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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Aug 18. 2021

20년 국회 보좌진이 자랑이라며 브런치를 하는 비서관을

존경한다며 댓글을 단 그녀의 후배를 보며

몇 달 전, 여당도 아닌, 제1야당도 아닌 한 국회의원실과 연락을 취하게 되었다.

연락을 맡았던 담당자는 자신이 비서관이라며, 자신을 통해 연락을 해달라면서 연락처와 이메일을 알려왔다.

그 위원실은 '산자위' 소속이었다.

산자위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줄여서 말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피감기관으로 산자부, 중소기업청, 한국전력 같은 곳이 있다.

문제의 발단은 아주 간단명료했다.

한국전력이 아무 곳에서나 지은 송전탑 때문에 가까운 곳에 위치한 지역주민들은 암까지 걸리고 문제가 심각해지자 국회에서는 '송주법'이라는 법을 만들어 한전이 공식적으로 송전탑 인근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금전적으로 보상을 하라는 법을 만들었다.

송주법이란, '송·변전설비 주변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줄여 말한 것이다.

우리는 모두가 전기를 사용하고 한전에 전기요금을 낸다.

우리 세대(?)만 하더라도 전기요금이 아니라 '전기세'라고 말할 정도로, 전기요금은 세금처럼 착착 걷어가고 그렇지 않으면 한전에서는 엄청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용자들을 핍박하는 곳으로 유명했다. 그것은 세월이 지나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최근 들어 코로나 정국에 한전이 전기세 감면 조치가 이루어져 자신들의 이익이 줄어들까 싶어 얼마나 국회와 언론에 돈을 뿌려가며 강력한 로비를 했을지는 상상만으로도 끔찍스럽다.


각설하고, 이 송주법이 시작된 것이 2015년의 일이다.

한전은 보상을 해줘야 하는 쪽이기 때문에 보상범위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보상 대상자를 줄이기 위해 혈안이 되었으며, 보상금액을 낮추고 보상시기를 최대한 늦추거나 끌어 돈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꼼수의 꼼수를 거듭하였다.


그 대표적인 예가 수가구 세대의 문제였다.

수가구란, 다세대 주택과는 달리, 한전의 규정상 한 건물이지만, 1층과 2층이 화장실과 주방 등이 별도로 설치되어 있어 생활을 분리해서 할 수 있는 세대가 있으면, 전기 계량기는 1대이지만 2가구가 살고 있는 것으로 등재하고 인정하는 것으로, 대표적으로 1가구의 계약 전기량보다 2세대이기 때문에 한 계량기에 2가구의 계약 전기량을 설정하여 불이익을 보지 않도록 한 안전장치 같은 제도였다.


송주법이 실시되고 나서 위 자료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각 가구당 보상과 면제 혜택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당연히 수가구 세대에 대해서도 송주법의 혜택이 한 건물일지라도 2가구가 받아야 한다는 것을 고지해야 할 의무가 한전에 있었던 것이다.


한전이 그 일을 제대로 했을까?

물론(?), 그렇지 않았다.

한국의 구조상 2층이나 지하에 세를 들인 수가구 세대는 도시보다 시골에 더 많았고, 송주법이란, 앞서 설명한 것처럼, 송전탑이 들어선 곳에 해당하기 때문에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는 당연히 해당되는 이들이 있을 리 만무하였다.

용인에 가지고 있는 별장이, 송주법에 해당되는 것은 기연이었다.

사실 송전탑이 가까이가 아니라 2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었지만, 측정 결과 산을 사이에 두고 있긴 하지만 송주법의 혜택을 받는 주택으로 선정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마침 별장에 2층을 별도로 분리하여 수가구로 사용하고 있었음에도 그들이 고지하지 않아 자신들의 이익을 보전한다는 사실을 1년이 지난 후에야 알고 한전에 먼저 항의를 했더랬다.

그들은 몇 달을 끌고 끌며 전라도에 위치한 한전 본사의 송주법 담당 차장에게까지 일을 미뤘다.

경기지사에서부터 몇 달만에 징검다리로 미루고 미루던 전화가 겨우 연결되어 송주법 담당 차장이 전화를 걸어왔다.


