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목사 아동학대 사건 – 108

자신은 그들과 다르다는 이들의 민낯 - 7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2338


이 소설은 100%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임을 밝혀둡니다.


정작 그렇게 원하던 검찰의 송치까지 이루어졌음에도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각하의견으로 사건이 종결될 위기에 봉착하게 되면서 바로 불기소 사유서를 접할 수도 없고 그것을 확인하지 않고서는 항고를 진행하기도 어렵기에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에 김 교수도 답답했고, 발검 무적도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당장 그 상황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일단 언론에 이 사실을 알려 이슈몰이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발검 무적은 당장 공중파 방송의 고발 프로그램에 게시판을 통해 다수의 사람들이 이 사건에 관심을 갖고 있으니 주목해달라는 캠페인을 지속하기로 하고 글을 올렸다. 몇몇 그간 지원의 의사를 보였던 이들이 하나둘 관심이 사그라들고 저마다 자기 삶이 퍽퍽하네 뭐하네 하다면서 시들해지면서 방송국의 고발 프로그램의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것은 채 열명도 채우지 못하고 불발에 그쳤다.


물론 생각 있는 피디나 작가들의 공감이 있었더라며 그것이 단 한 건의 제보였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관심을 보였을 것이었으나 나 같은 기레기나 우리 데스크의 말처럼, 그리고 이 사건이 벌어지고 김 교수에게 접촉했던 그 공중파 사회부 기레기라고 하는 것들의 시선은 매한가지였을 것이다. 자극적인 영상이나 극단적인 상황이 연출되지 않은 이상 방송으로 선뜻 제작하겠다고 연락을 취해오지 않은 것이 전부였다. 그것이 현실이었고, 그것이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정인이가 그 황망한 죽음을 당하지 않고 계속 근근이 경찰과 검찰의 눈을 피해 가며 고통만 당하고 있는 상황이었다면 어떤 방송에서도 아니, 어떤 사람들조차도 아이가 다 죽고 나서야 SNS에 ‘정인아 미안해’ 혹은 ‘우리가 반드시 바꿀게.’라는 따위의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을 처발라대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나 스스로 부끄럽기 그지없었다.


김 교수와 마찬가지로 해외의 대학에 체류하고 있던 발검 무적은 브런치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라도 일단 항고장을 작성해야 하는 실무를 위해 적임자를 찾아 나서는 것으로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로 했다. 변호사이면서 정치에 뜻을 가지고 있으며 정치권에 발이 닿아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나마 1월 31일에 갑자기 연락이 끊겨있던 반장에게서 6월 초 연락이 왔지만 개인적으로 주변 사람들의 사건과 사고 그리고 황망한 지인들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반장 자신의 멘탈을 부여잡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이 힘겨웠다는 고백이 담긴 메일을 읽으며 차마 반장에게 지금의 상황이 이러하니 조속히 힘을 쏟자는 말도 꺼내지 못하던 터였다.


발검 무적이 글로 사람들의 공감을 일으켜 제대로 된 정치행위란 정치꾼들이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부조리를 직접 살아가는 자신들이 바꿔야 한다는 것이라며 벌인 캠페인은 그렇게 판을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하고 시들시들 사장되어버리고 말았다. 처음 관심을 보이며 단톡방에서 뜻을 모아보자고 했던 이들 중에서 남아서 발검 무적의 힘이 되어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새삼스럽게 그들을 탓할 기운도 의미도 없다고 여겼지만 발검 무적도 동력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그렇다고 손 놓고 이 사태를 그냥 종결지을 수만은 없다고 여기던 차에 발검 무적이 적임자로 찾은 것은 바로 중양 경찰서가 있는 지역구의 문제의 그 여자 국회의원에게 밀렸던 빨간당의 해당 지역 당협 위원장이었다. 통상 그 지역의 당협 위원장은 다음 있을 총선에 그 지역에서 공천을 받기를 기대하며 다시 국회의원에 도전하려고 하는 이가 가지고 있는 감투였다. 마침 그 지역의 빨간당 지역 당협위원장은 20여 년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 여자 변호사였다.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을 한 경험도 있었지만 본래 자신이 정치를 시작했던 당과 빨간당과의 합당과 혼란 속에서 국회의원 임기를 채 채우지 못한 채 떠밀리듯 다시 밀려 나온 사람이었다.

발검 무적이 아이디어를 내놓자 바로 연락을 취한 것은 김 교수였다.


