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발검무적 Nov 21. 2021

타락천사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는가?

7대 천사에 대한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 2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486


➃ 라구엘(Raguel)

라구엘(Raguel)이 높은 서열의 천사 대열에 끼어 7대 천사로 포함된다는 사실은 <에녹서>에 근거한 것이다. <에녹서>에서는 그를 ‘7인의 천사’에 포함시키고 있다.

라구일, 라수일, 루파엘, 아크라지엘 등 많은 별명을 가진 라구엘은 지금까지 살펴본 대천사들과는 좀 다른 존재로 분류된다.


그의 성향을 드러내는 별칭의 의미부터 살펴보면, ‘정의와 공평’, ‘화목의 대천사’ 따위와 함께 조금의 의외라고 할만한 ‘빛의 세계에 복수한다.’는 어쩐지 천사답지 않은 부분이 있다.


도대체 왜 그럴까? 빛의 세계란, 이른바 천사들의 세계를 가리키는 말이고, ‘복수한다’는 의미는 천사들에 대한 감시라는 말로 해석되고 있다. 즉, 라구엘의 임무는 하늘나라의 내부 감찰관으로서 하나님의 법을 어긴 천사들을 감찰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었다. 그저 감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응분의 대가까지 결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앞서도 설명한 바 있지만, 천사라는 존재는 인간과 악마의 사이에서 유혹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는 점에서 다분히 타락천사가 될 소지가 여러 측면에서 다분하다. 성서에도 ‘천사의 3분의 1이 타락천사가 되었다’는 기록이 있으니 그들이 거부할 수 없었던 유혹이 얼마나 많았던 것인지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때문에 이런 천사들을 모두 감시하는 직무는 매우 강한 의지력을 가진 존재가 아니고서는 감당해낼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한 번은 이런 라구엘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 일어났다. 745년, 로마 가톨릭 교회에서 당시 서민들 사이에 열광적으로 번져가는 천사 신앙을 경계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숭배받고 있는 몇몇 천사들을 ‘성인의 이름을 사칭한 악마’라고 분류했는데, 그만 여기에 라구엘 이름이 버젓이 들어가게 된 것이다. 아무리 우매한 인간들에 의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타락하는 천사들을 감찰하는 의무를 가진 그에게 ‘타락천사’의 낙인이 찍히리라고는 라구엘 스스로도 전혀 예상치 못한 치욕스러운 사건이었을 것이다.


당시 그가 타락천사로 낙인찍히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상세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오리벨’과 ‘토비엘’이라는 타락천사의 꾐에 빠져 성자 행세를 했다는 이유가 붙었었다.

당시, 로마 가톨릭에서는 여러 가지 혐의로 멀쩡한 천사들에게도 누명을 씌우는 일이 허다했는데, 이때 4대 천사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우리엘조차 누명을 뒤집어쓰고 타락천사라는 낙인을 받았다.

게다가 이니아스, 아디무스, 세미엘, 타바엘 같은 천사들도 같은 죄에 연좌되는 불명예를 들었어만 했다. 몇몇 강직한 사제들이 그들을 존중하라고 교회 관계자들에게 호소했으나 그들을 변호했다는 이유로 그 사제들까지도 이단자로 교회에서 추방되고 말았다고 전한다.


라구엘을 타락천사로 분류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아마도 라구엘이 ‘7인의 천사’ 그룹에 속할 정도로 언급되었던 높은 지위에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도 짐작해본다. 로마 가톨릭 교회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높은 지위에 있는 천사들을 끌어내려야만 과열된 분위기의 천사 신앙과 숭배를 한방에 잠재울 수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컸을 것이다.


라구엘은 또한 에녹에게 일곱 산들과 산들 한가운데에 있는 높은 산에 있는 지혜의 나무를 지나서 하나님과 하나님의 옥좌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라구엘은 필라델피아 교회의 천사로 요한 묵시록에 등장하며(묵시 3.7) 나팔을 가진 여섯째 천사로도 여겨진다.(묵시 9.14)

여기서 라구엘은 다른 천사들과 함께 하나님의 인도에 따라 현세 교회들을 화목시키고 규율에 맞추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묵시 3,7-13)