"교수님. 그게요. 일단 저희가 수가구 세대에 대해서 안내해드리지 못해서 손해가 발생한 부분에 대해서는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희도 서류가 있어야 일을 하는지라 지금이라도 수가구 등재 서류를 작성해주시겠어요?"


화는 났지만, 그에게 화를 내서 뭐하나 싶어 그러마 했다. 그런데, 그가 다시 이상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차피 교수님 같은 분이 돈이 없으신 것은 아닐 테니까. 제가 부탁하나 드리려고요. 이게 서류가 들어오면 올해 4월부터 문제를 제기하셨는데 지금이 10월이니까 올해 분과 내년 그리고 후년까지 3년 치를 몰아서 3년 후에 정산해드리면 어떨까요?"


이게 무슨 개풀 뜯어먹는 소리인가 싶었다.

당연히 왜냐고 물었다.

"서류를 정리하고 정산하는 과정이 좀 복잡해서 그러니까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럼 당신의 말을 어떻게 믿냐고 서류로 3년 치를 소급 정산하겠다는 내용으로 정리해달라고 하자 그가 비열한 웃음소리를 내며 말했다.


"서류로 작성해드릴 일이면 제가 뭐하러 부탁드린다고 하겠습니까? 교수님정도되시는 분이 돈이 없으신 것도 아니고, 집이 한 두채 있으신 분도 아닌데,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넉살이 좋은 것인지 뻔뻔함이 정도를 지나친 것인지 몰랐지만, 어리숙하게 넘어가 줄 수만은 없었다. 가만히 통화 녹음의 버튼을 누르고 다시 물었다.

"그럼 정확하게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다시 정리해서 설명해주겠습니까?"


그의 설명을 듣고도 아무래도 신뢰가 가지 않아 다시 물었다.


"차장의 설명은 잘 들었는데, 결국 3년 후에 3년분을 소급 정산해주는 사람은 한전 경기지사 책임자잖아요. 그러니까 경기지사 송주법 지급 담당에게 지금 차장이 얘기한 내용이 사실인지, 그렇게 하겠다는 것인지 나한테 확인 전화 한 통 부탁합시다. 그것도 못하겠다고는 하지 않겠지요? 거짓 약속이 아니라면?"


그는 너무도 흔쾌히 그러마 했고, 한전 경지지사의 송주법 지원담당 차장이라며 지긋한 목소리의 아줌마가 전화가 왔다. 역시 통화 직전 통화 녹음 버튼을 지그시 눌렀다.


"본사의 차장님에게 말씀 들었습니다. 교수님께 3년이 지난 후, 저희가 정산 전에 연락드려서 3년 치를 소급 정산해드리는 것 맞습니다.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저희를 믿고 기다려주세요."

그들이 제시한, 길 것 같았던 그 3년은 후딱 지나가버렸다.

그들이 말했던 3년이 다되어가던 11월 말, 송주법 지원사업에 대한 정리를 한다는 공고가 마을에 붙었다는 소리를 듣고서 아무래도 미리 챙겨야겠다 싶어 한전 경지지사에 전화를 걸었다.


"네? 소급 정산이요? 누가요?"


한전 경기지사에 3년 전 통화했던 여자 차장은 없었다. 하지만 실무 담당자는 그대로였다. 그는 윗분들에게 어떤 내용 지시사항도 전달받지 못했다면서 어이가 없다며 2주나 시간을 끌고 끌었다. 열 받아서 본사에 전화를 걸어 송주법 담당 차장을 찾았다. 3년 전 송주법을 담당했던 본사 차장은 승진을 해서 영향력있는 부서로 진급하여 자리를 바꾼 상태였다. 새로 왔다는 송주법 차장은 아무런 전달사항 같은 것도 없었다면서 이전 차장의 연락처를 알려주었다.


3년 만의 통화에 차장은 황당한 연기로 내 질문을 받았다.