김 교수는, 먼저 그녀가 대표로 있는 변호사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그녀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자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가 그 지역구에서 벌어진 경찰의 비리에 대해 변호사라는 전문적인 법조 경험을 토대로 사안을 제대로 보고서 만약 총선에 다시 나오게 된다면 맞붙게 될 지명도가 있는 파란당의 그 여자 국회의원이 살펴보지도 않고 내팽개쳤던 민생사안에 해당하는 이 일에 불을 지필 의사가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까지의 상황을 겪으며 실망에 실망을 거듭했던 김 교수조차, 이전에 파란당의 여자 국회의원과 직접 연결하지도 못하고 지역구 보좌관에게 스승이 정신병자 소리를 들으며 무너져 내렸던 상황과 비슷한 상황이 법률사무소의 사무원과의 통화에서부터 다시 데자뷔처럼 일어날 것이라고는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대표님 자리에 계실까요?”

“네. 어디시죠?”

“아 혹시 대표님이 그 지역 빨간당 당협위원장도 맡고 계신 분 맞죠?”

“네? 아, 네. 그런데요? 무슨 일이시죠?”

“그 지역구에서 벌어진 아동학대 은폐 사건에 대해서 상의를 좀 드리고 싶어서요.”


그의 설명에 전화를 받던 나이가 지긋한 사무직원이 잠시 기다리라며 전화를 틀어막고 울리는 목소리로 옆의 누군가에게 묻는 소리가 나지막이 들렸다.


“네? 아, 네. 알겠습니다.”


상대가 뭐라고 이야기하는지는 잘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녀는 바로 통화로 돌아와 아까와는 사뭇 다른 차가운 목소리로 김 교수에게 결론을 전했다.


“죄송한데요. 저희 대표님이 정치적인 문제를 신경 쓸 정도로는 정신이 없으셔서요. 아무래도 전화를 연결해드리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네?”

“아무튼 저희 대표님과 이런 문제로 전화를 연결해드리는 것은 어려우니 앞으로 다시 연락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여보세요.”

“뚜뚜뚜...”


마치 사무실에 난입한 잡상인 취급을 당하며 전화는 일방적으로 끊어지고 말았다. 바로 빨간당의 당협 위원장실로 어렵게 전화연결을 해서 지역 국장이라는 사람과 통화하면서 왜 법률사무실에서 그런 반응을 보였는지를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대선에 지방선거에 우리 당협위원장님이 좀 많이 쫓아다니셨게요. 아예 사무실 일을 등한시하시면서까지 그렇게 다니시다 보니까 아무래도 좀 사무실측에서는 안 좋아 보이기 마련이거든요, 정치활동에 너무 전념하시는 형태가 되다 보니까 말이죠.”

“그럴 수 있죠, 그런 이유가 있었던 거군요.”

“그런데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사건에 대해서는 그래도 의미가 있어 보이는데 말입니다.”


사무국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은 김 교수의 간단한 설명을 듣고 나서 정작 현역 목사의 아동학대 사건보다 정치적인 부분에 관심을 보였다. 김 교수의 입장에서 그들이 정의감을 가지고 이 사안을 바로잡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라 여겨 정치적인 입장을 강조한 탓도 컸다.


“사실 그쪽 지역구에서 3선을 넘게 했던 지금은 야당이지만 행안위원장까지 했던 그것도 여자 국회의원이 이런 사건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힘을 쓰지 않을 줄은 정말로 몰랐습니다.”

“원래 그런 사람인 걸요, 뭐.”


그는 심드렁하게 그것이 새삼스러운 일도 아님을 강조했다.


“그렇긴 하지만, 아닙니다. 제가 굳이 당협 위원장님에게 연락을 드리게 된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일단 지금 그 지역구에 당협위원장이 누군지도 모르는 지역주민들이 대다수이구요. 무엇보다 다음 총선을 생각하신다면 결국 인지도면에서 우리 지역구에 이런 분이 지금 총선에 나올 준비를 한다는 이슈의 중심이 되는 것이 중요한데, 일부러도 그런 건을 만들려고 혈안이 되어 있을 정치판에, 이렇게 대놓고 경찰이 아동학대사건에 대해 은폐하려고 들었고 그것을 서울경찰청을 필두로 한 경찰 조직에서 덮으려 들었다는 점에서 저는 충분히 당협 위원장님이 나서서 이슈의 중심이 될만한 사건이라고 생각해, 부러 연락드린 겁니다.”

“그러게요. 이게 말씀하신 대로라면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여성문제나 아동학대 문제 등에 원래부터 법조인의 입장에서 관심을 가져오셨던 위원장님에게는 의미가 있을 법도 한데... 그게...”


뭔가 그가 말끝을 흐리는 것이 김 교수의 마음에 걸렸다.


“뭔가 문제가 될만한 것이라도 있을까요?”

“사실 총선이 아직 2년도 더 남았다는 건 교수님도 잘 아시죠?”

