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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이 마블 캐릭터로서 갖는 상징성 9

<스파이더맨>의 빌런들이 갖는 의미 분석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613



원조 심비오트 외에도 하이브리드가 있는데, 스콧 워싱턴의 심비오트로 히어로 활동을 했지만 에디 브록이 스콧을 살해함으로써 정부에 들어가게 된다. 그 후 스크림, 애고니, 라이엇, 페이지, 래셔로 나누어져서 일종의 신체 강화 무기로 사용된다.


이후 죽은 심비오트들은 숙주에게서 떨어져서 합체, 다시 하이브리드가 되어 스크림의 심비오트가 되지만, 스크림 또한 스콧과 동일하게 에디 브록에게 죽임을 당하고, 그 이후에는 정부가 보관하고 있다.

심비오트의 탄생을 다뤘던 <스파이더 맨3>

또한, 초대 베놈이었던 에디 브록은 심비오트를 팔아넘긴 후에 특수한 돌연변이를 일으켜 안티 베놈이 되었다. 통상적인 심비오트와는 상당히 반대되는, 또한 천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도 같은 능력을 가지지만 심비오트의 특징을 상당히 많이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은 심비오트의 본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변형체로 봐야 할 듯.

카니지 심비오트는 톡신 외에도 ‘스콘’을 만들어냈는데, 스콘의 경우 숙주가 여성이다. 그 동안 ‘쉬베놈’(에디 브록의 전 애인 앤에게 기생하여 탄생) 등 여성이 숙주가 된 적이 있긴 했지만 아예 메인 숙주가 여성인 것은 최초인데, 그 시대적 배경에는 페미니즘의 사회적 힘이 부각되는 시기와 딱 맞아떨어지는 것은 그만큼 스파이더맨이 다른 코믹스에 비해 빌런을 만들어낼 때 사회적인 문제에 민감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한 빌런이 아니고 그것이 숙주에게 덧씌워진다는 심비오트의 특성한 이것은 아주 의미하는 바가 깊다.

9. 베놈(Venom)

심비오트와 구분해서 설명하는 이유는, 심비오트가 처음 옮겨오면서 생성된 것인 스파이더맨으로 그것이 단순히 스파이더맨의 어두운 이면을 부각한 것이었다면, 그 인기에 힘입어 별도의 독립된 존재로 자신이 주인공이 에피소드로 데뷔를 할 정도의 존재감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스파이더맨에게서 떨어져 나간 심비오트가 생존을 위해 다른 숙주를 찾아 탄생한 빌런으로, 1대 에디 브록, 2대 안젤로 포츄나토, 3대 맥 가간, 4대 플래시 톰슨, 5대 리 프라이스, 6대 딜런 브록까지 무려 여섯 명의 숙주가 나왔고, 번외로 에디의 옛 연인 ‘앤 웨잉’에게 붙은 쉬 베놈이 있다. 앞에서도 언급하다시피 닥터 옥토퍼스와 더불어 순수 스파이더맨 최악의 아치 에너미이다.

베놈 심비오트는 숙주들을 중독에 가깝게 자신에게 집착하게 하며, 심비오트 자신의 욕망을 정신적으로 계속 숙주에게 투영해 자신이 원하는 대로 그들을 움직이고자 한다. 심지어 심비오트로부터 분리된 후에도 정신적으로 심비오트에게 조종당하고 명령당하며 회유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 자의든 타의든 숙주를 많이 바꿔왔다. 숙주가 자신의 마음에 안 들게 행동하면 매우 분노하고, 정도가 심하면 아예 숙주를 버려두고 떠나버린다.


특히, 나약하거나 찌질하는 모습을 지극히 싫어한다. 일례로 심비오트가 누가 봐도 찌질한 숙주를 취한 적이 있는데 너무 찌질해서 바로 버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버렸고 이를 비관한 숙주는 목을 메 자살한 적이 있다.

이것은 갑작스러운 경제 성장에서 오게 된 현대화의 비틀어진 모습을 보여준다. 이미 심비오트가 등장하게 된 84년이면 미국은 만화가 시작되었을 때부터 근 20여 년을 급성장으로 세계의 경찰로서의 미국을 완전히 완성한다. 그것이 바로 1984년 L.A. 올림픽을 통해 세계에 미국이 최강대국임을 알리는 선포식 같은 의미를 갖게 만든다.