"아, 교수님, 오랜만에 통화하네요. 그리고, 뭔가 오해를 하셨나 본데요. 소급 정산 같은 건 저희 한전에서는 하지 않고요. 굳이 그럴 이유도 없고요. 뭔가 오해를 하신 것 같은데, 제가 너무 오래되어서 기억도 가물가물하긴 한데요. 어쨌거나 제가 '소급 정산'같은 말씀을 드린 적은 없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쓰레기를 쓰레기통에서 꺼내어 집안에 가져다 둔다고 쓰레기의 본질이 바뀌지는 않는다는 생각에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그리고 바로 그에게 말했다.


"당시 차장이 나한테 약속한 통화 녹취가 있는데요. 이거 감사실이나 언론에 보내도 상관없을까요?"

"네?"


느기작거리며 오해 운운하던 그의 태도가 삽시간에 똥줄 타는 뭐 마냥 다급해졌다. 그리고 그는 정말로 구차하기 이를 데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에이, 그냥 하시는 말씀이시죠?"

"내가 왜 당신한테 그 따위 블러핑을 한다고 생각하죠?"

", 그러면, 제가 먼저 그런 녹취가 정말로 있는지 한번 확인할 수 있게 제 이메일로 보내주실 수 있을까요?"


정말로 이 작자는 끝까지 어이가 없었다. 그는 그럴 리가 없다고 허벅지를 계속해서 꼬집는 듯했다. 그래서 바로 보내줬다. 그러자 그 순간부터 그에게 매일같이 메시지와 카톡이 날아들었다.


제가 어떻게 해서든 지금 담당자에게 얘기해서 수습할 테니 시간을 좀 주십시오.


경기지사 송주법 담당이던 아줌마 차장은 분당의 더 높은 자리에 갔다길래 전화를 했더니 미리 연락을 받았는지 전화기 너머 목소리가 다 들리도록 '나 없다고 그래!'라며 비명을 지르고 꿩처럼 풀섭에 머리를 박고 자신이 보이지 않는다고 주문을 걸고 있는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들의 이 추잡한 행태 이후, 석 달이나 시간을 더 끌었고, 다시 한전 감사실의 실장과 그 감사실의 쓰레기들이 일을 뭉개기 위해 실랑이하면서 반년이 흘렀고, 한전을 감사해야 할 본래의 의무를 가지고 있는 산자부 감사실의 조사관이 감사를 하기까지 다시 1년이 흘렀다.


그 이야기는 어차피 논픽션 소설로 적나라하게 썼으니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 풀 예정이지만, 지금 그 장편소설 분량의 이야기를 다 하려고 이 글을 시작한 것이 아니다.

어쨌든 이러한 건으로 산자위 소속의 국회의원실에, 한전의 삐뚤어진 잘못을 바로잡으라고, 너희들이 국회에서 만든 송주법을 가지고 돈 몇 푼 더 챙기려고 장난질 치는 한전이 정신 차리도록 귀싸대기 한번 올려 부치라고 관련 사안에 대해 제보를 했던 것이었다.


그것이 올 1월의 일이었다.

보좌관도 아니고 비서관이라는 그녀는 자신이 비서관이기는 하지만, 보좌관에게 보고를 하였고, 자신이 하는 일이 맞고 충분히 해결할 수 있으니 자신과 소통하면 된다면서 거드름을 피웠다.

서울시장에 나오겠다고 설치며 듣보잡을 면했던 그 국회의원실은, 나름 언론플레이를 통해, 국회의원을 포함하여 인턴까지 모두 서로의 호칭을 '~님'이라고 한다며 자유로우면서 제대로 된 일처리를 강조하는 홍보에 힘을 쏟는 곳이었다.


그런데 그녀가 사안을 제대로 확인하겠다며, 시간을 달라고 했고, 한전 측에 자료 요청을 하였으니 다시 더 기다려달라고 했다. 두어 달이 지나 그녀를 채근해서 얻은 답은 간략했다.


"이 일에 대해 잘못 안내한 사실에 대해서는 그들도 모두 인정을 해요. 그런데 한전 측에서는 회사차원에서는 잘못한 게 없다고 그래요. 송주법 담당 차장이라는 한 개인 사원의 일탈 문제였기 때문에 그 개인에게 징계를 내리는 것으로 일을 마무리했다면서 그 잘못에 대해, 그러니까 교수님에 대한 피해보상을 한전이 할 책임은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게 다였다. 너무 어이가 없어 그녀에게 물었다.

