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상씨의 탈> 3부 –13

일곱. 활빈당 당수, 홍길동 등장. - 상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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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활빈당 당수, 홍길동 등장.


뉴스 특보가 나가기 4시간 전 방송국내 보도국장실


“친일파라니요? 지금 시대가 어느 땐데? 특종을 준다더니 겨우 이런 거예요?”


보도국장이 짜증 난다는 듯이 전화에 대고 비아냥거렸다.


“곧 검경 합동 기자회견이 열릴 겁니다.”


전화기 너머의 남자는 단호한 목소리로 짧게 말했다.


“네? 설마. 친일파에 대해 인정한다는 말인가요?”


“지금 검찰 내부에서 이제까지 그 사실을 막고 있던 이들이 핀치에 몰려서 회의를 열었어요. 그리고 메시지를 공개하자는 것으로 말을 맞췄고 들러리로 경찰을 함께 세워서 합동수사본부를 열고 공개수사로 전환할 겁니다.”


남자의 말에 보도국장이 움찔하며 침을 꼴깍 삼켰다. 방금 전까지는 비아냥거렸지만, 정말로 활빈당의 메시지가 있었고, 검찰과 경찰에서 그 부분을 공개하면서까지 공개수사로 전환한다는 것은 분명히 심각한 뭔가에 위협을 당했거나 더 이상 밀릴 때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 분명했다.


“마지막 피해자가 누군데요?”


“이전 여당 당대표.”


남자는 짧지만 임팩트 있게 노타임으로 대답했다.


“그, 그럼... 그분도...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거예요. 이번 메시지에는 다음 타깃에 대한 공개적 예고가 있었습니다.”


“아니, 그럼 이거 기자회견 전에 우리가 터트려도 되는 거예요?”


보도국장이 급하게 메모지에 메모를 해서 선임기자를 불러 전달해주며 물었다.


“어차피 몇 시간 후에 기자회견이 터질 겁니다. 그것 때문에 검찰에 나와 있는 법조기자들이 받아쓰기를 하는 것보다 핵심 사안을 가지고 밀착 취재로 가는 게 훨씬 더 임팩트 있지 않겠습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부장님 말씀 믿고 한번 밀어붙여보겠습니다.”


전화를 끊으며 보도국장이 외쳤다.


“다들 내 방으로 모여! 긴급회의다! 빨리! 선임기자는 지금 바로 중앙지검으로 가서 내가 아까 적어준 방에 가면 자료를 줄 거야. 그거 받아서 빨리 그림 만들어오고~! 빨리빨리! 기자회견 터지고 나면 나눠먹기 밖에 안된다. 우리가 먼저 특종 잡으려면 발바닥에 땀날 정도로 뛰어!”



먼저 알려준 정보원의 말이 맞는지에 대해 확인하지 않았던 것은 그간 그가 전해준 알토란 같은 정보가 늘 특종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맺어진 신뢰에서 오는 것이었다. 처음엔 장난이라고 생각했던 뜬금없는 친일파 프레임이 사실로 21세기의 한국에 다시 폭탄처럼 터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기자 회견의 내용에 의하면 그들은 알려진 대로 ‘활빈당(活貧黨)’이라는 이름을 표방하고 있었다. <홍길동전>에 나오는 홍길동이 이끄는 의적(義賊) 단의 이름. 차장검사가 전해준 자료가 맞다면 실제 그들이 언론에 공개하라고 남긴 메시지는 언론사에 전달되지 않고 내부자들에 의해 감춰졌다. 활빈당의 당수는 홍길동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여 메시지를 남겼다고 했다. <홍길동전>의 활빈당과 약간 다른 점이 있었다면 그들은 가난한 이들을 위해 부자들의 돈을 훔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고 했다. 그들은 일제 강점기에 청산되지 못했던 친일파와 그들의 후손, 특히 그 네트워크가 한국에 잔재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이 일본과 아주 오랫동안 현재에 이르기까지 밀월관계를 맺고 서로의 이익을 위해 협조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었다. 좋게 말해서 협조관계이지 메시지에 언급된 내용대로라면 그들은 여전히 일본의 하수인 역할을 하면서 일본과의 외교관계에서 정부의 고위층 요직에서 일본의 국익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언제나 결론을 내는 것이 그들의 일이었다.


