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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Apr 06. 2022

창업하자마자 대기업이 그 아이템을 내놓아 망했어도..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분야를 탐구하여 기어코 '그 다음'을 성공시키다

203번째 대가의 이야기.


1983년 태어난 에미트 시어(Emmett Shear)는 예일대학교 컴퓨터과학과를 다니던 도중 철학과를 다니던 동갑내기 한국계 미국인 저스틴 칸(Justin Kan)을 만났다. 이내 친해진 둘은 학교를 졸업한 후 함께 사업을 하자고 의기투합했다.


2005년 예일대학교를 졸업한 후 둘은 '키코 소프트웨어'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구글 지메일과 연동되는 온라인 캘린더를 만드는 소프트웨어 업체였다. 칸이 CEO를 맡고 시어가 CTO(최고 기술 책임자)를 맡았다. 사업 자금이 필요해진 둘은 당시 막 태동한 벤처캐피탈인 '와이 콤비네이터(Y Combinator)'의 문을 두드렸고, 마침내 와이 콤비네이터로부터 투자를 받은 최초의 회사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둘이 진행한 사업은 구글이 직접 온라인 캘린더를 선보이면서 곧바로 한계에 부딪치고 만다. 둘은 이내 다른 사업 아이템을 찾기 시작했다.

저스틴 칸은 당시 성장하고 있던 인터넷 동영상 시장에 주목했다. 유튜브 등 경쟁사가 온라인 만남 서비스를 거쳐 동영상 서비스를 막 시작한 그때였다. 원래부터 실시간 동영상 서비스 열풍이 불던 그즈음 칸도 여느 라이프 로거들처럼 자신의 모자에 웹캠과 마이크를 부착하고 온라인 생중계가 가능한 송신 장비를 지니고 다니며 자신의 일상을 중계했었다.


2006년 칸과 시어는 웹캠 등을 통해 자신의 삶을 다른 사람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동영상 서비스인 저스틴 TV(Justin.TV)를 선보이게 된다. 처음 서비스를 개시하고 8개월 동안 칸 본인이 웹캠으로 자신의 삶을 송출하는 등 서비스를 성장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시어는 CTO로서 저스틴 TV 개발을 직접 진행했다.

저스틴 TV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실시간 동영상 서비스로 성장했다. 약 3000만 명에 달하는 사용자가 저스틴 TV를 거쳐갔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저스틴 TV는 압도적으로 시장을 장악한 회사가 될 수는 없었다. 오히려 '유스트림(Ustream)'과 같은 경쟁사의 시장 영향력이 더 컸다. 두 사람이 만든 저스틴 TV는 유의미한 결과를 남기기에는 50% 정도 부족한 성공도 아닌 실패도 아닌 상태를 답보하게 된다. 촬영된 영상은 지루했고, 사람들은 타인의 영상에서 가치 있는 정보를 발굴하기 위해 시간을 쓸 만큼 여유롭지 않았던 것이다.

미국 아마존닷컴의 인터넷 방송 중계 서비스로, 전 세계 최대의 인터넷 방송 플랫폼으로 불리는 아마존의 자회사인 '트위치(Twitch)'의 창업자, 에멧 시어(Emmett Shear)와 한국계 미국인 저스틴(Justin Kan)의 이야기이다.


'트위치(Twitch)'가 어떤 회사인지 잘 모르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유튜브가 녹화 방송의 강자라면, 실시간 방송(생방송)의 왕은 따로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면 조금 이해가 빠르려나? '트위치(Twitch)'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한국인들은 드물다. 하지만, 세계 IT 브레인들은 모두가 이 실시간 방송 회사의 괄목할만한 성장에 주목하고 있다.


