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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Nov 23. 2021

악마는 어디에서부터 유래하였는가?

악마학 개론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492


⑪ 케루비엘

키는 하늘에 닿으며, 몸은 불타는 석탄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입을 열면 불이 뿜어져 나온다. 머리에는 번개 관을 쓰고 어깨에는 빛나는 활을 걸치고 있다. 그가 화를 내며 꿈틀거리면 지구가 요동친다.

케루비엘은 <에녹서>에 등장하는 천사로 9계급에서 2번째로 높은 지천사(케루빔)을 총괄하는 천사이자 지천사의 이름의 근원이 됐다고 여겨지는 존재이다. 지천사는 4개의 얼굴을 가진 모양을 하고 있다. 4개의 얼굴은 각각 야생의 동물을 상징하는 사자, 그리고 기르는 동물을 상징하는 황소, 인간성을 나타내는 인간의 얼굴과 새들을 상징하는 독수리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리스트교 전통에서는 케루빔을 작고 오동통한 날개 달린 어린아이로 오해한 결과 케루빔은 오통통한 아기 천사인 푸토(putto)와 그리스 로마의 신 큐피트(에로스)와 결합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사실 그 상징적 기원은 역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되는데, 인간이 신비로운 형태를 만들어 어떤 초자연적인 힘을 얻고 싶어 했던 시기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땅과 하늘에서 가장 힘센 동물, 사자와 독수리 같은 동물들과의 부분적인 조합을 이루었다. 그래서 다양한 그로테스크한 형태들이 중동 지방의 전승과 건축물들에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 머리에 날개달린 황소, 메소포타미아 유적

바빌로니아의 라마수(lamassu)가 바로 그 대표적인 예인데, 왕의 머리를 하고 사자의 몸에 독수리의 날개를 지닌 스핑크스 같은 형상의 이 수호상은 포에니아(Phownicia)에서 광범위하게 수용되었다. 날개들은 그 예술적인 아름다움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부각되었으며 또 다양한 종류의 동물들에 날개를 붙여 적용된 것이다.


이러한 배경 때문인지, <에녹서>에서 케루비엘은 지금까지 천사들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케룹으로 대변되는 그룹의 이름처럼 표기된 케루빔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케루비엘의 모습은 <에제키엘서> 1장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그발 강가에서 야훼의 왕권을 나르는데, 이들을 케루빔으로 부르지 않는데, 이는 1장에 이르기까지 계속된다.

 <에제키헬서>에서 케룹은 “그들의 얼굴 형상은 사람의 얼굴인데, 넷이 저마다 달랐다. 오른쪽은 사자의 얼굴이고 왼쪽은 황소의 얼굴이었으며, 독수리의 얼굴도 있었다. 이것이 그들의 얼굴이었다.”라 하고 있는데, 이는 하느님께서 다스리시는 4개의 영역을 상징한다.

 

그때 내가 바라보니, 북쪽에서 폭풍이 불어오면서, 광채로 둘러싸인 큰 구름과 번쩍거리는 불이 밀려드는데, 그 광채 한가운데에는 불 속에서 빛나는 금붙이 같은 것이 보였다. 또 그 한가운데에서 네 생물의 형상이 나타나는데, 그들의 모습은 이러하였다. 그들은 사람의 형상과 같았다. 저마다 얼굴이 넷이고, 날개도 저마다 넷이었다. 다리는 곧고 발바닥은 송아지 발바닥 같았는데, 광낸 구리처럼 반짝거렸다. 그들의 날개 밑에는 사방으로 사람 손이 보였고, 네 생물이 다 얼굴과 날개가 따로 있었다. 그들의 날개는 서로 닿아 있으면서, 나아갈 때에는 몸을 돌리지 않고 저마다 곧장 앞으로 갔다. 그들의 얼굴 형상은 사람의 얼굴인데, 넷이 저마다 오른쪽은 사자의 얼굴이고 왼쪽은 황소의 얼굴이었으며, 독수리의 얼굴도 있었다. 이것이 그들의 얼굴이었다. 그들의 날개는 위로 펼쳐진 채, 저마다 두 날개는 서로 닿고 다른 두 날개는 몸을 가리고 있었다. 그들은 저마다 곧장 앞으로 나아가는데, 몸을 돌리지 않고 어디로든 영이 가려는 곳으로 갔다. 그 생물들 가운데에는 불타는 숯불 같은 것이 있었는데, 생물들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횃불의 모습 같았고, 그 불은 광채를 낼 뿐만 아니라, 그 불에서는 번개도 터져 나왔다. 그리고 생물들은 번개가 치는 모습처럼 들어갔다 하였다.
                                           (에제키엘 1,2-14)