자료로 받은 네트워크에 의하면 그들의 조직은 굉장히 방대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국회의원에서부터 시작해서, 대법관을 비롯한 판사와 검사, 그리고 은퇴하여 대형 로펌의 파트너급으로 있는 변호사들을 포함한 법조계는 압도적인 수로 다양한 인력풀을 자랑했고, 외교부를 비롯한 정부 각 부처의 장차관 출신의 전현직 고위공직자들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조직원이 들어가 있지 않은 자들이 없었다. 심지어 그 자료라고 전해받은 것은 활빈당에서 제공받은 것을 토대로 작성되었다고 했다. 그 말은 활빈당 역시 이제까지 경찰에서 발표했던 것처럼 단순한 민족주의를 표방한 테러리스트들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가장 황당한 것은 그들이 이제까지 이루어냈다고 하는 프로젝트와 향후 진행하려는 다양한 프로젝트들까지 아주 상세하게 적혀 있었는데, 그 내용들이었다. 독도 문제는 물론이고 위안부 문제부터 심지어 한국 대통령이 일본 천황과 우익들에게 충성을 맹세하게 해야 한다는 다소 충격적인 내용까지 담고 있었다.



그렇게 취재원의 말처럼 바로 검경의 기자회견이 이루어졌고 언론사에서는 친일파에 대한 내용을 공개하면서도 활빈당의 행위는 테러에 해당한다는 식의 보도와 논설을 이어나갔다. 활빈당의 다음 타깃이 공개되어 어쩔 수 없었다는 설명은 기자회견에 쏙 빠져 있었다. 언론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려볼 수 있는 그림. 그들이 왜 갑자기 친일파 이슈를 대중에 꺼내놓으면서까지 활빈당의 요구에 응하며 메시지를 공개할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해 뒷말들이 무성했다.



그리고 그것과는 별개로 친일파 후손들과 그 비밀스러운 네트워크 조직에 대한 밀착 취재는 발 빠르게 이루어졌다. 언론계는 물론이고 취재하면서 만나는 이들을 통해 MBS보도국에서 굉장히 큰 건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은 점점 더 커져갔다.



서울의 산속 모처 요정.


“어떻게 할 겁니까? 이렇게 치고 올라오는 걸 그냥 보고만 있을 겁니까?”


그는 짜증 나는 듯 끊었던 담배를 쥐었다 말았다 안절부절못하며 어쩔 줄 몰라하며 따지듯 물었다.


“기다려보라니까요! 곧 도착하신다고 했으니까. 약속시간이 넘었는데...”


짜리 몽땅한 여자 국회의원이 그의 채근을 틀어막았다. 속이 타기엔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활빈당이 찾아오겠다는 예고장을 받는 다음 타자가 자신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동시에 혹시라도 언론이나 대중들에게 자신의 할아버지대에 있었던 일부터 자신이 했던 일들이 모두 까발려지게 되면 이제까지 어렵게 쌓았던 부와 명예 그리고 앞으로 대한민국에 살 수 없을 것이라는 위기감도 만만치 않았다.


“손님 들어가십니다.”


문이 열리고 낯익은 얼굴이 들어왔다.


“마츠모토상! ‘그분’은요?”


“네? 먼저 와계신다고 했는데요?”


마츠모토가 방에 들어서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오소캇타나 [늦었구나.]


자리의 가장 안쪽에 분명 아까까지 보이지 않던 거적을 뒤집어쓴 남자의 모습이 앉아 기분 나쁜 쇳소리를 긁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 어디서 갑자기...”


놀라며 자리에 제대로 앉지도 못하는 표정으로 주저앉는 듯한 마츠모토에게 다시 남자가 물었다.


“와타시가 준비시로토 잇타노와 도오낫타노카[내가 준비하라고 했던 것은 어떻게 되었는가?]”


“도굴꾼들도 요즘 워낙 단속이 심하다면서 돈을 더 요구하는 바람에 시간이 조금 부족하여...”


“다마레! 와타시가 오카네와 이쿠라 카캇테모 데키루다케 하야쿠 타스케로토 잇타자 나이카? 혼토오니 오마에가 나가쿠 이키타쿠 나이다나[닥쳐! 내가 돈은 얼마가 되든지 최대한 빨리 구하라고 하지 않았던가? 정말로 네가 오래살고 싶지 않은가 보구나]!”