트위치는 게임 방송을 중심으로 다양한 실시간 방송 콘텐츠를 송출할 수 있는 서비스로, 예일대 동창인 두 사람이 2011년 6월 시작한 이 동영상 서비스로 시작하여, 현재는 유튜브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동영상 업계의 강자로 떠올랐다. 죽의 장막에 가려져 정확한 사용자 집계가 어려운 중국의 동영상 서비스 '유쿠(Youku, 녹화 영상 플랫폼. 알리바바의 자회사)'와 '도유(Douyu, 실시간 게임 영상 플랫폼. 실질적인 주인은 텐센트다)'를 제외하면 전 세계 동영상 시장은 유튜브와 트위치가 양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위치(Twitch)는 인터넷 트래픽 정보 제공 사이트인 시밀러웹 기준, 한 달 평균 9억 명 이상의 방문자가 있으며, 2021년 2월 전 세계 트래픽 38위로, 1년 약 23억 달러의 수익을 얻었다. 스폰서(후원) 서비스인 Streamlabs의 2021년 3분기 보고에 따르면 트위치는 시청시간 점유율 70.5%(57억 9천만 시간), 스트리밍 시간 2,290만 시간, 채널 수 1,040만 채널로 시장 1위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시어는 이러한 상황을 뒤집고 싶었다. 떠올린 방법은 '특화'였다. 저스틴 TV를 게임 방송에 특화된 실시간 동영상 서비스를 바꿔 당시 태동하고 있던 게임 동영상 시장을 장악하자는 것이었다. 시어는 이러한 생각을 칸에게 들려줬고, 둘은 여기서 의견이 갈리고 만다. 칸은 여전히 다양한 분야의 실시간 영상을 송출하길 원했다. 때문에 둘은 게임 방송에 특화된 플랫폼을 새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저스틴 TV에서 게임 방송만 보여 주는 채널을 분리하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당시 막 출시된 <스타크래프트 2>의 게임 영상을 보기 위해 팬들이 몰릴 거라는 시장분석에 근거한 판단이었다. 그렇게 2011년 6월 두 사람은 비디오 게임을 만들 때 게이머들의 반응을 테스트하는 기법인 '트위치 게임 플레이'에서 이름을 따온 '트위치 TV'라는 이름으로 게임 방송만 송출하는 플랫폼을 론칭하게 되었고, 게임에 특화된 실시간 동영상 시장 개척에 나섰다. 트위치의 최고경영자는 칸이 아닌 시어가 맡았다. 칸은 저스틴 TV에 집중하기로 했다.


하지만 트위치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저스틴 TV의 방문자수는 지속적으로 줄어들었고, 결국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2014년 폐쇄를 결정하고 만다. 특화를 선택한 시어가 옳았던 셈이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트위치는 베타 버전 론칭 한 달 만에 800만 명의 시청자를 모았고, 세계 최대의 실시간 방송 플랫폼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당시 시어가 이끄는 트위치는 유튜브와 동일한 성장통을 겪고 있었다. 들어오는 광고 수익에 비해 트래픽 과다로 인한 지출이 커 사업은 커지고 유명해졌지만 그렇게 될수록 회사는 적자에 시달리고 역풍을 맞고 있었다. 와이 콤비네이터의 지속적인 투자가 없었다면 회사가 한참 전에 망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결국 시어는 유튜브의 창업자인 스티브 첸과 채드 헐리처럼 트위치의 새로운 주인을 찾아 나섰다.


트위치의 막대한 사용자수와 트래픽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고, 자체 인터넷 광고 플랫폼을 가지고 있어 광고 수입에 기대는 트위치의 비즈니스 모델과의 연계가 수월하며, 인터넷 동영상 시장에 대한 이해가 깊은 회사여야 했다.


적자였던 유튜브를 흑자로 전환시킨 구글이 첫 번째 협상 대상이었다. 하지만 반독점이란 이슈 때문에 구글과 트위치의 통합은 무산되고, 결국 시어는 두 번째 협상 대상이었던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를 찾아가야만 했다. 제프 베조스는 트위치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와 독립적인 운영을 약속했다. 결국 론칭 서비스를 시작하고 시장에 이름을 알린 지 3년이 지난 시점에 트위치는 9억 7000만 달러(1조 1611억 원)에 아마존에 인수되는 성과를 거두게 되는데, 이는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인수한 이래 콘텐츠 업계 최고가를 갱신한 수치였다.

에밋 시어

시어는 제프 베조스, 앤디 제시 등과 함께 아마존 계열사의 네 명뿐인 최고경영자 가운데 한 명이 되었다.


현재 트위치는 실리콘밸리인 미국 마운틴뷰에 본사를 두고 시애틀에 본사를 둔 아마존과는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아마존 프라임 가입자에게 트위치 프라임이라는 이름으로 혜택을 제공하고, 트위치 서비스의 기반을 아마존 클라우드로 옮기는 등 두 회사 간의 서비스 결합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현재 유튜브의 월간 실사용자(MAU)는 18억 명에 달한다. 트위치가 내세우는 수치도 이에 못지않다. 트위치의 일간 실사용자(DAU)는 1500만 명에 달하며(월간 실사용자는 미공개), 이들이 1인당 평균 95분씩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트위치에서 방송을 송출하는 스트리머의 수도 월 220만 명에 달한다.

