그들에게 하소연하고 자신들과 같은 뜻을 가지고 있다면 함께 공감하고 함께 바꿔나가자 소리쳤지만 그들에게는 그들이 원하는 맞춤 논리가 있었고 그것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순간 여지없이 연락을 끊어버리거나 아예 대화를 차단해버리기 일쑤였다. 그들이 그들의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땡볕에 공중파 카메라가 움직이는 앞에서 무언가를 퍼포먼스 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들의 대의명분이라고 내세웠던 것은 그들이 만든 것이니 객관적으로, 혹은 모두가 공감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고 공부해나가는 느낌을 두 사람은 받을 수밖에 없었다.
프로보노 협회에 연락했을 때 연락을 받은 사무실 여직원의 태도를 녹취된 음성으로 들었을 때, 나는 그 두 사람이 겪었을 그간의 홀대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니까 프로보노 협회에 아동학대 관련으로 해서 도움을 주실 변호사님을 소개받을 수 있는지를 알아보려고 연락한 겁니다.”
“죄송한데, 여기는 그런 걸 하는 곳이 아니에요.”
“그런 거... 라니요?”
“변호사 사무실에 가서 돈 내고 상담받고 수임료 내고 사건을 의뢰하세요. 여기에 연락해서 이러실 게 아니라. 저희는 변호사를 알선하는 곳이 아닙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지극히 고압적이고 당돌하기 그지없었다.
“여보세요! 지금 수임료가 없어서 변호사를 알선해달라고 하는 말이 아니잖아요!”
“무료로 사건을 수임하거나 하는 분들이 여기는 안 계세요.”
그녀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저기, 혹시 거기 프로보노 협회가 아닌가요?”
뜬금없는 교수의 질문에 그녀가 움찔했다.
“프로보노, 협회는 맞죠.”
“프로보노가 무슨 뜻인지 혹시 아시나요?”
“네? 무슨 황당한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그녀가 가만히 교수의 질문을 듣다가 버럭하고 화를 냈다.
“프로보노의 개념 자체가 무료 법률 서비스를 한다는 의미잖아요.”
“저는 그런 건 모르겠구요. 저희는 그런 일을 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중요한 건 개인들의 의뢰를 받는 곳이 아니라 단체나 법인의 요청이 들어오면 그걸 변호사분들에게 알리고 그중에서 의향이 있는 분들이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면 아동학대 방지협회 같은 곳을 통하면 될까요?”
“그래 보시던 가요. 그런데 아동학대 방지협회는 저희에게 등록이 되어 있는 단체나 법인이 아니어서요. 별도로 신청을 하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겨우 스승 발검 무적을 통해 소개받았던 사단법이 아동학대 방지협회에 연락을 하여 국장에게 사안을 설명하고 서울변협의 프로보노 협회에 연락을 했을 때에 각종 사회단체에서 팀장이나 실무진을 거쳐 지금의 사무국장 일을 하고 있다는 이의 설명을 들으며 김 교수는 사회참여 운동을 한다고 껍데기만 표방하는 이들의 민낯을 공부할 수 있었다.
“교수님. 지금 막 그 직원이랑 통화를 했는데요. 등록 서류를 홈페이지를 통해서 하라고 하는데 홈페이지에 등록 페이지 자체가 열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문의를 다시 했더니 자기네는 이런 식으로 접수를 받지 않기 때문에 홈페이지는 그냥 원래부터 열리지 않았던 것인지 고장인지도 잘 모른다고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라는 거죠?”
“저도 여러 국가기관 연계된 단체에서 일을 해보고 여러 변호사들과도 일을 해봤는데요. 교수님이 연락해보셨다는 아동학대 전문 변호사라는 그 젊은 변호사들이 병아리였을 때는 경험을 쌓겠다고 그 박봉을 견디면서 사회단체에서 일을 하지만 지금 결국 자기 사무실을 열거나 아동학대라는 시장을 개척했다고 하면서 거액을 수임료를 받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현실이 정말 거지 같다고밖에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뭐 그 사람들도 먹고살아야 하는 것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하겠죠.”
사무국장의 현실 한탄에 이제까지 몸으로 부대껴왔던 교수의 입장에서 단호히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부정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원래 이게 국가에서 하고 국가에서 도움을 줘야 하는 일이거든요. 지금은 축소되고 꼬여있기는 하지만 아동학대 관련해서 보건복지부 내에 부서가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에 따로 그런 것을 실행하도록 지원을 받고 있는 부서가 또 있습니다. 그쪽에 압력을 넣어보시는 게 오히려 현실적으로는 더 나으실 수도 있습니다.”
