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발검무적 Aug 28. 2021

세금으로 월급받는 공무원이 그러면 돼요?라고 했더니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뭐, 나도 국민이에요! 라 하더라.

강남 한복판에서 대형 건설사가 돈 조금 더 벌겠다고 대대적 재건축을 감행하면서 공사 중에 소음 실컷 일으켜놓고, 공사기간 중에는 온갖 감언이설로 시간을 끌다가 정작 공사가 끝날 즈음에 본색을 드러낸 일이 있었다.

이 사건의 발단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아래 이야기를 참고하시길.

https://brunch.co.kr/@ahura/83  



해당 사건은 지자체인 서울시의 코미디급 은폐 과정을 거쳐 불복사건으로 환경부 산하 환경분쟁조정위원회라는 곳으로 이첩되었다.

그 사건을 배경으로 논픽션 연재 중인 소설이 있으니, 그 내용의 간극은 천천히 읽으시도록 하고 어제 환경분쟁조정위원회의 담당 조사관과 있었던 통화 이야기로 바로 들어가도록 하자.


환경부 소속 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세종시의 청사에 자리하고 있다.

담당 조사관이라고 선정이 되었다고 연락이 온 것은 지난 6월 말이었다.


처음 전화부터 가관이었다.

"제가 담당인데요. 이거 그냥 00 건설이랑 합의하시면 안 될까요? 제가 100만 원 정도 제시했는데요."

"네?"

당신이 맘대로? 금액까지 정해서? 나한테 양해를 구하지도 않고?

내 귀를 의심했다.


"이거 서울시에서 나온 결과랑 저희가 하는 거랑 크게 다를 바가 없어요."

담당 조사관이라는 여자가 하는 말은 그야말로 거침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대꾸했다.

"서울시 조사과정에서도 나왔지만, 건설사 측의 과장이라는 녀석이 나이 먹은 입대위 늙은이들 조종해서 임의로 합의랍시고 사인을 받아놓았는데, 그 일부 사람들한테만 돈 쥐어주고 더 많은 입주민들에 대해서 마치 합의한 것처럼 되어 있어 문제가 된다고 했어요. 실제로 발파 시공이 있었고, 그건 전체세대가 피해보상 범위에 들어간다고까지 나왔고요. 그래서 전체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공유하고 소송으로 가면 5천만 원 정도 보상금액이 나올 거라는 것도 전문 로펌 통해서 확인했어요."

그녀가 갑자기 동요했다.

"아, 저어, 교수님이라고 전해 들었습니다. 교수님이라고 불러도 되죠? 저 죄송한데, 그쪽에서 가장 불안해하고 있는 부분이 그건데요. 서울시 회의에서도 입주민 전체에게 공지해서 연대하시겠다고 했다는 말을 듣고 건설사 담당자도 그렇고 그쪽에서 많이 신경 쓰고 있거든요."

내 신분을 누구에게 전해 들었는지는 묻지 않아도 그녀의 말속에 충분히 녹아들어 있었다.

"그런 사람이 100만 원의 보상금을 멋대로 제시하셨군요. 그래서 그쪽에서는 100만 원을 내놓고 사과를 하겠다고 하던가요?"

"아 그게, 정말로 교수님이 입주민들에게 그 사실을 아직 다 공유했거나 한 것은 아닌지 가장 신경 쓰고 있고."

"됐고, 그래서 보상하고 사과를 하겠다고 하던가요? 서울시 회의에서도 거부했던 그 녀석이?"

"그래서 자기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회사에 다시 한번 얘기해보겠답니다."

"그렇게 공사기간 중에 나한테 알랑거리며 시간을 벌었고, 시간을 끌고 나서 딴소리하고 버릇없이 군 녀석이 바로 그 과장이라는 녀석이요. 난 못 믿겠으니까 이미 대형 건설사 대상 소음피해 보상 전문 로펌을 선임했으니까요."

"아이고, 교수님. 거 왜 변호사들만 돈 벌어주는 일을 굳이 하시려고 하셔요."

늙은 여자의 목소리는 이미 닳고 닳아 있었다.