"한전이 그렇게 이야기하면 그러냐고 말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일을 끝냅니까?"

"그렇게 말씀하시니 다시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그녀가 더 상세한 객관적 자료를 한전 측에 요청했다면서 그들이 꽤 시간이 걸린다고 했으니 자신에게 충분한 시간을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렇게 겨울에 시작한 통화가 여름이 다 끝나갈 무렵까지 늘어졌다.

지난주 이 건으로 너무 오래 기다렸으니 이제 통화를 좀 하자고, 메시지를 넣어두었다. 전화가 언제 가능하다고 띡 문자가 와서, 그 시간에 전화를 기다리겠노라 했으나 그녀는 전화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 오전 메시지를 넣었다. 원하는 시간에 내가 전화를 걸겠노라고.

일부러 핸드폰이 아닌, 의원실로 전화를 걸어 비서관을 찾았다.

약속된 시간이었고 내가 누구인지까지 밝혔는데 마음의 준비가 안된 사람처럼 그녀가 버벅거리기 시작했다.


"일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전화 한 통이 없이 두 달 여가 또 흘렀네요. 어떻게 되었나요?"

"아, 그게, 그러니까 그쪽에서는 계속 자기네는 잘못이 없다고..."

"그건 석 달 전에 나한테 이미 한전 측이 그렇게 말한다고 얘기했었던 거고, 다시 자료 요청했고, 그 자료가 준비되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고 해서 두 어달을 너무 쪼는 것 같아 보일까 싶어 기다린 거였는데요."


 다음부터 이 여자가 입을 닫아버렸다.

"여보세요?"

"듣고 있습니다."

"듣고 있습니다가 아니라, 지금 자기가 제대로 일처리 할 수 있다고 일을 맡아놓고서는 두어 달 전에 한전이 했던 말을 그대로 되풀이하는 게 다인가요? 제대로 일을 하지 않고 이 일에 대해 조사하고 판단하지 않았다는 건가요?"

"......"


계속 의도적으로 묵비권을 행사하는 그녀에게 조용히, 하지만 무겁게 운을 떼었다.


"이전부터도 고지해줬지만, 현재 통화는 녹취 중입니다. 만약 이런 식으로 업무를 해태했고 제대로 일을 하지 않고서 적당히 민원인이 힘이 빠지거나 포기하기를 기다리는 식으로 일을 해온 거라면 이 통화 녹취를 가지고 당신네 의원과 3자 대면 형식의 면담을 하도록 하지요. 보통 민원인과 통화할 때 이런 식으로 묵비권을 행사하면서 이런 후안무치한 행동으로 일관하십니까?"

움찔거리는 그녀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들어왔다.

"보통 민원인은 통화를 녹취하고 그것을 문제 삼겠다고 하지 않습니다만."


입만 살아 꿈틀대는 꼴이 괘씸하여 다시 물었다.


"말 잘하네요. 그럼 다시 마지막으로 묻습니다. 비서관이 나중에 억울하다고 할 수 있으니, 이 일에 대해 당신이 제대로 조사하고 사안을 파악했다면 무언가 판단을 했을 텐데요. 알아낸 사안이나 이 사안을 어떻게 처리하려고 노력했거나, 자료를 받았는데 서로 주장하는 바가 다르거나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판단되어 나에게 팩트를 크로스 체크하겠다고 한 번이라도 전화를 한 적이 있습니까?"

"......"

"마지막 30초 기다리고 그래도 답이 없으면, 이제까지 이 업무를 던져두고 그저 시간 가도록 민원인의 진이 빠지도록 기다리는 방식으로 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

"알겠습니다. 의원과 면담 잡아주세요. 오늘 오후에 그쪽으로 내가 갈까요?"

"먼저 보좌관님께 보고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의원님은 다음 주 화요일까지 휴가십니다."

"그러면 수요일에 보면 되겠군요. 마지막으로 할 말 없습니까?"

