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실천에 옮기는 것은 어렵다.

부끄러움조차 갖지 못하는 삼류 정치인들에게

by 발검무적
子曰 古者 言之不出 恥躬之不逮也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옛날에 말을 함부로 내지 않은 것은 자기 실행이 미치지 못할까 부끄러워해서였다.”

해석에 특별히 어려운 부분은 없어 보이나, 굳이 공자가 ‘古者(옛날에)’라는 말을 왜 썼을까 하는 의문을 들게 만든다. 이 부분에 대해 주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옛날이라고 말한 것은 지금은 그렇지 않음을 나타내려고 하신 것이다. 행실이 말에 미치지 못함은 부끄러워할 만함이 심한 것이니, 옛날에 말을 함부로 내지 않은 까닭은 이 때문이었다.”

‘古者(옛날에)’ 두 글자만으로, 그 의미를 이해한 자들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공자의 화법이 갖는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라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쓴 말이라니 그 당시로부터 수천 년이 지난 지금의 공부하는 자로서 더더욱 생각하고 반성할만한 부분이 가슴을 찔러온다.

범 씨(范祖禹)는 공자가 이 장의 말하려는 요지를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군자의 말은 부득이한 뒤에 내는 것이니, 말하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요, 행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그렇게 행하지 않을 뿐이다. 이 때문에 가볍게 말하는 것이니, 말한 것을 그 행실과 같이 하고, 행실을 그 말한 것과 같이 한다면, 말을 입에서 내는 냄에 반드시 쉽게 하지 못할 것이다.”

말은 아무나 아무렇게나 할 수 있다. 거짓말도 말이라 지칭하며, 허튼 말도 말이라 부르는 것을 보면 그렇게 여겨질 만도 하다. 하지만 이 장에서의 설명을 보면, 원래부터 말이 그러하지는 않았음을 상기시킨다. 결국 말은, 그 개념은 펄떡거리며 이리저리 뛰어다니지 않았는데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더럽히고 오염시켜 변질시킨 것이다.


실행과 관련된 약속의 말을, 정치용어로 ‘공약(公約)’이라 한다. 정확한 사전적 의미는, ‘정부, 정당, 입후보자 등이 어떤 일에 대하여 국민에게 실행할 것을 약속함. 또는 그런 약속’이라고 한다.


‘정부, 정당. 입후보자 등’이라고 쓰인 주어와 그 대상인 ‘국민’에 방점을 찍고 읽으면 이 장에서 지적하는, ‘말이 갖는 의미’가 얼마나 공허해졌는지 알 수 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수천 년 전 공자가 지적하며 꼬집었던 당시의 현실에서 훨씬 더 안 좋아지고 지능적으로 범죄화까지 발전하였으니 그것을 진화라고 해야 할까?

‘공약(公約)’이 ‘공약 (空約; 헛되게 약속함. 또는 그런 약속)’이 되어버린 지 이미 오래이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아이가 아빠에게 매달리며 묻는다.

“지난번에 가기로 했던 놀이공원, 언제 가요?”

아빠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느라 정신없이 그저 툭 대답을 던진다.

“응. 다음에.”

자신의 생일에 명품백을 사서 내놓으라며, 남편에게 카드를 빼앗다시피 할부로 긁어 기어코 명품백을 질렀던 아내가, 남편의 생일을 잊고 지나쳐놓고서는 다음날 남편에게 말한다.

“다음번에 내가 훨씬 더 좋은 선물로 준비할게. 이번엔 그냥 넘어가자. 알았지?”

음주운전은 그 자체만으로 사람을 죽이는 일이라며 핏대를 올리며 방송까지 나와 떠들어대고 법안까지 입법했던 검사 출신 국회의원이 정작 그 법안의 도장 인주가 마르기도 전에 음주운전으로 적발되었다.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겠다고 하고서는 당적만 버리고 다시 국회의원 선거에 나와서는 선거 문구에 당선만 시켜주면 여당으로 당적을 옮기겠다는 구호를 버젓이 썼다.

이들에게 과연 말이, '다음에'라는 약속이 의미가 있긴 할까?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 ‘군자가 되기는 어려운 거잖아요!’라며 볼멘소리를 하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군자와 소인을 구분하는 설명을 하며, 설마 공자가 당신에게 군자가 되라고 그런 말을 했다고 착각하는가? 군자는 지향할 바는 맞지만, 모두가 군자가 될 수는 없다. 아니, 모두가 군자가 될 리가 없지 않은가? 모두가 군자가 되는 세상엔 공자의 가르침이 필요가 없을 테니 말이다.