<조하르>에서는 케루비엘이라 이름 붙여진 집단 중 하나에 의해 케루빔이 이끌리고 있다고 묘사하고 있다.

 

⑫ 오파니엘(Ophaniel)

오파니엘이란 이름은 좌천사를 뜻하는 ‘오파님’과 매우 닮아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역시 그가 좌천사 그룹의 대표 천사라는 사실을 암시해주는 것이다.

‘오파님’이란 ‘수레바퀴’란 뜻을 가지며 수레바퀴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는 하나님이 보좌를 움직일 때 이동 수단으로써 중요한 역할을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좌천사의 수레바퀴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눈이 달려 있는데, 이는 정확한 방향을 탐지하기 위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파니엘도 이런 모습은 하고 있을까? 이에 대해 역시 천사들의 집합소라 할 수 있는 <에녹서>에 묘사된 그의 모습을 보자.


전후좌우에 네 개씩 16개의 얼굴과 사방에 각각 100개씩의 날개, 빛나는 눈은 사방 각각에 2191개씩, 합계 8764개를 가지고 있다. (...)

이 역시 구체적인 형상을 그리기는 쉽지 않지만, 어쨌든 오파니엘 역시 수많은 눈이 달린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인 것 같다. 그는 이런 특이한 모양 때문에 사람들로 하여금 종종 하늘을 나는 UFO로 착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왜냐하면 그는 또한 달을 지키는 천사로 알려져 있기에 달 주변에서 수레바퀴가 굴러가는 모양이 꼭 UFO처럼 보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⑬ 갈가리엘

오파니엘과 함께 또 한 명의 좌천사 그룹 대표인 갈가리엘은 태양을 지키는 임무를 가지고 있다. 앞에서 오파니엘이 달을 지키는 천사라고 했는데, 이런 기준으로 보면 갈가리엘은 최소한 달을 지키는 오파니엘과 동급이거나 더 높은 지위의 천사라고 예측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하기에 태양이나 달을 상징하는 천사는 대개의 경우 최고 지위에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갈가리엘이나 오파니엘이 모든 천사들보다 더 높은 지위에 있는 천사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보통은 부동의 No.1 천사라 할 수 있는 미카엘이 태양의 천사, 그다음으로 꼽히는 천사라 할 수 있는 가브리엘이 달의 천사로 불린다.

그렇다면 갈가리엘과 오파니엘과는 어떤 관계일까? 이는 갈가리엘은 미카엘의 직속 부관, 오파니엘은 가브리엘의 직속 부관이라고 보면 된다. 재미있는 것은 이 두 천사가 거느리고 있는 부하의 수인데, 갈가리엘이 오파니엘보다 4명 더 많다고 한다. 역시 달보다는 태양을 지키는 것이 더 힘든 일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자아, 이제 천사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았으니, 그에 대치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는 악마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자.

