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모두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상위 12%를 제외한 88%에게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나마 경기도에서는 지각 있는 도지사가 나머지 금액을 도에서 지원한다고 하여 경기도민은 100% 지급을 결정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상위 12%를 어떻게 걸러내나?
정부는 행정력을 낭비하고 싫었던지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국민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삼았다. 본래 직장보험은 수입을 기준으로, 지역보험료는 재산을 기준으로 정해지니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런데 문제는 2021년 6월 한 달의 국민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그랬더니 이의신청이 봇물 터지듯이 터져 나왔다.
일단, 건강보험(이하 건보)과 관련된 경정신청은 그나마 애교 수준에 가까웠다. 해외에 체류된 것으로 되어 있다거나 태어난 아기를 카운트하지 않았다거나 회사에서 급여 신고를 잘못했다거나 이런 부분들 때문에 기준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귀찮기는 하지만 경정신청을 통해 바로잡으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한국에서 황당한 연락이 왔다.
같은 침대를 쓰던 분께서 자신이 지급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연락이 온 것이었다. 어이가 없었다. 형편이 어려운 것까지는 아니지만, 풀타임 진료를 하지 않고 있던 의사였기 때문에 당연히 급여상으로 지급기준의 60% 안에 드는 수준이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직장보험료가 6월 기준으로 70만 원이 넘었다는 것이었다.
직장보험료가 70만 원이 넘으려면 월급이 1억 가까이 되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당연히 어이가 없어, 먼저 건보공단에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원인은 바로 파악할 수 있었다. 같은 침대를 쓰시던 분께서 본래 근무하던 A병원 외에 가끔 도와주던 B병원에서 세금 신고하던 5월에 이전에 근무를 누락한 것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국세청의 경고를 받아 일괄 신고를 한 것이 6월 한달에만 반영되어 급여가 확 올라가 있던 것이었다.
사실, 한 사람이 두 개의 직장에서 보험을 신고할 수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금번 국민 지원금의 지급 조건에는 아무런 문제 없이 소명할 수 있을만한 자료였다.
6월에 일괄 신고된 금액이 한 달에 집중되었다는 것은 서류상으로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팩트였기 때문에 그대로 본래의 취지인 다른 재산 관련 과세자료를 소명자료로 하여 이의신청을 하고, 그것을 통해 본래 근속했던 A병원의 금액과 합쳐도 턱없이 상위 12%에는 도달하지 못한다는 것을 충분히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좀 귀찮겠지만, 강남의 살고 있는 주민센터에 가서 문의하고 소명하라고 일러주었다.
그랬더니 이번엔 주민센터의 아줌마 직원이 무슨 의미인지를 잘 못 알아듣는다고 했다. 그래서 굳이 감도 안 좋은 국제전화를 통해 직접 소리 지르며 설명해주는 코미디를 찍었어야만 했다.
결국 주민센터 직원이 “아! 이제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러면 작년 재산과표를 소명자료로 받아서 처리하겠습니다.”라고 해서 그렇게 해결되었거니 넘어갔다.
이틀이나 지나서 주민센터 직원에게서 전화도 아니고 문자로 ‘우리는 직장인인 경우엔 6월 건보료만으로 하라는 지침을 따라야 하는데 건보공단에서 보내온 자료상 지급이 불가합니다.’라는 통지가 왔다는 소식이 왔다.
어이가 없어서 이번엔 강남의 건보공단 해당 지사에 설명하라고 알려주었다.
서울에 있으면 직접 전화 몇 통, 호통 몇 번이면 될 것을 매번 감도가 떨어지는 국제전화로 하는 것이 불편하기 그지 없었다. 같은 침대를 쓰던 분은 늘 내가 이런 일을 담당했던 탓에 성격상도 그렇고 원활하게 그들의 머리를 뿅망치로 후려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터였다.
강남의 건보공단 해당 지사의 자격부 부장이라는 여자에게서 전화가 와서 오히려 호통을 치듯이 ‘뭘 어디서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안 되는 거다.’라며 건방진 응대가 돌아왔다는 말을 들었다. 이제 슬슬 열이 받기 시작했다. 전화 요금도 요금이지만 감이 너무 안 좋으니 내 카톡으로 연결을 부탁한다고, 내 번호로 연결하면 당신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아도 추가가 되니 그렇게 보이스톡을 부탁한다고 요청하라 일러주었다.
