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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Dec 12. 2021

<닌자 거북이> 분석 -2

미국의 시각으로 본 80년대 세계정세와 국가 이미지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563


닌자 거북이들의 이름과 설정은 어디에서 왔는가?


원작가들은 당초 이 만화를 제작할 당시에는 거북이들의 이름을 일본식 이름으로 지으려 했다. 그러나, 호칭을 일본어로 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판단이 나왔고,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예술가의 이름을 따기로 결정하였다.

레오나르도는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 라파엘은 라파엘로 산치오(Raffaello Sanzio), 미켈란젤로는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Michelangelo di Lodovico Buonarroti Simoni), 도나텔로는 동명인 도나텔로(Donatello)에서 유래되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모두 이탈리아 인, 즉 미국인 본토인이 아닌 이민 온 이들을 대변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돌연변이 거북이다. 사람과 다른 이질적인 존재라는 것은 앞서 언급한 것과 마찬가지로 <데어데블>의 첫 장면에 대한 오마주였기 때문에 일부러 설정했거나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당시 미국의 10대들이 생각하기에 가장 싸움을 잘한다는 존재로 영화로 인식되어 있는 닌자였다.


좀 더 깊이 있게 들어가 보면 알지만, 이들이 사용하는 무기나 복장을 보더라도 이들은 정통 닌자가 아니다. 미국인들이 인식하고 있는 영화를 통해 배운 ‘닌자 같은 것’이다. 동양의 무기를 사용하고, 엄청나게 빠른 동작과 신비한 동양의 무술과 도술을 사용할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때문에 쌍절곤이나 기타 닌자들이 사용하는 무기가 아닌, 중국스러운 것들이 등장한다.


다시 그래서 그들은 왜 이탈리아의 예술가들의 이름을 쓰게 되었는지도 자세히 살펴보자면, 당시 뉴욕의 뒷골목에 어느 나라 이민족들이 가장 많이 왔는지를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본래 미국의 외국민의 이민역사는 오래되긴 했다고 하지만, 유럽에서 넘어온 이들은 대개 독일도 아니고 프랑스도 아닌 이탈리아가 많다.

예술가들의 작품에 맞춤 패러디한 그림들

그것이 미국에 이탈리아 마피아가 자리 잡게 된 역사적 배경과도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그들은 주로 총을 썼다. 표방을 이미 닌자로 시작했기 때문에, 이 닌자 거북이들은 총을 쓰는 이들을 제압할 정도의 훌륭한 무술 실력을 보여줘야만 했다. 그런데 이들을 하수구 밑에서 태어나서 어둠에서 산다. 당시 뉴욕을 중심으로 한 이민족들 중에서 일본인은 거의 미미한 숫자를 차지한다. 그래서 당시 이민족의 가장 많은 세력을 가지고 있던 이탈리아의 이름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이 이탈리아어를 쓰거나 이탈리아에 뿌리를 두지 않았다는 것이 거의 명백하다는 것과, 심지어 가끔 스페인어도 쓴다는 것이다. 이는 당시 유입되기 시작했던 특히 동부지역이 아닌 서부 지역의 이민자들 중에서 상당수가 사용하는 스페인어에 익숙하다는 점도 미국인들이 이민족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들이 이탈리아 이름을 쓴다는 것과 유관한 이들을 상징하는 것으로 그들이 사족을 못 쓰는 먹을 것이 있다.

맞다. 바로 피자이다. 사실 여기에는 나름 웃픈 사연이 있는데 원작자인 케빈과 피터는 초기 이 <닌자 거북이>를 제작하면서 제대로 식사를 못하는 일들이 워낙 많아서 피자로 간단하게 식사를 때우는 일이 많았는데, 그때의 추억을 생각해서 피자를 좋아하는 콘셉트로 만들었다고 한다.


한국인에게 짜장면이 그렇듯이 이탈리아인들이 미국으로 진출하여 자신들의 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만들어 먹던 피자가 배달음식의 가장 일반적인 미국을 대표하는 음식이 되었다는 것은 미국의 이민역사와 함께 80년대에는 이미 10대들에게까지 일반화된 배달문화로서의 ‘미국 피자’로, 햄버거와 함께, 더 이상 피자가 이탈리아의 음식이 아닌 미국의 대중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었음을 상징한다.


재미있는 것은 원작의 거북이들은 스시를 좋아하지 않는데, 특히나 도나텔로는 스시를 엄청 싫어하는 반응을 보인다. 미국인들 중에서 80년대 스시를 좋아하는 특이한 몇몇을 빼놓고서는 미국인들은 스시가 조리하지 않고 생선을 먹는다는 것 때문에 거부감을 보이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유럽에서 이민 왔던 이민세대들도 그것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그들은 해산물과 가까운 거북이 아닌가? 그래서 일본적인 것과는 거리가 분명히 느껴진다.

