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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Nov 20. 2021

누가 7대 천사를 자처하는가?

7대 천사에 대한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 1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482


앞서 살펴보았던 4대 천사에 대해서는, 우여곡절 끝에 우리엘이 들어간 것까지는 어떤 기록에서도 이론의 여지가 없는 편이다. 하지만, 이후 7대 천사를 언급함에 있어서 4대 천사를 제외한 나머지 세 자리를 누가 차지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상당한 논란이 있는 편이다. 왜냐구? 수많은 천사들 중에서도 상당한 능력과 지명도를 가지고 있는 워낙 많은 후보들이 저마다 자신이 7대 천사에 속해야 한다고 자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후보의 자리에 언급되고 있는 대표적인 후보 천사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➀ 메타트론

메타트론(Metatron, 히브리어: מֶטָטְרוֹן, Mattatron)은 앞서 잠깐 언급되었던 바와 같이, 바이블(Bible)의 외경에서 등장하며, 그가 창세의 과정이나 천국(혹은 지옥)에서 맡은 역할에 대해서는 공통된 의견이 없고 너무도 다양한 형태로 언급된다. 일부 학파에서는 야훼에 의해 끌어올려진 에녹이 야훼에 의해 메타트론으로 변형되었다고 하나, 탈무드 전문가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는 기독교에서는 정체를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는 미스터리의 존재로 여겨지고 있지만, 유대교, 특히 신비 사상을 가진 『조하르』(이른바, <광휘의 서>)의 신봉자들 사이에서는 ‘신의 대리인’으로 생각될 만큼 대단히 중요시되었다. 너무도 당연히 그들 사이에서는 미카엘이나 가브리엘을 능가하는 천사로 대접받는다. 그는 메트라톤(Metratton), 미트론(Mittron), 메타라온(Metaraon) 등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유대교의 <탈무드>에 의하면 무려 72가지나 되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메타트론의 어원은, ‘메타트로니오스(Metathronius)’로, 이는 ‘옥좌에 모시고 있는 자’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신의 대리인’은 인간과 신을 직접 이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메타트론의 큐브

유대교와 기독교에서 매우 중요시하며 기본적인 신과의 관계를 나타내는 단어로 ‘계약’이라는 개념이 있다. 구약성서와 신약성서의 타이틀에 사용되고 있는 ‘약(約)’이라는 단어도 실질적인 의미는 이 ‘계약’을 의미한다.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신과 인간 사이에 주고받은 약속, 즉 ‘상호 구속 관계’를 뜻한다. 구약성서에서 사용된 방식을 통해 설명하자면, 모세가 백성을 대표해 시나이산에서 신과 계약을 맺음으로써, 신은 이스라엘의 수호신이 되고, 이스라엘 사람들은 신의 백성인 관계가 성립되는 것이 바로 이 개념이다. 이후 계약을 위반하는 잘못을 범한 것은 인간이었고, 그것을 회복하기 위해 이스라엘 민족은 고난의 길을 걷게 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와 같다.


그런데 유대의 민간전승에 의하면, 신은 자신이 만든 인간에 관해 대지(大地)와 대여 계약을 맺고 있다. 그때, 이 ‘계약서’를 만들고 마련한 존재가 바로 메타트론이다. 메타트론이 ‘계약의 천사’로 불리는 것은 그런 이러한 사정에서 유래한 것이다.

또 다른 이름으로, ‘소(小) YHWH’라는 독특한 별명으로도 불린다. ‘YHWH’란, 신의 칭호를 말한다. ‘YHWH’는 ‘신성한 네 문자’로 여겨져, 유대교도들은 그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삼가며 대개의 경우, 이 네 문자에 임의로 모음을 붙여 ‘아도나이(주님)’라 부른다. 16세기 이후 기독교 교회에서는 ‘에호바(Jahovah)’라고도 읽었는데, 이것은 교회 측의 오독에서 온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왜 이 단어를 함부로 입에 올리지 않았을까? 당시에 이름이란 그 자체의 본질을 가리키는 것이어서 그것을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사악한 힘의 영향, 예를 들면 사악한 술수(魔術)의 표적이 되는 등 나쁜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보아 두려워했던 것이다. 유대교도뿐만 아니라 세계에는 이름에 대한 금기(터부)가 존재했다. 앞서 엑소시즘에서 그 악한 존재의 이름을 밝히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설명했던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유래한 것이다.