그 부장이라는 여자가 ‘내가 왜 굳이 내 카톡을 연결해가면서까지 민원인의 배우자와 통화를 해야 하냐!’며 바락바락 소리를 질렀다는 말을 들었다. 바로 국제전화를 넣었다. 바로 호통이 시작되었고, 부장이라는 여자가 움찔하더니 그래도 끝까지 지지 않겠다고 개겼다. 심지어 자신을 ‘여자’라고 불렀다고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아 소리를 지르면서 “제가 '전화한 남자가 이렇게 말했는데요?'라면 좋으세요?”라고 헛소리를 하길래, “남자한테 남자라고 하는데 그럼 뭐라고 합니까? 남자라고 해야지. 당신이 여자라서 전화 건 여자가 그렇게 이야기를 했다고 표현한 게 당신을 폄하하거나 욕을 한 겁니까?”라고 물으니 제대로 대꾸도 못했다.
꼴페미니들이 페미니즘을 잘못 배워 ‘여자’라는 표현을 쓰는 것 자체까지도 트집을 잡는 일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강남 지사의 부장이라는 여자가 그 정도 밑바닥 수준을 보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래서 다시 좀 가라앉히고 “지금 감이 너무 안 좋으니 미안하지만, 내 전화번호를 알려줄 테니 카톡으로 연결해서 보이스톡으로 깨끗이 좀 통화하자.”라고 했더니 싫다고 소리소리 질러댔다. 그래서 바로 당신 상관이 누구냐고 당신의.버릇없는 응대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고, 국제전화로 해당 지사의 지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국제전화라 감이 너무 안 좋으니 카톡 연결을 부탁한다고 하고 핸드폰 번호를 불러줬다. 여자 지사장은 아주 정중하게 카톡을 연결해서 보이스톡을 걸어왔다.
자기 밑의 부장이 벌인 버릇없는 행동에 대해서는 사과를 드리겠지만, 그래도 나이 50이 넘은 부장인데 ‘버릇없다’라는 표현은 좀 삼가 달라고 토를 달았다. “버릇없는 것을 버릇없다고 하지 다른 무슨 표현이 필요합니까? 그게 욕인가요?” 그랬더니 할 말이 없는지 알겠다고 하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결국 긴 설명을 다 듣고 난 뒤에 지사장은 자신이 지사장이라 업무도 모르고 하니 파악하고 다시 연락하겠다고 했다.
결국 그 정신 나간 자격부 여자 부장의 설명을 또 반복할 것이 뻔해서 내가 다시 정리해서 설명했다.
“6월 건보료 기준으로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데, 지금 원래 근속하던 A병원의 보험료가 60%밖에 되지 않아 88%에는 턱없이 부족한데, B병원에서 6월 한 달 신고한 금액 때문에 그러하니 그 부분을 건보공단에서 조회할 수 있으니 그 정보를 공유해서 소명자료로 설명해주면 된다. 결국 하위 88%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는 것을 수치와 데이터로 증빙할 수 있지 않겠나?”
그랬더니 못 알아들었다는 말은 하지 못하고, 그것을 감안해서 확인하겠다고 말하더니 4시간이나 지나서 보이스톡으로 연락이 다시 왔다.
그녀의 변명인즉은, 건보공단은 정보만 제공할 뿐 그것을 해석하고 지급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지자체이니 자기네는 그저 자료만 제공할 뿐이지 해석을 해줄 필요도 없고, 직장의 경정 요청만 받아서 경정하는 업무만 한다고 뻔뻔하게 설명했다.
엄밀히 보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불가피하게 정부에서 건보료를 기준으로 삼았을 때는 모든 국민의 재산관계를 파악하기 어려우니 기본 자료로 삼은 것이고 지금처럼 특수한 상황일 경우에는 다른 재무제표를 통해서 혹은, 왜 6월의 보험료가 이렇게 특이하게 높아졌는지를 건보공단에서 자료 분석을 통해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모든 책임을 결정권이 있다는 지자체에 돌렸다.
그나마 A병원과 B병원의 보험료 자료를 강남 주민센터에 보내겠다는 것으로 전화가 종료되었다. 그런데 이제 주민센터의 말귀를 못 알아듣던 아줌마 직원이 문제였다.
긴 설명을 통해, 머리로는 상황을 다 이해했다고 했던 여자가 이제는 말을 바꿔 자기는 일개 주민센터 직원이라 결정권이 없다면서 강남구청의 주민자치과의 담당자가 그렇게 하라고 얘기를 해야 할 수 있다며 또 미루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어렵게 부탁 부탁해서 카톡을 연결해서 보이스톡으로 통화를 요청한다고 강남구청의 주민자치과의 담당자와 연결이 되었다.