구글은 지난 2014년 녹화 방송에 이어 실시간 방송 시장까지 장악하기 위해 트위치 인수를 추진했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이미 유튜브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동영상 시장 전체를 장악하게 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미국 반독점법에 위반할 소지가 다분했었고, 때문에 트위치 인수를 포기하고 만다.

결국 트위치는 구글의 경쟁자인 아마존의 품에 안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구글은 트위치를 견제하기 위해 유튜브 게이밍과 유튜브 라이브라는 게임과 실시간 동영상을 송출할 수 있는 신규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트위치의 아성을 꺾는 데는 실패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실시간 동영상 시장을 노리고 '믹서'라는 신규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트위치에 밀려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최근 PC와 비디오 게임 업계는 성공을 위해 트위치와 트위치에서 게임 방송을 진행하는 스트리머와 손잡는 것이 필수라고 여겨지고 있다. 블루홀의 '배틀그라운드'와 최근 배틀그라운드를 제치고 배틀로얄 장르 시장을 장악한 에픽게임즈의 '포트 나이트'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현재 트위치에서 배틀그라운드와 포트 나이트를 시청하는 게이머는 피크타임을 기준으로 약 3만 명, 20만 명 정도로 집계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신작 게임이 트위치를 통해 게이머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최근 트위치는 아마존의 지원을 바탕으로 유튜브의 자리를 위협하기 위해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시행하고 있다. 첫 번째 공략은 전 세계 e스포츠(e-Sports) 방송 시장 장악에 나선 것이다. 트위치는 리그 오브 레전드, 카운터 스트라이크 등 이미 자리를 잡은 e스포츠 리그와 토너먼트부터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포트 나이트, 스트리트 파이터 5 등 이제 막 태동하고 있는 e스포츠 리그와 토너먼트까지 다양한 분야의 e스포츠 경기를 후원하거나, 직접 개최하고 있다.


심지어 한국에서만 인기 있다고 여겨지는 스타크래프트 공식 리그(KSL) 마저 블리자드와 손잡고 유치했다. 때문에 현재 트위치는 전 세계 모든 e스포츠 리그와 토너먼트를 감상할 수 있는 방송국의 역할까지 겸하고 있다.

두 번째 공략은 고정 후원을 통한 스트리머 확보다. 철저하게 인기에 따라 광고 수익만 배분하는 유튜브와 달리 트위치는 중견 스트리머를 대상으로 한 후원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유튜브의 방식은 성공하면 큰돈을 벌 수 있지만, 그전까지 별다른 수익 없이 버텨야 하는 문제가 있다. 콘텐츠 분량을 책임질 중견 스트리머들이 버티지 못하고 떠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트위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견 스트리머들과 일정 시간 트위치에서 방송을 진행한다는 계약을 맺고 후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사실 월급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후원 덕분에 중견 스트리머들도 돈에 대한 걱정 없이 마음껏 자신만의 방송을 진행할 수 있다.

물론 트위치에서 성공하면 유튜브에서 성공한 것 못지않은 인지도를 쌓고 돈을 벌 수 있다. 인기 스트리머인 '갓 닌자'는 최근 트위치에서 진행한 포트 나이트 방송을 통해 매달 35만 달러의 고정 수익을 얻고 있다. 연 단위로 환산하면 400만 달러가 넘는 수익이다. 트위치는 게이머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스트리머에게 매달 5달러씩 후원하고 그의 방송을 구독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5달러는 트위치와 스트리머가 5:5로 나눠갖는다. 갓 닌자의 구독자수는 14만 명이 넘으며, 이를 통해 고정 수익이 창출되고 있다. 갓 닌자의 고정수익은 트위치가 인기 스트리머들에게 제공하는 광고 수익 분배와 구독자들의 개별 후원은 제외하고 집계한 것이다. 당연히 실제 수익은 월 40만 달러가 넘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최근 트위치는 유튜브의 인기 스트리머를 트위치로 영입하기 위해 물밑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인터넷 스타인 지지 고저스, 할리우드 배우인 윌 스미스 등 다양한 분야의 인기 유튜버와 접촉해 이들에게 연간 수백만 달러의 후원금을 제시하며 영입을 시도했다. 이들 가운데 일부가 주 방송 플랫폼을 유튜브에서 트위치로 옮기기로 했다는 후문도 무성하다.