"그 녀석은 내가 변호사 수임료까지 주면서 사건 의뢰를 못할 거라고 확신하고 그따위 행태를 보였으니 나도 그에 응답을 해야지요. 게다가 전문 로펌의 변호사가 미팅 후에 제안서를 보내왔는데 입주민의 위임 사인만 받아주면 보상금액의 절반을 후불로 받는 조건으로 재판도 갈 필요 없이 재정신청의 형태로 건설사를 조지겠다고 합디다."

"아이 굳이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가..."

"됐고. 만약 조사관이 제시한 것처럼 그나마 100만 원을 보상하고 사과한다고 소식이 오는지 한번 지켜봅시다. 나는 그놈이 또 시간만 끄는 방법으로 택한 거라고 확신하니까 지켜봅시다. 난 이미 보상금액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놈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야겠소. 그 제안에 대한 데드라인은 언젭니까?"

"뭐 한 1주일이면 되지 않을까요?"

그렇게 전화를 끊고 뻔한 회신을 기다렸다. 예상대로 1주일 후에 그녀의 전화는 없었다.

그리고 2주, 3주가 흘렀다. 7월 20일경 그녀에게서 아무일없었다는 듯 전화가 다시 왔다.

"00건설사의 법무팀에도 제가 전화를 걸었는데요. 대형 건설사들이 다 그렇긴 한데 담당이 모두 처리할 일이라면서 자기네들은 관여하지 않는 답니다. 담당과장은 회사에서 그렇게 합의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식으로 말하는데요."

"무슨 말이 그래요? 누가 안된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게... 아무래도 그냥 저희 원칙대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원래 제가 먼저 방문해서 현장 확인하고 다시 전문가와 다시 방문하고 그러고 나서 회의에 회부하는 형태인데요."

"그래요. 그럼 서울로 오세요."

"아, 그게 건설사 측도 만나야 하는데, 담당자들이 휴가기간이라고 해서요. 시간을 정하기가 그래서 그런데 8월 초 지나서 연락드려도 까요?"

"계속 이렇게 시간을 끄는 저의가 뭡니까??"

"아니, 그기 아니고요."

"나한테 지난번에도 일주일 후에 전화 준다고 하고서 이제 전화한 거잖아요?"

"전화를 늦게 할 수도 있는 거지 뭐 그런 걸 가지고 그럽니까?"

"그럼 8월 중순으로, 바로 약속을 잡읍시다."

"예. 그런데, 이거 서울시에서 한 조사랑 결과가 똑같이 나와서 기각될 건데 꼭 이렇게까지 하셔야겠습니까?"

"네?"

다시 내 귀를 의심했다. 지자체의 결정에 불복할 경우 2심의 개념으로 제기하는 환경부 산하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의 조사관이었다.

굳이 이 절차를 환경부에서 만든 이유는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함이었다.

세종시 근무 중앙정부 공무원.

나중에 알았지만, 그녀는 세종시의 아파트까지 특별분양을 받아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의 직장을 다니며 나랏돈을 털어먹는 분이셨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합니까?"

"아, 네네.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다시 약속 잡아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도망치듯 그녀가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다시 그녀에게 바로 연락은 '당연히' 오지 않았다.


약속을 잡기로 한 8월 10일 경이되어서야 전화가 왔다.

"어떻게 이렇게 약속을 매번 어깁니까?"

그녀는 특유의 뻔뻔함을 경상도 사투리에 섞어 뭉갰다.

"뭐 그럴 수도 있는 긴데 그그 가지고 그랍니까?"

"그래서 언제 강남에 올 겁니까?"

"아 그기. 죄송한데 그냥 전문가가 가는 거랑 합쳐서 한 번에 9월 10일경에 어떻습니까?"

"뭐라구요? 원래 조사관이 말한 대로 당신이 먼저 와서 사전 조사하고, 그다음에 전문가랑 오는 게 매뉴얼에 나온 수순이잖아요?"

"뭐 어차피 결과도 크게 달라질 거 없고 한데 제가 ktx를 타고 서울까지 오고 가고 해야 해서..."

"뭐라구요?"

"아참, 정 원하시면 갈게요, 갑니다. 언제로 잡을까요?"

그렇게 어이없는 실랑이 끝에 8월 30일 10시로 약속을 잡았다.


그런데 출국을 앞두고 갑작스레 조찬미팅이 생겨 약속에 문제가 생길까 싶어 열흘 전에 다시 내가 전화를 걸었다.