"......"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인 걸로 알고 있는데, 아이들에게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

"알겠습니다. 보좌관에게 보고하고 연락 주세요. 그리고 마지막으로라도 당신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 사과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제대로 일할 생각이 들면 오후 3시 전에 연락 바랍니다."

"제가 다른 미팅이 있어서 가봐야 해서요."

그렇게 통화는 끝이 났다.


뒷조사를 할 의도는 아니었는데, 괘씸해서 그녀의 카톡을 닫겠다고 누르다가 브런치가 눈에 들어왔다.

혹시?

역시나 그녀가 브런치 작가로 글을 쓰고 있는 것이었다. 심지어 그것을 자신의 카톡과 연동까지 시켜둔 것이었다.


그녀는 평균 4년 7개월의 근무 수명을 가진 보좌진(자신이 비서관임에도 보좌진이라는 단어로 자신을 격상시키고 싶어 했다, 그녀는.)들에 비해 자신은 변호사 사무실에서 근무 몇 달한 것을 시작으로 결혼과 동시에 20여 년을 보좌진으로 국회에 근무했다며 근사하게 자신을 포장해서 브런치에 글을 버젓이 올려두었다.


언젠가 내 글에 댓글을 달아주는 작가님이 기레기(쓰레기 기자)가 브런치를 하는 것을 보고는 '정의를 구현하는 기자가 되겠다'는 글을 보고 그의 기사를 몇 개 찾아보고는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는 말을 데자뷔처럼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그녀의 이름으로 검색을 한번 해보았다. 뜬금없이 16년간 빨간색을 좋아하는 한 충청도 의원의 비서관으로 일하다가 자신의 의원이 속한 위원회의 피감기관에 자기 부모님이 지은 감자를 팔다가 언론에 적발되어 집중포화를 맞고는 사직을 한 경력이 있는 여자의 이야기가 떴다. (마지막 통화를 통해, 넌즈시 물었더니 그저 동명이인일 뿐 자신은 빨간색 당의 국회의원실에서 일한적이 없다고 했다. 우연이었을런지는 몰라도 나는 안일함의 측면에서 보면, 그 둘이 크게 무엇이 그렇게 다른지 알지 못하겠다.)


그렇게 대단한 보좌관인냥 자신을 포장한 비서관인 그녀는, 늘 바쁘다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전화도 시간을 정해야 한다며 거들먹을 피웠다. 결코 자신이 먼저 전화를 걸어 사안을 확인하거나 일의 진척사항을 정리한 적이 없었다.

그녀의 브런치에, '~선배'라며 멋지네 어쩌구 댓글이 달린 것을 보면서 한심스러웠다.


막 비서관이 되고 결혼을 했고, 아이를 둘이나 낳았고, 별정직 공무원은 육아휴직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몰랐었는데 첫 아이를 낳고 나서 그 법안을 통과시키는데 주력하여 둘째 때는 육아휴직을 얻었다고 자신의 경력처럼 써제낀 그녀의 브런치를 훑어보며 내가 아까 그녀에게 정오에 한 말이 생각났다.


"별정직 공무원이면 당신의 월급은 세금으로 나가는 겁니다. 이렇게 일을 하면서도 당신의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나요?"

그녀는 그저 오늘 진상을 만나 재수 없었으니 잊자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는 작가 소개에 나와 있다.

책을 출간하고 이미 출간한 책이 서재 한 가득 찬 작가의 입장에서, 새삼 난 척하고 싶어서 이 공간에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나는 이 글을 읽는 당신들이,

우리의 사회를 좀 먹는 것들이 TV에 나오는 정신 나간 정치인들이나 썩은 기업인들만이라며 욕하는 당신들이, 자기가 속한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적당히 서로 눈감아주고 상부상조하며 '다른 사람들도 다 이 정도는 하잖아?'라고 하는 그 썩어빠진 정신상태로 이 사회를 무너뜨리는 꼴을 더 이상 볼 수 없어서 펜을 들었다.

그래도 제대로 양심과 상식을 갖춘 사람들이라면

글을 통해, 공감을 통해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이 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 펜을 들었다.


정말 그렇게 될 수는 없을까?

가을이 성큼 다가오려는 선선한 바람이 이 답답한 마음까지 실어가 줬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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