그것이 10월 말일의 일이었다.
본래 국민 지원금의 이의신청이 10월까지로 정해져 있었던 터였다. 같은 침대를 쓰던 분과 통화할 때는 안된다고 고압적으로 이야기했다던 녀석이 나와 통화를 하면서 5분간 사안을 정리하여 설명하고 이름과 직함을 묻자, 갑자기 경건한 태도로 돌변했다. 그러면서 죽는소리를 해댔다.
“교수님. 제가 카톡까지 연결해서 연락드렸잖아요. 민원 차원에서 이렇게까지 친절하게 해 드리는데 지금 이 건을 강남구청에서 제가 혼자서 담당합니다. 죽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저희도 입장이 곤란한 게 머리로는 교수님 댁의 상황을 모두 이해했습니다. 자료도 보내주신 거 다 받았습니다. 저도 어떻게 6월 보험료가 이렇게 높을 수가 있지? 이해가 안 되다가 교수님 설명 들으니까 다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행안부 지침이라는 게 있어서 제가 임의로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지자체의 담당이 결정하는 거라고 들었는데요?”
“그게 행안부 지침에 의거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거든요. 지자체가 무슨 힘이 있습니까? 이걸 강남구에서 지급하는 것도 아닌데요.”
“좋습니다. 무슨 소리인지 알겠으니까, 말 짧게 끝냅시다. 내가 당신에게 누가 전화 갈 수 있게 해 줄까요?”
“행안부, 그것도 저희 이 건에 유관 책임부서인 재정정책과의 상생지원금 TF담당자가 저에게 전화해서 이 사안에 예외에 해당하니 해결해드리라고 전화가 오면, 공문까지 안 받아도 처리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대답을 들으면서도 어이가 없었다.
처음 지원금에 대한 이의신청과 불만이 폭주한다고 했을 때, 여당의 정책위의장과 처음 이 안을 기획한 기재부 장관이라는 자가, 이의신청이 발생하여 애매할 경우에는 최대한 민원인의 입장에서 지급하는 방향으로 처리하겠다고 몇 번이고 인터뷰한 기사를 확인한 터였다.
“좋습니다. 약속을 지키세요.”
그런데 뭔가 함정에 걸렸다는 듯이 녀석이 키득거리며 웃더니 이렇게 답하는 것이 아닌가.
“지금 원래는 10월까지 이의신청기간이었는데요. 하도 이의신청이 쇄도해서 11월 12일까지로 연장되었답니다. 그런데 상생지원금 TF담당자는 고사하고 행안부에 공무원들이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저희가 전화를 걸어도 잘 안 받아서 내부 메신저를 통해서 민원전화가 아닌 것만 골라 받는답니다. 그러니까 교수님은 위에 높으신 분들도 많이 아실 테니 한번 통화가 되는지 해보세요. 어찌되었든 이의신청 기간은 11월 12일까지입니다.”
그렇게 약 올리듯 녀석이 전화를 끊었다. 설마 했는데, 녀석이 알려준 행안부 상생지원금 TF담당자는 고사하고, 행안부 전체가 정말로 전화를 받지 않았다. 심지어 감사실까지 전화를 걸어도 ‘지금 자리에 없으니 다음에 걸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음만 일주일이 넘도록 나왔다. 그렇게 그들은 11월 12일까지 버티면 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래서 일단 행정적 증거를 남기기 위해 공식적으로 국민신문고의 이의신청을 통해 접수를 했다.
별도의 이의신청 과정이 있어, 아예 주민등록기준지 지자체로 연결되는 듯했다. 그간의 내용과 강남구청 담당 공무원의 실명까지 넣고, 전화를 받지 않는 행안부 부서와 직원 이름까지 기재했다. 그리고 어차피 그 내용이 강남구청의 공무원에게 갈 것이라, 행안부 홈페이지의 열린 장관과의 대화에 담당 부서와 공무원들이 업무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기재하여 민원해결을 촉구하는 글까지 남겼다.
그런데 행안부 장관실에서는 국민 지원금 이의신청은 지자체 관할이니 자기네가 답변하지 않는다는 후안무치한 대답이 돌아왔고, 정식 국민신문고 이의신청을 받은 강남구청에서는 답변을 연장해달라며 기간까지 연장한다는 메시지가 왔다.