세 번째는 게임 방송 플랫폼에서 벗어나 유튜브와 같은 종합 방송 채널로 개편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트위치에서 게임 외에 다른 분야의 방송을 하려면 일상 방송(IRL-In Real Life)이라는 카테고리로만 송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얼마 전 트위치는 IRL 채널을 예술, 먹방, 음악, 뷰티, 과학, 여행, 라디오 토크쇼, TRPG 등 다양한 일반 채널로 세분화한다는 개편 계획을 발표했다. 이제 게임 방송뿐만 아니라 일반 방송도 트위치에서 마음껏 송출할 수 있다.


트위치 돌풍은 이제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국내에서도 이미 트위치는 자리를 잡고 경쟁사인 아프리카 TV를 위협하고 있다. 2015년 한국어 서비스를 개시하며 국내에 진출한 트위치는 2016년 이후 그 세를 급격히 불려 현재는 월간 실사용자수가 약 79만 명이 넘는다(닐슨코리아클릭, 모바일앱 월간 실사용자수 2017년 8월 조사 기준). 푹의 사용자수(약 77만 명)를 추월한 후 아프리카 TV(약 146만 명)를 뒤쫓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와이즈 앱에 따르면 2016년 3월 15만 명에 불과했던 트위치의 국내 월간 실사용자수는 불과 2년 만에 8배 증가한 121만 명에 도달했다. 같은 기간 아프리카 TV는 289만 명에서 210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아프리카 TV에서 이탈한 시청자들이 트위치로 흘러들었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트위치가 아마존이 그 어마어마한 거액을 주면서까지 안정적으로 안착시키게 된 게임 실시간 중계라는 '특화'는 어떤 방식으로 시장에 어필할 수 있었는지 그 착상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시어와 칸은 자신들이 게임을 즐기고 실시간 스트리밍을 즐겨하던 주체였다. 정작 그들의 사업은 그들이 즐기던 스트리밍 서비스 쪽이 아니었지만 그들의 사업이 위기를 봉착하게 되면서 그들이 눈을 돌린 것은 바로 스트리밍 서비스였다. 하지만 그 스트리밍 서비스가 다시 반짝하기만 하고 대박을 터트리지 못하고 있을 때 주목했던 것 역시 자신들이 열광하며 자신들이 즐겨했던 게임을 중계하며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들의 착상은 아주 자연스럽게 게임에서 자신들이 가장 원했던 것을 발견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게임을 즐기는 이들은 누구나 게임을 잘하고 싶어 하고, 다른 이들에게 실력을 인정받고 싶어 한다. 다수의 게임들이 게이머가 탁월한 플레이를 선보였을 때 이를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는 이유도 바로 그러한 점을 게임회사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는 유저가 일정 시간 내에 상대 팀을 전부 죽이면 모든 플레이어의 화면에 ‘펜타 킬(Penta Kill)’이라는 자막을 띄우고, <오버워치(Overwatch)>는 게임이 끝날 때 가장 멋진 플레이를 보여 준 유저의 게임 영상을 ‘최고의 플레이’로 선정해 재생해준다.


게이머의 인정 욕구는 타인의 뛰어난 스킬을 배우고 모방하려는 욕구를 넘어, 자신의 게임 실력을 커뮤니티 내에서 자랑하고픈 과시 욕구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트위치는 게이머의 이러한 인정 욕구를 실시간으로 충족해 주기 위한 것에 초점을 맞추며 론칭하게 된 플랫폼이었다.


스트리머가 훌륭한 플레이를 선보이면 시청자들이 실시간으로 무수한 칭찬 세례를 남기고, 스트리머의 플레이가 부족하다고 느끼면 비난도 하고 조언도 한다. 그 게임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고 싶은 시청자들은 채팅창에서 경쟁을 벌이도록 자연스럽게 놀이판을 만들어 주는 방식이다.


트위치가 단기간에 많은 유저를 사로잡은 것은 이런 욕구를 반영한 플랫폼이 기존에 '단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점에서 트위치의 성공은 '파괴적 혁신'의 사례라고 부른다. 파괴적 혁신은 기존 기업이 간과한 시장에서 출발한다. 지배 기업이 수익성이 큰 고객에게 집중할 때, 상대적으로 소수인 고객에게 집중해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트위치는 게임 영상만을 열광적으로 소비하는 슈퍼 팬덤을 노렸고, 게임을 위해 설정된 플랫폼을 만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전 세계의 게임 팬덤을 장악해 버리게 된 것이다.

