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상씨의 탈> 3부 –11

여섯. 나는 혼자가 아니다, 우리다. - 상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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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나는 혼자가 아니다, 우리다.


“그렇게 분한 게냐?”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입술을 앙다문 우람이에게 회장이 물었다.


“네.”


짧은 대답에는 많은 감정이 뒤섞여 흐르고 있었다. 세찬이와 고운이도 대답을 하지 못한 채 그저 가만히 책상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왜 오늘 너희들이 그들에게 아무런 힘도 써보지 못하고 당했을까?”


“그건 저희가 부족해서...”


세찬이가 분하지만 이제까지 자신이 복기하던 생각을 말하려다 멈췄다. 사실은 모두가 같은 생각 중이었다. 고운이도, 우람이도 모두가 자신들이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이렇게 어이없이 손도 써보지 못하고 밀리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탓하고 있었다.


“아니.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나도 선생님 의견과 같아. 너희는 강해. 나는 너희 나이 때 그 정도의 능력을 갖출 생각도 하지 못했다구.”


우현이 회장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 그저 기가 꺾여 의기소침해진 아이들을 북돋아주려는 의도만은 아니었다. 그건 절반 이상은 우현이 그 짧은 1년여의 시간 동안 가장 가까이에서 그 세 친구를 관찰한 솔직한 의견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저희들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 건 사실이잖아요.”


“맞다. 사실 며칠 있다가 이런 시간을 갖는 것이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긴급한 시기인지라 바로 이렇게 회의를 하게 되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으마. 이 자리는 이전의 패배를 복기(復記)하는 자리이다. 패배의 원인을 분석하고 다음을 준비하지 않는 자들에게 승리는 요원한 법이라는 병법(兵法)의 기본을 너희들에게 알려주려 한다. 지지 않고 이기는 장수는 없다. 너희는 오늘 아주 소중한 승리의 밑바탕을 배우고 온 게다.”


“네에?”


회장의 알 것 같으면서도 뜻 모를 말에 우람이가 눈물을 닦으며 되물었다. 고운이와 세찬이도 회장의 말에 주목하며 의구심의 시선을 던졌다.


“다시 물으마. 너희는 지난 수련동의 수련을 통해, 그리고 삼별초와의 훈련을 통해 짧다고는 할 수 없는 각성의 시간을 가졌다. 그만큼 이전과는 달라졌을 정도로 강해졌다고 스스로도 느꼈을 게다. 그런데 오늘 왜 그렇게 무력하게 물러날 수밖에 없었을까?”


“몰랐어요, 너무. 상대에 대해서”


고운이가 이제 정신을 집중할 수 있게 되었는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리고 흔들렸어요, 별 것도 아닌 심리 싸움에... 그 말 한 마디에.”


“좋은 분석이다. 너희가 아무리 탈의 영혼을 부리게 된 선택된 이들이라 하더라도 너희는 아직 10대의 사춘기 아이들이다.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지. 게다가 약간의 심리적 흔들림에도 모든 것을 망쳐버릴 수 있는 불안정함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일깨워줄 수 있는 싸움이 없었을 뿐, 그건 너희들이 현재 태생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약점이자 극복해나가야 할 부분이었다. 누가 가르쳐준다고 해서 알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던 것인데 오늘 한 번의 패배로 깨닫게 된 것이지. 그런데 내 생각에는 그것이 다가 아닌 듯 하구나.”


회장이 마치 수수께끼를 내듯 다시 묻고는 말없이 대추차를 가만히 들어마시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어요. 고운이의 말처럼 상대에 대해서 아무런 정보가 없기도 했지만, 매번 상대에 대해 모든 것을 다 알고서 싸우는 싸움은 없어요. 결국 나 자신에 대한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어요. 심지어 오늘 그런 전투가 발생할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회장 아저씨도 아무런 말씀을 해주지 않으셨고....”


세찬이가 말을 이어가려다가 멈추고 입술을 앙다물었다. 말을 하려다 보니 세찬이가 가장 싫어하는 변명과 핑계를 대고 있다는 스스로를 발견하고는 말을 멈춘 것이었다.


“사실 그랬어요. 상대가 사람인 것도 놀라긴 했지만, 정확하게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그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말라는 얘기 말고는 오늘 그들을 만나서 뭘 어떻게 해야 한다는 목적의식이 없다 보니 그저 물리치라는 것인지 명확한 목표 설정이 없어서 좀 그렇기도 했어요.”


우람이도 솔직하게 오늘 느꼈던 당황스러움을 털어놓았다.


“맞다. 그 점에 대해서는 내가 너희들에게 정확하게 알려주지도 일러주지도 않았으니 지휘관으로서 할 말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오늘 그들과의 만남은 정확하게 말해서 전투가 아니었고 우리가 그들과 싸워 무엇을 얻고자 함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너희들이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러 가면서 그들을 어떻게 하겠다거나 그들에게 무엇을 얻어내겠다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임하지는 않지 않을까?”


회장의 말을 듣고 보니 그의 말도 틀리지 않았다.


“그들은 누구죠? 제가 만났던 할미탈은 저희처럼 탈의 영혼을 부리는 아이들인 건가요? 탈의 존재는 만났지만, 그 탈을 부리는 아이들은 저는 보지 못했어요.”


세찬이가 말했다.