이 장에서 공자가 말한 것처럼,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는 것, 약속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것을 제대로 지키지 못할 것을 염려하고 걱정해서이다. 위의 경우를 포함하여 요즘 사람들이 말을 함부로 하고 공약을 포함하여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되나 가나 내뱉는 것은 자신이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을 염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약속을 함으로써 당장 자신이 얻게 될 이익만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질 수 없다면, 그 말을 해서는 안된다. 그렇기 때문에 말이 갖는 힘이 큰 것이고 그것이 국민을 향해서 한 공약이 갖는 의미는 너무도 큰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민을 향해, 하는 말보다 훨씬 더 무게가 큰 것이 있다.

바로 자신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저는 절대 그런 것들을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이런이런 사람이 되겠습니다.”


다른 사람에 대한 것까지 함부로 내지르는 말을 배설하는 삼류 정치인들에게 뭐 자신을 두고 하는 말까지 회초리를 드느냐 할 수도 있겠으나, 오히려 다른 사람이나 환경적인 요인으로 지키지 못할 약속이 되어 버리는 경우는 그나마 좀 낫다. 왜냐하면, 나는 나름대로 이런저런 노력을 기울였으나 사람의 힘으로 안 되는 것도 있더라 어쩌구 넘어갈 수 있는 빠져나갈 구멍이라도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걸고 한 말의 경우에는 어떤 식으로든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말한 당사자가 알고 들은 당사자가 알며, 하늘이 알고 땅이 안단 말이다.

진나라 재상이던 상앙의 이야기, 移木之信

조만간 연재하게 될 집필 중인 논픽션 소설의 모티브가 된 사건이 있다.

처음 도움을 요청하는 제보 아닌 제보를 받았을 때, 설마 싶어 자료를 검토하다가 너무도 어이가 없는 현실에 실소가 터져 나왔다.

판사(너무도 당연하게 현직 판사)가 판결을 내렸다. 잘못된 판결을 내렸다. 잘못된 판결이라 함은 법이 정하고 있는 법령을 어기는 판결을 버젓이 내린, 재고의 여지가 없는 잘못된 판결을 말한다. 당연히 그 판결로 인해 억울한 사람이 발생했고, 일은 일파만파 커졌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판결문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있으니 판사는 변명을 할 수도 없고, 다른 사람 핑계를 댈 수도 없다. 흔히 말하는 빼박 범죄가 벌어진 셈이었다. 2심에서 그것을 바로잡으면 1심의 잘못을 한 판사 인사고과에도 그렇고 소위 말하는 ‘병신 짓을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꼴’이 될 판이었다. 그런데 2심 판사는 잘못을 바로잡기는커녕 그 판결을 덮어줬다. 일은 더 커졌다. 피해자의 변호사가 국가와 판사를 대상으로 행정소송을 걸어 잘못을 바로 잡아달라고 하였다. 그 소송의 판단을 내리는 사람도 역시 판사였다.


해당 판결문에는, ‘그 판결이 잘못된 것은 사실이나, 판사가 잘못 판결 내린 사실을 이유로 형사처벌이나 불이익을 받을 수 없다.’는 법령에도 없는 면책특권을 만들어 언급하고 있었다.

이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고 진행 중이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란 말이다.

지난 ‘누가 우리 사회를 좀 먹고 있는가’ 매거진에서 다뤘던, 현직 목사 아동학대 사건을 보더라도, 현직 경찰이 버젓이 사건 피해자인 고소인들에게 말한 사실을 부인하고 거짓말을 보태고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한다. 서울 모 경찰서 아동학대 강력반 반장이라는 평생을 경찰에서 보낸 50대의 경위가 ‘이런 목사는 반드시 처벌하도록 만들겠습니다.’라고 해놓고서는 사건을 축소하여 형사처벌을 면하게 해 주려고 가정법원에 보호처분해달라는 의견서를 검찰에 보낸다. 같은 매거진에 언급된 한국전력의 본사 차장은 자신이 3년 전에 한 말을 부인하다가 녹취가 있다는 말이 나오자 허둥지둥 없던 일로 해달라고 부탁까지 한다.

어차피 웃기지도 못하지만 개그맨으로 전향해야 할 대한민국 삼류 정치인들은 그렇다 치자. 위에서 극히 일부 언급된 저치들은 과연 그 삼류 정치인들을 보며 대한민국 정치가 그렇지 뭐. 어쩌구 하면서 욕하며 비아냥거리지 않았겠는가?


대한민국을 망치는, 우리 사회를 좀 먹는 이들이 과연 삼류 정치인들만 있을까?

당신의 바로 옆에 사람, 아니, 당신이 지금 보는 거울 속에 있는 이는 과연 그들과 다른가?

당신은 실행하지도 못할 말을 함부로 내뱉고, 책임지지 않겠다고 더 많은 거짓말들을 쏟아내지는 않았는가?


조용히 그리고 가만히 눈 감고 당신의 양심이 뭐라 하는지 귀 기울여 보라.

그리고 무엇보다 그 소리가 제대로 들려왔다면, 이 장의 가르침대로 반성한 내용을 당신의 일상에, 그리고 실행에 옮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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