트위치는 게임 팬덤을 위해 다양한 기능을 고도화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좋은 화질을 무료로 제공하고, 고화질 게임을 손쉽게 송출하고 관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게임 방송 카테고리를 세분화해 소수 취향의 게임을 좋아하는 마니아의 니즈까지 만족시키고, 전략 노출을 막고 게임 경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방송 송출 지연 기능을 추가했다. 트위치가 세계의 게임 팬덤을 하나로 모으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이런 것들이었다.


2019년 트위치는 실시간 게임 방송 시장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제치고 점유율 1위에 오른다. 실시간 게임 방송 시청 시간의 75퍼센트에 해당하는 27억 2000만 시간을 트위치가 점유하고 있다. 아마존은 아마존 프라임 가입자에게 트위치 프라임이라는 이름으로 광고 없는 스트리밍, 무료 게임과 아이템 제공 등의 혜택을 주는 등 트위치 결합 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2018년 12월, 국내 게임 방송 분야의 대표 스트리머인 대도서관마저 유튜브에서 트위치로 플랫폼을 옮기며 트위치가 대세임을 확인시켜주었다. 그러나 더 중요한 변화는 그 이후에 트위치에 익숙하지 않은 대도서관을 첫 방송부터 ‘트수(트위치 백수)’라고 불리는 트위치 시청자들이 나타나 그에게 트위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가르쳐주며 도움을 주기 시작한 점에서 드러났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대도서관은 “트위치 시청자의 적극적인 태도가 트위치를 성공으로 이끈다고 생각한다”며 “트위치 시청자는 트위치의 특징과 상품에 대해 매우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라고 감탄했다.

즉, 트위치는 회사의 홍보나 회사의 주도가 아닌 트위치의 시청자들 자신이 트위치 커뮤니티의 일원이라는 소속감을 갖고 트위치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유튜브는 물론이고 기타 플랫폼과 성향을 달리한다. 게임 방송 스트리머를 설득해 트위치에 안착하게 만들거나, 첫 방송을 시작하는 신인 스트리머에게 트위치의 방송 문법을 알려 주며 트위치 문화에 동화되도록 격려한다. 트위치의 시청자들은 이를 두고 ‘입국 심사’라고 독특한 표현까지 사용한다.


바로 이 소속감은 특화를 결정하여 거대하고 비대해진 트위치의 영향력을 지속시키는 새로운 원동력으로 자리 잡게 된다. 게임 방송을 진행하는 것은 스트리머지만 이들의 활동 저변에는 트위치가 시청자와 게이머에게 더 나은 환경이 되도록 지속적으로 탐색하는 슈퍼 팬덤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트위치는 크리에이티브, 먹방, 여행, 뷰티 등 비非게임 카테고리를 만들면서 어떤 방송이나 콘텐츠도 게임처럼 향유하게 만드는 실시간 커뮤니티로 확장하고 있다. 과연 게임 밖의 영역에서도 트위치가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 모든 전문가들이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내가 오늘 시어와 칸의 개인적인 삶의 자취가 아닌 그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이후 창업을 하는 과정에 주목하고 그 과정보다 그들이 자신들의 연이은 실패에 어떻게 대응하는가를 보여주는데 더 초점을 맞춘 것은 누가 봐도 마치 그들이 실패를 한 것이 아닌 연이은 성공을 한 것처럼 그려내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명문 예일대 출신의 머리 좋고 젊은 두 친구가 의기투합해서 했던 호기롭게 시작했던 사업은 아이디어가 좋다면서 투자까지 받았지만, 대기업에서 바로 똑같은 아이템이 더 멋들어지게 나오면 바로 좌초하고 만다.

저스틴 칸

일반인들의 기준이라면 사업을 벌이자마자 이와 같은 대실패를 맞게 되면 휘청거리며 정신도 못 차리는 것이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바로 새로운 것에 주목했다. 즉, 다른 IT세대 창업자들이 처음 자신들이 주목했던 아이템에서 어렵지만 아이디어로 승부하여 성공했던 것과는 달리 그들은 시작하자마자 다 말아먹는 실패를 겪고 아이템을 새로 선정한 것이다.


