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상씨의 탈> 3부 –12

여섯. 나는 혼자가 아니다, 우리다. - 하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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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모든 탈의 영혼이 모인 적도 없었고, 만약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게 몇 백 년 전인지 기록이 남아 있는 것도 아니라 알 수도 없어서 제대로 알 도리가 없었지. 하지만 지금 상황은 다르지.”


우현이 우람이와 고운이를 향해 양팔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매탈은요? 그리고 방상이는요?”


세찬이가 자신의 기운에 대해서 제대로 된 설명을 듣고 싶은 마음에 다급하게 물었다.


“그러니까 데이터가 하회탈도 부족한데, 탈의 원형이라고 불리는 방상씨에 대한 정보나 기록을 찾을 수 없는 건 당연하잖아. 그래서 그동안 선생님의 명령을 받아서 내가 모은 모든 기록과 그간 너희들의 훈련과정에서 뽑아낸 데이터들로 시뮬레이션을 해봤어.”


우현이 다시 마우스를 움직이자 이번에는 우람이의 모습과 백정의 모습만이 확대되어 세부적인 수치들로 비교된 표 같은 그림이 튀어나왔다.


“여기에 나온 비교 자료처럼 우람이와 백정 회광은 아주 비슷한 에너지 운용구조를 가지고 있지. 하지만. 이쪽의 수치 그래프에서 보는 것처럼 완전히 똑같지는 않아. 특히 전투 모드로 들어가게 되면 더더욱 그렇지. 이렇게 말야, 한 번 봐봐.”


우현이 다시 노트북을 조작하자, 백정 회광과 우람이가 기운을 끌어올려 검을 불러냈을 때와 불타는 주먹이 되었을 때로 그림이 바뀌자 수치 그래프들은 아까와는 완전히 달라졌다. 그 그래프는 다시 합쳐졌는데 두 존재가 가지는 그래프의 수치가 다르다는 것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러네요? 왜 아까는 기운이 비슷하다고 했는데 다른 거죠?”


“슈퍼 컴퓨터로 시뮬레이션 한 수치를 분석한 결과, 두 가지 이유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


“그게 뭐죠?”


이번엔 가만히 지켜보던 고운이가 물었다. 고운이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려던 우현보다 앞서 회장이 입을 열었다.


“첫 번째는 지금 탈의 영혼들과 너희들이 일체화는커녕 조화된 싸움을 하는 훈련이 전혀 안되어 있다는 거지.”


“일체화요? 게다가 조화된 싸움이라는 게 뭐예요?”


“들은 적 있어요. 물아일체의 경지에 이르게 되면 탈의 영혼과 하나의 몸처럼 일체화될 수 있다고 엄마가 알려주셨어요.”


“엄마?”


우람이와 세찬이가 동시에 고운이의 말에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응. 사실 언젠가 말하려고 했는데, 나는 수련동에 들어갔다가 엄마의 영혼을 사부로 만났었어.”


“전대의 부네를 다뤘던 사람이 고운이의 어머니였기 때문이지.”


회장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고운이의 고백을 받았다.


“아저씨는 모두 알고 계셨어요?”


“얘들아! 선생님을 그냥 선생님으로 부르는 게 낫지 않을까? 너희들 계속 회장 아저씨라고 하는 게 좀 이상하지 않니?”


우현이 회장의 호칭이 듣기 거북했는지 말을 막았다.


“아무리 그래도 회장 아저씨는 도저히 나이를 가늠할 수가 없어요. 아까 역사 수업 때도 말하다 말았지만, 일제 강점기에도 직접 있었다는 말을 하셨었잖아요.”


“그것보다 두 번째 두 존재가 그렇게 다른 이유는 뭔가요?”


세찬이가 마음이 급했는지 다시 본론으로 이야기를 끌어와 물었다.