 


하나님 창조질서를 파괴하는 존재, 인간을 타락으로 유혹하는 악마

천사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우리는 자연스럽게 악마를 떠올린다. 하지만 기독교와 유대교에 따르면 사실 악마 역시 원래는 천사였던 존재였다. 악마는 본래 천사로 명명되었다가 스스로 타락함으로써 악마가 된 존재들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천사의 신분에서 타락하여 악마가 된 수가 자그마치 전체 천사의 3분의 1에 달한다고 성서는 설명한다. 심지어 외경인 <에녹서>에서는 전체 천사의 90%가 타락하여 악마가 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또 다른 악마 그룹은 이교신(다른 종교의 신)들이 악마가 된 경우인데, 이들이 악마 그룹에 편성된 이유는 단지 유대교와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일방적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통상적으로 이야기하는 괴물이나 요괴 같은 것들은 단지 괴상하게 생긴 요물일 뿐 악마라고 불릴만한 존재로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괴물이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는 있겠지만, 그들은 아무런 목적 없이 그저 사람들에게 위해가 되는 행동을 할 뿐이다. 그러나 악마는 최소한 인간 세계에 악을 조장하고자 하려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성경을 보면 사탄의 존재가 자주 등장한다.

 

‘적대자’로 번역되는 사탄은 악마를 의미한다.

구약성경에서는 하나님과 반대되는 어떤 악한 세력에 의해 인간생활이 물들고 타락했음을 암시하고 있다. 그래서 악마는 하나님 창조 질서를 파괴하는 존재이다.


신약성경에서는 그리스도인들은 사탄의 능력과 힘이 엄청나다는 것을 인식해 정신을 바짝 차리고 깨어 있어야 한다고 권고한다. 또한 성찬례와 이교 제사를 비교하면서 우상숭배를 하지 말고 사탄과 상종하지 않도록 권고한다. 이렇듯 성서는 다른 종교의 신들을 악마로 간주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사탄은 예수님과도 대면하였고, 이때 예수님은 심판에 들지 않고 대항하여 사탄을 물리쳤다. 성경에는 악령에 사로잡혀 겪는 고통이 육체적 병고는 물론 정신적 질병과도 구별되는 것으로 묘사돼 있다.

신학자들은 전통적으로 모든 피조물이 근본적으로 선한데, 그중 천사가 타락해 사탄이 되었다고 한다. 즉 타락한 인간이 있듯이 타락한 영, 곧 악마도 실제로 존재하며 이 세상 안에서 악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사탄의 유혹>

사탄(Satan)은 신약성서에 자주 등장하는데, 여기서 비로소 사악한 이미지를 가지게 되어 악마(Devil)라고 불리게 된다. 악마는 그리스어로 ‘디아볼로스(Diabolos)’라고 하는데, ‘고발하는 자’ 또는 ‘비방하는 자’라는 뜻이다. 사탄의 목적은 인간을 신에게서 멀리 떼어놓으려는 데 있다.

프랑스어로는 ‘diable’ 독일어로는 ‘Teufel’이라고 불린다.

 

신에 반항하여 인간을 불행으로 몰아넣는 초자연적인 힘의 구현. 고대 말기에는 주술적 방법으로 다이몬(daimon; 정령[精靈])을 움직이려는 신력술이 성하게 되고 그에 수반하여 각종 행∙불행 특히, 사람이나 가축의 질병, 상해, 죽음, 농작물의 흉작을 다이몬에 의지하게 되었다.

<악마에게 미사 전서를 주는 성 웰프강 마하일 비하의 제단화> 부분

고대 다이몬의 도상은 희귀하나 기독교 시대에 오면 이교도에 대한 강한 반발로 모든 다이몬은 악이라고 정의되었고, 고대 도상에 있던 이형적인 것에서 악마의 형상이 차차 형성되었다. 초기 기독교 미술에는 조금 희귀하지만 6세기경부터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악마의 형상은 청 또는 암색(暗色)의 나체에 날개가 있고 입을 크게 벌리고, 두발(髮)은 위로 서고 산발한 모습이다.