“으음, 한번 그건 생각해볼게요. 일단 프로보노 협회에 등록을 하셨다고 하니까 사건 의뢰를 넣어보기로 하죠.”
그렇게 며칠에 걸쳐 정식으로 홈페이지에 이름만 있고 등록도 할 수 없게 만든 서울변협의 프로보노협회와 씨름을 한 끝에 아동학대 방지협회의 사무국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일단 저희가 등록은 했는데, 자기네는 프로 보노라는 이름만 있을 뿐이지 무슨 사회적 기업이 창업하는데 법률상담 정도만 해주고 그런 식으로 일을 하는 게 다지, 무료 변론으로 사건을 수임하는 변호사를 연계하거나 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아니, 그게 무슨 말이랍니까?”
김 교수는 사실 프로보노 협회와 관련하여 법조계와 계속해서 관계된 일을 진행해왔던 스승 발검 무적의 댓글이 생각났다.
연전에 내가 직접 그 프로보노 협회인지 뭔지 사무실까지 찾아가서 협회 운영과 관련해서 지적을 하고 시정하라고 말한 사건이 있었는데, 법률사안까지 말하자면 복잡하지만 대한민국에만 있는 법률 중에 변호사들도 모르는, 국가가 강제로 1년에 몇 시간 이상 변호사 등록을 한 사람들이라면 무료법률을 해야 한다는 강제조항이 있었다네. 그런데 그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까지 냈던 변호사들이 있어서 제법 아는 변호사들은 있긴 한데, 그게 의사들의 의무교육처럼 벌칙사항이 준수되지 않고 유명무실하다 보니 대형 로펌들은 프로보노팀을 운영하면서 자기네 로펌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 사건을 골라가며 운영을 하는데 개인 변호사들이나 생계형 변호사들은 적당히 그게 있는 줄 몰랐다는 식으로 뭉개가면서 지내고 있지. 그러던 중에 서울변협에 프로보노 협회의 홈페이지가 연계되어 있는 것을 보고 나름 먹고살만하거나 경험이 부족해서 경험이라도 쌓기 위해 자신의 경력을 게시판에 올리고 프로보노를 해보고 싶다고 하는 변호사들이 있었는데, 서울변협이 그 운영권을 틀어쥐고는 이상하게 사무실에서 자기들만의 리그로 바꿔버린 거야. 이전에는 공개형으로 필요한 사람들과 변호사가 직접 게시판을 통해서 소통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었는데 어느 순간 비공개로 바꾸고 서울변협에서 운영권을 가지고 자기들이 프로보노를 지망하는 변호사들의 소개와 알선을 통제하겠다고 나선 거지. 그 문제 때문에 내가 뭐라고 따지고 개선하라고 하는 과정에서 그 안을 살펴보니 명목상의 변호사들만 있을 뿐 상설로 움직이는 것은 정작 직원들이기 때문에 민변이나 참여연대만도 못한 그저 허울뿐인 곳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네. 내가 지금 그쪽의 의결 회의에 의장을 맡고 있는 변호사와 통화를 해보도록 하지.
그렇게 발검 무적이 전화로 연결한 회의체의 의장을 맡고 있는 변호사와 통화를 했지만, 그 역시 겉으로 보여지는 대단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듯한 퍼포먼스의 사이즈에 비해 굉장히 소략한 목소리로 방어적인 설명을 하기에 급급했다.
“저희는 사실 말이 프로보노지, 실제로 사건의 수임이나 사건을 진행하는 방식으로는 활동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면 변호사들이 프로보노라는 이름을 달고서 한다는 행위가 고작 전화로 혹은 창업하려는 기업들에게 말로만 법률상담을 해주는 것 정도로 서울변협에서 운영하는 프로보노 협회라고 칭하며 활동하는 겁니까?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요?”
발검 무적의 말이 날카롭게 날이 서며 언성이 높아졌다.
“교수님이 그렇게 지적하시면 딱히 드릴 말씀은 없지만, 저희가 무슨 대한민국 프로보노 협회도 아니고 그냥 서울변협 안에 있는 작은 회의체 같은 정도거든요.”
“본래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게시판을 운영하던 4,5년 전까지만 해도 프로보노를 하겠다고 자신의 경력을 올리고 지원 의사를 밝힌 변호사들이 많았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렇게 이곳이 껍데기로만 운영되는 프로보노 협회로 전락하고 만 것인가요?”
“하아! 그렇게 말씀하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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