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상씨의 탈> 3부 –8

네엣.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 하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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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말이다.”


회장이 지긋이 웃으며 설명을 해주려는데, 뒤에서 집사가 다가와 회장에게 뭐라고 귀엣말을 남겼다. 회장의 얼굴이 갑자기 심각해졌다.


“황 교수, 어쩌지? 아무래도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만 해야 할 것 같은데? 세 친구들을 급하게 데려가야 할 일이 생겼구나.”


“괜찮습니다. 수업은 다음에 또 하면 되니까요. 급한 일인 듯한데, 얼른 가보셔야죠. 얘들아! 오늘 이야기 나눈 것에 대해서 잘 생각해보고 다음 시간에 다시 보자.”


“지금 회장님과 함께 나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대로 몸만 가시면 됩니다.”


집사가 묵직한 목소리로 세 친구에게 말했다.


“지금요? 이 밤에요?”


회장을 따라 집사와 함께 건물 지하의 주차장으로 향하며 우람이가 물었다.


“우리가 찾던 또 다른 친구들을 오늘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구나.”


회장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끼이이익-


주차장 앞으로 검은색 밴이 멈춰 서고 문이 열렸다. 밴에 오르면서 고운이가 말했다.


“우현이 오빠?”


운전석에 익숙한 얼굴의 우현이 앉아 핸들을 잡고 있었다.


“다 탔습니다. 조심해서 다녀오십시오.”


집사가 밴의 문을 닫기가 무섭게 우현이 차를 급히 몰며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9시가 넘은 강남의 테헤란로에는 아직도 차들이 제법 몰려 있었다.


“그래. 오늘이라구?”


휴대폰을 들고 회장이 조용히 물었다.


“네. 저는 이미 와서 대기 중입니다. 초랭이의 기계에도 아마 곧 파동이 잡힐 겁니다. 너무 늦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전화기 반대편의 남자가 정중한 어투로 대답했다.


“우현아! 확인되었더냐?”


운전을 하고 있는 우현에게 회장이 물었다.


“네. 작지만 움직임들이 하나씩 모여들고 있습니다. 여기서 그리 멀지 않아요. 청담동쪽이예요.”


말없이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는 세찬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회장 아저씨, 지금 어디를 가는지 여쭤봐도 되는 건가요?”


“그래. 너희들에게 설명해주는 것을 깜빡했구나. 사실 오늘 이렇게 갑자기 일이 터질 줄 몰랐는데 아무래도 저쪽이 하는 짓이 워낙 신출귀몰에 제멋대로인지라 예상하기가 어려웠구나.”


“그쪽이라니요?”


고운이가 조심스럽게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간략하게 설명해주마. 잘 듣고, 오늘 그들과 마주치게 되더라도 절대 상대에게 치명상을 입혀서는 안 된다. 물론 너희들이 다치지 않는다는 조건에 부합한다는 전제가 필수이긴 하지만. 아까 세찬이가 잠시 말했던 최근에 등장한 활빈당을 만나러 간다.”


“활빈당이요?”


우람이가 눈이 똥그레져서는 물었다.


“그래. 그 활빈당인 아무래도 우리와 똑같은 탈을 다루는 존재라는 것이 밝혀질 것 같으니 우리가 그것을 감추면서 그들과 접촉해야 할 듯 하구나.”


“우리와 똑같은 탈이라면, 벌써 나머지 탈의 영혼이 눈을 떴다는 말씀이신가요?”


세찬이 다시 놀라며 물었다.


“사실, 그들은 우리들과는 조금 경우가 다르단다.”


“네?”


“그들은 탈을 부리는 사람과 일체형이다.”


“일체형이요? 그러면...”


고운이가 놀라서 말을 하다 말고 멈칫했다.


“고운이는 그게 어떤 것인지 아는가 보구나. 아마도 엄마에게 들은 것이겠지?”


“그걸 어떻게...”


고운이가 지난 수련동에서 만난 스승의 존재를 회장이 아는 것에 다시 놀라며 말을 멈칫했다.


“너희들이 어느 경지에 다다르게 되면 탈의 존재와 물아일체의 경지로 합쳐져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되는데, 그건 정말로 엄청난 영력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단계이지. 그런데, 너희들처럼 12살 생일이 아니라 태어났을 때부터라던가 중간에 어떤 운명적인 계기를 통해서 자신의 몸안으로 탈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단다. 이유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그들은 우리가 겪은 것처럼 12살의 간지를 모두 채우고 받아들이고 별도의 존재로 함께 하는 것이 아닌, 인간의 몸을 숙주로 하여 두 영혼의 존재가 함께 지내는 방식인 거지.”


“그런 게 가능해요?”


우람이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순간, 차가 급히 멈춰 섰다.


“어어!”


급한 정차에 모두의 몸이 앞으로 쏠렸다.


“선생님! 아무래도 저희가 만나러 온 걸 알고 마중 나온 것 같은데요?”


우현이 차 앞을 막아선 육중한 검은 그림자를 보며 말했다.


“제가 먼저 가서 길을 열어야 할 것 같습니다.”


우현이 차에서 내리려는데 우람이의 손이 우현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회광이 그러는데, 초랭이보다는 우리가 저쪽이랑 더 상성이 맞을 거래요.”


우현이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 우람이의 얼굴을 보며 다시 회장의 얼굴을 보며 물었다. 회장이 조용히 얼굴을 끄덕이며 말했다.


“일단 우현이는 전체의 파악을 위해 이쪽에서 베이스캠프를 치는 것으로 하고 나는 아이들을 백업하마.”


