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상씨의 탈> 3부 - 1

하나. 귀신 들린 아이돌 - 상

by 발검무적

하나. 귀신 들린 아이돌


“꺄아아악! 오빠!”


막 방송을 마치며 밖으로 나서는 아이돌 멤버들을 향해 소녀팬들의 목소리가 쏟아져 흘렀다. 매니저에게 둘러싸여 손을 흔드는 그들의 동작 하나하나에 소녀팬들은 뒤로 넘어갈 듯 발을 동동 굴러가며 어쩔 줄 몰라했다.


“야! 그만 들어가자.”


일일이 손을 흔들어주던 리더의 모습에 참다못한 매니저가 그를 감싸듯 안고서 막 도착한 커다란 밴에 밀 듯이 태우고 문을 닫았다.


“이 악마 돼지!”


소녀들 사이에서 매니저를 향한 저주의 욕설이 거침없이 튀어나왔다. 그녀들의 거친 언행에 이미 익숙한 듯 매니저는 얼른 차의 앞으로 가서 보조석에 올랐다.



“야! 산아! 너만 그렇게 천사 되면 좋냐?”


차가 달려드는 소녀들을 뒤로하고 방송국을 빠져나가며 매니저가 투덜대며 산에게 한 마디 던졌다.


“그래도 우리 좋다고 이런 궂은 날씨에 한참을 기다려준 애들인데 어떻게 매몰차게 모른 척을 해, 형은.”


리허설에 본 방송까지 지칠 만도 했지만 산은 밝은 웃음을 띄며 대꾸했다.


“에휴! 너 같은 보살 하고 내가 무슨 말을 하냐! 그냥 나만 나쁜 놈 되는 거지. 하여간 다음부터는 얘들 없는 쪽 통로로 좀 다니자.”


매니저가 운전을 하는 로드 매니저에게 한 마디 던지고서는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누웠다.



“야! 산! 아까 그 말은 무슨 뜻이야?”


아까 방송에서부터 뭔가 날카로워져 있던 한율이 시비 걸 듯 다시 웃음 띤 얼굴의 산에게 말을 건넸다.


“무슨 말이냐니? 뭐가?”


“아까 리허설할 때 니가 분명히 그랬잖아. 왜 거기서 그런 짓을 하고 있냐고?”


“엉? 내가 그랬어?”


심각한 표정으로 날카로워진 한율에게 산이 아무렇지 않게 되물었다.


“너 정말 좀 이상한 거 아냐?”


“놔둬라. 쟤 그러는 거 하루 이틀도 아니고 뜬금없는 헛소리도 이젠 익숙해질 때도 되지 않았냐?”


옆에서 핸드폰으로 게임에 계속 집중하고 있던 다른 멤버 정웅이 심드렁하게 한 마디 던졌다.


“혹시 너 정말로 귀신이라도 들린 거 아냐?”


“귀신은 무슨!”


말은 그렇게 했지만, 늘 웃음기가 가득한 산의 얼굴이 아주 잠시였지만 어둠이 내려앉았다가 이내 다시 본래의 표정으로 돌아오는 것을 눈치챈 멤버는 아무도 없었다. 지친 몸에 잠시라도 눈을 붙이라며 전체를 소등해준 매니저의 배려 덕분이었다. 차가 일산 쪽에서 강남으로 향하기 시작하며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서울의 어둠은 짙어만 갔다.



“오늘도 그런 일이 있었다구?”


기획사 대표는 심각한 표정으로 한율과 매니저를 번갈아 쳐다보며 이맛살을 찌푸렸다.


“저는 이제 저런 녀석이랑 같이 춤추고 노래하는 거 못하겠다구요. 얼마나 기분이 찝찝한 줄 아세요?”


“한율아! 그래도 뭐 직접적으로 사고가 있거나 너한테 시비를 거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책임추궁으로 이어질까 봐 안절부절못하며 매니저 대표의 눈치를 보며 한율의 폭탄발언이 터질까 싶어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했다.


“야! 한석아! 한율이 말이 맞아?”


대표가 자리에서 일어 두 사람 앞으로 나오며 소파에 앉으며 두 사람을 올려다보았다.


“아니, 대표님. 그게 아니라, 사실 산이는 그런 말을 하거나 하는 걸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또 특별히 뭐 대단한 말을 하는 것도 아니라서요.”