필라델피아 교회의 사자에게 편지하라. 거룩하고 진실하사 다윗의 열쇠를 가지신 이 곧 열면 닫을 사람이 없고 닫으면 열 사람이 없는 그가 이르시되 볼 지어다. 내가 네 앞에 열린 문을 두었으되 능히 닫을 사람이 없으리라. 내가 네 행위를 아노니 네가 작은 능력을 가지고서도 내 말을 지키며 내 이름을 배반하지 아니하였도다. 보라. 사탄의 회당 곧 자칭 유대인이라 하나 그렇지 아니하고 거짓말하는 자들 중에서 몇을 네게 주어 그들로 와서 네 발 앞에 절하게 하고, 내가 너를 사랑하는 줄을 알게 하리라. 네가 나의 인내의 말씀을 지켰은즉 내가 또한 너를 지켜 시험의 때를 면하게 하리니, 이는 장차 온 세상에 임하여 땅에 거하는 자들을 시험할 때라. 내가 속히 오리니 네가 가진 것을 굳게 잡아 아무도 네 면류관을 빼앗지 못하게 하라. 이기는 자는 내 하나님 성전에 기둥이 되게 하리니, 그가 결코 다시 나가지 아니하리라. 내가 하나님의 이름과 하나님의 성 곧 하늘에서 내 하나님께로부터 내려오는 새 예루살렘의 이름과 나의 새 이름을 그이 위에 기록하리라. 귀 있는 자는 성령이 교회들에게 하시는 말씀을 들을지어다.        
                                            (요한계시록 3.7-13)
나팔 가진 여섯째 천사에게 말하기를 큰 강 유브라데에 결박한 네 천사를 놓아주라 하매
                                                  (요한계시록 9.14)
삼가 이 작은 자 중의 하나도 업신여기지 말라 너희에게 말하노니 그들의 천사들이 하늘에서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얼굴을 항상 뵈옵느니라.
                                                   (마태복음 18.10)

이처럼 라구엘은 모든 대천사들과 천사들의 부적절한 행위를 감시하고 보고하는 임무 외에도 하나님의 명으로 나팔을 불어, 죄 많은 땅 위의 사람들에게 벌을 주는 임무를 맡고 있다고도 전해진다. 이러한 점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볼 때 라구엘은 천사들에게는 물론 인간들에게까지 잘못을 감찰하고 벌주는 임무를 직접 수행하는 무서운 천사라고 하겠다.

 

➄ 라미엘(Ramiel); 레미엘(Remiel)

라미엘(Ramiel)은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지고 두 가지의 이름으로 불린다. 하나는 ‘하나님의 자비’를 뜻하는 레미엘(Remiel)이고, 다른 하나는 ‘하나님의 천둥’을 뜻하는 라미엘이다. 이 같은 두 가지 이름에 따라 같은 존재임에도 그가 하는 역할이 달라진다.


우선 레미엘(Remiel)일 때의 역할에 대해 알아보자. <에녹서>에서는 레미엘을 ‘거룩한 천사의 하나, 신이 부활시킨 자들을 주관하는 자’라고 표현하고 있다.


기독교의 가르침에 의하면 인간은 일단 죽으면 흙으로 돌아가며, 그 영혼은 잠시 동안이긴 하지만 수면 상태에 빠진다고 설명한다. 한편, 세계의 악이 만연하게 되면 전쟁, 기근, 전염병이 발생하며, 더욱이 아이들이 태어날 때부터 백발이 되어 나오므로 여자들은 더 이상 아이를 낳지 않게 된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마침내 우주 전체가 혼란의 극에 달하는 종말이 오고 나면 신에 의해서 최후의 심판이 행해진다. 즉, 최후의 심판이 찾아올 때까지 죽은 자는 땅속에서 부활의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심판의 날, 생전에 악행을 일삼은 사람들은 영원히 지옥으로 떨어지지만, 선행을 쌓은 사람은 빛나는 신세계의 주민으로서 영원히 살아갈 수 있다. 여기서 레미엘의 역할은 죽은 자들의 영혼을 관리하는 것이다.

이는 저쪽 세계의 수많은 영혼들을 생각해보면, 매우 중요한 임무이기에 <에녹서>에서는 레미엘을 7대 천사에 당당히 포함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레미엘이 아닌, ‘라미엘(Ramiel)’이란 이름으로 불릴 때 그 역할은 달라지는데, 이때 라미엘은 ‘진실한 환영을 지배’하는 존재로 여겨진다. 종교에서 환영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단순한 의미 꿈이나 환상이 아닌,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비전을 제시하는, 매우 중요한 메타포의 역할을 수행한다.


성서에 모세나 다른 선지자들이 하나님을 직접 만나는 장면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신은 선택된 인간에게 환영이라는 수단을 이용해 웅장한 광경을 조우시킨다. 깊은 신앙과 진실을 향한 구도심에 의해서만 성취되는 신으로부터의 메시지가 바로 ‘묵시’이며, 이것은 앞으로 일어날 사건을 차례차례 보임으로써 인간에게 어떻게 그것을 준비하고 행동해야 하는지를 인식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요한이 상징으로 가득한 묵시록을 기록했던 것도 다름 아닌 신에 의한 환영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영을 가능하게 하는 천사가 바로 라미엘이다. 따라서 라미엘의 ‘환영을 지배한다.’는 신의 뜻을 전달하는 임무라는, 커다란 의미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라미엘은 또한 그 이름이 뜻하는 것처럼 천둥을 다스리는 천사이기도 하다. 그는 센나케립의 군대를 절멸(絶滅)시킨 대천사일 뿐만 아니라 일곱 대천사의 훈령을 전달하는 사자(使者)의 역할을 한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있어 우르릉 쾅쾅거리는 천둥이 주는 느낌은 천사보다는 악마에 더 가깝다. 이 때문일까? <에녹서> 외의 다른 책에서 다뤄지는 라미엘의 모습은 천사라기보다는 무시무시한 악마에 가깝다. 그는 ‘베교자들의 두목’으로 그려지기도 하고, 밀턴의 <실낙원>에서는 악마군단의 일원으로 참가하여 천사 군단에 대적하는 존재로 그려지기까지 한다.