“알겠습니다. 그럼, 모두 이걸 귀에 하나씩 끼워두렴.”


우현이 작은 박스에서 생체공학적인 모양으로 생긴 묘한 이어폰 레시버같은 것을 내밀었다.


“이걸 귀에 넣으면 이제부터 서로 소통하는데 큰 문제가 없을 거야.”


차 문이 열리고 회장과 세 아이들이 내렸다. 먼저 우람이가 차 앞을 막고선 육중한 그림자 앞으로 저벅저벅 걸어 나갔다. 그림자의 반대편 쪽에서 천천히 붉은 빛이 올라오며 백정 회광의 오로라가 눈에 보일 정도로 또렷해지기 시작했다.


거대한 청담동의 빌라촌 앞의 골목 앞에서 차나 사람의 어느 흔적이나 자취도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부터 일반인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반경 1킬로짜리 공간을 만듭니다.”


우현의 목소리가 모두의 귀로 자그맣지만 또렷하게 퍼졌다.


“알겠다. 조심해라. 저쪽에서도 우리가 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은 이게 함정일 수도 있는 거니까...”


회장이 끝까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세찬이와 고운이는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느끼며 주변의 한기가 온몸을 휘감는 느낌을 받았다.




“너구나? 부네탈을 부리는 애기씨라는 친구가?”


분명히 눈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누군가 귓가에 뭐라고 속삭이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고운이가 바짝 긴장하며 다시 방어자세를 취하며 사방을 경계했다.


“누구야?”


고운이가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보이지 않는 존재예요, 고운님.”


어느 사이엔가 모습을 드러낸 부네가 고운이의 반대쪽에서 등을 기대며 사방을 경계하며 속삭이듯 말했다.


“부네도 왔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마치 얼굴 곁에 누군가 얼굴을 대고 말하는 것처럼 다시 차가운 속삭임이 이어졌다. 이 상황이 재미있기라도 한 것처럼 목소리는 재미있어하는 아이의 목소리였다.


“누군지 당장 모습을 보여! 이런 장난, 난 딱 질색이니까!”


고운이의 질문은 마치 동굴의 어둠 속에 갇히듯 사방 공간에 울려 퍼지며 머리를 어지럽혔다. 귀에 꽂고 있던 레시버의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기엔 너무 늦은 상황이었다.




“오호! 네가 그 유명한 방상씨의 짝지로구만?”


걸쭉한 목소리가 잔뜩 긴장한 세찬이의 앞을 막아섰다.


“누구세요?”


방어 자세를 취하고 어둠 속에서 천천히 나오는 존재에 세찬이가 시선을 집중했다.


“처음 만나는데도 처음인 것 같지 않은 것이 익숙한 그쪽 냄새가 물씬 나는 것이 맞긴 맞나 보네.”


허리가 구부정하고 어기적거리며 뒷짐을 지고 앞쪽에서 얼굴의 주름이 자글자글한 존재가 다가오고 있었다.

“어? 저건....?”


세찬이가 앞에서 다가오던 존재의 얼굴을 정확하게 바라보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말문이 막혔다.




“탈의 영혼이 느껴지지 않는다. 사람이야.”


백정 회광이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앞으로 걸어가던 우람이의 곁에서 물었다.


“사람? 사람이 저런 기운을 낼 수 있다구?”


다가서자 그림자만큼이나 육중하면서도 터질듯한 근육으로 다져진 마치 또 다른 백정 회광을 보는 듯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다가서는 우람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 앞으로는 더 이상 한 걸음도 못 간다.”


약간 어눌한 발음의 남자가 우람이에게 말을 걸어왔다.


“누구시죠?”


“내가 누군지는 전혀 중요한 점이 아니다. 나는 주군을 지키는 자. 주군의 명에 따라 너희는 이 앞으로 단 한걸음도 나갈 수 없다.”


“주군?”


당장 앞을 뚫는다고 해도 아까부터 느껴지지 않던 다른 친구들과 회장의 기운이 사라져 버린 상황에 앞을 지키고 있는 존재가 일반인이라는 것이 우람이를 혼란스럽게 했다.



“인정하겠나?”


결계로 보이는 부적 문양의 에너지장 같은 것이 두 겹이나 쳐진 고급 단독 빌라의 안에서는 이미 상황이 거의 종료되어 있었다.


“이깟 돈과 금이 당신의 목숨보다 중요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두꺼운 탈을 쓰고 있는 듯한 존재가 까랑까랑한 소프라노톤의 목소리로 금고 앞에서 기다란 일본도를 뽑아 든 가운 차림의 남자에게 물었다.


“안돼. 나까지 이렇게 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이제 곧 경찰이 들이닥칠 거다.”


그는 일본도를 움켜쥔 손을 연신 부들거리며 떨면서도 자신의 앞에서 압박감을 주는 존재에게서 공포를 내색하지 않으려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내게 필요한 건 당신의 재물이 아냐. 언론에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 한 가지를 알려주지. 모든 앞에서 피해를 당했다고 하던 자들이 함구하고 있던 사실을 말야.”


“뭐라구?”


“난 너희들의 커밍아웃과 정식 사과를 원해. 너희들이 가지고 있는 그까짓 재물은 관심이 없다구. 그러니까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라고 늘 말해왔어. 끝까지 자신의 뿌리를 밝히길 거부하고 사과하지 못하겠다고 하니까 너희들이 가장 소중해하는 그 재물을 없애버린 것뿐이야. 물론 그것도 원래 너희들 것은 아니지만.”


차분하게 설명하고 있는 존재는 탈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얼굴이 나무로 만들어진 듯 눈웃음을 짓고 있는 각시탈이었다.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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