그들이 두 번째로 선정한 아이템이 무엇이었던가? 그들이 관심 있어하던 그들이 늘 하던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이었다. 하지만 그래서 Justin.tv가 성공을 이루었나? 유명해지고 아이디어는 인정받았지만, 결코 시장을 장악하지도 못했고 실질적인 평타로 수익을 가져다주지도 못했다.


그들의 제대로 된 창업의 시작은 바로 이때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그때 그들이 주목했던 것은 역시 자신들이 커스터머 입장이라면 이 플랫폼을 가지고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것에 고민을 더했고 그 결과 시어는 과감하게 '특화'를 선택하게 된다. 그렇게 게임 중계라는 그들의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그런데 그렇게 3년간 쭉쭉 성장해서 어마어마한 금액에 아마존이라는 거대 회사에 회사를 팔고서 그냥 부자가 되고 끝났다면 오늘 이 시리즈에 그들이 등장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들은 그들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하여 기존 시장의 선두주자들이 가지고 있지 못한 원동력을 이 플랫폼이 가질 수 있도록 서포트하는 방식의 경영과 개발에 '집중'한다. 자신들이 주도가 아닌 사용자 위주의 인터페이스라는 마케팅의 기본을 충실하게 이행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글을 읽어보면 그들의 사업방향이나 특화가 별로 특별한 것도 없어 보이고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그것이 그들이 개발하고 론칭하기 전까지 실제로 구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누구나 생각하지만 상품화되지 않았다?

이 가정에서는 두 가지 유형의 패턴으로 사람들이 결정을 가를 수 있다. 대부분의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게 돈이 된다고 생각했으면 사람들이 그걸 했지, 여태 나오지 않았겠냐?' 라며 쉽게 포기하는 유형. '그럼 그게 정말로 돈이 될 수 있게, 사람들이 혹할 수 있는 정식 아이템이 될 수 있게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라며 연구하기 시작하는 유형.

극히 적지만 그렇기 때문에 성공의 길을 걷게 되는 두 번째 유형에 이들은 해당했던 것뿐(?)이다.


창업을 꿈꾸던, 창업을 꿈꾸다가 말아먹은 경험이 있던, 아니면 창업은 꿈도 꾸지 않고 그저 남의 돈 월급 도둑질하며 사는 인생인 당신에게도 이들의 실패와 그것을 극복했던 패턴은 충분한 교훈으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노하우를 남겨준다.


이들이 단순히 미국 명문대 출신이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치부해버리고 당신과는 다른 세계의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은가? 정작 이 친구들보다 훨씬 머리 좋고 성적 좋았던 동문들은 그들보다 훨씬 더 잘 나가는 것은 고사하고 그들과 비슷한 수준의 회사조차 꾸리지 못했다. 엉뚱하게 돈도 안 되는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나 하고 게임이나 하며 키득거리던 그들이 자신들만의 문화에서 자신들이라면 어떤 것에 충분히 열광할 것인지를 연구한 끝에 그들은 지금의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이다.


맞다. 당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약간의 발상 전환을 하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제2의 트위치 같은 회사의 창업자가 될 수 있으며, 거창한 창업이 아니더라도 당신이 속한 조직 내에서 '당신이라면'이라는 아주 간단하면서도 가장 요긴한 발상의 전환으로 회사에 어마어마한 이익을 가져다줄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단 말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중요한 것은 한 번 두 번 혹은 수십 번만으로 당신의 생각이 요행으로 성공할 것이라는 뻔뻔한 마음가짐을 버려라. 오히려 시어와 칸처럼 실패가 왔을 때 그것을 당연하다고 여기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다음을 생각할 수 있는 뻔뻔함을 갖춰 실패를 스쳐 지나치듯 통과하란 말이다.


어차피 넘어졌다면, 그게 아프다고 주저앉아 울어봐야 아픔이 가시지도 않으며, 누가 달려와 '호~'해줄 것도 아니라면 당신이 어디를 가던 중이었는지, 그리고 주저앉아 있는 동안 옷이 다 지저분해지고, 그 와중에 떨어뜨린 지갑을 누군가 집어가는 등 불행이 불행을 만드는 행동을 하지 말란 말이다. 얼른 툴툴 털고 일어나고 심하게 다쳤다면 빨리 병원에 갈 다음 조치를 취하고 '그다음'을 고려하는 민첩함을 보이란 말이다.


그 작은 발상의 차이가 당신이 내일, 혹은 수년 후 앉아 있을 자리를 바꾸게 한다는 만고의 진리를 오늘 이야기를 통해 뼈에 새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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