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분기탱천하여 올린 글을 보고, 고구마만 잔뜩 먹이고 사이다는 언제 줄 거냐고 답답해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아 사후 보고 합니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강의가 꽉 찬 월요일은 다른 일처리 하기가 참 어렵다.
주말 내내 행안부에 연락하기 위해 그렇게 불편한 시간을 보냈고, 이 건으로 한 달 가까이 쓸데없는 에너지를 쓰는 것이 못내 거슬렸다.
강의를 모두 마치고 전화를 돌렸다.
먼저, 행안위 위원장을 한다는 서 모 의원실에 전화를 걸었더니 이젠 비서도 아니고 인턴이 전화를 받아 금요일 전화하신 건 자기는 처음 듣는 말이니 자기한테 화내지 말고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달란다.
자기네가 하루에도 수백 건의 전화를 처리하는데 일일이 어떻게 기억하냐며 오히려 금요일 전화받은 비서가 보좌관이나 비서관을 통해 연락하지 않은 무례에 대한 사과는 멀찍이 던져버린 상태였다.
다시 꾹 참고 설명하고, 연락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전달은 해드릴게요.”
그렇게 그것들은 다시 연락을 씹었다.
이젠 임계치에 이르렀다 싶어 행안부 간부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장 상생지원금 TF 책임자가 카톡 등록해서 나한테 보이스톡으로 전화하라고 해주시오.”
어차피 그들에게 말해봐야 몇 번이나 반복해야 하는 짓거리, 담당팀의 책임자와 담판을 짓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그렇게 연락이 안 되고 연결이 안 된다던 재정정책과 TF팀의 책임자, 서기관에게서 공손한 보이스톡이 왔다.
간략히 사안을 묻고 이 사안에 대해 그렇게 변명하고 핑계 대던 강남구청의 담당자 녀석과 통화한 사실이 있냐고 이름을 대며 물었다, 그와 통화를 한 적이 있냐고.
예상한 대로 그는 그런 사람과 통화한 적이 없다고 했다. 혹시나 멋모르는 주무관들이 통화를 해서 번거롭게 해 드린 것 같다며, 자기가 바로 지금 보이스톡 끊고 처리할 테니 너무 노여워하시지 말라고. 뭔가 오해가 있었고, 자신들이 너무 많은 과중한 업무로 지자체 담당자들도 버거워서 그런 실수를 했는가 보다고 했다.
어이가 없었지만, 예의를 갖춰 공손히 말하는 그를 부러 나무랄 것도 아니었다, 그가 뭘 알겠는가?
그와 보이스톡을 끊고 강남구청 담당의 이름과 부서 이름을 보내주고, 바로 강남구청 담당자에게 카톡을 날렸다. 니가 그렇게 원하던 그 해당과 해당팀의 팀장 서기관과 통화했고, 너에게 바로 연락이 갈 테니 니가 말한 약속을 이행하라고.
카톡 메시지의 ‘1’ 자가 계속 지워지지 않았다.
오히려 10분이 지나고 팀장 서기관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바로 처리해드렸으니 그간 불쾌하셨던 기분 다 푸시라고. 공무원들이 일부러 교수님을 골탕 먹이거나 지급을 거부하려고 한 거 절대 아니니, 지자체 공무원들의 고충도 좀 양해해달라고. 교수님 말씀대로 전화를 넣었는데 지침 공문을 요청하여 만드는 중이니 바로 처리하겠다고.
읽었으나 읽씹으로 보이고 싶어 하던 강남구청 담당자 녀석에게 보이스톡도 아니고 톡이 하나 띡 하고 날아들었다.
“서기관‘님’과 통화하였습니다. 최종 검토를 알려주신다고 하여 기다리는 중입니다.”
바로 답 넣었다.
보고받았습니다. 지급 의견이 맞는 것이라고 통보 갈 겁니다. 약속대로 조속한 처리 바랍니다.
그리고 한국시간으로 퇴근하기 직전 그에게서서기관이 부러지침 공문까지 만들어 보내주어 아무런 문제 없이 처리하였다면서 마지막 문장에 ‘기준에 대한 혼선이 있어 죄송합니다.’라고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기준에 대한 혼선?
게다가 공문 같은 거 필요 없고 전화 한 통만 그쪽에서 오게 할 수 있다는 거 보여주면 바로 처리해주겠다고 이죽거렸던 거 다 잊었나?
