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음에 장 형사를 끌고 병원으로 달려온 김 형사는 눈앞의 환자의 모습을 보고는 할 말을 잃었다. 앞서 수장고에서 봤던 하회탈처럼 표정이 없는 얼굴이 침대에 누워 있었다. 누군가 만화 속 그림의 얼굴에서 눈코입을 마치 지워버리다가 깨끗하게 지우지 못하고 뒤엉켜 지저분해진 것처럼, 얼굴이 불에 일그러진 듯 소용돌이친 용암의 모양처럼 붉게 뒤섞인 피부에 코와 입 부위에 관을 삽입한 환자가 다른 생명 보조 장치들을 주렁주렁 달고서 인형처럼 누워 있었다. 맥박이 정상으로 뛰고 있는 것만으로도 신기한 모습 그 자체였다.
“살아 있는 겁니까?”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그런데 외형만 저럴 뿐이고, 맥박도 정상이고 심장도 정상적으로 뛰고 있습니다.”
곁에 서 있던 담당의가 당황한 얼굴로 더듬거리듯 설명했다.
“뭐 이런 경우가....”
장 형사가 신음처럼 한 마디 내뱉었다. 김 형사에게 끌려 다니면서 이미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을 거라는 형사의 감만은 새내기인 장 형사에게도 분명히 와닿았다.
장 형사가 운전하는 차로 병원을 빠져나오며 옆에 앉아 빈 담배를 물고 있던 김 형사는 뭔가에 홀린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다양한 강력 사건들을 많이 맡아보았지만 이런 황당한 경우는 처음이었다. 어디에서부터 누구를 만나서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지잉지잉-
핸드폰의 진동이 울렸다.
“여보세요? 누구? 뭐? 특수부*? 갑자기 특수부가 왜? 알았어.”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은 김 형사에게 장 형사가 물었다.
“어딥니까?”
“차 돌려라. 중앙지검으로.”
“네?”
“너 중앙지검 몰라? 중앙지검 특수부에서 들어오란다.”
“네? 특수부요?”
특수부 검사실에 직접 들어와 본 적은 처음이었다. 사실 일선 수사를 지휘하는 강력부 검사실에도 직접 가본 적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검사실이 사람에 따라 구조부터 청결도까지 완전 다른 곳이라고는 들어봤지만, 특수부의 검사실은 지나칠 정도로 깔끔했다. 여자 수사관과 남자 수사관 두 명이 입구 쪽에서 사무를 보며 두 형사를 맞았다.
“김 형사님이신가요?”
“네. 부장님이 찾으셨다고 해서 왔습니다만...”
“네. 기다리고 계세요.”
노크를 하고 아무런 말이 없자, 여자가 문을 빼꼼히 열며 들어섰다. 전화기를 들고 바쁘게 뭐라고 일본어로 얘기하고 있던 남자는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들어오라는 표시를 해 보였다. 그리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들어서는 두 형사에게 자리를 권했다.
대한민국의 검사, 그것도 특수부, 게다가 그곳을 진두지휘하는 부장검사.
장 형사는 물론 김 형사도 그의 알아들을 수 없는 일본어 대화를 들으며 멀뚱하게 앉아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지나치게 깔끔하다 싶을 정도로 정리되어 있고, 심지어 다른 검사들 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건 서류뭉치들마저도 각이 딱 잡혀 책상의 한쪽에 마치 분류가 이미 되어 있는 것처럼 몇 줄로 나눠져 있었다. 무엇보다 흡혈귀를 연상시키는 창백하고 지나치게 마른 남자는 구김 하나 가지 않은 조끼까지 차려입고, 전화하는 소매 끝에 이름의 이니셜이 새겨진 맞춤 와이셔츠까지 입고 있었다. 머릿결이 가지런히 뒤로 넘겨져 어느 한 올 옆으로 흘러내려오지 않았다.
“와갔다죠.[알았다.]”
전화를 끊은 부장이 전화할 때와는 전혀 다른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두 사람의 앞에 앉았다. 막 여자 수사관이 커피잔을 그들의 앞에 내려놓았다.
“부장님은...”
“아니, 나는 됐어요. 아까 내가 탄 거 있으니까... 귀찮은데 고마워요. 드시죠. 바쁘신데 이렇게 불러서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어쩐 일로 특수부 부장검사님이 저희를 호출하셨는지....”
“듣던 대로 성격이 급한 분이시군요. 김 형사님, 맞으시죠?”
“저희가 빨리 처리해야만 하는 사건이 있어서요.”
“어제 발생한 국립박물관의 사건 말이죠.”
부장검사의 눈빛이 온화하던 눈빛에서 일순 아까 전화할 때의 날카롭고 차가운 눈빛으로 변했다.
“어? 그걸 어떻게?”
장 형사가 마시던 커피가 목에 걸려 놀라 물었다. 어설프게 자신들의 정보를 내주는 누군가가 있었을 거라는 생각에 김 형사가 찍어 누르는 눈빛으로 노려봤다.
