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상씨의 탈> 2부 - 5

세엣. 수수께끼의 게임회사 - 상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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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엣. 수수께끼의 게임회사


어둠, 어떤 것도 명확하게 볼 수 없을 것 같은 시커먼 어둠. 그 안에서 또 하나의 어둠이 움직이며 말했다.


“마다 미츠겟데 나이나노까?[아직도 찾지 못한 건가?]”


검은 어둠의 앞에 작고 단단해 보이는 가면이 대답했다.


“하이. 마다, 데모[네. 아직...그래도...]”

아레마데 츠갓데모 무리닷다라[그것까지 사용하고서도 무리라면...]”

“치가이마스. 카나라즈 미츠케마스.[아닙니다. 반드시 찾아내겠습니다.]”

“모오 잇카이와 나이죠.[다시 한 번이란 없다.]”

“핫![넷]”


대답을 듣자마자 어둠은 더 깊은 어둠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사라지듯 파묻혔다. 그리고 대답의 주인공이 사라지는 어둠의 연기를 보고 고개를 돌려 바깥쪽으로 걸어 나오며 중얼거렸다.


“카나라즈...[반드시]”


작고 다부진 그의 앞에 군대처럼 쭉 나열한 묵직한 그림자들이 보였다. 어둠에서 작고 빠른 무언가가 바깥에서 그에게로 날아들었다. 그의 어깨에 멈춰 선 그것은 그의 귀에 마치 뭐라고 속삭이는 듯했다. 그리고 그가 다시 어깨에 손을 올리며 움켜쥐자 그 짙은 어둠에서 아주 잠시 어둠을 찢는 듯 어슴푸레한 달이 드러났다. 그의 어깨에서 손으로 옮겨진 물건은 그의 손 안에서 빛났다. 그것은 뜻 모를 한자가 적혀 있는 작고 하얀 종이학이었다. 그것은 조금 파닥거리는 듯하다가 그가 힘을 쥐고 움켜쥐자 바람이 빠지듯 글이 적힌 종이로 돌아갔다. 희미한 달빛 끝에 뽀얗도록 하얗게 비친 여우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수련을 정식으로 시작하고 열흘이 지나갈 즈음 한 해의 마지막 주가 되었다. 사실 할아버지가 계신 공방도 그랬지만 안동에서는 설날이라고 해서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는 것이, 거의 설날을 명절로 쇠기 때문에 명절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서울에서 한 해의 마지막을 보낸다고 사람들이 백화점에 휘황찬란하게 달린 조명이나 장식들이 보이는 것도 아니고 그 해의 마지막 날이라고 해서 명동이나 종로에 나갔다가 보신각종을 치는 것을 보러 모이는 일도 없는 듯했다.


“이번 주 토요일, 그래도 올해의 마지막 날인데 우리 어디라도 놀러 가 볼까?”

“놀러 갈 곳이 있어?”

“여기에 가보지 않을래?”


고운이가 책 사이에 함께 가져온 안내 팸플릿을 꺼내 보였다.


“이건 또 뭐야? 공부하러 가는 건 아니지?”


우람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뉴스에도 크게 나왔는데, 아직 못 봤어? 현재 남아 있는 하회탈의 진본이 최초로 세계 언론에 공개될 거래.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아도 실제로 가장 오래된 최초의 하회탈이 언론에 공개되는 건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거든.”

“최초의....하회탈?”

“응. 아마도 처음 만들어져서 계속 계승되고 전승되고 보관되어왔던 것들인데, 국가에서 보물처럼 관리하던 걸 하회마을로 가져오기로 하면서 언론에 최초로 공개하는데, 세계에서도 관심들이 많다고 뉴스에서 매일같이 보도하고 큰 화제인 것처럼 하더라구.”

“그렇구나.”

“게다가 이번에는 여러 가지 행사가 함께 진행된다고 하더라구. 세계 탈박물관에서 특별공연이랑 행사 포함해서 특강까지 있을 거래. 방학 동안 훈련만 하는 것보다 가끔은 이런 곳에 가서 바람도 쐬고 하면 좋지 않을까 해서... 너무 훈련과 공부만 하는 것보다 이런 특강도 들어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받아왔어.”

“세계 탈 박물관?”

“응. 풍천면 하회리에 있는 거 있잖아. 이번 특강은 엔쓰리의 회장이 직접 온다고 하더라구.”

“에? 엔쓰리? 그 게임 회사 엔쓰리?”


우람이가 갑자기 반가워하는 목소리로 바뀌는 것을 보고 세찬이가 신기한 눈으로 쳐다봤다.


“게임회사?”


세찬이가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고운이에게 물었다. 우람이가 즐거움에 들뜬 목소리로 세찬이를 잡으며 말했다.


“아니, 세찬이 너 게임 전혀 안 해? 어떻게 엔쓰리를 몰라? 우리나라, 아니지, 세계적으로 지금 잘 나가는 게임들 중에서 거의 절반 이상이 그 회사의 게임들이야. 정말 엄청난 게임회사라구!”