 

자주 보이는 도상으로는 <구약성서>의 ‘욥기’ 와 ‘시편’의 삽화, <신약성서>에는 <그리스도의 유혹>, <악령 붙은 자의 치유>, <아나스타시스>, <최후의 심판> 등이다. 또한 악마를 기괴한 동물로 표현하는 것이 일찍부터 관행화되었다. 아담과 이브의 유혹자로서 뱀, 사자(獅子), 공상적인 괴수(용, 바지리스크, 아스피스, 레비아탄, 베헤모트 등) 등이 그 대표적 예이다.

욥기를 그린 그림

로마네스크 미술에서도 인어, 켄타우로스, 실레노스, 네레이데스 등 고대의 환상적인 생물이 성당 장식 부조 등에 빈번한데 다이몬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중세 말기의 미술에서 비로소 자연관찰의 결과를 합성하여 만든 기괴한 생물이 악마로 나타나 <성 안토니우스의 유혹>, <알스 모리엔디>, <르시페르의 실추> 등 다수에 등장한다.

 

신화 속 악마의 의미는 기독교를 기반으로 하는 서양문화에서 부정적인 적의 왕이나 이교의 신이 주(主)신에 대하여 축소된 악마의 이원론으로 나타났으며 악마도 적을 타자화시킨 것이었다.


악마의 변천은 종교적 도그마 속에 지역, 인종, 역사적으로 다양한 신화적 전승이 혼합되면서 전개되어 각 지역에 존재하던 민속 신앙 속의 신들이나 존재들과 뒤섞인 혼성적인 특성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악마는 타자적, 이국적, 괴기적, 상징적인 특성이 전형적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악마의 유형에 해당되는 판타지 영화 캐릭터는 마왕, 메신저, 악령으로 분류될 수 있었으며, 캐릭터들은 악마가 가진 형태, 색, 표식 등의 전형적 특성을 반영하고 있었다.

<파누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 아리 세페르

예수는 사탄과 직접 운명적인 조우를 한 적이 있었다. 세례를 받은 직후 사탄의 유혹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예수는 이 시련을 이겨냈다. 지상에서 예수가 지닌 사명에는 악마의 왕국을 파괴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요한복음 12:31, 누가복음 10:18). 사람들에게서 귀신을 쫓아내는 것은 그 사명의 일환이었다. 그리스도교도들은 사탄의 유혹을 받지만, '하나님의 전신 갑주'(에베소서 6:11)를 입고 있으므로 신의 권능에 의지해 유혹을 이겨낼 수 있다. 세상의 종말에 이르면 사탄은 적그리스도를 불러낸다. 악이 선에게 승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결국 사탄은 악한 자들과 함께 불과 유황의 호수에 던져진다.(요한계시록 20:10)

성서에는 사탄에 대해 거의 언급이 없다. <요한계시록>에서 사탄은 뿔이 달린 붉은 용으로 나온다. 그러나 계시록의 내용은 대단히 상징적이다. 사탄은 사실 다른 마귀들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다. 하지만 붉은 용의 이미지가 워낙 강해 사탄의 가장 일반적인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사탄은 몸이 붉은색이고 뿔이 난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다.


미술에서는 흔히 뱀의 모습으로 묘사된다. 뱀이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이브를 유혹한 이야기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실은 사탄이 뱀이라는 것은 에덴 이야기에 나오지 않는다. <요한계시록> 12:9은 사탄을 ‘옛 뱀’이라고 지칭한다. 유대인과 그리스도교도는 사탄이 아담과 이브를 유혹하기 위해 뱀의 모습을 취했다고 믿는다. 화가들은 사탄을 묘사할 때 염소 같은 발굽을 가진 것으로 그리는데, 그 이유는 유대 전설에서 사탄과 마귀를 염소나 산양(seirizzim)이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사탄의 특징은 ‘속임수’다. 성서는 그가 ‘거짓의 아비’라고 지칭하면서 “광명의 천사로 가장한다.‘"고 말한다.(요한복음 8:44, 고린도후서 11:14)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저 유명한 “악마에게는 그럴듯하게 둔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라는 시구는 바로 그런 악마의 속성을 말한다. 유대인과 그리스도교도는 사탄을 ‘루시퍼’라고도 부른다. 루시퍼는 원래 영리한 천사였으나 자존심 때문에 신에게 거역했다가 천국에서 쫓겨났다.


