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상씨의 탈> 3부 –10

다섯. 격돌 하회탈! - 하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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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서 눈이 더 커진 세찬이를 보며 상대는 생글거리는 듯 걸쭉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뭘 그리 놀래고 섰느냐? 방상씨는 어디 있고?”


분명히 몇 번이고 확인했던 하회탈 중에서 할미탈이었다.


“어떻게. 어떻게 된 거죠? 섞여있네요?”


세찬이의 뜻 모를 말에 할미탈의 존재가 다가오다가 멈칫하고 걸음을 멈춰 섰다.


“어라?”


고개를 갸웃갸웃하며 마치 춤사위를 하듯 세찬이를 살피던 할미탈이 말했다.


“넌 정말 우리와는 다른 존재로구나? 방상씨가 없이도 이공간을 다 알아차리고...”


“어디죠? 여긴?”


세찬이가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경계태세를 무너뜨리지 않으며 상대의 손끝부터 발끝까지 기운의 흐름을 읽고 있었다. 발은 지난달부터 배워두었던 태극을 그리고 상대의 움직임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만든 이공간이다.”


할미탈이 아무렇지도 않게 던지듯 말했다.


“여기서 뭘 하시는 거죠? 그리고 어떻게 탈의 영혼이 사람의 영혼과 함께 할 수 있는 거죠?”


“소문대로 잠재되어 있는 능력이 끝이 없다더니만 대단한 녀석이 나와버렸구나.”


세찬이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으며 세찬이의 공격권의 선을 밟듯이 절대 그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며 주변을 맴돌며 꾸부정한 자세의 할미탈이 말을 이어나갔다.


“이매탈들도 부리게 되었다지?”


세찬이도 이번에는 대답을 하지 않고 입술을 꾹 다물고 연신 눈을 돌리며 어둠 속의 공간을 읽고 있었다.


“여긴 내가 만든 공간이다. 어설프게 기계의 힘을 빌어서 만드는 공간 따위와는 달리 아무도 방해할 수도, 또 함부로 이곳에서 나갈 수도 없단다. 이건 귀신의 힘을 빌려서 만드는 거거든. 헤헤헤헤헤.”


장난기스러워 보이는 듯하면서도 그녀의 움직임에는 전혀 빈틈이 없었다. 먼저 세찬이가 공격할 이유는 없었지만, 어둠 속에 갇혀있어서는 밖에 상황을 알 길이 없었다.


“너라면 우리와 함께 할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어떠냐? 그쪽에서 나와 이쪽으로 오는 건?”


“이쪽이라면 어디를 말하는 거죠? 그리고 제가 여쭤본 질문에 아직 답을 안 하셨어요. 시간을 끄시는 거죠? 혹시 제 친구들을 곤란하게 하시려는 건가요?”


“이런 똘똘한 녀석을 보았는가! 알 것 모를 것 다 알고 챙기는 녀석이로구나. 이렇게 질문이 많은 녀석이 우리 배에 타게 되면 영 머리가 아파서 안 되겠는데?”


할미탈이 알 듯 모를 듯한 표현을 써가며 세찬이의 주변을 한 바퀴 돌았을 즈음이었다. 세찬이의 발동작이 태극을 그린 중심이 되는 곳의 바닥에서 검은 그림자 같은 손이 스윽 올라와 세찬이의 발목을 움켜잡았다.


“어?”


강한 힘으로 손만 나온 존재가 양쪽 발목을 꽉 잡았다.


“후우우우~ 출두하라, 삼별초!”


둥둥 둥둥 둥둥---


북소리가 조금씩 울리기 시작하며 어둠의 공간이 뒤흔들렸다. 발목이 잡힌 세찬이는 움직일 수 없었지만, 이매탈 모양의 패를 들고 외치자, 그 안에서 새어 나온 빛이 점점 커지며 번쩍하고 환하게 빛났다가 사라졌다.


“뭐, 뭐냐? 이것은?”


할미탈이 놀라서 뒤로 뛰어오르며 갑자기 나타나 세찬이를 둘러싼 존재들에게서 위협을 느꼈다. 이매탈을 쓰고 완전무장한 삼별초 군이 세찬이를 몇 겹으로 에워싸고 주변을 살폈다.


“아아악~!”


손만 나와 세찬이의 발목을 잡고 있던 팔에 이매탈에서 도끼가 닿기가 무섭게 놀란 말미잘의 촉수처럼 후다닥 다시 바닥의 어둠으로 사라져 버렸다.


“죽은 자의 혼을 다루는 능력인 듯합니다.”


세찬이의 곁에서 좌우에 눈빛만으로 명령을 내리는 대장이 나지막이 말했다.


“죽은 자의 혼을요?”


“이런이런 놈들을 봤나, 어디 할미 한 사람에 이렇게 많은 군인 장정들이 나타나고 지랄이야, 지랄이! 젠장할! 내가 이것들을 다 언제까지 붙잡고 있으라고...씨이”


할미탈이 자신의 곁에서 잡으려 상황을 살피는 이매탈을 보며 곤란한 듯 몸을 사렸다. 막 양쪽에서 이매탈이 달겨드는 순간, 그녀를 잡았다 싶은 순간 이매탈들의 손은 허공을 헤매었다.


영문을 모르는 듯 두 명의 하회탈 삼별초가 대장을 향해 고개를 가로저었다.


“헤헤헤헤! 내 공간에서 나를 잡으려 드는 놈에게 내가 옛소하고 잡혀줄 거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예끼 이 눔 들아! 오늘은 내가 바빠서 이만 간다.”