 

여담이긴 한데, 거북이를 키워본 사람들은 아는 것, 거북이는 꼬리가 있다. 그런데 이 만화를 자세히 보면 닌자 거북이들은 꼬리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팬들이 대신 꼬리를 그려주는 경우가 보이는데, 사실 초기 코믹스와 장난감 원안에는 꼬리가 있는데 꼬리를 만들어놓고 보니 장난감을 세워두면 그게 마치 남자의 성기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삭제된 것이다. 즉, 본래 설정상에는 당연히 꼬리도 있었다.

또 한 가지. 본래 흑백 만화로 시작했기 때문에 크게 중요하지 않았던 원작 만화에서는 컬러화 되면서 여러 가지 의미로 네 주인공마다 색감을 따로 부여해야 했는데, 초기 설정 상으로는 4마리 모두 붉은색 안대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것이 상업주의와 연결되어 완구와 애니메이션 전개를 거치며 캐릭터의 구분을 위해 각자 다른 색깔의 안대와 이름, 그들의 성격이 순차적으로 설정되기 시작한 것이다.

 

1. 레오나르도 (Leonardo)

이름은 르네상스 시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에서 따왔다.

애칭은 레오(Leo). 안대 색상은 파란색.

형제들 가운데서 나이가 가장 많다.(많다고는 하지만 15살로 설정되어 있다.) 네 마리의 거북 이중 맏형 노릇을 하는 리더. 책임감이 강하고 신중해서 팀을 잘 이끌어나간다. 거북이 네 마리 가운데서 농담이나 유머 대사가 가장 적다. 모범생이자 조용하고 평범한 성격으로, 리더라는 포지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만한 만화이고, 워낙 나머지 3명이 개성도 강하다 보니 존재감이 다소 떨어진다.

 

라파엘과 시도 때도 없이 툭탁거리고 서로 심각하게 두들겨 패는 경우도 종종 있다. 주 무기는 두 자루의 우치 가타나다. 다른 버전의 레오나르도도 모두 이 무기를 갖고 싸운다. 단, 에볼루션에는 리더 및 큰형의 캐릭터가 아닌 것으로 변형되어 나오고 무기도 오오타치를 쓴다.

 

네 마리의 거북이 중 맏형 노릇을 하는 리더. 책임감이 강하고 신중해서 팀을 잘 이끌어나간다. 거북이 네 마리 가운데서 농담이나 유머 대사가 가장 적다.

신체적 특징으로 4인방 중 2번째로 키가 크다.

리더가 된 이유가 너무 특이할 것이 없는 게 특징. 리더로 선정되는 초기 에피소드를 보면, 가장 먼저 자신이 리더를 하겠다고 손을 들어서 리더가 되었다. 팀의 호흡이 맞지 않다며 스플린터가 “너희에겐 리더가 필요하다.”라고 말하자, 레오나르도가 제일 먼저 “제가 리더해도 되나요?”라고 물었다. 실제로도 스플린터가 라파엘이나 도나텔로가 리더가 될 수도 있었다고 설명했으니, 굳이 미켈란젤로는 될 수 없다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대사가 적은 것도 아니고 4인방에게 명령을 내리는 등 활약이 적은 건 아니지만, 3화까진 비교적 크게 두드러지는 특징이 없었다. 여기자 에이프릴과 로맨스가 있으며 여러 가지 잡다한 지식으로 설명을 주로 맡는 도나텔로, 불 같은 성격에 미켈란젤로나 레오나르도와 의견 차이가 심한 라파엘, 개그 캐릭터인 데다가 바보라서 튀는 행동이 많은 미켈란젤로에 비하면 평범하다.

 

형제들 중에서 가장 전투능력이 뛰어나다는 설정은 게임화하면서도 명확하게 잡힌 것을 보면 리더로서의 의미가 그런 점에서도 드러난다 하겠다. 그런 리더의 성향이 부각되고 자리를 잡으면서, 형제들이 투닥거릴 때 제지하는 역할이며 형제들을 보호하려는 욕구가 강한 맏형으로서의 캐릭터가 확실하게 부각된다. 미국적인 마인드와는 사뭇 다른 부분인데 미국인들이 봤을 때 동양인의 서열 개념으로 봐서 맏이가 보이는 사회적 역할이 그런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2. 도나텔로(Donatello)

애칭은 돈(Don), 혹은 도니(Donnie). 안대의 색상은 보라색.

 

레오나르도 다음으로 리더의 권위가 있고 레오나르도 다음으로 침착한 녀석이다. 거의 모든 게 레오나르도 다음이라는 수식이 붙는다. 그리고 기계 정비에 매우 능통하다, 아니, 거의 중독 상태일 정도로 좋아하고 즐기는 캐릭터로 설정되어 있다. 주 무기는 봉. 다른 버전의 도나텔로도 모두 같은 무기를 갖고 싸운다. 12년판과 에볼루션에는 기본 베이스는 동일하나 추가로 다른 능력도 추가되어 선보인다.

