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파커와 친구였지만, 스파이더맨 때문에 아버지가 죽었다는 걸 알고 복수를 위해 고블린이 되었다. 하지만 코믹스에서는 노먼이 살아 돌아와 버리는 바람에 조금 존재감이 희석되는 어중간한 캐릭터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결국 고블린 혈청을 해독해서 일단은 일반인이 되고, 아버지와는 완전 결별하여 카페를 차리고 여자 친구 릴리 홀리스터와 행복하게 살았다...로 끝날 리가 있나?
여자 친구가 하필이면 자기 아버지를 시장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자신이 숨겨놓았던 고블린 혈청을 주사해 고블린 짝퉁인 ‘메나스(Menace)’라는 빌런이 되어버려, 해리 오스본은 결국 다시 혈청을 맞고 고블린이 되어 스파이더맨과 연합전선을 펼쳐서 제압. 감옥에 간 여자 친구에게 노먼 오스본이 와서 “너는 내 며느리감으로 충분하다.”라는 말을 하는 걸로 봐서, 아버지부터 아들, 심지어 예비 며느리까지 유유상종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여자 친구인 릴리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고 아버지와 화해했으나 해리가 아기의 안전을 위해 고블린 해독 혈청을 여자 친구에게 맞으라고 권하자 여자 친구가 하는 충격발언. “이건 네 아들이 아니라 네 동생이다.” 즉,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 여자 친구를 아버지에게 빼앗긴(?) 것이다. 그 말에 완전히 뚜껑이 열려서는 아버지가 자기를 위해 준비해놓은 ‘아메리칸 선’ 갑옷을 입고 아버지를 개박살 내준 후 의절해버리게 된다.
3대 고블린 가문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아이를 납치한 리저드가 ‘유전자적인 문제가 있다’라며 순순히 스파이더맨에게 돌려주자 이상함을 느낀 스파이더맨이 어벤저스 타워에서 유전자 검사를 해본 결과 해리의 아이가 맞았다는 게 드러난다.
사실 한국의 막장 성인 웹툰이나 성인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 상황의 설정은 1960년대 경제의 급성장으로 이어지는 미국의 포르노그라피에 풍자했던 당시 미국 중산층 사회의 모럴해저드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에 다름 아니다. 무엇보다 당시의 미국은 물론이고 지금까지 청교도적인 사회적 분위기가 강한 이면에는 썩어 들어가고 있던 미국의 도덕적 해이는 심각했고 특히나 섹스 스캔들과 관련한 상류층(노먼 오스본처럼 기업 총수에 해당하던 최상류 부유층)들이 사생아를 만든 것이 사회적 문제로 드러나기 시작하는 문제의 씨앗이 이 즈음에 이미 싹트기 시작한 사회문제여서, 당시 모럴해저드는 극에 달해가던 중이었다.
그런 막장 설정으로 태어난 ‘그레이 고블린’이라는 녀석도 있는데 이 녀석이 바로 노먼 오스본과 그웬 스테이시(피터 파커의 첫사랑) 사이의 아들이었다. 피터 파커에게 덤비다가 얻어터지고서는 기억상실 형태로 어느 해변가에서 발견되었다. 노먼이 한창 잘 나가던 다크 레인에 속해있을 때 해리 오스본에게 줄 ‘아메리카 선’이라는 아머를 만들지만 해리가 거부하자 바로 이 녀석에게 그 아머를 주는 설정으로 나온다. 이후 다크 영어벤저스에서 활동했다는데 인기가 없던 시리즈라 그대로 묻혀버렸다.
노먼 오스본의 특징이라면 스파이더맨에 대한 집착이 매우 강하다는 것이다. 오직 스파이더맨을 괴롭히기 위해 벌인 악행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단순히 피터를 괴롭히기 위해 메이 숙모의 죽음을 연출하고, 피터의 딸을 납치 후 살해하거나 플래시 톰슨을 납치 후 중태에 빠뜨리는 등, 오로지 피터를 불행하게 만들기 위한 순수한(?) 악행을 저지른다. 사실 고블린의 본래 특성이 순수한 아이 같은 장난기에서 시작되는 지라 본래 캐릭터에 충실한 모습을 부여한다.
스파이더맨에 대한 집착이 대단해서, 한 번은 ‘지루한 내 삶에 생기와 목표를 불어넣어줘서 고맙다.’라는 편지를 보내기까지 했다. 정신병적이긴 하지만 스파이더맨을 증오하면서도 적으로서 존경하고 있다. 그리고 피터에 대한 삐뚤어진 애증도 가지고 있어서 자신을 실망시키는 해리 대신 피터를 더 아들처럼 생각하기도 했다. 그래서 피터를 그린 고블린으로 만들려까지 하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실사 영화에도 나오지만, 실제로 아들의 친구라는 점은 그가 피터를 아들처럼 여기고 있다는 코믹스의 설정에서 그대로 이어진다. 즉, 피터는 아버지가 없고, 돈도 없고, 모든 것이 결핍되어 있는데, 아버지와 경제적인 부를 갖춘 친구의 아버지가 자신을 진짜 아들처럼 여기는데에서 피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대부(代父)라는 사회적 제도가 있었고 입양하는 문화도 당시 미국에서는 조금씩 공개화되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지극히 현실적인 피터의 결핍을 모두 채워줄 수 있는 인물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피터, 아니, 정확하게는 사회적 약자들의 영웅인 스파이더맨을 괴롭히는 것이 자신의 유일한 행복이라는 것은, 당시 부자들이 특별한 목적이 없이 유희적인 삶으로 일관하며 벌어진 사회적 문제를 자연스럽게 풍자하고 있다. 돈이 너무 많아 무엇을 해도 즐겁지 않은데, 유일한 즐거움과 쾌락으로 약자들을 대표하는 자를 무너뜨리고 괴롭히는 부유층의 표상으로 노먼 오스본은 큰 의미를 갖는다.