그리고 11월 25일 답변이 도착했다.
기존의 입장 그대로를 반복하며, 행안부의 지침 때문에 6월 건보료 기준 외의 다른 기준은 보지 않는다는 뻔뻔한 대답을 그대로 달고 있었다.
자아, 사안을 다시 한번 정리해보자. 본래의 취지가 재산과 소득기준으로 대한민국 상위 12%에 속하지 않는 88%의 국민에게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지원금이었다. 처음 기준으로 삼은 것은 행정의 편의상 건보료이긴 했으나, 거기서 지금 이 케이스처럼 잘못된 경우처럼 이의신청이 들어가서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일 경우 당연히 소명자료로 해명이 될 경우 지급이 결정된다고 담당 장관이 인터뷰를 한 내용이 있고, 여당 정책위의장이 직접 방송에 나와 해명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담당 부서와 지자체의 공무원이 서로 핑계를 대고 전화 연락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뚜껑이 완전히 열렸다. 화가 너무 났다. 그렇다고 전해철 장관실에 전화를 하는 오버를 벌일 수가 없어, 방법을 생각해봤다. 마지막으로 강남구청 공무원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복잡하게 해야겠냐고 따졌더니, 자기는 말한 그대로 행안부에서 전화 한 통만 받으면 해 줄 텐데 저명하신 교수님이 왜 그 전화 한 통을 연결 못 시켜주냐고 비아냥거려며 끊었다.
마지막으로 법제상 12월 3일까지 완전 마감기간인데 자기는 조금 더 빨리 11월 말일까지 원한다며, 행안부에서는 꿩처럼 대가리 박고 모두 전화를 안 받을 것이고, 그 기간이 지나면 해주고 싶어도 못하니 알아서 하라는 으름장을 던졌다.
행안부에는 S대 출신 제자들이 없었다. B급 부서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세종에 있는 제자는 기재부에 있는 녀석이 고작이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이런 일로 몇 년 만에 제자에게 연락을 넣는다는 것도 못할 짓이다 싶어 속앓이를 하다가 기자일을 하는 녀석들이 떠올랐다.
먼저, 4년 전쯤 받아쓰기 기사를 내서 기레기 짓을 하는 실수에 정정기사를 내도록 일러줬던 민영방송사 S사의 기자에게 연락을 취했다.
전화도 안 받고 카톡으로 ‘취재 때문에 정신이 없으니 일러주실 사안을 이쪽에 남겨주세요.’라고 답변이 왔다. 간략히 사안을 정리하고 기사화가 아니더라도 이 잘못된 행정을 바로잡는데 힘을 보태달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이 기레기 녀석은 이렇게 답변이 왔다.
“검토는 해보겠으나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을 듯합니다.”
다음, 공영방송을 표방하는 K사 기자에게 연락을 넣었다. 통화가 되어 말은 다 따박따박 알아들으면서도 볼멘소리로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교수님. 말씀처럼 기자의 직무가 기사화가 다가 아니고 사회의 잘못된 부분을 고치는 것이 맞지만, 기사화가 되지 않는 일에 굳이 정신을 쏟을 기자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지금 밑에 얘들 중에 누가 행안부 출입기자인지 파악해서 일단 의사는 타진해보겠습니다만, 많은 기대를 걸지 마세요.”
마지막으로 그나마 데스크에 있는 장자연 일보의 녀석에게 전화를 넣었다. 짠 밥이 있다고 주말이라 골프 치고 놀러 다니느라 밤늦게 보이스톡으로 연락을 해온 녀석이 설명을 듣다가 말을 끊었다.
“교수님. 그래도 사모님도 의사신데 굳이 그 3명분의 75만 원을 받으셔야 한다고 하시던가요? 교수님이 정의감에 날이 늘 서있는 분인 건 알지만, 저의 회사에서도 자격이 안된다고 못 받는 사람들도 제법 있었구요. 무엇보다 그 돈이 없어도 먹고살만하신 분들인데 굳이 여당과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 정부의 퍼주기 행정에 동참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냥 잊어버리시지요.”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달래 그 신문사가 장자연 사건 때부터 욕을 먹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녀석은 전에도 그랬지만 이제 완전히 이상한 논리로 물들어 있었다. 녀석이 통화 중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맞습니다. 교수님 말씀이 아니더라도 저 역시 이 썩어빠진 대한민국 공무원사회는 개혁이 아니라 대대적인 혁신 수준의 뿌리 뽑기가 감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 이 건은, 제가 생각하기에 굳이 제가 도움을 드릴 것이 아니라 생각됩니다.”