 

‘르네상스 화가의 이름 중에서 이런 사람이 있었나?’라고 무식한 질문을 하는 미국인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실제로 나머지 3명이 도나텔로를 왕따 시키는 패러디 영상까지 나올 정도였다. 도나텔로는 초기 르네상스 화가이자 조각가인 도나토 디 니콜로 디 베토 바르디(Donato di Niccolò di Betto Bardi)로 워낙 다른 세 거북이들의 이름이 전설에 해당하는 예술가들이라 상대적으로 조금 덜 유명하긴 하지만, 조각사에서 위대한 예술가로 인정받는 당당한 르네상스의 인물이다.

도나텔로의 <다비드>(좌), <성 제오르지오>

나머지 3명이 모두 일본어판에서 자신을 가리키는 1인칭 대명사로 ‘오레(俺)’를 쓰고 있는데, 도나텔로만이 ‘보쿠(僕)’라는 대명사로 자신을 가리키는 것을 들을 수 있는데, 이것은 일본어의 뉘앙스상 조금 더 어리거나 예의가 바른 내성적인 신중한 성격의 젊은이라는 설정이 포함된 대명사, 되시겠다.

 

기술 담당으로 넷 중에서 가장 손재주나 두뇌 회전이 빠르다. 거북이들의 집 안에 존재하는 모든 기구나 훈련 보조구, 무기는 도나텔로의 손에서 만들어진다. 컴퓨터 쪽은 죄다 도나텔로가 담당. 주 무기는 봉이지만 기타 다른 무기를 만들어서 쓰는 일도 많다. 단 몇 시간 만에 소형 연식 비행선과 터틀 밴을 만들어내서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든다.

 

뒤의 에피소드에서는 바람을 다루는 능력과 나기나타(봉 끝에 칼날이 있는 것)를 얻는 장면도 나오는데, 그의 손재주와 연계된 능력이다. 키가 큰 만큼 몸도 다른 거북이 형제들에 비해 마른 편이다. 한 에피소드 중에서 카라이가 도나텔로를 ‘말라깽이’라고 지칭하는 데에 대해 “말라깽이가 아니라 날씬한 거거든!”이라고 짜증 내며 대꾸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도나텔로의 몸이 다른 형제에 비해 근육량이 부족하고 마른 이유는, 스플린터의 말에 근거하면 실험이나 기계에만 너무 정신이 팔려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데, 미국 10대들에게 기계나 연구에 몰두하는 아이들이 운동을 하지 않아 너드(Nerd) 내지는 약골이라는 스테레오 타입이 도나텔로에게 투영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상식이나 전문지식에 대한 부분에서 설명자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도 도나텔로이다. 가령 iPhone은 비디오테이프와는 다르다고 설명하거나, 거미는 곤충이 아니라고 다른 멤버들에게 설명해준다. 하지만 그런 지식이 없는 다른 멤버들은 귀담아듣지 않는다. 기존의 만화에서 박사급의 설명자의 내레이션이 뭔가 귀를 기울여야 할 내용의 전달이라면, 이 서브컬처 만화에서는 당시 10대들이 전문적인 지식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는 식의 기성세대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지 않는 전형적인 반항아적 사춘기 형태를 보인다는 것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셈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설명충(!)스러운 모습으로 나머지 3명에게 자주 핀잔을 듣곤 한다.

유일한 홍일점이자 인간인 에이프릴 오닐을 보자 첫눈에 반했다. 그 뒤로도 에이프릴에게 잘 보이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하고, 자경단원인 케이시 존스와 경쟁구도에 놓이게 된다. 물론 에이프릴은 도나텔로의 적극적인 애정 공세를 모른 척하고 피하는 모습을 보일 때도 있는데 기쁘거나 반가울 때 뽀뽀를 해주는 대상은 늘 도나텔로이다. 정작 뽀뽀를 받고 나서는 얼빠진 모습을 보인다던가 어쩔 줄 몰라하는 너드 본연의 캐릭터에 충실한 리액션을 보여준다.


초기 연재 당시 상당히 잔인하고 닌자스럽다는 점에서 애니메이션화 되면서 장난스러워지고 시청 연령을 고려한 듯 유아스러워진 것은 그런 점에서 도나텔로의 역할이 꽤 크다고 하겠다. 예컨대 영국에서 TV 애니메이션이 방영되었을 당시에는 쌍절곤을 무기로 사용한다는 것 때문에 쌍절곤을 사용하는 미켈란젤로는 통편집에 되는 흑역사를 겪어야만 했다.

네 명의 무기 소개 장면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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