“파악은 끝냈습니다. 부적을 사용하는 일종의 진법입니다. 공간을 없애도록 하겠습니다.”


네 방향으로 달려 나갔던 삼별초군이 무기를 들어 대장의 신호와 함께 뭔가를 박살 내는 소리가 들리고는 어둠이 차츰 가시고 밤하늘이 형태를 드러냈다.


“그렇게 일부러 부숴버리지 않아도 열어줄 참이었구만,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무엇이다냐? 오늘은 내가 바빠서 이만 간다. 다음에 보자, 방상씨의 짝지~!”


할미탈의 걸쭉한 목소리는 허공에 메아리처럼 울렸다. 그제서야 사방에 퍼져있던 삼별초 이매탈의 자리에는 작은 돌무덤 같은 것이 박살난 흔적이 보였다. 어둠에 널찍해 보였던 그 공간은 빌라로 들어가는 공동 주차장이 입구였다. 집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채 20미터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발목을 잡혀 있었던 것이었다.


“이미 자취를 감췄습니다. 이 근처에서는 기운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삼별초 대장이 주변을 살피고는 세찬이에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세찬이가 바로 집안으로 뛰어들어가는데 조그마한 정원에 멍하니 서 있는 고운이가 먼저 보였다. 집안에서 회장과 키가 크고 홀쭉한 남자가 함께 걸어 나오고 있었다.


“다들 괜찮은 거야? 내 말 들려?”


갑작스럽게 귀에 꽂혀 있던 레시버에서 우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큰 소리로 떠들지 않아도 다 들린다. 우린 다들 괜찮다. 문 앞에 있는 우람이부터 챙겨주거라.”


회장이 레시버를 통해 우현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네. 선생님.”


“일단 오늘은 상견례 정도 한 것으로 만족하셔야 할 듯합니다. 선생님. 지금 경찰을 불렀으니 시간이 없습니다. 오늘은 여기서 자리를 피하시고 조만간 다시 있을 자리를 덮치던가 지금 그들이 노리는 주지를 미끼로 삼던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키가 훌쩍 큰 남자는 정중하게 회장에게 보고하듯 말했다.


“그래야 할 것 같구나. 그럼 뒷정리를 맡기고 우리는 일단 이 자리를 피해 주도록 하마.”


“고운아! 좀 괜찮아?”


멍해있는 고운이에게 세찬이가 다가설 때까지도 고운이는 내내 엄마를 언급한 그 목소리에 넋이 나간 사람처럼 생각에 잠겨 있었다.


“어? 아! 세찬아! 어떻게 된 거야? 어디에 있었어?”


고운이가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사람처럼 세찬이를 살폈다.


“할미탈을 만났어.”


“할미탈을?”


고운이와 회장이 동시에 세찬이에게 물었다.


“이 아이군요. 방상씨의 짝이라는...”


남자가 날카로운 시선으로 세찬이를 바라보았다.


“누구...세요?”


“오늘은 인사를 나누고 여유 있게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없겠구나. 곧 경찰이 들이닥칠 테니 그러면 귀찮아질 테니 얼른 돌아가기로 하자. 우람이와 우현이가 차에서 대기하고 있단다.”


“네.”


자신을 묘한 시선으로 쳐다보며 웃는 것인지 얇은 입술을 가만히 두고 있던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지만, 일단 세찬이는 고운이와 회장을 따라 바로 차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세찬이는 세찬이대로, 우람이와 고운이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현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인지 전혀 알지 못했던 우현의 입장에서는 궁금하고 답답해서 미칠 것 같았지만, 처음 우람이를 차에 태우던 때부터 세찬이와 고운이의 표정까지 보고서는 말을 걸 엄두를 내지 못했다. 불과 20분 거리의 돌아오는 길이었지만, 세 사람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서로 간의 상념에 빠져 서울의 강남 밤거리를 멍하니 보며 집으로 돌아왔다.


내일 학교에 가야 하는 입장들이라 모두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어야 했지만, 모두의 암묵적 동의하에 회의실에 회장을 중심으로 자리에 앉았다.


숙면에 좋은 대추차를 준비했습니다.”


집사가 말없이 찻잔을 한 사람 한 사람 앞에 놓아두었다.


“선생님.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레시버가 먹통이라 저는 아무것도 듣지도 못하고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는 이 상황이 답답하다구요!”


우현이 침묵을 깨며 회장에게 물었다.


“어땠느냐, 다들?”


회장이 세 친구를 향해 물었다.


“할미탈을 만났어요.”


세찬이가 심각하게 먼저 입을 열었다.


“할미탈을?”


우현이 놀란 얼굴로 세찬이에게 되물었다.


“저는 상대를 파악하지도 못했어요. 분명히 존재해 있었는데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어요. 부네의 말에 의하면 상대가 사용한 건 ‘기문둔갑술(奇門遁甲術)’이라고 했어요.”


고운이가 차분하지만, 아직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상대는 저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듯했어요. 저만 알고 있는 과거에 대해 모두 알고 있는 듯이 말했어요. 저도 모르게 흔들렸어요.”


고운이가 기운 빠진 목소리로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저는 분명히 상대가 사람이었어요. 어떤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어요. 그런데 백정과 함께 덤벼도 이기지 못하고 밀렸어요. 상대는 복싱을 하는 ‘그냥’ 사람이었어요.”


마지막으로 우람이가 아직도 분하다는 듯이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어느 사이엔가 우람이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거리며 어렸다.


그것은 탈의 영혼을 만나고 나서 당하는 첫 패배였다.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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