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상씨의 탈> 3부 –7

네엣.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 상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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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엣.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아후~ 역사 수업은 좀 건너뛰고 무술 수련을 더 하면 안 되나?”


우람이가 억지 하품을 하며 집사의 눈치를 보며 세찬이와 고운이에게 눈을 찡긋거리며 도움을 청했다. 집사는 아무런 표정의 변화 없이 문 앞쪽에서 가만히 부동자세로 눈을 감고 있는 듯이 미동도 하지 않았다.


“오늘, 특별한 이야기를 해주신다고 하셨는데? 기억 안 나?”


세찬이가 몸을 이리저리 비틀고 있는 우람이에게 말했다.


“특별한 이야기? 아! 그, 그...”


우람이가 뭔가 생각날 듯 날 듯하며 이름을 대지 못하자 고운이가 한심한 표정을 지으며 가만히 팔짱을 끼고서 말했다.


“친일파가 어떻게 현재까지 우리나라를 장악하고 있는가!”


“맞아! 그 친일파! 우리가 지난번에 만나서 내쫓은 걔네들이 우리나라에 산다는 거야?”


우람이가 그제서야 생각이 났는지 호기심에 고운이에게 물었다.


“초등학교 때 선생님한테 조금 듣기는 했는데, 나도 자세한 것까지는 몰라. 그리고 친일파가 어떻게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있는지에 대해서는 교과서에서도 본 적이 없어.”


“물론 없겠지. 그렇게 대놓고 광고할 일은 아니니까 말야.”


역사 선생님이 어느 사이엔가 세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었는지 불쑥 나타났다.


“어? 안녕하세요.”


회장의 특별한 배려로 학업과 별개로 무술 수련과 함께 교양에 도움이 되는 과목들을 과외처럼 학원을 가는 대신에 특별 수련장에 별도로 마련된 세 사람만의 교실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매일 같은 일상이었다. 체력 수련이나 무술 수련도 그렇지만, 심성 수양을 위한 명상이나 눈에 보이지 않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개발된 다양한 4D 장비들로 구성된 수련장 공간은 세 아이들을 위한 특별학교 같은 것이었다.


학교의 정규 수업을 마치고 모두가 대치동의 학원으로 달려가는 것을 보며 세 친구들은 매일같이 수련장에서 다양한 수업과 공부를 통해 조금씩 성장해나가고 있던 터였다.


“자아, 그럼 바로 수업, 아니지, 우리들의 역사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대학에서 최연소 국사학과 교수가 되었다는 역사 선생님은 세 아이들에게 친구처럼 친근하면서도 그간 교과서에서는 전혀 배우지 못했던, 탈의 역사라던가 한국사가 어떻게 변모해왔는지는 우람이도 쉽게 알아들을 수 있게 이야기와 그림, 그리고 영화와 드라마까지 보여주면서 재미있게 강의해주어 세찬이와 고운이는 특히나 이 수업을 좋아했다.


“우람이가 아까 말했었지? 친일파는 나쁜 건데 어떻게 계속 우리나라를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지위에 그런 사람들이 있을 수 있느냐고?”


“네. 이상하잖아요. 친일파면 일본에 충성하겠다고 하고 우리 민족을 괴롭혔던 사람들인데 어떻게 그런 사람들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그렇게 높은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건지 전 도무지 해가 안돼요.”


“솔직히 저도 마찬가지예요.”


고운이도 우람이의 의견에 동의의 한 표를 던졌다.


“세찬이 생각도 마찬가지니?”


역사 선생님이 씨익 웃으며 늘 하던 식으로 물어왔다. 마치 세찬이가 뭔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지난주 수업 마지막에 이번 수업에 그 얘기를 해주신다고 해서 너무 궁금해져서 왜 그런 건지에 대해서는 인터넷과 책의 자료들을 좀 찾아봤어요. 그래서 대강은 이해가 가는데, 그 자료를 찾다 보니 최근에 활빈당 사건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오호! 역시 세찬이는 좀 다른데? 좋은 발전과정이야. 자아, 그럼 간단하게 아직 감을 못 잡은 친구들도 있으니 함께 정리해보자.”


“네.”


지루하다며 무술 수련을 하자고 했던 우람이가 어느 사이엔가 가장 눈을 반짝거리며 선생님의 얼굴에 시선을 집중했다.


“일제 강점기에 친일파들이 잘 살았던 것에 대해서는 당연히 이해가 가지?”


“그렇죠. 자기들이 잘 살겠다고 일본에 붙어서 우리 국민들이나 독립투사들 괴롭히고 그렇게 산거잖아요.”