‘갑자기 적은 일제히 불붙는 갈대를 내밀어 좁은 불구멍에 정확히 갖다 댔다. 엄청난 소리가 대기 중에 충만하고 마치 악마가 구토한 물과도 같은 무수히 많은 천둥 벼락과 철탄 우박을 무섭게 토해냈으며 대기의 내장을 갈기갈기 도려냈다.’
                                                                <실낙원>

 

➅ 사리엘(Sariel)

대천사의 하나로 주목받는 사리엘(Sariel)은 수리엘(Suriel), 사라키엘(Sarakiel), 제라키엘(Zerachiel)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사리엘이란 이름의 뜻은 ‘하나님의 명령’으로 그의 역할은 <에녹서>에 잘 나타나 있다. 그의 역할은 ‘죄의 길로 유혹당하는 인간들의 영혼을 지키는 것’으로 사람들의 영혼을 보살피며 선과 악 사이에서 악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인간이 잘못을 범하지 않도록 감시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사리엘은 7인의 대천사 그룹에 포함되기도 하지만 <에녹서>에는 그가 달의 운행에 관한 지식을 인간에게 가르쳤던 타락천사였다는 이야기를 언급한다. 즉, 그가 인간에게는 알려주어서는 안 되는 금단의 천계 지식이었던 ‘달의 비밀’을 인간들에게 몰래 알려주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오컬트에서는 사리엘이 막대한 마법의 지식, 주술 의식, 마력을 사람들에게 부여하면서 또 다른 죄악의 길로 인도한다고도 한다(2베드 2; 마태 24,24). 그리고 그는 결국 그러한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하늘에서 추방되고 만다. 이로 인해 그에 관한 나쁜 소문이 나돌게 되었는데, 그 역시 타락천사이며, '사안(邪眼)', 즉 이블 아이(Evil eye)의 소유자라는 것이다.

거짓 그리스도들과 거짓 선지자들이 일어나 큰 표적과 기사를 보여 할 수만 있으면 택하신 자들도 미혹하리라.
                                                 (마태복음 24.24)

사안(邪眼)은 일찍이 세계 각지, 특히 이탈리아 부근에서 사악한 힘의 하나로 여겨져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렇게 판단했던 이유는, 사안(邪眼)이 흉포한 파괴력을 지닌 시선이라고 할 수 있고, 이 시선에 노출된 자가 부상을 당하기도 하고 병에 걸리기도 하는 등 불행한 일을 당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욱 강력한 사안(邪眼)에 노출된 경우,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에 복종하게 되거나 천재지변을 초래하는 일조차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사안(邪眼)은 방랑자나 특수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면, 19세기 로마 교황이었던 비오 9세는 심한 사안(邪眼)이었다고 한다. 그가 행차를 하면 사람들이 두려움에 와들와들 떨며 앞다투듯 도망쳤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사람들은 이러한 사안(邪眼)을 피하기 위해 늘 두려움 속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이 사안(邪眼)의 본래 소유자가 바로 사리엘 천사라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사리엘의 이름을 기록한 부적을 가지고 있으면 사안(邪眼)의 힘에서 도망칠 수 있다는 미신에 가까운 민간신앙으로까지 발전하였고, 사람들은 그러한 의미에서 사리엘을 숭배하였다고 한다.

그가 이러한 두려울 정도의 신성한 힘을 가졌기 때문에 효력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사안(邪眼) 그 자체를 다스렸기 때문인지는 불명확하다.

또한 <요한 계시록>에서 사리엘은 사르디스 교회의 천사로 나오며(묵시 3,1; 9,1) 12명이나 있다고 전해지는 ‘죽음의 천사’ 중 한 명일 것으로 생각되는 천사이기도 하다.


‘죽음의 천사’란, 죽은 자의 영혼을 천국이나 지옥으로 데려가는 저승사자 역할을 하는 천사를 말한다. 그런데 <에녹서>에서 사리엘의 임무가 사람들이 악에 빠지지 않도록 보살피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는데, 이런 그가 반대의 입장일 수도 있는, 죽음의 천사 임무까지 맡고 있다고 하니 아무래도 상당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사르디스 교회의 천사에게 써 보내라. 하나님의 일곱 영과 일곱 별을 가진 이가 말한다. 나는 네가 한 일을 안다. 너는 살아 있다고 하지만 사실은 죽은 것이다.
                                                    (요한계시록 3.1)
다섯째 천사가 나팔을 불었습니다. 그때에 나는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진 별 하나를 보았는데, 그 별에게 지하로 내려가는 구렁의 열쇠가 주어졌습니다.
                                                    (요한계시록 9.1)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492


매거진의 이전글 누가 7대 천사를 자처하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