앞서 천사를 공부하며 수차례 언급되었던 존 밀턴의 <실낙원>은 그런 생각을 바탕으로 탄생한 서사시다. 루시퍼처럼 반역한 천사들은 신과 싸우다 지옥에 떨어진다. 그들은 최초의 인간들을 죄로 이끌어 신의 계획을 망치려고 한다. 이 작품에서 사탄은 매우 비중 있는 역할이며, ‘천국에서 신을 섬기기보다 지옥에서 권세를 누리겠다.’고 생각하는 흥미로운 캐릭터다.

독자들은 밀턴이 정말 사탄을 존경한 게 아닌가 의아해하지만, 끝부분에 이르면 사탄과 마귀들은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어리석음을 낱낱이 드러낸다. 사탄의 죄는 신이 되고자 하는 데 있다. 사탄이 아담과 이브를 유혹한 것도 바로 그 죄다.


사탄은 <실낙원>의 후속편인 <복락원(Paradise Regained)>에도 등장해 예수를 유혹한다. 밀턴은 사탄에게 이교도들의 위대한 문학과 철학을 대변하는 역할을 부여한다. 그러나 결국 이교 문화는 공허하고, 오만과 이기심, 가짜 신들의 숭배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단테의 걸작 <신곡>에서 사탄은 지옥의 최하층에 있다. 박쥐 같은 날개를 가진 무시무시한 모습이며, 세 개의 입으로는 예수를 배반한 가룟 유다,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배반한 브루투스와 카시우스를 영원히 물어뜯고 있다. 존 버니언의 우화 <성전(The Holy War)>에서 디아볼루스라는 이름을 가진 악마는 맨 소울 시를 정복하려 하지만 실패한다.


사탄은 그밖에 수많은 문학작품에 등장하는데, 항상 나쁜 존재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신에게 거역하는 사탄의 의지를 높이 평가하는 작가들도 있다. 실제로 악마주의(Satanism)는 항상 그리스도교에 반대하는 방식으로 존속해왔다. 어떤 작가들은 사탄이 아담과 이브를 유아적 무지함의 상태에서 더 흥미로운 세계로 끌어낸 선한 캐릭터라고 해석한다. 신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는 것이다.

현실에서나 허구에서나 사탄 또는 마귀의 후예라고 일컬어지는 사람들은 매우 많다. 아서 왕 전설에 나오는 마법사 멀린은 사탄과 인간 여성의 혼혈아라고 전한다. 사탄, 악마, 사악한 자, 루시퍼, 바알세불 등은 성서에 나오는 이름들이지만, 그 밖에도 올드 닉(Old Nick), 클루티(Clootie), 사마엘(Samael), 아스모데우스(Asmodeus), 올드 호니(Old Hornie)에 이르기까지 사탄을 가리키는 이름은 무척 다양하다.


사탄을 ‘욥기’에서 보는 것처럼 천국의 고발자로 해석하는 명칭으로는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이 있다. 가톨릭 교회에서는 어느 인물을 성인으로 판정할지 말지를 결정할 때 악마의 변호인을 쓰는 경우가 있다. 그의 임무는 성인 후보자를 최대한 깎아내리고 트집을 잡는 일이다.

그리스도교 신학은 결코 악마가 인간에게 죄를 짓도록 만들었다고 가르치지 않는다. 악마는 단지 유혹만 할 뿐이고 실제로 죄를 짓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사탄은 비록 악한 존재지만 인간의 도덕성을 시험한다는 면에서 유용한 측면도 있다. 무슬림들은 악한 존재를 샤이탄(Shaitan) 또는 이블리스(Iblis)라고 부른다. 사람들을 타락으로 이끄는 마귀들의 두목이다.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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