“뭐가 아니에요! 형도 봤잖아요. 지난번에는 히카루가 이상한 저주 같은 거 하는 것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해서 날려버렸잖아요!”


한율이 한껏 날카로워져서 언성이 높아졌다.


“올려다보기 목 아프니까 앉아서 차분하게 이야기해. 한석아! 지금 얘기 무슨 말, 하는 거야? 히카루가 마약에 손댔다가 걸려서 검찰에 달려들어간 건 원한 샀던 마약쟁이들이 찔러서 그런 거 아니었어?”


“아, 맞죠. 한율아! 그건 니가 오버하는 거라니까! 왜 대표님 심란하게 이러냐, 정말! 일단 앉아 앉아서 조금 진정하고 찬찬히 얘기하자.”


한율을 소파에 앉히려는 매니저 한석의 손을 뿌리치며 외치듯 말했다.


“형도 봤잖아요. ‘어디서 남의 나라에 와서 하얀 가루나 마시고 약기운에 퍼져서 딴따라 짓을 하는 거냐!’라고 엄청나게 큰 목소리로 떠들어서 스텝이니 주변에 있던 사람들 다 듣고, 카메라에 녹화되었다고 하는 거, 방송국에서 쉬쉬하고 다 지웠다고 하면서 피디가 소장본으로 사람들한테 돌렸다는 거.”


“뭐라구? 산이가 정말로 그런 말을 했다는 거야?”


“아니, 그게. 대표님.”


“한율이 너 지금 방송국에 그 장면을 찍은 걸 몰래 돌려보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지? 한석이 너 그거 당장 구해와 봐!”


“아니. 대표님 뭐 그렇게까지 하실 건 아닌데...”


“됐고. 한율이도 여기 앉아서 얘기를 좀 자세히 해봐. 그 일 말고도 그런 이상한 일이 많이 있었어?”


한율이 그제서야 억울한 표정으로 대표의 앞쪽으로 털썩 앉으며 머리를 부여잡고 말했다.


“그 새끼가 말하면, 그게 사실인 것처럼 다 벌어져버린다구요. 오늘 저한테, 그놈이 저한테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냐고 시비 걸 듯이 말해서 리허설도 다 망칠 뻔 했다구요. 그런데 소름이 끼쳐서 어떻게 카메라 앞에서 웃으면서 춤추고 노래를 하냐구요?”


“알겠다. 일단 내가 그 영상을 구해서 볼 테니까 일단 한율이 너는 일정 잘 소화하고 정 불안하며 한석이한테 내가 말해둘 테니까 조금 쉬고 내가 아는 후배가 잘 나가는 정신과 의사도 있으니까 상담 붙여줄게 마음 편하게 먹고 있어. 너무 불안해하지 말고. 음악은 멘탈이 나가면 절대 제대로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야. 알겠지?”


“그래. 한율아! 니가 좀 예민해서 그런 거야. 너도 알다시피 산이가 마냥 해맑은 녀석 아니냐. 그런 녀석이 뭐 특별하게 그런 게 있다구.”


“이 바닥에서 그 자식이 귀신 들렸다는 거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다들 여기저기서 쑤군거리다구요.”


“아! 이 자식이...”


결국은 한율의 입에서 그 말이 튀어나오고야 말았다. 매니저 한석을 머리를 움켜쥐며 힐끗 대표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며 눈치를 살폈다.


“귀신이 들려?”


대표가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는지 되묻듯이 다시 흥분해하며 씩씩거리는 한율과 이미 포기한 듯 얼굴을 구기는 매니저 한석을 번갈아 보았다.


“한석이 너 이 자식! 이 정도가 될 때까지.... 나한테 아무런 보고도 없었잖아! 한율이는 숙소에 돌아가 있어. 내가 조치해둘 테니까. 한석이는 여기 남아.”