대다수의 천사들은 이름 끝에 el이 붙음으로써 애초부터 그에 관련된 임무/권능을 가지고 태어났음을 알 수 있지만 메타트론은 el이 붙지 않는다. 이는 메타트론이 다른 천사와는 기본적으로 뭔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성서에는 그의 이름이 등장하지 않으니 알 길이 없고, 외경을 살펴볼 수밖에 없는데, 그에 대해 가장 자세히 나와 있는 책이 바로 <에녹서>이다.

<에녹서>에 보면 그와 관련된 상당히 흥미로운 내용이 있어 주목할 만하다.


신의 옥좌에 다가간 에녹은 너무 두려운 나머지 신 앞에 얼굴을 들지 못하고 그저 엎드려 있을 뿐이었다. 잠시 후 에녹은 대천사 미카엘의 격려를 받으며 일어서자 신이 미카엘에게 지시했다.

‘“에녹을 데려가 지상의 옷을 벗기고 좋은 향유를 바른 후에 영광의 옷을 입혀라.” 그러자 미카엘은 내 의복을 벗기더니 몸에 향유를 발랐다. 그것은 이슬과 같이 좋은 질과 물약 같은 향기와 태양 같은 빛을 내는 기름이었다. 나는 스스로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놀랍게도 영광의 천사와 매우 비슷해 외견상으로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이 <에녹서>에 의하면 에녹이 하늘에 초대되어 하나님으로부터 계시를 받아 한 달 동안을 꼬박 새우며 360권이나 되는 책을 썼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땅으로 내려와 한 달 동안 하늘에서 배운 것을 자손들에게 전수한 후 다시 하늘로 올라가 천사, 즉, 메타트론이 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메타트론은 본래부터 천사로 탄생한 것이 아니라 ‘에녹’이라는 사람이 천사로 변하여 생긴 새롭게 규정된 존재라는 설명이다.(물론, 이 부분에 대해 유대 학자들은 인정하지 않는다.) 때문에 메타트론은 다른 천사들에 비해 나이가 아주 어리다고 전해진다.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이집트에서 탈출할 때 그들의 선두에 불꽃 기둥이 나아갔다는 것 또한 메타트론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여겨진다.

나아가 <출애굽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이스라엘을 앞서 인도하던 하나님의 천사가 뒤로 돌아가 호위하자 그들 앞에 서있던 구름기둥도 뒤로 돌아가 이집트의 진과 이스라엘의 진 사이에 섰다. 그러자 구름 때문에 캄캄해져서 서로 가까이 가지도 못하고 밤을 새웠다.
                                       [출애굽기 14:19~20]


이후 너무도 유명한 기적이 일어났다. 이집트 군에게 쫓기던 모세 일행 앞을 바다가 가로막고 있었다. 그러나 모세가 바다를 향해 손을 뻗치자 바닷물이 좌우로 갈라지고 중앙에 마른땅이 드러났다. 이 장대한 기적을 연출한 것도 메타트론이었다는 설이 있다.


이 외에도 메타트론은 잔혹한 천사로 자기를 거역하는 인간들을 한 번에 몇 백 명씩이나 창으로 찔러 죽였다고도 하고, 또 다른 일부에서는 메타트론은 하나님의 의지를 매일 가브리엘과 사마엘에게 전하는 심부름꾼이라고도 한다.

메타트론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유대교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으나, 기독교가 한창 번성했던 무렵 지중해 연안에서 생긴 그노시스파(Gnosticism)의 가르침에서는 ‘어둠의 지배자’인 사탄과 동일시된다. 또한 기원전 이란에서 생겨난 조로아스터교와도 상당한 연관성을 보여 학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론은 분분하지만 메타트론이 이렇게 대단한 천사로 받들어지고 있는 데는 무엇보다 그의 몸집이 거대하다는 이유도 한몫을 차지한다고 한다. 그가 어느 정도로 큰가 하면 제대로 땅을 밟고 섰을 때 머리가 하늘에 닿을 정도라고 하며, 전신이 불꽃으로 이루어져 있고 36만 5천 개의 눈과 36개의 날개를 갖고 있다고도 한다.