심비오트가 1984년에 처음 등장하고 1988년에 완전체 베놈이 등장하는 것은 이러한 사회적 성장과 국제정세 안에서 미국이 갖는 위상을 모두 보여준다. 전술했던 바와 같이 심비오트는 외계의 생명체이다. 1980년 가을에 방영되며 미국 중산층을 우주과학 열풍으로 몰아넣었던 다큐멘터리 <코스모스>에서 불붙은 사람들의 관심을 따라 1982년 개봉하여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스티븐 스필버그의 <E.T>에 이르기까지 이미 1984년 심비오트가 나올 수밖에 없는 사회적 분위기는 무르익을 대로 익은 상태였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그 외계에서 온 신비의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능력이다. 이 생명체는, 히어로 스파이더맨에 처음 붙어서 스파이더맨의 어두운 욕망과 악한 부분을 본능적으로 자극한다. 비인간화를 통해 부품화 되어 사회의 일부분으로 내팽개쳐지는 나약한 현대인을 보여주되, 당시의 스트레스로 찌들어 있는 현대인의 내면에 있는 감춰진 폭력성과 야만성을 자극하여 끄집어내고 극대화하는 역할을 심비오트로 보여준다.

에디 브록의 전 애인 앤과 결합한 쉬베놈

그렇게 완성된 존재가 바로 베놈이기 때문에 베놈은 현실에서 현대인들이 할 수 없는 사이다 같은 돌직구 직설을 내뱉을 수 있으며, 서슴없이 폭력을 행사하며 자신의 감정에 지극히 솔직하다. 인간이 그것을 만류하는 코믹한 상황은, 이성적으로는 억누르고 싶으면서도 실제로는 그것을 끄집어내고 싶어 했던 이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면서 괴물이면서도 악함을 덜어내면서 스스로 주인공이 되는 에피소드의 주인공으로 당당히 스파이더맨의 빌런에서 독립하는 모습까지 이뤄낸다.

사실 심비오트에서 출발한 ‘집착’의 원천은 존재 자체가 최초의 심비오트를 붙여왔던 스파이더맨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심비오트의 특성상 숙주가 되었던 이의 능력을 그대로 강화하고 습득하는 능력이 있는데, 당연히 처음 지구 상에서 숙주역할을 했던 스파이더맨의 능력을 비롯해서 그의 인성, 그의 생각들을 공유하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기 때문에 그 원조는 에디 브록이라기보다는 당연히 스파이더맨에게 있다.


때문에 스파이더맨에게 보이는 광기는 애증이라고도 해석되는데, 실제로 에피소드에서 그의 입을 통해 아예 사랑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그 부분에 대해서는 명백한 초대 숙주에 대한 집착을 보여준다.

1대부터 3대까지의 숙주들이 스파이더맨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스파이더맨을 노리고 있으나 몇 번 다른 악당들과 싸우기 위해 손을 잡은 적도 있다. 이 원한은 숙주가 바뀌어도 누적되어 계승되는 양상을 보여주는데 베놈 심비오트 자체가 스파이더맨을 엄청나게 증오하고 있으며, 이 영향 때문인지 베놈으로부터 내려온 심비오트 전부 스파이더맨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다.

사실 처음 등장시키겠다고 했던 초안에선 여성이 숙주가 될 계획이었다. 스파이더맨의 싸움에 휘말려 남편과 뱃속의 아기가 죽은 여인이 스파이더맨을 증오하게 돼서 심비오트의 숙주가 된다는 아이디어가 초안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제작진들이 여성이 스파이더맨을 위협하게 될 악역이 된다는 이야기가 설득력이 없다고 의견을 내면서 기자였던 에디 브록이 베놈이 되었다.

당시 스파이더맨의 주된 악당들이 대부분 거리의 악당 수준이었는데 베놈만은 외계에서 온 악당이란 콘셉트로 그 전까지의 스파이더맨 악당들과는 다른 이질감을 보여주었다. 또한 스파이더맨이랑 비슷비슷한 외모에 스파이더맨의 능력을 일부 무력화할 수 있으며 스파이더맨과 비슷하게 거미줄 사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어찌 보면 스파이더맨의 안티테제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그대로 실사영화 <스파이더맨 3>에서 이 부분을 확실하게 부각하여 완전히 흑화된 블랙 스파이더맨을 등장시킨 것은 이 내용을 반영한 것이다. 참고로 이 당시 앞서 설명했던 비인간화와 반사회화의 분위기는 히어로물들의 흑화를 반영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1983년 개봉했던 <슈퍼맨 3>에서 흑화 된 슈퍼맨에 대한 이슈를 이야기로 만들어낸 것도 이러한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맥락에서 출발한 것이다.