대표가 굳이 하루 이상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그 문제의 영상은 이미 한석의 핸드폰에 들어있었다. 한석에게 당시 음악프로그램 FD가 직접 보내준 자료였다. 한석은 애써 이 영상이 돌아다니지 않게 해 달라는 조건으로 그에게 원본을 받는 조건으로 로비 용도의 돈까지 건넸다고 대표에게 토로하고는 그 영상이 담긴 태블릿을 두고 이제까지 있었던 일에 대해서 하나하나 이야기를 건넸다. 영상은 처음엔 그저 흔한 아이돌들의 리허설 장면이었다. 훈련받아 오랜 기간 연습생 생활까지 마쳤던 히카루와 겐지가 여섯 명의 멤버 중에 들어 있는 다국적 아이돌 그룹 ‘핫 스타즈’였다. 일본의 스폰서가 회사의 자본을 대고 있다는 소문이 있어서였는지 다국적 그룹의 멤버를 잘 구성하지 않게 된 한국 기획사와는 달리 곱상하게 생긴 일본인 멤버를 두 명이나 넣어 메인으로 밀고 있는 그룹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막 리허설을 마치고 한쪽에서 자기들끼리 희희낙락 대며 내려오고 있었고, 한율과 산이 주축이 된, 아이돌 그룹 XYZ가 막 다음 리허설 무대로 올라갈 차례여서 서로 막 스쳐 지나가는, 그닥 특별하지도 않은 장면이었다. 그런데 늘 웃음을 띄고 있어 눈이 잘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사람 좋은 미소를 가진 산이 상대 그룹의 히카루와 살짝 부딪히는 듯 스쳐 지나가다가 산이 갑자기 뒤를 돌아 히카루의 뒤에다가 대고 엄청난 목소리로 일갈을 내뱉은 것이었다.


“네~ 이놈!”


그 일갈이 얼마나 컸던지 히카루는 그 자리에서 놀라 주저앉아 버렸고, 몇몇 여자 스텝들은 말 그대로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멍하니 그 광경을 쳐다보고 있었다. 무대를 향하던 카메라맨은 본능적으로 그들 쪽으로 클로즈업을 했고, 그 상황에서 산의 호통은 멈추지 않았다.


“감히 네 놈이 남의 나라 땅에 와서 약에 취해 같잖은 잡귀를 불러들여 저주 따위를 해? 네~ 이놈! 이 참에 당장 네 놈들의 나라로 썩 꺼져버리거라! 내 그렇지 않으면 네 놈의 그 지저분한 저주의 인형에 밤마다 사람 피를 묻혀가면서 무슨 짓을 하는지 만천하에 다 까발려줄 것이야! 감히 이 나라가 어떤 곳이라고 너희 같은 것들이 함부로 나대로 설친단 말이냐~!”


쩌렁쩌렁하면서도 걸걸한 그 목소리는 결코 대표가 들어온 맑고 깔끔한 평소 산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카메라맨이 놀라 자연스럽게 클로즈업한 산의 얼굴을 보고 대표는 가만히 보고 있던 태블릿을 손에서 떨구고 말았다. 카메라맨도 똑같은 느낌이었는지 카메라가 휘청하는 듯하더니 클로즈업된 산이의 얼굴은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마치 절의 입구에서 나쁜 짓을 한 이들을 짓밟고 있는 사천왕상의 얼굴에서 볼 수 있는 도저히 평상시 웃음을 만면에 띄고 다니던 산이의 얼굴이라고는 볼 수 없는 얼굴이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주 잠시였지만 산이의 입에서 빠르게 무슨 중얼거리는 말 같은 것이 나오는 듯했지만, 이미 혼비백산하여 바지에 오줌까지 지린 히카루는 정신을 잃고 주변의 여자아이들은 눈물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자신도 모르게 태블릿을 떨군 대표는 다시 가만히 태블릿을 잡고 화면을 앞의 산의 얼굴이 나왔던 부분으로 돌렸다. 산의 표정이 험악한 사천왕상의 얼굴이 되어 외침이 울림으로 번져 사람들이 혼비백산할 무렵 카메라를 응시하며 산이, 아니 그 무엇인지 다른 존재가 무엇이라고 말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빠르게 뭐라고 중얼거리듯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그 무서운 얼굴의 존재는 뭐라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말소리는 작은 것이었는지 주변의 잡음에 묻혀서 뭐라고 하는지 잘 들리지 않았다. 그대로 대표는 떨리는 마음으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속도를 저속으로 하여 천천히 그 존재가 산의 입을 통해 뭐라고 말하는지 입술의 모양을 읽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대표는 천천히 그 입모양을 그대로 따라 하며 말소리를 내며 천천히 말을 해보았다.


“너..희...가....한....짓...을...후...회...하...게...해...주....마.”


자신도 모르게 다시 한번 놀라 태블릿을 떨구며 대표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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