한편 메타트론에게는 쌍둥이 형제가 있으며, 그 이름은 산달폰(Sandalphon)이라고 한다. 그의 직무는 천국의 노래를 주관하는 것이다.

 

➁ 산달폰

제5천의 지배자. 태아의 천사. 히브리어로는 ‘סנדלפון’라고 표기한다.

 

메타트론의 혈육 내지 이명 분신으로 일컬어지며 따라서 메타트론처럼 본래 인간이었다. 이름의 의미는 그리스어로 ‘형제’. 이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이 그는 바로 메타트론의 쌍둥이 형제이다.

통상적으로 메타트론이 형, 산달폰이 동생으로 알려져 있다. 본래는 ‘나의 하느님은 야훼’라는 뜻이 전성된 것이라고 한다.

미카엘과 함께 사탄에 맞서 싸우는 임무를 맡고 있다. 아주 강력한 전투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적절한 보직이라 하겠다.


한편으로 좀 뜬금없지만 탄생을 앞둔 아기의 성별을 결정하는 임무도 맡고 있기 때문에 ‘태아의 천사’로 불린 것이다. 이 때문인지 임산부의 수호천사라고도 하며, 가브리엘 항목을 보면 가브리엘, 하니엘과 함께 여성일 가능성이 있는 천사라고 되어 있다.


쌍둥이라서 그런지 메타트론과 같이 외모가 무지막지하게 크다고 표현된다. ‘땅에 서면 머리가 하늘에 닿는다’던가 신장이 ‘인간이 걸어서 500년 걸릴 거리’라고 묘사된다.


 메타트론이 본래 인간이 변하여 된 천사이므로 산달폰 역시 인간이 변하여 된 천사인데, 전해오는 바에 따르면 산달폰은 유명한 유대의 예언가였던 엘리야가 승천하여 변한 천사라고 한다. 엘리야는 인간이었을 당시에도 ‘바알’이라는 악한 신과 싸워 이긴 적이 있는 유대의 영웅이다.

<승천하는 엘리야>

그에 대한 이야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선지자 엘리야는 구약성서의 중요한 인물이다. 그는 용기와 신앙심을 겸비한 사람으로, 이스라엘의 아합 왕과 이세벨 왕비 같은 강력한 적들에 맞서 정면으로 대결했다.

이세벨은 바알 숭배자였으므로 그녀가 있는 동안에는 늘 이스라엘의 신이 바알에게 밀려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엘리야의 아버지는 성서에 언급되지 않는다. '누구의 아들'이라는 구절은 일종의 성(姓)과 같은 역할을 하는데, 아버지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엘리야는 열왕기상 17장에 느닷없이 등장해 바알 숭배 때문에 이스라엘에 큰 가뭄이 들 것이라고 예언한다. 아합의 눈을 피해 황야로 숨은 엘리야는 까마귀들이 가져다주는 음식으로 살아간다. 그 뒤, 한 과부의 집으로 거처를 옮겨 살다가 병들어 죽은 과부의 아들을 소생시킨다. 또한 그는 그 가난한 여인의 식량을 늘리는 기적도 보여준다.

가장 유명한 사건은 갈멜 산에서 바알의 선지자들과 대결한 일이다. 엘리야는 혈혈단신으로 450명의 바알 신도들과 격론을 벌인다. 그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신과 바알 중에서 양자택일해야 한다면서 좌중을 위기로 이끈다. 바알 선지자들은 광적인 춤을 추면서 칼로 자신들의 몸을 베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바알은 나타나지 않았다. 엘리야가 이스라엘의 신에게 호소하자 신은 불을 내려 보내(아마 번개일 것이다) 제단의 제물들을 태워버린다. 크게 놀란 이스라엘 백성들은 신을 믿는다고 외치고 바알 선지자들을 처형한다. 그리고 마침내 오랜 가뭄이 끝난다.