“아! 게임회사구나.”

“그래, 너 참 장하다. 우람이 너는 이제 게임 좀 그만해야 하지 않겠니?”


바로 게임회사의 이름만 들어도 반가워 어쩔 줄 몰라하는 우람이를 한심한 듯한 표정으로 보며 고운이가 따끔하게 한 마디를 던졌다.


“쳇! 게임하는 게 뭐 그렇게 죽을 죄는 아니지 않냐?”

“공부도 하고 책도 보면서 그러면 내가 이렇게 말하겠니?”

“칫! 무슨 니가 우리 엄마나 누나나 된 것처럼 말하냐?”

“에휴! 내가 무슨 말을 더 하겠니? 어쨌거나 니가 그렇게 좋아하는 게임회사의 회장님을 직접 만나볼 수 있는 기회이니 너는 정말로 좋겠네.”

“그런데 그렇게 유명한 게임회사가 무슨 일로 이 시골의 탈 박물관에까지를 다 온다는 거지?”


우람이가 팸플릿을 들여다보며 의아한 듯 고운이에게 물었다.


“이번엔 안동시와 MOU인가? 업무협조 계약인가 그런 서로 도와주는 계약 같은 걸 맺기로 했대. 대대적으로 하회탈을 배경으로 한 게임을 만든다고 이 회장이라는 분이 우리나라의 콘텐츠를 가지고 세계적인 게임을 만든다고 발표했다고 하는 뉴스도 나왔다고 하더라구. 동네에서도 그렇고 요즘 안동이 이 소식으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고 하던데...”

“하회탈을 주인공으로 게임을 만든다고?”

“오! 드디어 우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게임이 다 나오는구나. 그렇지 암 그래야지. 백정이 정도라면 롤플레잉 게임의 주인공으로는 그만이지.”

“하여간 게임 이야기만 나오면 저렇게 정신을 못 차린다니까... 하여간 이번 주말이라니까 다 같이 박물관도 구경할 겸 같이 가서 특강도 들어보자. 특강 제목이...”

“‘민속 콘텐츠의 게임화 세계 진출 전략’? 이게 무슨 뜻이야?”

“하회탈 같은 우리 민속 관련 콘텐츠를 가지고 게임을 만들어 세계에 소개한다는 뜻인 거 같은데?”


세찬이가 팸플릿을 한 장씩 넘기며 진지한 표정으로 적혀 있는 글을 훑어 읽어 내려갔다.


“하여간 나는 대 찬성! 아마 게임 신작 발표회를 안동에서 보게 될지도 모르겠는데?”

“좋아. 그럼 그때까지 지금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모두 읽고, 숙제까지 다 한다는 전제하에 가는 거다!”

고운이가 다부진 목소리로 한아름 안고 들어온 책을 책상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에? 이걸 다?”


세찬이가 우람이의 곤란해하는 모습을 보며 가볍게 웃어 보였다.


“그러면 다 끝내는 조건하에 토요일 아침 할아버지의 공방에서 9시에 만나서 같이 가는 거다. 10시 시작이니까 9시 전에 만나서 출발하면 늦지 않을 거야.”




약속한 토요일은 금세 돌아왔다.


“아함! 졸려! 결국엔 그 책을 다 읽느라고 게임도 제대로 하지 못했네.”


할아버지의 공방으로 잰걸음으로 재촉하며 우람이가 기지개를 켰다.


“피곤한데 이 강연회까지 가는 거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주말인데 늦잠도 못 자고... 너무 서둘렀어. 쳇!”

부르르르릉-


기지개를 켜는 우람이의 옆을 미끄러지듯 고급차가 지나갔다.


‘어라? 아침부터 할아버지의 집에 손님이라도 온 건가? 무슨 차지?’


할아버지의 공방으로 들어서는 골목에서 커다란 은색 외제 차량이 스르륵 미끄러져 들어오듯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이내 공방 앞에 멈춰 서 있는 고급차가 보였다. 그 모습에 우람이는 신기한 듯 걸음을 멈춰 서서 신기한 눈으로 쳐다봤다. 안동에서는 본 적이 없었던 배트맨에 나오는 주인공이 타고 나오는 듯한 아주 크고 멋진 차가 영화에서처럼 정장을 갖춰 입은 운전사나 보디가드 같은 사람까지 옆에 서 있을 것 같아 보이는 차였다. 신기한 표정으로 차를 가까이서 보니 얼마나 손질이 잘되어 있는지 자기 얼굴이 거울처럼 비치는 모습이 보였다. 앞에서부터 얼굴을 비춰보던 우람이는 좌석에 누가 타고 있는지 보려 했지만 거울처럼 자신의 얼굴만 깨끗하게 보였다.


“우왓!”