“그랬을게다. 그들은 너희와는 다른 물아일체형 존재들이거든.”


“물아일체형이라면?”


부네를 통해 뭔가 이야기를 들었던 고운이가 자신이 했던 생각이 맞는 것인지 헷갈리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 아마 부네와 고운이라면 느꼈을 수도 있겠구나. 세찬이는 느끼지 못했니?”


“할미탈에게서는 느껴지지 않았어요.”


“아마도 분리한 형태로 접근해서 그랬을 수도 있겠구나. 할미탈의 능력이 숙주가 되는 존재의 능력과 융합되면서 본래의 능력보다 훨씬 강화되었던 것을 오늘 느꼈었거든.”


“방상이만 있었더라도...”


세찬이가 오늘 방상이의 존재가 나타나 주지 않은 것에 대해 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입술을 앙 물었다.


“방상씨가 자주 발현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세찬이가 누구보다 잘 알 테니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기로 하자. 그리고 세찬이는 일단 이매탈을 언제든 불러낼 수 있으니 설혹 방상씨를 마음대로 불러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런 상황에 익숙해져 있어야만 한다. 방상씨에게만 의존하는 싸움은 위험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회장의 지적은 아프지만 정확하게 세찬이가 우려하고 걱정하던 부분을 때렸다.


“오늘 너희들이 상대에게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너희들이 너희 자신을 너무 믿었기 때문이다. 너희들의 수련이 독이 되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


“네?”


세 친구가 동시에 황당하다는 듯이 똑같은 소리를 내며 되물었다.


“앞서 우현이가 말했던 것처럼, 너희는 이미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강해졌다. 그래서 웬만한 상황은 혼자서 타개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오늘 그 이공간에 들어갔을 때도 서로를 엄호해주려는 생각보다는 혼자서 뭔가를 해내야만 한다는 착각을 하고 있었지. 상대는 오히려 그런 너희들의 약점을 너무도 잘 읽고 있었기 때문에 너희들을 갈라둔 것이고.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상대는 너희들이 뭉쳐서 상호보완적인 팀플레이를 하기 시작하면 그 힘이 얼마나 강하게 될지 알기 때문에 가장 먼저 너희들을 갈라놓은 거란다.”


“네?”


다시 한번 세 친구가 동시에 황당하다는 듯한 의문을 똑같이 날렸다.


“우현아! 지난번 준비해달라고 했던 내용을 아무래도 오늘 브리핑해야 할 것 같구나.”


“아, 네. 그거요? 잠시만요. 영상 띄울게요.”


노트북을 열고 만지작거리던 우현이 파일을 하나 클릭하자 회의실의 한 공간에 3D 홀로그램이 올라왔다. 각자 우람이와 고운이, 그리고 세찬이의 프로필과 백정, 부네, 이매, 방상씨의 모습도 함께 올라왔다.


“자아, 본래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은 자신이 부리는 탈의 영혼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공명을 하게 되어 있어. 그런데 그 공명(共鳴) 능력은 음양오행(陰陽五行)에 맞게 설계가 되어 있어서 서로 상성(相性)이 맞는 쪽이 있고 그렇지 않은 쪽이 있다는 사실을 선생님이 오래전부터 가설로 세워두고 계셨어.”


“음양오행이요?”


“동양철학에는 아주 오래전부터 자연스럽게 있어왔던 건데, 철학 수업시간에 조금들은 이미 배웠다고 들었는데 맞나?”


“네 배웠어요. 음(陰)은 마이너스, 양(陽)은 플러스. 소멸하고 성장하고 변화한다고. 그리고 음양에서 파생된 오행(五行), 그러니까...그게...”


우람이가 어렵다고 투덜거렸던 동양철학 강의가 기억났는지 설명을 시작하다가 오행에서 막혔다. 그다음을 고운이가 이어서 설명해나갔다.


“오행(五行)은 수(水)·화(火)·목(木)·금(金)·토(土)의 움직임으로 우주와 인간생활의 모든 현상과 생성 소멸을 해석하는 사상이다,라고 배웠어요. 실제로 우람이와 회광은 불의 기운을 기본적인 에너지로 삼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저와 부네는 물의 기운을 기본적인 에너지로 삼고 있다는 점도 확실하게 알고 있어요. 그런데 상성이라는 건 또 뭐죠? 아직 배우지 않았는데...”


“상성(相性)은 서로 간에 맞는 것과 맞지 않는 것을 말하는데 생극(生剋)의 개념이지.”


“뭔가 복잡한데요.”


“쉽게 설명하자면, 누구와는 아주 잘 맞는데 누구와는 아주 잘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거지.”


“아! 궁합이라고 철학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거랑 같은 거죠?”


우람이가 다시 철학 교수가 말했던 것이 생각났는지 힘차게 대답했다.


“맞아! 바로 그런 거지. 그런데 음양오행은 그렇게 딱 떨어지게 맞거나 맞지 않는 게 아니라 서로 상호보완적으로 어떤 대상에게 주는 것이 있다면 다른 대상에게 뭔가를 받아서 에너지를 완성시키는 개념이지.”


“그러면 우람이와 고운이가 그런 것처럼 다른 탈의 영혼들도 음양오행의 에너지를 타고난다는 것인가요?”


세찬이가 다시 물었다.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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