"미안한테 그날 미팅 시간을 2시간만 늦출 수 있을까요? 어차피 서울 출장을 오는 거라면요."

"아, 그렇지 않아도 연락드릴라꼬 했는데, 연락 잘 주셨네요. 죄송한데 제가 다리를 좀 다쳤는데 영 움직이기 불편해서 ktx 안 타고 관용차로 직원한테 운전해달라고 해서 갈라고 하는데 날짜 좀 미뤄도 될까요?"

"계속 날짜를 미루는 건 좀 그런데요."

"알겠습니다. 그럼 오후 1시쯤 괜찮으시까요?"

"그러시죠."


그렇게 약속했는데, 약속을 며칠 앞두고 모르는 핸드폰 번호로 전화가 왔다.

"죄송한데요. 아무래도 시일을 좀 미뤘으면 해서요."

"누구시죠? 다짜고짜 전화걸어 뜬금없이?"

"네?"

본래의 살가운 경상도 사투리를, 그 특유의 뻔뻔함을 꾹꾹 눌러 담은 경상도 사투리로 변형시킨 여자의 목소리와 어투를 내가 감지하지 못할 수도 없었지만, 다짜고짜 자신의 업무 핸드폰으로 전화해서 늘 전화하던 사람한테 하는 듯이 그런 말투로 시작하는 여자는 그런 식으로 계속 공무원 생활을 한 여자라는 티가 났다.

"아! 접니다. 그냥 이렇게 말하면 알아들으실 줄 알았는데, 미안합니다."

"아니요. 다리가 많이 다치기라도 한 겁니까? 깁스를 하고 거동이 불편할 정도인가요?"

"아니요. 그냥 염증이 좀 있다고 하는데 좀 불편해서요."

"그럼 회사는 어떻게 다닙니까, 쉬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집이 차로 5분 거리라서요."

"그럼 운전을 하고 다닐만한 거네요?"

"뭘 가까우니까 그란 거지요. 하여간 화요일에 어떠까요? 관용차를 써야 하는데 화요일에 관용차를 누가 쓴답니다."

"그럼 그렇게 하세요."

점점 기분이 불쾌해지기 시작했지만, 이를 꾹 다물고 참았다. 늘 서슬이 시퍼런 날이 서 있는 상태로 모든 괴물들의 목을 치고 다닐 수는 없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을 하며 전화를 끊었다.


20분이 지났을까?

방금 그 낯선 번호로 다시 전화가 왔다.

"죄송한데요. 관용차가 우리 2대밖에 없는데 그걸 다 그날 누가 쓴다고 미리 했네요. 제가 바깥이라 그런데 사무실에 들어가서 스케줄 보고 연락 다시 드려도 되까요?"

이제 아예 자신이 누구인지 왜 전화했는지의 예절 따위는 그저 당연히 생략 해버린 후였다.

"후우! 그렇게 하세요."


다시 기다렸다.

5시가 다되어서야 그녀에게 연락이 왔다.

"정말로 죄송한데요. 운전해줄 직원이 이번엔 시간이 안된다고 하는데요. 아무래도 그냥 9월 10일쯤으로 미루면 안 되까요?"

"이것 보세요. 우리 일면식도 없는데 이렇게 나를 굳이 날카롭게 만들면 그쪽한테 좋을 거 없지 않을까요?"

"없지요, 없는데. 아까 저한테 그랬잖아요, 언제가 편하시냐고?"

"이봐요. 그렇게 말하면 처음에 당신이 나한테 약속한 게 이미 두 달 전이고, 당신은 나한테 약속한 거 한 번도 지킨 적이 없어요. 내가 아까 그렇게 말한 건 당신에게 대해서 배려를 해주려고 한 거지 이렇게 질질 약속을 끌고 자기 편한 대로 하라는 게 아니잖아요!"

"언제 편하냐고 했으니까 그냥 9월 10일 경이면 안 되까요?"

"안되구요. 원래 약속대로 8월 30일 월요일로 합시다. 내가 어떻게 오라 가라 방법을 명령할 것도 아니고 내가 알바도 아니니까 그때 봅시다."

"그건 내가 안된다고 했잖아요!"