고블린의 캐릭터도 캐릭터이지만, 노먼 오스본이 시대를 거듭함에서 그 캐릭터를 계속해서 유지하고 인기를 유지하는 것은 초상류 부유층으로 대표되는 부자들에 대한 경멸이 담겨 있는 것이다. 자신이 부자인 배트맨이나 아이언맨에서는 볼 수 없는 대치 구조가 유지되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인 셈이다.
본래 슈퍼히어로 장르에서는 악당이 영웅의 정체를 깨닫는 스토리는 단기적인 유행처럼 끝나버리게 되지만, 그린 고블린은 스파이더맨의 정체를 깨닫는 스토리가 일종의 공식처럼 반복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Brand New Day’ 에피소드 이후 스파이더맨의 정체를 잊어버린 적이 있지만, 여전히 그는 피터에겐 두려운 인물이었다.
왜냐하면 피터가 스파이더맨의 협력자라고 추정하면서, 스파이더맨을 압박하기 위해 피터를 여전히 미끼로 삼기 위해 괴롭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블 레거시’에선 다시 깨닫게 되는데, 먼저 스파이더맨의 정체를 알게 된 J. 조나 제임슨의 실수로 알게 되었다. 이후 카니지와 결합한 레드 고블린으로서 피터를 반죽음으로 몰아넣었다.
8. 심비오트(Symbiote)
초기 시공사 정발본(베놈 vs 카니지)에서는 그냥 ‘공생체’라고 번역하는 마니아들에게 욕먹을만한 번역으로 일관하는 실수를 보여준다. 이후 ‘슈피리어 스파이더맨’이나 ‘도니 케이츠 런 베놈’ 등에서는 제대로 고유명사 ‘심비오트’로 번역되었다.
스파이더맨이 다른 세계에 지원을 갔다가 자신의 몸에 붙어서 데리고 왔다. 이때가 1984년 연재된 ‘시크릿 워즈’ 시점이었다. TAS에서는 달 탐사를 하는 도중 한 광물에 붙어서 지구로 돌아가다가 사고를 일으켜서 스파이더맨이 승무원들을 구조하다가 스파이더맨에게 붙어 오는 것으로 묘사된다.
에디 브록에게 옮겨가게 되는 베놈과 같은 존재라고 착각하면 안 되는 것이 이것은 순수하고 그 오리지널 존재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도덕적 의식을 갖춘 베놈이라던가 나중에 베놈에게서 나온 세포로 탄생된 카니지와도 구분된다.
숙주의 신체 능력 전반을 향상시켜 주지만 동시에 호전성과 폭력성이 증폭되는 데다 마지막에는 숙주를 먹어버린다. 그것을 깨달은 스파이더맨이 겨우겨우 떼어내지만 에디 브록에게 붙어 베놈이 된다.
심비오트는 숙주의 능력을 복제해서 쓸 수 있다. 베놈 심비오트의 경우 첫 숙주인 스파이더맨에 최적화되었기 때문에 스파이더맨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으며, 스파이더맨을 계속해서 노리는 이유 역시, 그에게만 맞춰 최적화된, 활동에 가장 적합한 숙주이기 때문이다.
심비오트의 세포는 왕성하게 분열 및 증식하는데, 그 때문에 스파이더맨은 슈트 하나 잘못 입는 실수 하나만으로 수많은 적들을 만들게 되었다.
2014년 후반에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심비오트가 도대체 어떤 행성에서 온 존재인지가 밝혀졌다. ‘스파이더맨 : 백인블랙’의 부록에서 심비오트의 기원이 나오는 부분도 있는데, 본래 심비오트는 군집 생명체로 여러 행성을 떠돌며 그 행성의 생명체들에 기생해서 먹어치우고 행성을 초토화시킨 뒤 다른 행성으로 이동하는 생명체 집단이다.
이 중 숙주를 단순히 먹어치우기만 하는 것에 회의를 느낀 일부가 숙주와 공생하고자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고,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일부를 다른 집단들이 ‘아더’라고 부르며 추방했으며, 추방된 아더가 우주를 떠돌다 결국 스파이더맨에게 흘러들어 간 것이다. 따지고 보면 작중 등장하는 심비오트는 아더이며, 숙주를 먹지 않고 함께 살아가려 하는, 빌런이라기보다는 영웅에 가까운 존재인 셈이다. 이 부분이 부각된 것이 바로 베놈이고, 그렇기 때문에 빌런스러우면서도 당당히 영화의 주인공으로까지 대두될 수 있었던 이유에 다름 아니다.