초창기의 베놈은 흔히 알려진 것처럼 이빨이 삐죽삐죽 난 모습이 아니라 좀 더 근육질의 스파이더맨이 씨익하고 웃는 모습이었다. 이러던 것이 점차 야성화(?) 되면서 잘 알려진 디자인이 되었다. 원래 등장부터는 식육하는 괴물은 아니었는데, 저 흉악한 입과 이빨이 장식이 아니라 깨물기 공격을 하는 경우가 나오는 정도였다.


상대를 위협할 때 주 대사가 “뇌를 먹어버리겠다!”인데 진짜 인육을 먹은 적도 있다. 특히, ‘얼티밋 유니버스’에서의 베놈은 식인을 하지 않으면 형체 유지에 어려움이 있고, 식인을 해서 체력을 회복한다는 설정을 유지한다. 이 식인 설정은 실사 영화 <베놈>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10. 카니지(Carnage)

이름의 유래는 ‘대학살’을 뜻하는 영단어 그대로 왔는데, 여러 숙주를 거친 베놈과 달리 카니지는 클리터스 캐서디만을 유일한 숙주로 삼고 있다. 올해 개봉한 <베놈 2>가 이 유명한 녀석의 에피소드를 영화화한 것이다.

베놈의 창조자인, 데이비드 미컬라이니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400화에서 베놈의 숙주 에디 브록을 죽이고 베놈의 새로운 숙주를 만들려 했었다. 하지만 베놈과 에디의 인기가 당시 최고조를 찍고 있었기에 마블 편집부가 거절했고, 이에 미컬라이니는 베놈이 아닌 새로운 심비오트와 숙주를 만들기로 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카니지와 클리터스 캐서디이다. 베놈의 자식으로서는 첫 데뷔한 셈이다.

카니지는 미국 만화 역사에서 온갖 자극적인 캐릭터와 스토리가 유행했던 1990년대 초에 탄생했다. 평범한 남성 서민을 상징하는 스파이더맨 시리즈치고는 하드코어 한 설정들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1990년대에 오면서 강력범죄들이 터지고 사회범죄가 잔혹해지고 악랄해지는 분위기를 순수한 빌런의 모습으로 보여준다. 본래 빌런이었다가 히어로로 돌아선 베놈과는 다른 완전한 악역이 필요하기도 했지만, 베놈이 출연했던 당시의 80년대 정황과 완전히 달라진 1990년대의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원조 심비오트 콤비인 베놈+에디 브록 콤비와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베놈은 첫 등장 때는 빌런이었다가 후에 안티 히어로로 개과천선하지만, 카니지는 시작부터 지금까지 줄곧 빌런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에디와 베놈이 엄청난 덩치의 위압감을 가진 캐릭터라면, 카니지와 캐서디는 상당히 샤프하고 날렵하기 그지없다.


베놈은 비교적 고정된 형태로 고정된 상태에서 팔이나 머리만 변형시키는 반면, 카니지는 작은 촉수들이 전신에서 튀어나와 흘러내리듯이 꿈틀거린다. 또한 베놈과 달리 심비오트로 이루어진 검은 이빨을 가지고 있으나, 가끔씩 베놈처럼 하얀 치아를 보여주기도 한다.


리들리 스콧에 의해 탄생한 영화한 전설적인 영화, <에이리언>이 1979년에 나와 충격을 준 이후, 1992년 데이빗 핀처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에이리언 3>가 그 극명해진 사회성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하는데, 처음에 등장했을 때 아무것도 못하고 겁에 질려했던 여주인공과 에이리언과의 사투가 주요한 플롯의 핵심이었다면, 3편에서 보여지는 에이리언은 1편과는 완전히 바뀌어 여전사로 돌아온 시고니 위버와 광폭한 대학살을 감행하고 있는 학살자로서의 에이리언의 모습을 보여준다.

때문에, 죽이는 대상이 불특정 다수여야한다는 점에서 그 대상을 죄수로 설정하게 된 것은 아는 사람의 눈에만 보이는 일종의 메타포라 하겠다.

대학살을 감행할 정도로 정신이나 육체적인 면 모두 순수한 악의 절정을 이루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순수한 육체 능력만으로는 스파이더맨 빌런 중 최상위권이다. 일단 그 베놈보다 월등히 강하다는 것부터가 기타의 설명을 불필요하게 만든다. 시니스터 식스 중 강자로 취급되는 일렉트로도 베놈에게 탈탈 털리니 시니스터 식스 계열 빌런들은 상대도 안되고, 그린 고블린도 카니지에 비하면 전투력이 장난 수준이다. 그린 고블린은 특유의 장난기스러운 광기가 있지만, 문제는 카니지는 그냥 사이코패스로서의 모습을 구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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