"회사는 자기 차 끌고 다니면서, 관용차 쓰겠다고 우기는 것부터, 다리가 정말 아프면 병가를 내면 되는데 그냥 사무실에서 자기가 편한 방식대로 일하겠다는 거잖아요!"

"아, 모르겠고요. 저는 30일엔 못 갑니다. 그리 아세요."

"그러면 다리가 아파서 도저히 못 움직이시니까 기피신청해드릴까요?"

"이런 걸 가지고 기피신청까지 할 수 있는 사유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세요 뭐!"

"도저히 안 되겠네요. 당신 바로 위 상관이 있죠? 상관 이름이랑 연락처를 좀 주세요. 바로 연결시켜주셔도 좋구요."

"아, 이건 업무용 핸드폰이랑 연결 안되구요. 전화번호 알려드릴 테니까 국장님한테 전화하세요. 이게 국장님한테 전화를 할 건인지도 모르겠지마는."

"내가 물어볼게요."


그렇게 전화를 끊고 국장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15분 동안 통화를 눌러대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시 조사관의 업무폰 번호로 재다이얼을 눌렀다. 그녀 역시 전화를 일부러 받지 않았다. 계속 전화를 걸자 5분 후에야 전화를 겨우 받았다.


"왜 일부러 전화를 안 받습니까? 나한테 전화는 빠딱빠딱 잘하는 사람이?"

"안 받을 수도 있는 거지요. 뭐 그런 거 가지고 이랍니까? 그리고 국장이 전화를 안 받을 수도 있는 기지."

"하나 물읍시다. 거기 따로 감사실이 있나요?"

"그건 내가 대답해 줄  필요가 없는 긴데요."

"당신 의견을 물은 게 아니라 문의하는 거잖아요, 감사업무를 하는 곳이 어딥니까?"

"내가 그런 거 알려줄라고 전화받은 거 아닌데요. 그냥 끊습니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는 환경부 소속이다.

환경부 감사실에 전화를 걸었다.

감사담당관에게 연결을 부탁했다.

자초지종을 말했더니 그가 미안하다면서 그러면 안 되는 건데,라고 하더니 기계적으로 국민신문고에 문건으로 신고해달라고 매뉴얼을 읽으려 들길래 말해줬다.

"내가 그 방법을 모르는 건 아닌데, 당신이 지금 조사관에게 전화해서 잘못을 시정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지 않을까요?"

말귀를 못 알아듣는 이는 아니었다.


알겠다고 그가 전화를 끊고 불과 5분이 채 안되어서, 이젠 익숙해진 조사관의 핸드폰 번호가 떴다.

"나한테 전화 안 하겠다고 한 거 아니었나요?"

"전화 돌라켔다면서요?"

"돌라켔다고 하긴, 내가 잘못한 게 있으면 직접 사과하라고 하던가요? 아니면, 그냥 전화 돌라켔다고 했답니까?"

"사과하라고 했습니다."

"이게 사과하는 사람의 태도인가요?"

"내가 뭐 잘못한 게 있다고 사과를 합니까?"

"사과하려고 전화했다면서요?"

"그르치요. 그리고 00 건설의 담당 과장님도 지금 휴직 중이랍니다."

"뜬금없이 그게 무슨 말입니까?"

"상대방이 없어서 이건 조사가 이루어질 수가 없습니다."

"뭐라구요? 여태 관용차가 어떻고 다리를 다쳐서 어떻고 얘기하다가 감사실에서 전화가 가니까 뭐라구요? 구멍가게 아줌마도 아니고 당신,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 아닙니까?"

"그러는 교수님은 구멍가게 아저씹니까? "

되도않는 대꾸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뭐라구요? 지금 그게 제정신으로 하는 말입니까?"

"아! 아니지요. 미쳤지요. 저도 미쳤고 교수님도 미쳤다 아닙니까?"

"내가 당신에게 미쳤다고 했습니까?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 받는 공무원이 이런 식으로 일하면 안 되는 거 아니냐고 물었잖아요!"

"나도 국민입니다."

"지금 무슨 말 하는 거예요? 제정신으로 하는 말입니까?"

"미쳤다니까요. 아까 말했잖아요. 서울시에도 이렇게 했습니까? 그러니까 기각당했겠지."

"뭐라구요? 이유 없이 건설사 비호하고 결탁한 서울시 공무원은 지금 감사받고 있습니다. 당신도 지금 그렇다는 겁니까?"