녀석이 물었었다. 지원금을 받는 게 목적인지, 행안부와 지자체를 후려치는 것이 목적인지 잘 모르겠다고. 나는 녀석의 질문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 둘이 분리가 가능한 사안인가?그리고 잘못된 것을 고치는 데도 목적이 따로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도움을 청할 사람을 생각하다 못해, 어제 낮 브런치 작가중에, 보건복지부 감사실에서 7년 넘게 근무했던 나이도 지긋한 사진을 찍어 글을 쓰는 구독자가 2천 명이 넘는 이에게 <작가에게 제안하기>를 통해 내 전화번호를 알려주며 상의할 것이 있으니 카톡을 연결해달라고 연락을 취했다.
씹혔다.
그는 일요일 아침, 아무렇지도 않게 사변이 담긴 사진과 글을 올리고 버젓이 내 연재소설에 무심한 라이킷을 습관적으로 날렸다. 브런치를 통한 제안이 쇄도한다 하더라도 자신의 라이킷과 구독자를 관리하겠다고 꾸준히 읽지도 않는 이미 70편이 넘은 내 연재소설의 중간에 틱 라이킷을 날리고는 아무런 회신이 없었다. 그가 아이디에 표방한, 마음을 쓴다는 말이 도무지 무슨 의미인지 나는 잘 알지 못하겠다.
이 사건의 전모를 전부 들은 당신에게 묻는다.
이게 지원금 받자고 지랄 난리를 부리는 것으로 보이나?
당신의 언니, 친구, 혹은 동생들로 구성된 그 건보 부장부터, 지사장, 강남의 주민센터 직원, 강남구청의 담당자까지, 그리고 전화 자체를 회피하며 기한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세종의 행안부 직원들에 이르기까지. 아니, 그것을 알고서도 어차피 대한민국 공무원들 썩은 거 하루 이틀도 아닌데, 언젠가 누군가 혁신해서 이 쓰레기들을 일소할 것이니 이런 일에 흥분하지 마시라며 정부여당 욕하는 사람 더 많아지라며 개소리를 하는 기레기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를 좀 먹고 있는 것이 당신과 당신의 이웃과 당신의 가족이 아니라고 부정할 수 있겠는가?
아닌 것을 아니라도 말하고, 잘못된 것을 잘못된 것이라고 하고 바꾸고 고칠 수 없다면 그것은 제대로 돌아가는 사회가 아니다. 사회는 당신과 유리된 것이 아니란 말이다.
행안부 재정정책과가 그렇게 대단한 업무를 취급하느라 모두가 외근하는 곳이 아님에도 그들은, 심지어 행안부의 감사실까지도 모두 업무시간에 전화를 받지 않는 것으로 버티고 있다.
금요일 오후, 열 받다 못해, 국회의 행안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 모 의원실에 전화를 걸었다. 늘 그렇듯이 알바 수준의 비서가 전화를 받는다. 그들의 주 업무는 전화 상담원이기 때문이다. 이 긴 내용을 설명하기도 뭐해서 간략히 설명하고 보좌관을 찾았다. 보좌관의 이름을 바로 대며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은 관계로 그 단순한 비서는 흠칫 놀라 말투를 다시 공손히 꺾고 바닥을 드러내며 묻는다.
“교수님. 저희 보좌관님이랑, 아니 저희 의원님이랑 아시는 사이세요?”
아시는 사이면 재빨리 연결해서 나중에 조인트 까일 일을 만들지 않겠는다는 말이냐?
직접 아는 사이가 아니라는 말에 피식 웃으며 그녀는 ‘전해는 드릴게요.’라고 응대했고 지금까지 연락을 오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이 사회를 좀먹고 있는 벌레와 쓰레기들이 난자해있는지 그 시작과 끝을 알 수 없어 혼란스럽고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정부가 원래 그렇게 하겠다고 공시한 내용에 대해 제대로 이행하는 것조차 하지 못하는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내가 머리가 아둔한 것인가?
결국 기재부의 제자에게 연락을 취했다. 끝장을 보지 않을 수 없겠다 싶었다.
하아! 나랏돈으로 미국 유학을 보내줘서 한국에 없단다.
이 글을 읽는 이 중에서도 세종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을 비롯해서, 기레기 소리를 듣는 직업인부터 다양한 이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