앞에 있던 큰 술잔을 꽝 하고 내려치며 남자가 일갈했다. 졸지에 여자 국회의원과 앞에 초조하게 앉아 있던 중년의 남자가 머리를 상쪽으로 조아리며 그의 눈치를 살폈다.


“제가 다음 타겟으로 삼 일 후에 찾아오겠다는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중년의 남자가 초조한 얼굴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콘도와 와타시가 초쿠세츠 이쿠. 카레라오 츠카마에테 소노 카멘오 하기톳테데모 못테이쿠토 슈쿤니 야쿠소쿠시타.[이번엔 내가 직접 가겠다. 그들을 잡아 그 가면을 뜯어내서라도 가져가겠다고 주군에게 약속드렸다.]”


중년의 남자가 다시 희색을 보이며 바짝 무릎을 꿇는 자세를 보이며 말했다.


“저야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무서울 것이 없지요. 저를 보호해주시기만 한다면...”


“미노호도모 시라나이 야츠가. 오마에난카오 마모루 타메니 이쿠노데와 나이! 오마에와 타다 에사니 스기나이. 칸치가이스루나.[제 주제도 모르는 놈이. 너 따위를 보호해주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니다. 너는 다만 미끼일 뿐이다. 착각하지 마라.]”


그가 보이지도 않은 얼굴 쪽으로 술병을 들고 그대로 술병의 입구를 들이대고 술을 벌컥거리며 마시는 모습이 자리에 있던 마츠모토를 포함한 이들은 오히려 공포감을 느꼈다.


“아, 그리고 지금 우리 조직에 대해 보도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리던데 그건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가?”


마츠모토가 여자 국회의원을 바라보며 따지듯 물었다. 사실 음양사의 위세만 아니어도 마츠모토가 저렇게 하대하듯 건방을 떨며 굴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여자 국회의원이나 자리에 동석한 이들도 알고 있었지만, 본국(일본)에서 거물들이 오면 항상 자신이 앞장서서 그 권세를 등에 없고 나대는 마츠모토의 행동을 무시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었다.


“방송국 쪽에 직접 압력을 넣었고, 다른 쪽을 통해서도 손을 쓰라고 얘기해두었으니 그 내용이 방송을 타는 일은 없을 겁니다. 계속 취재를 할 수 없도록 조치하라 했으니 뭔가 그쪽에서 이야기가 있을 거예요.”


“그걸로 될까? 물론 그게 터지면 곤란한 사람들이니 필사적이긴 하겠지만, 그렇게 여유 있게 그쪽의 연락만 기다리는 걸로 되겠어?”


마츠모토가 음양사의 눈치를 보며 자리를 다시 잡고 거들먹거리며 앞에 있던 술잔을 입안에 털며 되물었다.


“스구니 잇테 와타시가 잇타 모노와 요오이데키 시다이 렌라쿠시다이 렌라쿠시나사이! 소레가 요오이사레테이나케레바 오토시아나오 홋테모 오모우요오니 츠카마에테오케나이카라 이소기나! 오마에난카 초오센진니와 콘나 세키와 니아와나이.[너는 당장 가서 내가 말한 물건이 준비되는대로 연락하라. 그게 준비되지 않으면 함정을 파더라도 그것들을 마음대로 잡아둘 수 없으니 서둘러라. 너 따위 조선인에게 이런 자리는 어울리지 않아!]”


“하! 켁켁!”


술잔을 다시 입에 담으려고 했던 마츠모토가 음양사의 일갈에 놀라 다시 술이 사례가 걸려 기침을 연신하며 머리를 조아리며 방을 도망치듯 빠져나갔다.


도망치듯 방에서 빠져나온 마츠모토가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누르며 구시렁거렸다.


“제길! 편하게 맛있는 술 한 잔 마실 틈을 안 주는구먼. 개처럼 부리겠다 이거지? 쳇! 아! 난데. 지난번에 부탁했던 거, 당장 오늘까지 준비해서 가지고 들어오라고 해. 돈? 원래 불렀던 만큼 채워주도록 하지”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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