“맞아. 그런데 그 사람들이 그냥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나 인력거를 끄는 사람들이었을까?”


“그건 아니죠. 정부의 대신이나 경찰, 법원의 판사 같은 사람들이죠. 어차피 낮은 신분의 서민들은 무서워서 그들을 따랐을 뿐이지 친일을 하겠다고 전면에 나설 수도 없는 사회적 입장이었을 테니까요.”


고운이가 똑 부러지는 논리로 대답했다.


“맞아. 고운이가 잘 말해주었다. 그런데 지금 고운이가 말했던 정부 고관이라던가 법관이라던가 경찰 간부를 했던 사람들이 말이다. 일본이 미국에 항복을 하고 나서 우리나라가 독립이 되었다고 선포하고 난 뒤, 다 돌아갔잖아?”


“그렇죠?”


우람이가 바로 답하며 역사 선생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다.


“그러면 일본인들이 장악하던 그 고위관직이나 법관, 경찰간부 등등을 누가 했을까?”


우람이가 바로 대답하려고 준비하고 있었지만, 갑작스럽게 던져진 어려운 질문에 움찔하며 입을 바로 떼지 못했다.


“미군이 들어왔잖아요.”


고운이가 질문하듯 대답했다.


“그렇지. 그런데 말이다. 미군이 한국어를 할 줄 알던가? 일본 사람들은 자기네들이 일본어를 하고 모두 일본어를 하라고 하고 한국어를 못하게 하면서 자기네 모국어로 통일했으니까 그냥 일본어로 일을 했는데, 미군은 영어밖에 할 줄 몰랐거든? 그렇다고 한국어를 할 줄 아는 것도 아니고 당시에 지금처럼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이 한국에 많았던 건 더더욱 아니고 말야.”


“결국 남아 있던 사람들을 쓸 수밖에 없었던 거죠.”


세찬이가 뭔가 불만이 섞인 얼굴로 툭 던지듯 대답했다.


“그래. 세찬이 마음 선생님이 충분히 이해한다. 선생님이 처음 그 역사적 사실을 확인했을 때 너무너무 화가 났거든. 잘못한 사람들은 벌을 받아야 하는데, 사회구조가 돌아가야 한다는 이유로 그 일을 했던 사람들이 그대로 그 자리에 있거나 심지어 일본인들이 차지했던 그 윗자리를 차지하면서 책임자가 되어버린 거야.”


“그런 말도 안 되는 짓을 왜 했어요? 대통령이 가만히 있었대요? 어떻게 그런 사람들을 가만히 놔둘 수가 있죠? 정말 큰 죄를 지은 거잖아요.”


“미국은 미국대로 한국이 빨리 시스템을 갖추고 돌아가길 원했고, 그러려면 눈치 빠르고 원래 일을 잘하던 그 사람들이 편했던 거야. 여기서 오늘 우리가 이야기하려는 핵심이 나오는 거지. 바로 지금 우람이가 말했던 그 진리. ‘잘못한 사람은 그 잘못에 대한 댓가를 반드시 치러야만 한다.’”


“당연하죠! 그렇게 안 하면 다들 친일파 할걸, 하고 후회하지, 누가 독립투사로 목숨 걸고 나라를 위해 싸우겠어요? 독립군이나 독립투사들은 다들 어디에 있었는데요?”


“당시 조선에 있을 수 없어서 한국을 떠나 있던 사람들 중에는 중국에 가 있던 사람들도 있고, 일본에서 유학을 했던 일본 유학파도 있었지만, 미국에 가서 미국 유학을 한 사람들도 제법 있었단다.”


“아! 그럼 미국에 있던 사람들이 와서 일본 편이었던 친일파들 다 정리해줬으면 되잖아요.”


우람이가 답답한 표정으로 다시 되물었다. 고운이는 상황을 좀 듣고 나니 세찬이가 왜 그렇게 불만 섞인 표정이었는지, 그리고 당시 상황이 왜 그렇게 꼬였는지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결국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서 그 사람들끼리 서로 봐주기를 한 거군요.”


“역시 우리 고운이가 우등생이라니까! 빙고! 그때부터, 아니 사실 조선시대부터 정치한답시고 당쟁을 일삼던 사람들이 시작이긴 하지만, 일단 근대사회에 들어오면서 현재의 대한민국이 삐뚤어진 출발을 하게 된 원인이 바로 그들에게 있었던 거지.”