아합 왕이 전차를 타고 돌아올 때 엘리야는 걸어서 그를 추월한다. 이세벨이 그를 죽이겠다고 선언하자 엘리야는 황야로 피신한다. 그는 일찍이 모세가 신을 만났던 호렙 산(시나이 산)으로 간다. 신이 그곳에서 엘리야에게 나타난다. 강풍이 몰아치고 지진이 일어나더니 불이 피어오르면서 '세미한 소리'가 들린다.(열왕기상 19:12)

그 목소리는 이스라엘에 엘리야 이외에도 경건한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 뒤 엘리야는 엘리사를 제자로 삼는다. 아합이 죽고 그의 사악한 아들 아하시야가 왕위를 잇는다. 엘리야는 아하시야가 죽을 것이라고 예언한다. 왕의 병사 50명이 엘리야를 잡으려 하다가 하늘에서 내려온 불에 맞아 죽는다.
< 그림 : 승천하는 엘리야 >
엘리야의 마지막은 극적이다. 그는 죽은 게 아니라 불 말들이 끄는 불 수레를 타고 하늘로 올려진다. 그가 간 뒤에도 엘리사는 엘리야의 외투로 요르단 강의 물을 가르는 기적을 일으킨다.

엘리야의 이야기(열왕기상 17~19, 열왕기하 1~2)는 무척 다채롭다. 여러 가지 기적과 사악한 지배자들과의 대결이 있었는가 하면 호렙 산에서 신과 직접 만나기도 했다. 수백 년 뒤 선지자 말라기는 "여호와의 크고 두려운 날이 이르기 전에" 엘리야가 돌아오리라고 예언했다. 신약성서에서 예수는 신도들에게 황야의 선지자 세례자 요한이 바로 말라기가 예언한 엘리야라고 말했다.(마태복음 11:14, 누가복음 1:17)

어떤 이들은 예수가 예언에 나온 그 엘리야라고 말했다.(마태복음 16:14) 변형이라는 극적인 사건이 일어날 때 엘리야와 모세는 함께 나타나 예수와 대화를 나누었다.

엘리야는 이스라엘 모든 선지자들의 대표였고, 모세는 신의 율법을 대변했다. 엘리야와 모세는 둘 다 '불사'의 존재다. 엘리야는 불 수레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고, 모세는 신이 직접 아무도 모르는 곳에 묻어주었다. 또 모세와 엘리야는 둘 다 시나이 산에서 신을 만났다.


그리스도교도들은 엘리야가 행한 많은 기적들을 예수도 행했다고 말한다. 죽은 자를 살려낸 것이나, 식량을 크게 늘린 것이 그렇다. 구약성서의 인물들 가운데 엘리야는 모세 다음으로 신약성서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다. 요한계시록 11:3은 세상의 종말이 오면 모세와 엘리야가 회개의 두 전도사로 다시 등장해 적그리스도에게 죽음을 당할 것이라고 말한다.

구약성서는 엘리야를 ‘털이 많은 사람’이라고 묘사하고 있는데, 이 말은 그가 실제로 털보였거나 아니면 선지자들이 흔히 입던 털가죽옷을 입었다는 의미 두 가지 모두 추정이 가능하다.

엘리야는 <코란>에 두 번, ‘일리아스(Ilyas)’라는 이름으로 언급되며, 일신교의 옹호자로 존경을 받고 있다.


동방정교회 교도들은 7월 20일을 ‘위대한 선지자’ 엘리야의 축일로 삼았다. 유대인들은 엘리야를 메시아의 선구자로 섬기며, 유월절 식사를 할 때 그가 '보이지 않는 손님'으로 와 있다고 여겨 그에게 포도주 한 잔을 바친다. 어떤 유대 전설은 엘리야가 인간의 모습을 한 천사라고 말한다. 하늘로 들어 올려졌다는 점과 그의 부모가 성서에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에 바탕을 둔 이야기다.

산달폰은 여인들이 예수를 보러 예수가 묻힌 동굴에 오자 “예수를 왜 여기서 찾느냐, 동산으로 가보라”라고 일러준 천사이고, 이처럼 형인 메타트론과 짝이 되어서 하나님을 돕는 일을 한다.

 여담이지만,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사도는 산달폰을 모델로 삼은 것이다.