"00 건설의 담당 과장님도 교수님이 이라니까 휴직 중이라는 거 아닙니까?"

"뭐라구요? 이 건을 피하려고 휴직을 했다는 말입니까?"

"그 근 내가 모르지요."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하여간 그라니까는 저는 30일 날에 못 갑니다. 국민신문고에 저를 찌르든가 한번 해보세요."

그렇게 그녀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나 역시 국립대 있었기에 누구보다 잘 안다.

그들에게 나랏돈은 누가 쓰던 먼저 써버리는 자가 임자인 눈 먼돈이고, 관용차는 내 차보다 많이 몰래라도 써야 하는 혜택이고, 더운 날에는 절대 외근을 나가지 않고 에어컨 근처에서 모니터로 영화나 한 편 때려야 하고, 낮은 등급이지만 담당자랍시고 민간에 접대를 받는 자리는 어떤 일이 있어도 부리나케 나가려고 든다.

그녀는 내가 왜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이 그래야만 하는 책무가 있는지 찌르는 부분조차 맥락을 읽어내지 못했다.

자신도 국민이라며 빽 소리를 지르는 것만 봐도 충분히 그녀의 바닥까지 뻔히 들여다보여 역하기까지 했다.

깊이가 얕은 자는 고개를 깊숙이 들여다보지 않아도 금세 그 바닥이 드러나고 만다.

그녀는 공금으로 청구하는 KTX도 이제는 귀찮아질 짬밥이었다.

시세차익이 예상치보다 훨씬 웃돈 공무원 특별분양으로 받은 세종 아파트에서 자기 차로 5분 거리인 사무실에 출근하는 것은 괜찮지만, 자기 차의 킬로수를 보전하기 위해 서울까지의 운전은 반드시 관용차를 써야 하고 운전도 서툴고 귀찮기도 하니, 한 달 전부터 멀쩡하긴 하지만 염좌가 있다는 진단서를 받은 내용으로 핑계를 대고 서울 마실을 함께할 운전수까지 조달해서 업무를 핑계 대고 강남까지 놀러 올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녀가 국민이라는 것도 부동의 사실이다.

맞다, 공무원이기 이전에 국민이라서 그녀의 책무는 더 무거운 것이다.

개인회사라면, 그 회사의 월급을 주는 사주의 앞에서, 회사차를 위주로 쓰겠다고 하거나 오래된 다리 염좌 핑계를 대면서 외근직이 외근을 최대한 줄이려고 소위 농땡이를 치는 짓은 못할 것이다. 당장 인사고과에 반영되거나 사주에게 직접 걸리게 되면 짤릴 것을 아니까.

월급이 어디서 나오는지에 따라 그것을 겁내하는 것이 인지상정인 자본주의인 것이다.


그런데 그 상식과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곳이 바로 세종시이고 과천시이다.

그 족속들이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으면서도 지도 국민이니까 그렇게 해도 된다는 개소리를 한다.

그렇게 짖어대고서도 부끄러운 줄조차 모른다.

어차피 국민신문고 통해서 찌르면 문건에 맞게 되든 안되든 또 몇 자 소명하면 같은 공무원이 그렇게 심하게 자기를 타박하지 않는다.

그렇게 대강 넘어가는 것에 타성에 젖어 그들은 이제 그것이 당연하고 익숙해져 버렸다.


그렇게 나라가 썩고 사회가 망가지는 것이다.

갑자기 어느 한 정치가가 나라를 말아먹는 것이 아니다.

부정한 재벌기업의 총수 혼자서 사회를 붕괴시키지 못한다.

그것은 아주 천천히 하지만 멈춤 없이

그리고 매우 총체적이자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진다.


어제 있었던 이 일화의 요약....


자신이 탄 배의 바닥이 구멍 나서 바닷물이 들어오는데 얼른 썩은 부분을 고쳐야 한다고 선원에게 소리치니

나도 똑같이 배에 탄 사람인데 왜 나한테 이러는 거냐고 소리 지른다.

그래 제정신이냐고 따지니

그래 나 미쳤다.

그런데 너도 미쳤다고 대답하더라.


 


매거진의 이전글 20년 국회 보좌진이 자랑이라며 브런치를 하는 비서관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