“그래도 총선에 나오려면 지금부터 준비하시는 거 아니었나요? 그렇지 않으면 대선이나 지방선거에 그렇게 본업을 작파하고까지 전념을 다해서 뛰실 이유가....”

“그건 중앙 정치권에 얼굴도장을 찍는 문제도 있고 그렇기 때문에 그런 거기도 한데요. 일단 제가 위원장님에게 사안에 대해 보고는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정리된 관련 파일이 있으시면 제 카톡으로 보내주세요. 그러면 참고해서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생각보다 신통치 않다는 반응에 기운이 빠지기는 했지만 일단 사무국장을 통해 파일과 내용을 전달하고 기다리기로 하고 김 교수는 다음 행보를 스승 발검 무적과 상의했다.


김 교수나 발검 무적 두 사람 모두 7월 초까지 학기가 끝나기 전에는 한국에 있지 않은 관계로 전화는 물론이고 행보에 제한이 있기는 했지만, 지금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한국에 들어가자마자 받게 될 불기소 사유서의 내용과 경찰이 온갖 조작질로 헝클어놓은 그 의견서에 논리적으로 반박하여 영향력이 있을만한 방법이나 사람을 통해 항고에 성공할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었다.


그즈음 한국에서는 마침 계곡 살인 사건의 진실이 밝혀져 내연남과 공보하여 남편을 죽인 아내가 검거된 소식으로 시끄러웠고, 경찰국이라는 것이 신설되어 행정안전부에서 경찰업무를 공식적으로 통제하는 방안에 대해 경찰이 조직적인 반발을 일으키고 있었다. 한국으로 들어갈 날을 6월 말로 확정한 발검 무적의 눈에는 그야말로 복마전인 한국으로 돌아가 해결해야 할 일들이 가득이었지만 발검 무적보다 조금 늦은 일정으로 7월 말에서야 한국에 들어오는 김 교수의 입장은 더욱 조급했다.


빨간당의 당협위원장이나 사무국장에게서 결국 아무런 소식도 없이 시간이 흘러 6월 말이 되었다. 스승 발검 무적이 먼저 한국에 귀국하여 바쁜 일정으로 정신이 없는 틈에도 당협위원장이라는 여자 변호사의 연락처를 지인에게 얻어 연락이 닿은 것은 7월 첫째 주가 되어서였다.


“국장님을 통해서 연락을 받기는 했는데요. 제가 무슨 도움이 될지 그리고 그 사안이 정확하게 어떤 사안인지 명확하게 인지가 안되어서요.”

“지금 고발인 당사자가 한국에 귀국하기 전이라 그러니 7월 말에 들어와서 불기소 사유서를 받는 대로 내용을 함께 파악하고 확인할 의향은 있으신 건가요?”

“아니요. 그러니까 제가 그 사건이 제가 맡아야 하는 사건이라는 건지, 아니면 정치적인 부분은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무엇을 도와달라고 하시는지가 저는 도통....”

“지금 그 지역구에서 공천을 받아서 다음 총선에 나오실 의향이 없으신 건가요?”


발검 무적의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그녀가 적잖이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답변을 드릴 건 아닌 것 같구요. 일단 그 사건을 저에게 상의하신다고 하셨는데 정확하게 어떤 의미로 연락을 주신 것인지....”

“아주 단순 명료합니다. 현역 목사라는 자가 자기 아이를 던지려는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했고, 그 사건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무혐의로 덮으려 들었던 경찰 수사관이 그 지역구 경찰서 소속이고, 그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그 지역구에서 10년이 넘게 국회의원을 한 사람에게 도움을 청했더니 경찰과 한통속이 되어 경찰이 내린 판단에는 아무런 문제가 될 게 없다며 당당하게 사건을 은폐하고 심지어 언론에 알리겠다고 했더니 재수사를 해서 내부적으로 자정 하겠다고 해놓고 범죄행위를 축소 은폐해서 아이를 던지겠다고 한 사실을 말싸움을 할 당시에 아이를 그 자리에 함께 안고 있었기 때문에 정서적 학대 정도만 인정된다면서 가정법원에 보호처분을 하는 것으로 의견을 보내 아예 형사처벌에 대한 면죄부를 유도한 겁니다.”

“그러니까, 사건이 그렇다는 건 알겠는데요. 워낙 사건이 복잡하기도 하고 일어난 지 2년이 넘은 사건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저에게 사건을 수임하고 싶다고 연락을 주신 건지... 아니면...”

“정치를 하셨던 분이고 하시려고 계속 준비하시는 분이 아니신가요?”

“아까부터 정치를 얘기하시는데 그건...”

“결국 2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문 법조인으로 사셨고 그 본업의 경험과 경륜을 정치를 통해서 활용하시겠다고 하는 게 아니신가요?”

“아니, 말씀은 다 좋은데요.”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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