➂ 라지엘

라지엘 소환술의 기본

이번에 소개할 대천사 후보자 또한 베일에 싸인 존재다. ‘라치엘’, ‘갈리줄’, ‘사라쿠엘’ 등의 별명이 있으나 다음에 소개할 라구엘의 별명인 ‘아크라시엘’도 실은 라지엘의 별명이란 설이 있다. 그렇게 본다면 라구엘과 라지엘은 동일한 천사인데 다르게 불러 다른 존재라고 착각했을 수도 있다는 가설도 가능해진다.


그러나 라지엘은 카발리스트(히브리 신비철학자)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으며 캐릭터 또한 라구엘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어 그럴 가능성은 상당히 희박해 보인다.


카발리스트가 라지엘에게 부여한 명칭은 ‘비밀의 영역과 지고한 신비의 천사’라는 것이다. 대천사 라지엘은 천계와 지상의 모든 비밀을 다 알고 있으며 더욱이 그것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했다고 한다. 이 책은 그의 이름을 따서 <세퍼 라지엘> 즉, ‘천사 라지엘의 책’이라 명명되었다.


1천5백여 항목에 걸쳐 세계의 여러 수수께끼를 명확히 풀어놓았고, 나아가 기적과 마술 등을 가능하게 만드는 오컬트를 공부하는 이들에게는 지극히 매력적인 책이 아닐 수 없겠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비밀의 문자로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인간 혹은 천사조차도 판별이 불가능하다고 전해진다.

그렇다면 라지엘은 왜 이 책을 만들었을까?

그 목적은 놀랍게도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아담에게 전해주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러나 질투심 많은 하급 천사들이 이를 가만히 두고 볼 리가 없었고, 천사들은 곧 아담으로부터 이 책을 빼앗았다. 그런데 이 책을 놓고 천사들끼리 서로 다투다가 그만 바다에 빠뜨리고 만다. 그 책의 지식을 얻기만 하면 여러 가지 기적이나 마술이 가능해지고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책이 바다에 버려진 사실을 알 게 된 하나님은 ‘원시 바다의 왕자’라는 별명을 가진 타락천사 라합에게 해저로 내려가 그것을 찾아오라고 명령한다. 사실 라합의 입장이라면 책을 발견한 순간 찢어 버린다 해도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었지만, 명령을 내린 분이 하나님이었던지라 그 명령에 충실히 따라 다시 책을 찾아 순순히 아담에게 되돌려주었다고 전해진다.

타락천사 라합

그 후 이 전설의 책은 더욱 기구한 운명을 겪는다. 천계의 신비를 풀어헤친 <에녹서>를 쓰기 위해 이용되었고 그 후에는 노아의 수중에도 들어갔었다고 한다. 대홍수가 나기 전에 노아가 방주를 만들었던 것도 모두 이 책의 지식을 이용한 덕분이라고 한다. 다음으로 이 책을 손에 넣은 것은 ‘신의 친구’ 아브라함이었다.

역사의 흐름으로 보자면 부자연스러운 경위지만 어디까지나 전설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아브라함은 이집트에서 책의 가르침을 일부 누설하게 된다. 이집트나 다른 동방의 여러 나라가 서양의 나라들에 비해 신비스러운 가르침과 마술에 통달하게 된 것도 이 영향 때문이라고 한다.


이어서 이 책은 다윗의 손을 거쳐 그 아들인 솔로몬에게도 전해졌다. 새나 짐승과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고 훌륭한 마술서 또한 많이 썼다고 전해지는 솔로몬 왕의 초인적인 비밀도 실은 이 책에 있었는지 모른다는 것이 후설이다.

솔로몬 왕

그렇다면 이후로 이 신비의 책은 어떻게 되었을까?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이 책 속에는 온갖 마술과 마법을 부릴 수 있는 비법이 소개되어 있었다. 따라서 당연히 중세 마법사들이나 연금술사들이 이 책을 입수하여 마술을 부리는 데 사용했다고 한다. 물론 이 모든 이야기가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전해 내려오는 전설로만 이야기될 뿐 역사적인 근거나 자료가 나온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 책의 문자는 비밀 문자로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이 문자를 해독할 수 있는 자만이 이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라서 어떤 것이 이 책이라고 단정 짓는 것조차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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