“두 번째는 아까 말했던 것과도 상관이 있는 건데, 어차피 탈의 영혼들은 탈이 만들어질 때부터 생겨난 영혼이기 때문에 그간의 역사와 경험을 모두 간직하고 있는 것에 반해, 탈의 영혼을 만 12살에 받아들인 인간은 그 모든 것을 체화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데 물리적인 시간이나 에너지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거지. 그래서 탈의 영혼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낮춘 채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너희들에게 모든 것을 맞출 수밖에 없는데 그게 원활하게 되는 게 아니거든.”


“으음.”


세찬이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굳이 탈의 영혼이 가진 힘을 따져보자면, 백정과 부네보다 방상씨가 압도적이라는 것은 부동의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비슷한 인간의 한계와 능력을 감안할 때 자신이 가장 맞추기 어려운 존재일 것이라는 사실까지 생각이 미쳤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회광이 저에게 힘과 능력을 맞추느라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거예요?”


“부네에게 그런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어요.”


회장이 두 사람의 투정 섞인 항변에 우현이 쪽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현이 다시 노트북을 만지자 이번엔 부네와 고운이의 능력치가 보여졌다.


“자아, 잘 보면 이게 고운이가 부네와 만나고 나서부터 우리가 조사한 에너지 레벨이야. 그리고...”


우현이 다시 노트북을 조작하며 말했다.


“이게 본래 지금 가지고 있는 에너지와 능력치를 수치화한 거야.”


갑자기 서로 가지고 있는 막대그래프의 높이가 부네는 한참 위로 올라가고 고운이는 지극히 작은 겨우 보일락 말락 할 정도의 게이지를 차지하고 있었다.


“뭐야! 저게? 저렇게 차이가 난다구? 우리가 그렇게 피나는 수련을 했는데도?”


우람이가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물론 이제 눈을 뜨고 1년이 채 지난 정도의 능력치고 너희는 상당히 훌륭하게 능력을 키워왔어. 하지만, 나도 초랭이와 일체화를 이루는 데는 무려 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구.”


우현이가 얼굴을 붉히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7년이요?”


“그것도 전대에 비해서는 ‘천재’ 소리를 들어가며 이뤄낸 성과였단다.”


회장이 덧붙이듯 말했다.


“그런데 너희는 내 성장 속도보다 엄청나게 빠르다는 거지.”


“그래도 현실은 저 그래프의 수치라는 거잖아요? 왜 회광은 그런 얘기를 나에게 안 해준 거지?”


우람이가 서운한 표정이 되어 어깨가 처졌다.


“자아! 생각해보렴. 만약 경주용으로 달리던 챔피언의 자동차가 있다 치자. 그 자동차보다 훨씬 더 좋은 기술로 훌륭한 기술을 통해 새 자동차를 만들어냈어. 하지만 이제 그 드라이버는 막 운전을 배우기 시작한 새내기이지. 챔피언과 똑같은 속도로 달릴 때만이 두 사람의 시너지가 확실하게 발휘된다고 한다면 챔피언이 힘들까? 새내기 드라이버가 힘들까?”


“그거야...”


우람이가 대답하려다 말고 세찬이와 고운이 두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세 친구는 그제서야 왜 백정이나 부네, 그리고 방상이가 자신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는지, 그리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막대한 에너지와 힘을 왜 마음대로 발휘할 수 없었는지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깨닫고 있었다.


“맞다. 탈의 영혼이 가진 능력 절대치가 저 그림이라는 거지. 실제로는 그 탈의 영혼을 부리는 사람의 능력이 그것을 받쳐주지 못하면, 발휘할 수 없게 되는 거란다. 그릇이 작으면 아무리 담고 싶은 것이 흘러넘쳐도 그 그릇 정도밖에 담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인 셈이지.”


“하!”


세 친구의 입에서 그제서야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하면 되나요? 그리고 아까 설명해주셨던 상성(相性)에 대한 것은 어떻게 되는 거구요?”


세찬이가 한꺼번에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일단 두 존재들이 함께 있을 때 어떤 상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그건 함께 훈련을 하는 수밖에 없어. 다행히 선생님이 이전 탈의 영혼들을 만났을 때 보고 들어서 알고 계신 데이터를 전해주셔서 보완하기는 했는데, 예컨대....”