“장 형사의 잘못이 아니니 그런 무서운 눈빛 할 필요 없습니다. 특히 내 앞에서 그런 태도를 보이시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습니다. 직업상 우리는 상하관계가 분명하고, 김 형사가 맘에 들던 안 들던 내가 직급상 상관인데 내 앞에서 그런 행동을 보이는 건 내게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니까요.”
특유의 저음에 말투도 상당히 예의가 있었지만, 그 말의 무게와 행간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움은 금세라도 손을 대면 베일 듯이 예리했다.
“어제 그 사건은 우리 쪽에서 예의 주시하던 용의자들과 연관이 있습니다. 그래서 바로 알게 된 거구요.”
“그 말씀은, 이 사건의 용의자를 벌써 알고 계신다는...”
“질문은, 여기서 나만 합니다. 아직도 상황이 이해가 안 가시는 것 같은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설명을 명확하게 해 드리도록 하지요. 내가 뭔가 알려줄 것은 단 한 가지. 이제부터 이 사건에서 손을 떼라는 겁니다. 지금 서에 돌아가면 서장을 통해 이미 명령은 내려져 있을 겁니다.”
“지금 현직 경찰에게 압력을 행사하시는 겁니까? 그것도 공식적으로?”
“아까 김 형사님 파일을 훑어보긴 했는데, 이해력이 떨어지는 건 아닐 테고, 일종의 고집이시겠죠? 어설픈 오해를 할까 봐 한 가지 알려드리자면, 이 사건은 인터폴 아시아지부와 국정원, 그리고 국제범죄 수사대에서 오래전부터 주관하고 있던 사건입니다. 제가 특수부에 배속되기 전에 담당했던 사건이고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던 사건이라 그렇습니다. 바쁘신 와중에 이렇게 오시라고 했던 것은 초동수사의 중요성을 충분히 아는 지라, 확인 차원에서 김 형사님의 도움을 청하려고 모신 겁니다. 지금까지 현장과 피해자를 훑어보시고 얻은 정보를 간략하게 정리해서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말씀하신 대로라면, 지금 특수부 사건도 아니고 부장님의 개인적인 요청으로 현 사건에 대한 정보를 드리는 것은 현행법에도... 위배되는...”
“일본어로 중얼거리는 검은 그림자를 보셨습니까?”
“그걸 어떻게?”
장 형사의 신음 같은 외침에 다시 한번 김 형사가 장 형사를 치어다봤다.
“피해자의 얼굴이 모두 뭉개져 있었지요?”
“그것까지 이미 알고...”
“좀 닥치고 있지 못하겠냐?”
김 형사가 장 형사의 리액션에 참지 못하고 짜증 나듯 소리쳤다.
“아까도 말했듯이 이런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이와 유사한 사건이 몇 번 있었고, 그 검은 그림자들의 정체에 대해 대강 윤곽이 잡혔습니다. 오늘은 이 정도만 하지요. 오늘 보고 들은 것에 대해서는 김 형사님의 말씀처럼 그대로 잊으시면 됩니다. 어차피 이런 정황에 대해 말한다고 해도 믿어줄 사람도 없을 테니 말입니다.”
“우리가 들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수고 많으셨습니다.”
부장 검사는 아무렇지도 않게 책상 위의 인터폰을 눌러 여자 수사관을 불렀다.
“손님들 나가시니 배웅해드리도록.”
김 형사는 억지로 끌려 나오듯 부장검사의 사무실을 나서며 처음 방에 들어설 때부터 느꼈던 위화감을 그제서야 벽에서 발견했다. 등불이 비치지는 않았지만 깔끔하게 정돈된 벽의 한쪽에 탈이 걸려 있는 것이 보였다. 아주 오래된 탈이 벽에 액자의 유리 안에 박제된 듯 걸려 있는 것이 보였다. 그 방의 벽에 걸려 있는 것이라고는 아주 오래되어 보이는 동양화와 그 탈 뿐이었다. 그것이 모던한 사무실의 위화감을 계속해서 조성한 이유였음을 김 형사는 그 방을 나서면서야 알 수 있었다.
검찰의 주요 인지수사 부서 중 하나. 특별수사부의 줄임말이다. 형사부가 경찰에서 송치한 일반 형사 사건과 일부 고소 고발 사건을 수사하는 반면 특수부는 자체적으로 범죄 사실을 인지해 수사한다. 주로 정치인,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나 대형 경제사건 등을 수사하며 대한민국 18개 지방검찰청 중 딱 7개 지검에만 설치되어 있다. 특히 전국 최대의 지방검찰청인 서울 중앙 지방검찰청에는 4개의 특수부가 있으며 우리나라의 주요 부패 범죄를 수사한다. 당연히 검찰 내에서도 엘리트들이 모이는 부서이며 진급을 위한 필수 코스 취급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