“그들이라면 정확하게 누굴 말씀하시는 거예요? 친일파랑 미국 유학파 독립투사들?”


“당시에 나라가 독립되었다고 반가워하며 한국에 모인 모든 사람들을 말하지. 특히 대한민국 임시정부 관련자들과 대한민국에 정부를 세워야 한다고 정치에 발을 들여놓았던 사람들 전부, 그리고 그 틈에서 자기들의 살길을 모색하기 위해 끊임없이 여기저기 손을 뻗어댔던 그 친일파들.”


“그렇군요.”


“자아, 그럼 여기서 아주 간단하지만 현대사에서 대답하기 어렵다는 질문 하나를 하지.”


“선생님은 질문밖에 몰라요? 뭔 그렇게 맨날 물어봐요? 물어보는 건 학생인 우리들이 하는 거지, 선생님 수업에서는 선생님 질문이 절반이 넘는 거 아세요?”


우람이가 입술을 삐죽거리며 투덜거렸다.


“오케이! 그럼 이거 맞추는 사람에게는 오늘 특별히 선생님이 아이스크림 파인트 쏜다!”


“오호! 빨리 문제를 주세요.”


우람이가 바로 표정이 바뀌어서 귀를 쫑긋거리며 시선을 모았다.


“일제 강점기에 법관이었던 사람들은 친일파가 맞을까?”


“그건...”


“아직이야. 아직 본질문이 남았어. 그 사람들의 자식들은 이후에 어떤 직업을 가지고 어떻게 이 땅에서 살았을까?”


역사 선생은 세 아이들과의 토론 수업이 너무 즐거워 어쩔 줄 모른다는 듯이 이야기에 푹 빠져 있는 사람처럼 싱글거리며 웃으며 질문을 던졌다.


“당연히 좋은 학교를 가서 좋은 교육을 받고 돈도 많이 벌어서 좋은 집에서 살고 계속 그 돈을 불려 나갔겠죠? 그리고 그 자식에 자식들도 또 법관이나 검사가 되었을 테고... 지금 변호사인 집에서 애들한테 변호사가 되라고 하고 의사집에서 의사가 되라고 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세찬이만이 아까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으음. 오늘의 주체가 세찬이의 밝음을 잔뜩 흐름으로 바꿔버렸구나. 하지만, 세찬아! 정답을 이야기해나가기 전에 역사 공부를 우리가 왜 하는지에 대해 선생님이 말해주마.”


“아니 그건 내가 말해주는 게 더 낫겠군, 황 교수,”


어느 사이엔가 네 사람의 뒤쪽에서 집사의 앞에 흰 한복에 뒷짐을 지고 회장이 웃고 있었다.


“아! 선생님!”


아이들의 역사 선생인 황 교수가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회장에게 인사를 했다.


“어? 회장 아저씨가 선생님의 선생님이에요?”


세찬이와 고운이까지 일어나 함께 인사를 하고 나서 우람이가 역사 선생님이 회장에게 정중하게 인사하는 것을 보며 물었다.


“선생님에게 역사를 알려주신 분이고, 지금의 선생님을 만들어주신 분이지. 내가 유일하게 세상에서 존경하는 ‘진짜 선생님’!”


황 교수가 우람이에게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황 군이 공부는 안 늘고 아부만 느나 보구나. 허허허.”


회장이 웃음을 띄우며 말했다.


“세찬아! 그리고 고운아! 우람아! 내가 왜 역사 선생님까지 불러가면서 너희들에게 역사공부를 하라고 하는지 아니?”


회장이 세 친구에게 물었다.


“저희가 탈의 영혼을 계승한 사람으로서 우리 역사나 얼에 대해서 잘 알고 이해를 하는 게 도움이 되기 때문, 아닌가요?”


고운이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물론, 맞는 대답이다. 하지만, 아까 역사 선생님이 말하려던 것처럼 역사 공부를 하는 것은, 오늘 우리의 부끄럽게 삐뚤어진 역사를 공부하며 심사가 불편해진 세찬이의 마음처럼 이미 흘러가버렸기 때문에 바꿀 수는 없지만, 그 잘못을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마음에 새기는 공부를 하기 위함이고, 다시 그 잘못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란다.”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가서 그때의 잘못을 다 바꿔버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세찬이가 속상한 표정으로 회장에게 말했다.


“나는 그 당시에 그 자리에 있었지만, 결국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단다.”


“네? 그게 몇 년 전인데 회장 아저씨가 그때 그 자리에 있을 수가 있어요?”


우람이가 놀라며 회장에게 물었다.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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