그리고는 불안했는지 지금까지 30분 간격으로 '가족분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연말을 바랍니다.'부터 '제가 이번 일로 깨닫고 느끼는 게 많았습니다. 죄송합니다.'에 이르기까지 같잖은 메시지를 계속 넣어대고 있다.
후우~!
그들에게는 처음 당하는 일이겠으나, 나에게는 매번 잊을만하면 반복되는 일들이다. 이젠 너무 X 너무 X 너무 X 너무 지겹다. 제발 이제 좀 진화들을 좀 해서 말귀를 한 번에 알아들으면 안 되나? 도대체 왜 “그러다가 피똥 싼다”라는 말을 안 믿고 끝을 보겠다고 해서 사람의 진을 이리도 빼냔 말이다. 안 되는 걸 빽을 써서 해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잘못된 것을 찾아서 지적해주면 감사히 듣고 고치면 그만인 것을 꼭 이런 식으로 자신들 목에 칼이 들어가야 한단 말인가?
이 쓸데없는 것들을 족치는데 쓴 에너지와 불쾌하기 그지없는 감정이 지속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아이디대로 칼 쓰기 시작한 지 어언 30여 년 칼집에서 칼 뽑고 다 참(斬)해버려도 시원치 않다.
본의 아니게 이 해프닝으로 진면모와 바닥을 알게 된 이들의 못 볼꼴만 본 셈이 되어버렸다.
연락을 해놓고 보니, 그 행안위 위원장을 하는 이대 총학생회장 출신의 그녀는, 자기 친동생을 자기 의원실에 쓰고, 공부 못하는 자기 딸 로스쿨 보내겠다고 자기 사무실에 인턴을 써서 한번 추락할뻔하고서도 그것이 국회의 관행인데 왜 자기만 때리냐며 헛소리를 짖어대고 버젓이 당의 실세라고 떠들고 다니는 이였다.
그녀의 지역구 경찰서에서 벌어진 현직 목사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은폐와 조작에 대해 행안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그녀가 이제 슬슬 도배장판 붙이는 퍼포먼스 해가면서 다음 선거판을 다지는 짓을 한단다.
연락을 한 김에 그녀와 그녀의 사무실에 있는 보좌관 입네 하면서 너무 많은 민원을 처리하느라 바쁘시다는 그것들의 반응을 한번 끝장을 보긴 봐야겠다.
장자연 일보 데스크 녀석의 말이 떠올라 거슬림이 멈추지 않는다.
“국민들 퍼주겠다는 포퓰리즘에 의사 하시면서 충분히 상류층이라고 하실만한 분이 왜 그런 일에 분노를 쏟으시나요?”
그럼 어디에 쏟을까?
너희 신문에서 밀고 있는 법비들 옹호하고, 서울대 교수 입네, 국회의원 입네 하면서 공부 못하는 찌질한 자식들 로스쿨, 의전원 보내는 아빠 엄마 찬스 써서 스펙 만들어주는 일에 동참하면서 우리는 다 같은 상류층 동지 아이가~ 이러면서 잘못된 나라 바꾸겠다는 사람들, 찌질하다고 욕하는데 쓸까?
앞으로도 이런 일이 심심하면 또 벌어질 것을 안다. 아니까 더 두렵다. 내가 그것을 처리 못할까 봐가 아니라, 매번 똑같은 일을 반복해도 달라지지 않는 그것들이, 한번 잘못 걸려서 내가 굴욕적으로 무릎을 꿇는 거고 고개를 숙이는 거라고 생각하고 그 잘못을 인정하고 바꾸려들지 않는 그것들과 소중한 내 공기를 나눠 숨 쉬어야 한다는 것이 두렵다.
그러지 말자, 제발.
정작, 사회를 좀 먹는 것들이 위의 것들이 아니라, 구청 공무원이고, 주민센터 직원이고, 이제 막 공무원 시작한 주무관이고, 기레기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신참 기레기들이고... 너희들도 결국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는 순간, 그냥 소시민, 우리 가족이고, 친구이고,지인들인데, 너희들이 사회를 좀 먹는 것은 왜 제대로 고치려 들지 않느냔 말이다.
브런치에서 그럴싸한 사진 올리고, 어디 같잖은 다른 책들 적당히 짜깁기해서 자기 생각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찾기 힘든 얄팍한 글로 ‘나는 평범한 공무원입니다.’라며 모니터 뒤에 숨어서 구독자 꼬드기며 그 따위 가식 된 삶을 살지 말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