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인정한, 멕시코를 캔버스에 옮긴 여성화가로 인정받다.
그녀의 태도는 얼핏 봐도 남달랐다. 어딘지 모르게 위엄과 자신감이 있었고, 눈동자는 야릇한 빛을 뿜었다.
그녀는 아직 어린아이처럼 귀여웠으나, 어딘가 모르게 꽤 성숙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녀는 나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당신이 작업하는 모습을 보면 방해가 되나요?”라고 물었다.
나는 “천만에, 꼬마 아가씨. 오히려 영광이지”라고 대답했다. 그는 자리에 앉아서 말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에게서 한 번도 눈을 떼지 않았다.
몇 시간이 지나자, 질투심에 불탄 루페는 여자애를 나무라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자아이는 루페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더 화가 난 루페는 뒷짐을 지고 뚜벅뚜벅 걸어가 여자아이를 쏘아보았다.
여자아이는 표정만 굳어질 뿐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루페가 노려보자 여자아이 역시 말없이 루페를 노려보았다. 루페는 무척이나 놀란 눈치였고 오랫동안 눈을 부릅뜨고 그녀를 노려보았지만, 이윽고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나에게 말했다. “저 애 좀 봐! 저렇게 어린애가 자기보다 크고 어른인 여자를 겁내지 않잖아. 난 왠지 저 애가 맘에 들어.” 여자아이는 세 시간쯤 있다가 “안녕!”이라는 인사를 남기고 그 자리를 떠났다.
기둥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이 그였고, 그의 이름이 프리다 칼로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1년 후였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그가 나의 아내가 될 줄은 생각지 못했다.
“나의 평생소원은 단 세 가지, 디에고와 함께 사는 것, 그림을 계속 그리는 것, 혁명가가 되는 것이다.”