심비오트들의 종족명은 ‘클린타르’. 사실은 착한 기생 생명체들이었다. 이들의 본래 목적은 숙주와 완벽히 동화해서 뛰어난 전사가 되는 것이다. 베놈, 카니지 등은 대표적인 불완전 동화의 사례들이다.
이들이 악화(惡化)로 진행하게 된 이유는, 고향 행성과의 정신적 연결이 끊어지게 되면서 타락해서 통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심비오트와 연관된 이들 중 제대로 된 이들이 없었던 것이다. 다만, 톡신의 경우는 레트콘 되기 전의 ‘아더’와 비슷한 성질을 보인다.
어둠의 군주 널(마블 코믹스)이 만든 무기로 널이 지구에 왔다가 토르에게 털린 뒤 널이 약해지자 심비오트들은 널에게 기생하여 그를 봉인하고, 그렇게 집단 기생한 군체의 여러 개체가 모인 것이 지금의 ‘클린타르’, 즉, 널을 가두는 ‘감옥’이 되었다는 것이다.
본래의 널이 빛의 존재들과 전쟁하기 위해 탄생시킨 플래닛 이터 군집체이자 숙주를 먹어버리는 생체 병기지만 토르에게 패배하면서 널의 통제권으로부터 자유로워져 주인에게 반기를 들어 지금의 심비오트들이 탄생했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토르에게 패배한 그렌델과 같이 널의 직접 통제하에 있던 원초의 심비오트들 역시 존재하고, 본래는 이쪽이 원조로 지금처럼 숙주에게 역으로 감화된 심비오트가 거의 없는 경우다.
궁극의 악, 널
어떻게 보면 이 레트콘을 통해 기존의 기원 설정들 모두가 완전한 거짓말은 아닌 것으로 볼 수 있다. 본래의 심비오트들이라면 행성을 통째로 포식해가는 군집 생명체가 맞고 그중 일부가 아주 가끔 그 의지에 반대했을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토르에게 패배한 이후에는 군체 통째로 널에게 반기를 들어 숙주와 동화하는 종족으로 노선이 바뀌고, 군체의 통제를 벗어나 본래의 본능에 따라 폭주하는 것이 소수 경우가 되었다.
허나, 널은 어디까지나 봉인된 것뿐이기에 그의 직접적인 영향력 아래에 놓인 심비오트들 역시 여전히 존재하기도 하며, 널의 심비오트들이 통제를 벗어나 반기를 들거나 숙주에 감화된다는 것은 지금의 심비오트들 역시 군체의 의지와 반대되는 개별 의지에 감화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최근 이슈에 따르면 카니지의 경우 심비오트와 숙주의 동화가 거의 완전히 이루어져 있는 상태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그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고 한다. 카니지는 성격상 널과 상당히 비슷할 뿐만 아니라 탄생 자체에 봉인된 널이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나온 상태다. 이 때문에 널을 숭배하는 교단은 널의 숙주로 삼기 위해서 심비오트 샘플로 카니지를 부활시켰지만 부활한 카니지는 널의 지배를 거부하고는 일시적으로 경험한 군체의식에 더욱 가까워지기 위해서 코덱스 사냥에 나서기로 결심한다.
입장이 다른 노먼 오스본을 제외하면 순수 닥터 옥토퍼스와 더불어서 스파이더맨 사상 최악의 아치 에너미다. 뿌리부터가 다른 이질적인 존재이고 그만한 순수 악이자 본래 가지고 있는 능력이 지구상의 그것과는 비교할만한 것이 아니며, 무엇보다 사람을 먹는다는 설정 자체만으로도 가히 공포스럽기 그지없다.
카니지의 경우에는 센트리가 나서야 카니지 하나를 겨우 이길 정도이며, 웬만한 히어로 팀이랑 붙어도 헐크나 토르급의 멤버가 없는 이상 100% 그 팀을 박살내버린다. 숙주가 일반인이어도 마블 유니버스 내에서 강하다고 평가받는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더비를 놀면서 가지고 놀 정도로 강한데, 숙주가 일반인이 아닌 히어로로 바뀌었을 땐 말 그대로 사기캐에 먼치킨이 되어버린다. 그 예로 캡틴 아메리카에게 기생하는 에피소드가 나올 때는, 너무 강한지라 아무도 쓰러뜨리지 못해서 결국 동료 히어로들의 간절한 외침으로 깨어난 캡틴이 자신의 의지로 떼어내는 웃픈 엔딩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는데, 이들의 강함이 순수한 힘이거나 종족 특성일 뿐 특수한 능력(마법, 초능력 등)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강한 만큼 약점도 확실해서 진동, 화염 등에 허무하게 녹아버린다. 아예 심비오트 전용 스프레이가 나왔을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