“아니. 거기까지. 오늘은 거기까지만 하면 됐다. 무엇이 문제인지 알았고, 그것을 어떻게 보완해야 할지에 대해서 반성이 되었다면 오늘은 이만하면 됐다. 구체적인 훈련에 대해서는 이미 스케줄을 마련해두었으니 오늘은 이마 자고 내일 수업을 다녀와서 새로운 훈련에 대한 설명을 마저 진행하기로 하자꾸나. 내일 학교에 늦지 않으려면 이제 씻고 자야 할 시간이다.”


회장의 부드럽지만 통제력 있는 마무리에 세 친구는 그다음 날을 기약해야만 했다.



다음날.


수업을 어떻게 마쳤는지도 모르는 사이에 세 친구는 바로 수련장에 모였다. 새로운 수련 스케줄에 맞춘 훈련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밤새 잠 못 이루고 어떻게 하면 그렇게 무력하게 당한 복수를 상대에게 해줄까 하는 온갖 생각에 좀처럼 기다리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막 강의실로 사용되는 공간을 지나 수련장으로 가려는데 전면 화면에서 나오는 긴급 속보를 보는 회장과 우현의 모습이 보였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 활빈당의 숨겨진 메시지가 오늘 검경이 공통 기자회견을 하면서 드러났습니다. 활빈당의 목적이 돈이 아니었다는 것과 그간 타깃으로 삼았던 이들이 모두 친일파의 자손들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모은 부와 명예에 대한 것을 국민들 앞에 사죄하라. 그렇지 않으면 당신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것들을 모두 없애주겠다는 공통된 메시지가 있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지금 기자회견에 나가 있는 송기자 다시 불러보겠습니다.”



“결국 터트렸군.”


회장이 허탈한 듯이 말했다.


“잘 된 거 아닌가요? 결과적으로는?”


우현이 조금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회장에게 되물었다.


“자칫 몇 마리 야수를 잡겠다고 숲을 장악하고 있던 괴수를 놓쳐버릴 수 있으니 문제라는 거지.”


“괴수(怪獸)요? 우리가 상대하는 쪽이 괴수(怪獸)인 건가요?”


“이 정도로 숲에 불을 놓고 온 난리를 치게 되면 당연히 몸집이 크고 자신을 노린다는 것을 아는 놈들은 전면 승부보다는 숲을 버리고 다른 숲으로 가버리면 그만인 형세가 만들어지고 만다. 게다가 지금 그들을 압박하고 있는 상대가 어제 우리가 만난 그들인데.... 그들도 우리가 지켜줘야만 하는 동지라는 게 문제인 게지.”


회장이 심각한 표정이 되어 자리를 옮기려는데 언제 들어왔는지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안쪽 수련장 입구에 기대어 있던 남자가 대답했다.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겁니다. 저 기자회견은 결국 그들을 한꺼번에 잡겠다는 법비들의 잔수에서 나온 것이니까요.”


“어?”


우람이와 세찬이가 남자를 보며 동시에 놀란 표정으로 외쳤다. 남자는 어제 새벽 현장에서 회장과 함께 있던 키가 2미터에 가까워 보일 정도로 훤칠하고 다부진 어깨에 다소 말랐지만 빈틈이 없는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머리를 잘 빗어 넘긴 외모를 가진 바로 그였다. 하지만 세찬이와 우람이가 놀라서 외쳤던 것은 새벽에 만났던 그가 아무렇지도 않게 그 안에 들어와 있었다는 것만이 다는 아니었다. 분명히 하얀 도포자락을 날리며 남자의 뒤에 30센티정도 공중에 떠서 팔짱 끼고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선비 탈 때문이었다.


“소개하마. 새로운 너희들의 술법(術法)* 선생님이다.”


“네에?”



다음 편에 계속...




주) 술법(術法)


음양(陰陽)과 복술(卜術)에 관한 이치 및 그 실현 방법.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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