자신의 얼굴이 비추다가 스스륵하며 내려가는 창문에 다른 사람의 얼굴이 쑥 하고 튀어 나오는 것을 보고는 놀라서 우람이가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다. 차창 문으로 얼굴을 보이던 사람이 창문을 올리고 차문을 열고 내렸다.


“괜찮니? 꼬마야?”

차문을 열리며 굵고 묵직한 목소리의 남자가 우람이에게 다가서며 물었다.


“아야야! 뭐야! 갑자기 거기서 얼굴을 내밀면 어쩌자는 거예요?”

“다치진 않았니?”


큰 키에 마르고 피부가 여자같이 유독 하얀 남자가 우람이에게 손을 내밀며 일으켜 세워줬다. 한참을 위로 올려다봐야 할 정도로 거대한 체격의 남자는 엄청난 키에 우람하진 않지만 다부진 체격이었다. 가느다랗고 기다란 그의 손가락은 다른 한쪽 손에 태블릿으로 보이는 가죽 커버를 들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말끔한 한복으로 전체를 차려입고 감색 두루마기로 마치 한복으로 정장을 갖춘 듯한 사극이나 옛날 드라마에서나 본 것 같은 복장을 하고 있었다.


“아침 공기가 하도 좋아서 이 아침 공기를 마셔볼까 해서 열었던 건데, 나도 정말 놀랐다. 갑자기 코를 삐쭉 세우며 움직이는 얼굴이 나타날 줄이야.... 하하”

“뭐예요! 사람을 넘어지게 하고서 그렇게 웃는 건!”

“하하! 산만한 황소도 쓰러뜨릴 백정을 부리는 자가 그렇게 쉽게 넘어지면 쓰나?”

“그러게요. 백정이라면 절대 안.... 네? 백정이를 어떻게?”


우람이가 자신의 앞에선 남자의 모습을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 볼 수 있었다.


“그 정도 알아본 걸 가지고 놀라면 ‘회광’이라고 부르면 아주 뒤로 자빠지겠구나?”

“에? 그것까지 어떻게 알고 있어요? 아저씨 눈에는 우리 백정이가 보여요?”


놀란 우람이를 보며 남자는 가만히 손으로 두루마기의 매듭을 차분히 쓸어내리며 공방의 문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저렇게 큰 덩치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한 일 아니겠니?”


우람이의 뒤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남자는 씩 웃음을 흘리고는 그렇게 공방 안으로 모습을 감췄다. 놀란 우람이는 조심스럽게 그의 뒤를 따라 고양이 걸음으로 들킬 새라 공방 안으로 들어갔다. 할아버지에게 공손하게 예의를 갖추며 목례를 하는 남자의 모습을 뒤로 문이 닫혀버리는 바람에 계속 그를 관찰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우람아! 여기서 뭐해?”


뒤에서 자신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세찬이의 말소리에 우람이는 다시 한번 소스라치게 놀라서 깜짝 놀랐다.


“아휴! 깜짝이야! 정말 놀라서 돌아가시겠네, 오늘!”

“뭘 그렇게 보는데 놀라? 방으로 들어오라고 불러도 못 듣고...”

“어 그게 아니라.... 방금 저 안에 들어간 사람 봤어?”

“어. 할아버지 오랜 제자라고 하던데...할아버지에게 선생님이라고 부르던데... 왜? 아는 분이야?”

“저 사람이 우리 백정이를 알아봤어. 회광이라고 이름까지 정확하게 말하고...”

“정말? 백정이를 볼 수 있는 어른이 있다는 거네?”


언제 왔는지 고운이가 팔짱을 끼고 우람이의 옆에서 중얼거리듯 물었다.


“어휴! 오늘 왜 이렇게 놀라게 하는 사람들이 많냐! 넌 언제 나타나서 내 옆에 서 있었던 거야?”

“부네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네.”

“무슨 말이라도 들은 거야?”

“아니,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 그리고 먼저 걸어온 사람들을 조만간 만나게 될 거라고 했거든.”

“같은 길을 걷는? 먼저 걸어온...?”

“무슨 시도 아니고 표현이 그렇게 어렵냐?”

“뭐 그렇게 어려울 것도 없어.”


세 친구의 대화를 비집고 처음 보는 목소리가 멀리 우물가 쪽에서 들렸다.


“어? 누구세요?”


작고 다부진 체격의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형이 가방을 한쪽 어깨에 맨 채 동그란 안경을 끼고서 손에서 연신 게임기를 눌러대며 말을 걸어왔다.


“어? 그거 처음 보는 거네? 그건 무슨 게임기예요? 플스도 아니고 스위치도 아닌데...?”


게임기에 관심이 많은 우람이가 그가 만지작거리고 있던 게임기를 보며 물었다.


“게임에 대해 잘 아나 보지? 이건 시중에 뿌려져 판매되는 게임기가 아니야. 아마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을 거야. 이 세상에 오직 단 하나만 있는 게임기거든.”


남자가 계속 게임기에서 눈을 떼지 않고 천천히 마당으로 걸어 들어가며 공방 쪽으로 향했다.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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